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아름답고 평화로운 토끼 마을. 어느 날,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동물들이 토끼 마을을 찾아들기 시작한다. 배가 고파서, 긴 장마에 마을이 사라져서, 길마다 올무가 있어서, 이웃 마을에서 싸움을 걸어와서. 각양각색의 이유로 살 곳을 잃은 동물들이 계속해서 모여들자 토끼들은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 우리 마을에서 나가!" 외치고 마는데…… 토끼들과 토끼 마을을 찾아온 동물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
출판사 리뷰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자꾸 나눠 주면 어쩌자는 거야."
_동물 세계에 투영된 우리 모습,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
“똑똑똑.” 평화로운 토끼 마을에 동물들이 하나둘 찾아온다. 토끼들은 여유 있는 미소를 건네며 그들의 필요를 기꺼이 채워 주고 도와준다. 처음엔 그랬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점점 더 많은 동물이 찾아들고 점점 더 많은 것을 나누어야 하자 토끼들의 불만도 점점 커진다. 당근밭에 당근이 자꾸 없어진다고, 옹달샘이 점점 오염되고 있다고, 굴 파는 일을 두더지들이 독차지해 토끼들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고, 멧새의 노래가 아이들 수업을 방해한다고…… 토끼 마을에 퍼진 이상한 소문은 어쩐지 현실보다 더 현실 같다.
내가 손해 보는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손님‘은 ’불청객‘이 되고 환대의 마음은 냉랭하게 식는다. 타인을 향한 편견 어린 시선은 타인과 나 사이에 기어이 금을 긋고야 만다. 『우리 마을에 온 손님』은 토끼들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말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고.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는 낯선 손님임을 기억하자고.
마침내 ’우리‘의 이야기가 된 ’그들‘의 이야기
_세계 시민으로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난민 그림책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처럼 계속되는 전쟁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고향을 등지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 어디 그뿐일까. 2018년에는 예멘 난민들이, 2021년에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줄지어 한국 땅을 밟았다. 이렇듯 난민 문제는 이제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그들’의 일이 아닌, 우리의 피부에 닿는 '우리‘의 일이 되었다.
동시, 동화, 그림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어린이들의 일상과 작은 존재들에 대한 시선을 놓치지 않은 박혜선 작가가 이번에는 난민 문제에 애정 어린 시선을 건넨다. 『우리 마을에 온 손님』은 난민들의 이야기를 삶의 터전을 등지고 토끼 마을의 문을 두드린 다양한 동물들에 빗대어 전한다. 펜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움츠러들고 문을 닫았지만 역설적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연대가 더욱더 중요해진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시민 의식과 인권 감수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박혜선 작가가 난민 문제라는 현실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필연적으로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생각하며 살자고, 주변의 문제들에 눈 감지 말자고 분명하게 알려 준다.
그림책과 그래픽노블을 넘나들며 위로와 공감을 덧칠하는 작가 이수연의 작품 세계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사이를 오가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견고하게 쌓아 올리고 있는 이수연 작가가 눈여겨보는 것은 역설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남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외로움, 아픔, 슬픔 같은 것. 그래서일까. 작가의 붓끝에서 탄생한 동물들 속에서 독자들은 나를, 너를, 우리를 발견하는 가슴 따뜻한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 마을에 온 손님』에서는 예멘 난민들이 밟은 땅 제주도를 모티브로 하여 동물들이 사는 마을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제주도 전통 가옥의 대문인 ’정낭‘의 본래 의미를 재해석하여 토끼와 다른 동물 사이를 경계 짓는 ’울타리‘로 사용하는 등 동물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영리하게 엮었다. 현실 세계로 한 발짝 끌어들인 동물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았던 이들의 얼굴과 이름, 그들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랑 함께 살자. 여기서 함께 놀자.”
_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정한 환대와 온기
토끼들과 다른 동물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웃음소리다.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이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동네를 뛰어다니며 노래한다. "우리랑 함께 살자, 싸움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함께 놀자, 집을 찾을 때까지.” 『우리 마을에 온 손님』은 독자들에게 그 옛날 누군가 따뜻하게 맞아 주어 지금의 토끼 마을이 있는 것처럼,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손님이었고 손님이며 언젠가 손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목소리를 낸다. 목청 높인 강요가 아닌 다정하고 진솔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따뜻한 마음을 품게 해 줄 이야기,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꼭 안아 주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가 책 속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