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신국, 즉 하나님을 왕으로 모신 국가로 출발하였다. 그들의 왕은 인간 왕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들의 왕이었다. 그러나 백성들은 이웃 나라처럼 인간 왕을 강력하게 구하였다.
“열방과 같이 되고자 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른 민족들과 같지 아니한 바로 그 점이 그들의 특별한 특권과 축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사람을 다른 모든 백성과 분리시켜서 그들을 당신의 특별한 보배로 삼고자 하셨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 높은 영예를 무시하고 이방인의 모본을 따르기를 그처럼 열렬히 갈망하다니!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공언하는 자들 중에는 세상 사람들의 습관과 풍속을 따르고자 갈망하는 자들이 있다. 주님을 떠나갈 때에 그들은 세속적 이익과 명예에 대한 야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 신을 섬기는 자들의 습관을 모방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부조, 607)
백성들이 죽기 살기로 구하면 하나님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을 지정해 준다. 지혜로운 자들은 말씀만 들어도 깨닫고 보통 사람들은 경험해 봐야 알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경험하고도 깨닫지 못한다. 인간 왕을 선택할 경우 거기에 따르는 부수적인 많은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백성들은 막무가내였다.
(삼상 8:19) 백성이 사무엘의 말 듣기를 거절하여 이르되 아니로소이다 우리도 우리 왕이 있어야 하리니 (삼상 8:20) 우리도 다른 나라들 같이 되어 우리의 왕이 우리를 다스리며 우리 앞에 나가서 우리의 싸움을 싸워야 할 것이니이다 하는지라
하나님은 백성들이 원하는 인간 왕으로 맨 처음 베냐민 지파의 기스의 아들 사울을 지목하였다. 그는 마치 왕재(王才)로 태어난 사람처럼 외모가 빛나고 멋있는 젊은이였다.
(삼상 9:2) 기스에게 아들이 있으니 그의 이름은 사울이요 준수한 소년이라 이스라엘 자손 중에 그보다 더 준수한 자가 없고 키는 모든 백성보다 어깨 위만큼 더 컸더라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그는 성장 과정에서 자신을 통제하고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장점과 약점이 있다. 하지만 그 약점을 하나님 안에서 잘 극복하면 하나님이 쓰실만한 도구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울은 후일 이 일에 있어서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처음 부름을 받았을 때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었다.
(삼상 9:21) 사울이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이스라엘 지파의 가장 작은 지파 베냐민 사람이 아니니이까 또 나의 가족은 베냐민 지파 모든 가족 중에 가장 미약하지 아니하니이까 당신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이 말씀하시나이까 하니
왜, 사람들은 처음처럼 그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지 못하는지, 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겸손하고 깨끗하던 마음이 변질하는지, 세월이 가고 해를 더 할수록 더 낮아지고 더 진실해지고 더 세상을 향한 물욕을 걷어 낼 수는 없는지 모르겠다. 처음 부름을 받았을 때는 가슴 떨리고 부름을 입은 자체만으로도 감사했던 사람들이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으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자신이 조금만 낫게 평가되었다고 생각되면 속상해하고, 가져도, 가져도 더 가지려고 하는 노욕이 딱딱한 껍질처럼 마음의 벽을 두껍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이것이야말로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불행이다.
자식을 낳아 처음 가슴에 안았을 때 그 감사함으로 직장에 입사하여 처음 출근하던 그 마음으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처음 단상에서 설교하던 그 심정으로 첫 월급을 받아 그동안 자신을 이끌어 주었던 고마운 분들의 선물을 고르던 그 정성으로 우리는 우리의 매일을 살아갈 수 없을까?
가장 멋지게 시작했지만 가장 비참한 생을 마감하게 될 기스의 아들 사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아려 오는 사울에게서 우린 무엇을 배워야 할까를 고민한다.
하나님 아버지! 처음 부름을 받아서 영남 땅 가장 외진 곳 울진으로 보내심을 받아 떠나던 때를 기억합니다. 매우 서툴고 부족했지만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은 특별했고 매사에 주님께 묻고 또 묻는 겸손한 종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관록이 쌓이면서 하나님 보다는 경험을 하나님의 지혜 보다는 인간의 지혜를 더 신뢰하는 것은 아닐까 이 새벽에 생각합니다. 주님, 다시 우리를 그 첫 자리, 그 처음 시간으로 이끌어 주십시오. 그래서 처음처럼 진실하고 순수하게 주님을 섬길 수 있도록 우리를 새롭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