이사 55,10-11; 마태 6,7-15
+ 찬미 예수님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서 55장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우리가 인간의 죄와 악에서 돌아서서 하느님을 찾아야 하는지, 두 가지 이유를 말씀하십니다.
첫째 이유는 오늘 독서의 앞 단락에 나옵니다.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이사 55,9) 하느님의 길은 인간의 길 위에, 하느님의 생각은 인간의 생각 위에 있고, 하느님의 길과 생각이 결국에는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유는 오늘 독서에서 말씀하시는데요, 하느님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이사 55,10)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싹이 돋고 자라게 하며, 인간에게 양식과 씨앗을 줍니다. 양식은 올해 먹기 위한 것이고, 씨앗은 농사를 지어 내년에 먹기 위한 것입니다.
비가 인간에게 양식과 씨앗을 주듯, 하느님 말씀은 하느님께서 뜻하시는 바를 이루며, 하느님께서 내리신 사명을 완수합니다. 여기서 하느님 말씀은,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의미하기도 하고,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지난주 재의 수요일 미사 복음에서 우리는 자선, 기도, 단식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어 금요일에는 단식에 대한 말씀을, 어제는 자선에 대한 말씀을 다시 한번 들었는데요, 오늘은 기도에 대한 말씀을 복음에서 듣습니다.
기도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의 정점은, 주님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주님의 기도’라 부르는 까닭은,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이기 때문이며, 주님께서 직접 바치신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선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고 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데, 빈말을 되풀이한다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을 잘 믿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빈말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주님의 기도를 반복해야 하는데요, 이는 달리 말하면, 주님의 기도에는 빈말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우리는 모르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기도 합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기도는 시작합니다. 자신만의 관심사에 고착된 우리의 시선을 들어 높이라고 주님의 기도는 초대합니다. 하느님은, ‘나만의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시며, 당신 생각과 길은 우리 생각과 길 위에 드높이 있으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십니다.
이어지는 세 개의 청원,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시라’는 기도는 모두 같은 청원을 다르게 표현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아버지의 다스리심이 이 땅에 이루어지시라는 뜻이며, 그를 위해 우리는 아버지의 이름이 빛나시도록, 아버지의 다스리심을 받아들이며, 아버지의 뜻을 실행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는 여정에서 우리에게는 네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오늘 일용할 양식’입니다. 광야를 가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가 필요했듯, 오늘이라는 광야 길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도 양식이 필요합니다. 그 양식은 제1독서에서 말씀하신 ‘하느님 말씀’ 그리고 ‘성체’라는 양식입니다. 또한 이 기도는 우리의 음식을 굶주린 이들과 나누라는 명령이기도 합니다.
둘째, 우리는 끊임없이 용서를 필요로 하는데, 그러려면 우리도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해야 합니다.
셋째, 유혹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주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느님 말씀으로 유혹을 물리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악에서 구해달라고 청해야 합니다. 우리는 피조물로서 하느님께 의탁할 뿐 아니라, 교활하고 치밀한 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시기를, 자녀다운 친밀함으로 아버지께 간절히 청해야 합니다.
광야에서 예수님께 패배한 마귀가 온 힘을 다해 우리를 실망과 좌절로 유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희년을 맞아 교회가 기도하듯, 희망은 실망을 이겨냅니다. 하느님의 의로우심이 결국 승리하신다는 사실을 우리는 믿고 있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