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의원 지역구 대구 동구을서 親朴 후보 사무소 개소식 "배신의 정치 심판하고 진실한 사람 선택해달라" 목소리 수도권서도 親劉 지역구에 '표적 물갈이' 노린 인사 배치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親朴)계와 비주류인 친(親)유승민 성향 의원들 간에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9일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새누리당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 홍문종 의원을 비롯해 조원진 원내 수석부대표, 이장우 대변인 등이 대구를 직접 찾았고, 이인제 최고위원과 윤상현 의원은 일정상 참석이 어렵다며 동영상과 축전을 대신 보냈다.
평소에 이렇다 할 친분이 없던 신인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친박계 핵심들이 앞다퉈 얼굴을 내민 것이다. 이재만 전 청장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겠다"며 유 의원과의 정면 대결을 선언한 바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유승민 의원 주변 세력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개소식에 참석한 친박계 인사들은 이 전 청장에 대한 지지와 유 의원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대구 시민이 없으면 (박근혜) 대통령도 없었다. 임기가 2년여 남은 대통령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도와 드려야 하는데 국회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대통령과 일할 사람은 이재만 (후보)이다. 그가 진실한 사람이란 것을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조원진 원내 수석부대표는 "모두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얘기하며 친박이라고 주장하는데 진실한 사람이 누구인지 헷갈린다"며 "제가 가는 곳은 모두 진실한 사람이 있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조 수석부대표는 유승민 의원을 염두에 둔 듯 "박 대통령을 잘 도우라는 대구 시민의 천명을 따르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날 개소식 참석과 관련해 홍 의원은 "이 전 구청장과 전당대회 때문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고 했고, 이장우 대변인은 "2006년 대전 동구청장을 할 때 안 사이"라고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대구까지 내려가 정치 신인의 선거 개소식에 참석한 것은 결국 유권자들에게 '유승민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과 가까운 대구 현역 의원들 대부분이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박계 후보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친유승민'으로 분류되는 류성걸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구갑)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권은희(대구 북구갑) 의원에게는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김상훈(서구) 의원에게는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종진(달성) 의원에게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친박계 후보와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 간 대결이 벌어질 조짐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 정론관에선 친박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유승민 의원 계보로 분류되는 이혜훈 전 의원의 서울 서초갑 총선 출마 선언이 15분 간격으로 있었다. 조 전 수석이 먼저 오후 2시 30분 회견을 예고하자 이 전 의원이 곧장 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하는 등 두 사람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국회의원 아닌 사람이 회견장을 쓰려면 현역 의원의 예약과 소개가 있어야 한다. 조 전 수석은 친박 강석훈 의원이 소개했다. 이 전 의원은 유 의원이 대구에 있었던 관계로 신의진 대변인을 통해 회견장을 제공받았다.
이 전 의원은 "새누리당을 위해 싸울 때 싸웠으며, 대한민국을 위해 대통령에게도 할 말을 했다"고 했고, 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첫 내각 장관과 정무수석 등 당·정·청을 두루 거치며 정권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천에서도 유 의원 측근 민현주(비례대표) 의원과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 간의 일전이 예고돼 있다. 역시 유 의원과 가까운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의 지역구에도 친박을 자처하는 권혁세 전 금감원장이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