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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산악회 지력산, 금굴산 1+1 산행 계획에서 지력산 무명봉 개척산행이 포함된 '와우저수지 입구 → 와우저수지 → 암릉 → 지력산 → 지력재 → 뾰족봉 → 해산봉 → 장재미고개 → 194봉 → 218.3봉/무명봉 → 참전복로'의 13km 코스를 7시간 30분 동안 달린 후 '주차장 → 해언사 → 마애여래상 → 금골산 → 고인돌 → 주차장' 금골산 원점회귀 3km 코스를 2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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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산(智力山)
[정의] 전라남도 진도군 지산면에 있는 산.
[개설] 전라남도 진도군 지산면은 크게 지력산지, 급치산지, 삼당산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지력산은 지산면 중심에서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해발 328m로,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경관이 매우 수려하고 계곡이 맑은 산으로 정상에서 보는 서해 일몰이 장관이다.
[명칭 유래] 지력산의 명칭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1895년(고종 32)에 지방 관제 개정으로 이곳에 있는 지력산의 이름을 따서 지산면이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자연환경] 지력산은 지금으로부터 1억 년의 중생대 백악기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높지는 않지만, 정상부의 북서 방향으로 약 328m에서 20m의 암봉들이 연달아 있다. 북쪽으로는 빼족산과 해산봉과 함께 금노 저수지로 빠지는 계곡을 형성하고 있다. 이 계곡은 동서 방향의 단층선으로 이루어진 계곡과 단애로 칠선녀 폭포, 폭포 형태의 선녀탕 등 화강암 산지가 경관을 이루고 있다.
[위치와 교통] 전라남도 진도군 진도읍에서 직선거리로 10㎞ 정도이지만 중간에 석교천과 진도천이 가로지르고 있어 18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진도군 임회면 십일시를 거쳐 인지리를 지나갈 수 있고, 군도로 장구포를 거쳐 지산면 소재지인 인지리에서 가치·가학 방면으로 약 4.5㎞ 가다가 고개를 넘으면 된다. 최근 쉬미방조제가 축조되어 진도의 서쪽 해안을 돌아서 오는 길도 있다. 절대적 위치를 보면 북위 34° 26′ 58″, 동경 126° 9′ 10″에 자리하고 있다.
[현황] 지력산에는 진도군 향토 유적 3호로 지정된 지력산 동백사지가 있다. 동백사지에 대한 창건 및 폐사와 관련한 유래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전해오는 것에 따르면, 고려 초에 창건되었던 지산면 내에서는 가장 큰 절이었으나 한 스님이 산의 지맥을 절단하여 폐사되었다고 한다. 당시 천마가 있는 힘을 다해 비상하려고 박차고 뛰어오르던 바위가 지금의 말발굽바위라 전한다. 그 바위에는 한 개의 깊은 말발굽이 남아 있다. 이는 말발굽바위의 지형이 천마기풍(天馬祈風)이라는 명당인데 천마의 목에 해당하는 곳을 자르게 되어 나타난 일이라고 한다.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금골산(金骨山)
[정의] 전라남도 진도군 군내면 둔전리에 있는 산.
[개설] 금골산은 해발 193m에 불과하지만, 산 전체가 거대한 바위로 우뚝 솟은 기이한 산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마치 조각가가 일일이 예술 작품을 조각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수십 길 절벽에는 층층 바위를 이룬 곳 구멍이 숭숭 뚫린 곳이 있는가 하면 보는 방향에 따라 사람 또는 짐승으로 연상케 하는 기암괴석들이 산 전체를 수놓고 있다. 1498년 무오사화 때 관직을 빼앗기고 진도에 유배되어 온 이주(李胄)는 금골산의 아름다움에 감탄해 「금골산록」이라는 글에서 금골산에 대해 기록했는데, 서거정의 『동문선』에 실려 오늘에 전해오고 있다.
[명칭 유래] 금골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없으나 쇠 금(金)자에 뼈 골(骨)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산 전체가 철분 함량이 높은 화산암과 누런 금빛의 응회암으로 이루어졌고, 뼈처럼 골격미가 드러나 있는 산지 모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자연환경] 중생대 백악기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다. 남사면 쪽으로 깎아지른 급애(cliff)로 산 정상부를 이루고 있고,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다양한 형상의 기암괴석들이 많다. 과거 해수가 산 아래까지 들어왔으며, 단애면에는 다양한 풍화혈인 타포니가 발달하였다. 암괴상태로 노출되어 토양 형성 작용은 극히 미약하며 급애로 인해 산 정상은 식생 피복이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50m 이하의 산록부에 식생이 덮여 있다.
[위치와 교통] 금골산은 녹진에서 4㎞ 지점에 있는 진도군 군내면 둔전리 금골 금성초등학교 뒷산으로, 녹진과 진도읍 사이에 있다. 경·위도의 절대적 위치는 북위 34° 32′ 23″, 동경 126° 17′ 29″에 자리하고 있다. 진도읍에서는 북쪽으로 직선거리 7㎞ 지점에 있으면서 18국도 변에 있다.
[현황] ‘진도의 금수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금골산은 뒤쪽에서 보면 평범한 산이다. 그러나 정면과 옆면에서 바라보면, 보는 위치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이 나타난다. 아주 큰 사람의 얼굴 모습, 커다란 짐승을 연상시키는 모양 등 다양하다. 금골산 정면에는 크고 작은 석굴(타포니)들을 비롯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구멍들이, 그것도 각각 모양과 크기가 다르게 뚫어져 있다. 특히 산 정상 부근과 중간 부근에 파여 있는 커다란 석굴 3개는 산의 신비감을 더해준다. 그 가운데 산 정상 부근 석굴에는 좌우 3.5m 크기의 금골산 마애여래좌상(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10호)이 있다. 이 좌상은 1470년경 새겨진 것으로 보인다. 이 산 아래 위치한 초등학교 교정에는 금골산 5층 석탑(보물 제529호)이 있다. 이 탑은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국보 제9호)을 모방한 백제 양식을 채택하고 있어 학술 가치가 큰 것으로 판단돼 보물로 지정되었다. 금골산 5층 탑은 해언사탑이라고도 하는데, 옛날, 이 탑이 서 있는 곳에 해언사라는 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외 금골산 동쪽에 사리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초록뱀의 해 3월 첫 목요일인 6일은 무박으로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의 1+1 산행인 진도 지력산과 금골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애초 이 산행은 2024년 11월 28일 11월 마지막 주 산행으로 계획된 걸로, 공지가 올라왔을 때 바로 신청했으나, 몇 가지 문제가 있어, 취소했다. 하지만, 그 산행 자체도 우천으로 인솔 대장이 취소했다. 웬만한 비와 눈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인솔 대장과 목요 오지팀 산꾼들이나, 우중 암벽 산행은 너무 위험해 정확하게는 취소가 아니라, 2025년 3월 6일로 연기한 거다. 해서 그 주 목요 오지 산행은 없는 걸로 했다가, 번개 산행으로 영월 배거리산에 가기로 했다가, 산행 당일 그 전날 내린 폭설로 단양 봉명산으로 변경해 다녀왔다[산행기], 참 우여곡절이 많은 산행이다. 어쨌든 날은 흘러, 출발일이 며칠 안 남았다. 애초 이 산행은 공지된 계획에 명기했듯이, 암봉을 기어 오르내리고, 그중 바위 봉우리 하나는 개척이라, '초보 신청 불가'라고 못을 박았다. 당연히 신청자 중 개척 산행에 참여할 산꾼은 ‘하네스’, ‘하강기’, ‘잠근비너’ 등의 안전 장비를 지참하라고도 못을 박았다.
애초 진도의 지력산이나, 금골산은 이 공지를 보고 안 초면의 산으로 암봉이라는 걸 제외하면 굳이 이런 산에 오르기 위해 가장 싫어하는 무박으로 진도까지 다녀와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다. 거기다 비슷한 날 백두대간 조령산 구간 산행이 있어, 이 산행을 취소하고 그 산행을 신청했다가, 배거리산행으로 바뀌는 걸 보고, 조령산행을 취소하고 다시 목요 오지 산행을 신청해, 결국 봉명산을 다녀왔다. 하지만, 지력산이 연기되고 난 후 구글링으로 진도 지력산을 검색해 보고 놀라운 기사를 발견했다. 성사될지는 모르겠지만, 2026년을 목표로 '국방부가 전남 진도군 지력산 정상에 방공 레이더기지 부대를 창설'하려고 시도 중이라는 '예향진도신문'의 기사다. 물론 2022년 기사라 상황으로 봐서는 수면으로 가라앉은 듯하다. 하지만, 언제 부활시킬지 모르는 게 한국의 국방부라, 이번 기회를 놓치면, 미래에는 아예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신조 중 하나가, '기회가 왔을 때 잡아라!'라, 기사를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와중에 사 놓기만 하고,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암벽 장비를 이번에 사용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있다.
지금은 무거워서 안 가져 다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배낭에 늘 넣고 다녀, 설악산과 속리산 등 비탐 암벽 구간 산행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쉽게 쓸 수 있는 장비도 이번에 가져가기로 했다. 물론 1+1 산행이라, 지력산행 후 금골산행이 있으니, 이건 시간 보내기용 산행, 아니 관광 코스에 원점 회귀라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라 당일 상황을 보고 산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무박 산행이라면 기본적으로 아침, 점심 두 끼를 산에서 해결해야 하나, 이번 산행에는 아침은 들머리 부근 해장국집에서, 점심은 지력산 개척 산행 후, 동네 한식 뷔페에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고로 지력산행 후 하산주를 마실 확률이 거의 100%라 금골산행은 장담을 못 한다. 하지만, 끼니를 위해 뭘 가져갈 필요는 없다. 만약 개척 산행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물 한 통만 들고 할 수 있는 무박 산행이다. 고로 준비라고는 암벽 장비 몇 개 외에는 없다. 그리고 낡아서 물이 새고, 언제 바닥이 떨어질지 모르는 등산화를 대신할 새로운 등산화를 테스트하는 산행이다.
산행 계획 공지에서 너무 겁을 줘서 그런지, 목요 오지팀 선두 몇 명도 신청하지 않아, 계속 빈자리가 있었는데, 산행 이틀 전 초면의 신청자가 만석을 채워, 대장 포함 28명이 수요일 심야 진도로 출발한다. 그리고 산행 하루 전 예보를 확인해야 하겠지만, 기상청 중기 예보에 의하면 목요일 지력산은 오전에 흐렸다가, 오후에 개고, 기온은 2℃~7℃ 사이, 바람은 7㎧~9㎧로 약간 강하지만, 날씨 때문에 특별히 준비할 건 없다. 다만,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보면, 조망이 좋은 산이라는 평인데, 구름과 미세먼지 등이 도와줄까? 와중에 산행 대장이 바람이 강하면 암벽은 위험하니, A가 아니라 B로 진행할 거고 남은 시간은 과거 산림청이 선정한 숨은명산인 '여귀산'을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역시 예보를 보고 약간 걱정하고 있던 터라, 일단은 현장에 도착해서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력산 날머리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 여귀산 들머리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고, 여귀산행을 할 수 있으려면, 시간 확보를 위해 지력산을 말 그대로 달려야 하는 상황이라, 현장 도착 후 상황을 보고 판단할 여유가 없다. 고로 바람이 강해 암벽을 탈 수 없는 상황이면, A에서 B로 변할 뿐이지, 여귀산으로 향하기에는 늦다! 고로 여귀산은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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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무박 산행이라, 수면제를 반주로 저녁을 먹은 후 아지트에서 사당으로 출발, 한 시간 전에 기상청 날씨누리로 들어가, 지력산의 특보 상황과 일별 날씨를 확인했다. 발효된 특보는 없고,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는 '좋음'이다. 하지만, 이게 다음날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일별 예보를 보면, 새벽에는 흐리다가, 일출 이후는 종일 맑고, 기온은 3℃~7℃ 사이, 바람은 7㎧~9㎧로 약간 강하게 불어, 체감 온도는 -2℃~3℃ 사이라는 예보로 겨울 복장이라 산행 중에는 약간 더울듯하다. 그리고 집을 나서기 직전 다시 확인한 신청자를 보니, 출발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한 명이 취소해 최종, 인솔 대장 포함 27명이 함께한다. 평소 무박 산행 때는 24시간 영업하는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야 해 양재로 갔으나, 이번에는 비상식을 제외한, 아침, 점심 등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 바로 사당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열차가 시간은 동일 해 미리 싸둔 배낭을 메고, 22시 40분경 집을 나서, 구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사당으로 갔다. 그리고 공영주차장이 아니라, 도로변에 서 있는 버스로 가며 보니, 평소 양재에서 타던 인솔 대장 포함, 많은 산꾼이 사전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버스 옆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해서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타, 역시 친숙한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 자리로 갔다.
먼저 배낭에서, 산행에 불필요한 것들 꺼낸 후 배낭은 선반에 올렸다. 그리고 무박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이동 중 취침이라,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가장 편한 자세로 잠을 청하기 위해, 지난 설악산 무박 산행 때 사용했던 수면 안대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게, 또 잃어버렸다. 거의 1 산행 1 분실이다. 언제는 안대를 쓰고 잔 것도 아니고, 그게 있든 없든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바로 잠이 들었다. 이게 수면제 효과다. 물론 중간중간 비몽사몽이기도 했으나, 잘 잤다. 이후 버스 휴게소로 들어가는 걸 느꼈지만, 늘 그렇듯이 무시하고 계속 자는데,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와 관련한 중요한 얘기가 있으니, 다들 일어나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로 가며 보니, 고인돌휴게소다. 고인? 그럼, 고흥? 고흥이 전남이었나, 전북이었나, 기억을 더듬으며 화장실을 다녀온 후 자리에 앉아 잠을 청했다. 이후 짧은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먼저 지력산행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지력산은 A, B 두 코스로 7시간 30분을 책정한, A 코스는 암벽과 무명봉 개척 산행 포함이고, 6시간의 B는 그게 없는 산행이다. 해서 B 코스를 선택한 산꾼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유용하게 보낼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산행 대장과 선두 조 선배는 바람이 많이 분다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위험한 암벽을 버리고 B 코스를 택했다. 암벽을 기어만 다녔지, 밧줄을 이용한 본격적인 등반은 초보인 내게도 같이 가자고 권했지만, 이번에 제대로 해 보기로 해, 거절했다. 그 팀은 남은 시간 택시를 이용해 '여귀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물론 두 번째인 금굴산행에 정상적으로 함께 하기 위해서는 지력산행에서 최대한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 어쨌든 인솔 대장은 두 코스의 차이에 관해 설명한 후 A 코스를 달릴 산꾼에게 손을 들어보라고 해, 당연히 손을 들었다. 그런데, 내가 중간 정도에 앉아 있어 뒤의 사각은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영역 내에는 나를 제외하고 한 명도 없다. 고로 난 몇 명이나 함께 하는지 모르나, 나눠주는 A 코스만 특별히 만든 지도의 장 수로 봐서는 예닐곱 정도 되는 듯했다. 그리고 식당 또한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만큼 예약은 필수라, 예약을 받았는데, 메뉴는 뼈다귀해장국과 콩나물국밥 둘이다. 물론 나는 콩나물국밥을 선택했다. 그 모든 게 끝나고 다시 취임 상태로 들어가, 4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아침을 먹기로 한 식당에 도착했다. 그리고 각자 예약한 국밥을 40여 분 동안 먹은 후 들머리인 와우저수지 입구로 이동해 5시 15분경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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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에 도착하자마자 B 코스 팀 중 남은 시간 ‘여귀산’에 오르기로 한 산행 대장을 포함 몇 사람은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이들 C 팀은 1+1 산행이 아니라, 1+1+1 산행이다. 결과적으로 지력산행에는 A, B, C 세 팀으로 택시 한 대의 인원인, 여귀산에 오르는 C 팀은 서둘러야 한다. 말 그대로 지력산을 달려야 여귀산에 오르고 금굴산행에 합류할 수 있다. 해서 버스가 들머리에 도착하자마자 산행을 시작했다. 이에 반해 A, B, 특히 B 팀은 여유가 있어, 산행을 바로 시작하지 않고, 버스에서 대기하다, 인솔 대장이 그나마 여명이 밝아올 거로 예상한 시각인 5시 30분경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야 '고맙습니다!' 하고 계속 잠을 청했지만, 경험 많은 산꾼들이 여명은 6시가 넘어야 밝아오니, 바로 시작하자는 여론이 강했다. 주변 정황과 기상청 일출 시각으로 봤을 때, 노련한 산꾼의 주장에 맞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대장도 여론에 몰려, 바로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봐야, 5시 30분에서 5시 25분으로 5분 일찍 출발하는 거지만! 대부분 일행이 식당에서 나와 들머리로 오는 동안, 산행 준비를 끝낸 상태라, 차에서 내리자마자 산행은 가능했고, A, B 팀 산꾼들로 C 팀의 뒤를 따라, 저수지를 향해 갔다.
물론 해야 할 일이 있는 나는 먼저 산길샘의 '기록 시작'을 누른 후 기상청 날씨알리미로 현 위치, 정확히는 진도군 지산면 날씨를 확인했다. 출발 직전 서울에서 확인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후 주변의 이정표가 될 만한 걸 기록으로 남겼으나, 결과물을 보면 뭐가 뭔지 구분조차 안 된다. 그건 여명이 밝아오는 6시 반경까지 그래, 보이는 게 없으니, 찍을 것도 없어, 그동안은 그저 앞만 보고 갔다. 그럼에도 기록을 위해 사진 몇 장 남긴 후 두 앱의 지도로 들머리의 고도를 확인했다. 18.6m~26m로 해발 328m인 지력산과는 302m의 고도차로 생각보다는 올려야 할 높이가 높다. 사실 지력산행은 높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암봉과 암릉, 무명봉 개척이 목표라, 들머리와의 고도차는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들머리에서 늘 하던 일을 할 뿐이다. 그렇게 해야 할 일을 마친 후, 저만큼 앞서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해, 첫 번째 갈림길인 수로 위 난간에 도착한 시간이 5시 29분으로 여기서는 좌회전해서 저수지 댐을 따라 끝까지 가야 한다. 그리고 끝에서 저수지 변으로 난 등산로 아니, 인적을 따라 가면 된다.
문제는 랜턴이 비추는 부분을 제외한 영역은 전혀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라, 어쩌다 선두가 된 C 팀이 갈림길을 놓치고 저수지를 떠나 위로 올라갔다. 다행히 그걸 후미에서 따라오던 인솔 대장이 발견하고, 돌아오라고 외쳤고, 중간에 있던 일행이 어둠 속에서 갈림길을 찾았다. 덕분에 선두가 바뀌어 중간이 선두가 됐고, 앞서가던 C 팀이 후미와 앞서기니 뒤서거니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그런데, 보이는 게 없으니 따로 할 일도 없어 그저 앞만 보고 가는 상황이라, 계속 일행을 추월해 저수지 끝에서 좌회전해 능선을 향할 때쯤에는 선두 조에 속했다. 물론 인적을 따라 능선을 향해 오르기는 하지만, 워낙 오지에 그나마 최근에 산꾼들이 좀 찾기 시작하는 산이라, 인적이랄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인적도 제각각이라, 그것에 의지하기보다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산세와 두 앱의 지도에 의지해 능선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올라, 5시 48분경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을 발견하기도 했다. 다른 산이라면 그게 제대로 가고 있다는 방증이나, 막 개척하기 시작한 오지는 그거나 앞선 산꾼의 트랙만 믿고 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어, 그저 참고만 해야 한다.
그 산악회 리본에서 조금 오르자, 앞을 가로막는 바위다. 나보다 조금 앞서가던 선두 몇은 그걸 우회하는 인적을 찾아 주변을 살피고 있다. 나야 당연히 '이게 웬 떡이냐?'를 외치고 바위로 직진해 네발로 기어올랐다.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 때 암릉을 만나면 그걸 따라 가면 된다고 했던 말이 없었어도, 바위를 우회할 인간이 아니다. 역시다. 대장이 얘기한 대로 바위에 올라서자 이어지는 암릉이다. 당연히 그 암릉을 따라 위로 갔다. 그런데, 끝까지 암릉이 아니라, 중간에 암릉이 끝나면 다시 인적이나, 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찾아야 했다. 첫 번째 암릉에서 어쩌다 보니, 내가 선두가 됐고, 뒤를 목요 오지팀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여성 산꾼이 따라왔다. 그 뒤는 아예 보이지도 않고! 해서 암릉이 끝나고 내가 진행 방향을 찾고 있으면, 뒤에서 따라오던 산꾼이 지도를 확인해 방향을 알려주면, 그 방향에서 길을 찾아 위로 오르는 식으로 갔다. 그 시스템이 의외로 효과가 좋아, 생각보다 빠르게 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덥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바람막이 벗어 배낭에 넣기도 하며 암릉을 즐겼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암봉과 암릉은 곧 전망대다! 그런데,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 저 아래 마을의 불빛만 보여 가끔 아래를 보며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비록 뒤에서 지도를 보며 방향을 알려주기는 하나, 그래도 교차 검사가 필요해 나도 수시로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둘의 차이는 뒤에서 따라오는 산꾼은 앞선 산꾼의 트랙을 보고 가는 거고, 난 등고선을 보고 간다. 해서 뒤의 산꾼에게는 안 보이는 게 내게는 보이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가다 보니, 산경표 지도에 이름은 없으나, 198.0봉이 있어, 일단 그걸 목표로 암릉을 올라, 6시 13분경 도착했다. 아쉽게도 6시가 넘었음에도 여명은 아직이라, 198봉이라고 뭘 기록으로 남길 상황이 아니라, 두 앱의 지도를 캡처하는 것에 만족하고 거기서 내려가자, 울창한 숲이다. 그냥 숲이 아니라 조림한 거다. 고로 지금까지와는 달리 방해물이 거의 없고, 거의 평지나 다름없어 숲 통과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칠흑 같은 어둠 속 숲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깨달은 구간이다. 랜턴에 의지해 전진하다가, 앞을 막는 쓰러진 나무나 잡목이 있으면, 아주 당연히 그걸 피하려고 약간 방향을 틀며 가다 보니, 저 앞에 불빛이 보인다. 응? 반대편에서 산행을 시작한 다른 산악회가 있나? 생각하며 계속 가서 보니, 우리 일행이다. 나도 모르게 숲속에서 한 바퀴 돌아, 반대편으로 가고 있었던 거다. 와중에 뭉쳐서 가던 중간 그룹은 나를 추월했다.
일행을 만난 덕분에 다시 방향을 잡고 가며, 숲에서 헤맨 것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수시로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사실 다른 오지에서는 늘 그렇게 했으나, 이번에는 뒤에서 따라오는 산꾼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바람에 굳이 지도를 자주 볼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그 산꾼이 일이 있어, 뒤로 처지는 바람에 혼자 가다, 길을 잃은 거라, 다시 확인을 시작했다. 암릉이 끝나고 흙길로 앞에 있는 무명봉을 향해 가는데, 길을 찾아 헤매는 C 팀 일부를 만났다. 얼마 전부터 여명이 밝아 와 랜턴이 아니더라도 어슴푸레 주변이 보이기 시작해, 랜턴이 빛을 잃어 길을 찾는 데 더 어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그런데, 인적은 그들의 위치에서 조금 아래에 있어, 그곳으로 가, 인적을 따라갔다. 물론 그들도 따라왔다. 와중에 암릉을 즐기는 동안 아랫배가 살살 아파지기 시작하던 중이라,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을 내려놓고, 으슥한 숲을 들어가, 땅을 파고 볼일을 봤다. 그리고 그걸 파낸 흙으로 잘 묻은 다음 배낭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가시넝쿨을 헤치느라 피를 보고, 쓰러진 나무를 밟았다, 미끄러져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이상이 생긴 듯해 배낭에서 장갑을 꺼내 꼈다. 이후 보온병과 약을 꺼내 먹은 후 배낭을 메고 가며 보니, 앞이나 뒤에 아무도 없다.
이미 날은 밝아, 랜턴도 배낭에 넣은 후고, 그동안 안 보이던 주변의 산세도 뚜렷하게 보여, 대략 어느 능선을 타고 움직여야 하는지 감을 잡았다. 해서 굳이 서두를 이유도 없어, 페이스를 유지하며 유유자적 가, 작은 언덕? 무명봉을 넘어 고개를 향해 내려가는데, 앞에 임도다. 이번 산행에서 임도를 두 번인가 세 번 건넌다고 했는데, 그 첫 번째다. 해서 기록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자, 임도 직전 무인 기상관측소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할 때 기상 관측소에서 직진하라고 했던 거 같다. 해서. 일단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임도로 가서 보니, 임도로 허리가 잘린 능선 아래에 C팀 즉 선두 조가 바닥에 깐 방향 지시가 있고, 그 중턱 나뭇가지에는 산악회 리본도 달려 있다. 그리고 등산 앱의 두 지도에 의하면 여기서 보이는 바로 앞의 봉우리가 지력산이라 즐거운 기분으로 임도를 건너 능선으로 오르자, 지금까지 보지 못한 등산로다. 물론 중간중간 나뭇가지에는 산악회 리본도 있다. 이거로 봐서 대개 다른 산악회는 기상관측소에 산행을 시작하는 듯하다. 어쨌든 약간의 급경사를 오르자, 울창한 숲 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라, 셋이다. 아마 지력산은 삼형제봉쯤 되는 듯하다.
그중 오른쪽 끝의 가장 높은 봉이 지력산이다. 그걸 바라보며 짧은 급경사를 오르자, 짧은 암벽이 길을 막고 누군가 밧줄을 걸어 놓았다. 밧줄 없이 네발로 기어오르면 되나, 그 위의 작은 계곡에서 물이 흘러(즉 작은 폭포다!) 기어갈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밧줄을 잡고 오를 인간도 아니라, 두 발로 올랐다. 두 손을 쓰지 않고 오르려니 약간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며 작은 폭포에 올라서 보니, 대부분 암릉이나 암벽이 그렇듯이 전망대로 남해와 가야 할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물론 고도가 낮아, 좌우나 뒤는 안 보이나, 전면은 잘 보여 파노라마로 남겼다. 파노라마의 중앙에서 약간 왼쪽, 정상이 평지처럼 보이는 가장 높은 봉이 '빼족봉'이고, 그 오른쪽이 지력산 최고의 전망대이자, 암봉 타는 재미가 탁월한 전위봉이다. 그리고 빼족봉 오른쪽 끝이 ‘해산봉’이고, 오늘 개척할 무봉은 앞에 가장 크게 보이는 조금 전에 넘어온 봉우리에 가려 안 보인다. 즉 왼쪽의 봉우리 뒤에서 산행을 시작해, 거의 한 바퀴 돌아가는 산행이다. 가야 할 능선의 실체를 머릿속에 다시 넣은 후 걸음을 재촉하다, 바로 위가 지력산 정상으로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으나, 아니다.
대신 아래 폭포전망대에서는 보이지 않던 반대편 조망처라, 당연히 그 모습도 파노라마로 남겼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희미하게 보이기는 하나, 두 번째 파노라마의 제일 뒤가 암봉과 암릉으로 유명한 동석산이다[산행기]. 비록 정상이라 생각했던 곳이 정상은 아니나, 왼쪽에 진정한 정상이 있어, 역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니, 암릉 끝에 자연석 정상석이다. 일단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자세히 보니, 익숙한 필체다. 목요 오지팀 산꾼들이 정기체라 부르는 필체로, 선두 즉, C팀이 정상석을 만들어 놓고 갔다. 해서 삼각대를 꺼내 인증을 남기려는데, 여기로 오는 인기척이 있어, 일행을 기다렸다가, 막 도착한 산꾼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이후 일행이 서로의 인증을 남기는 걸 방해하지 않게 지켜보다가, 사진 찍는 게 끝난 후 암봉 끝으로 가, 역시 가야 할 능선과 남해의 섬을 파노라마로 찍었다. 이후 정상에서 내려와, 아래에서 본 삼형제 중 중앙 봉우리로 향해, 7시 39분 도착했다. 사실 등산로는 정상을 우회하고 있으나, 이왕 온 거 좌회전해 잡목을 뚫고 올랐다. 그런데, 의외로 나와 같은 산꾼이 다른 산악회에도 있는지, 정상에는 아무런 표지는 없으나, 산악회 빨간 리본이 나뭇가지에 걸려있어, 그걸 표지로 생각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이후 정상을 떠나기 전 그 끝 바위 전망대에서, 여기 도착하기 전 다른 전망대에서 기록으로 남긴 풍경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가까워져 보다 잘 보이는 남해와 섬, 그리고 가야 할 능선을 파노라마로 찍었다. 그리고 세 번째 봉우리로 향해 중앙 봉 정상에서 4분 정도 거리에 도착하니, 왼쪽 나뭇가지에 자필로 쓴 리본이 있어 자세히 보니, 24년 11월 '김희순'이라는 산꾼이 매단 거로, ‘뾰족봉’ 현지에서는 빼족봉으로 부르는 봉으로 가려면 여기서 좌회전하라는 방향 지시다. 해서,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잡목 사이를 뚫고 좌회전했다. 솔직히 난 그 리본을 보기 전에는 우리가 가는 능선에 빼족이든 뾰족이든 그런 봉우리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물론 산악회 코스 소개에는 있으나, 그런 건 주의해서 보지 않는 인간이라, 바로 잊어버린 거다. 그런데, 그 안 좋은 습관은 여전해, 그 리본조차도 제대로 보지 않아, 조금 전 중앙 봉우리에서 본 바로 앞에 있는 뾰족한 봉우리가 빼족봉이라 생각하고 갔다. 다른 건 몰라도 '빼족'이 '뾰족'의 사투리라면, 봉우리의 모습만 놓고 보면 내가 틀린 게 아니다. 멀리서 보면, 빼족봉은 정상이 평평한 대(臺)로 보이고 봉우리 자체도 펑퍼짐하다. 그에 반해 전위봉이나,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는 꼬깔처럼 뾰족하게 생겼다.
무언가 이상해 '빼족'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빼족하다: 끝이 조금 길고 날카롭게 앞으로 밀려 나와 있다'로 사투리가 아니다! '빼족빼족'으로 쓰여 뾰족한 게 하나가 아니라 나란히 여럿 있다는 의미다. 그럼, 맞다! 빼족봉의 정상이 톱날 암릉으로 정확히 '빼족빼족'이다. 고로, 나처럼 빼족을 뾰족의 사투리로 알고 뾰족봉으로 수정해 표기한 산꾼이나 산악회가 있는데, 오류다! 그건 그렇고, 7시 48분 삼형제봉 제일 끝에 있는 봉우리에 도착했다. 이 봉우리 역시 중앙 봉과 같이 등산로는 정상을 우회하지만, 앞의 봉우리처럼 잡목을 헤치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정상에 도착해 보니, 이 봉은 앞선 봉우리와는 달리, 하다못해 산악회 리본도 없다. 다만, 진행 방향으로 바위 전망대가 있어, 그곳으로 가, 보이는 걸 감상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정상을 떠나 등산로로 내려가는데, 후미에서 따라오던 일행을 만났다. 그중 둘은 지력산 정상에서 서로의 인증을 찍어 주던 이전부터 친숙한 산꾼이고, 여성 산꾼 한 명은 과거에 본 기억이 없는 초면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해 과거 기록을 찾아보니, 두 번이 같이 했다. 그런데, 그게 거의 연례행사라, 기억이 안 났던 거다.
어쨌든 그 여성이 내가 내려온 봉우리가 뾰족봉인지 묻는다. 해서 난 잘 모르겠지만, 앞에 보이는 게 뾰족봉이 아닌지 되물었다. 그러자 이구동성으로 뾰족봉은 아직 멀었고, 그 앞에 암봉이 있다고 알려준다. 아니, 그렇게 잘 알면서 왜, 물어본 거야! 그리고 보면 나만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대충 훑어본 후 지도에 코스를 그려보는 정도로 다음 산행을 준비하는데, 다른 산꾼은 본인이 올라야 할 산 또는 코스에 관해 열심히 공부하고 오는 듯하다. 그래서 인지 늘 초면의 산에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난 생소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 물론 대화 상대도 초면인 산에서! 빼족봉에 관해 얘기를 나누며 가는데, 등산로가 큰 바위를 우회하더니, 갑자기 길이 사라졌다. 그러자, 모두 가던 길을 멈추고 핸드폰으로 트랙을 확인한다. 그런데, 주의 깊게 주의를 둘러보니, 조금 전 우회한 바위 앞으로 인적이 있다. 해서 좌회전해 그 인적을 따라갔다. 이게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군데군데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인적은 있다. 해서 그걸 따라가다가, 배낭에서 오렌지를 꺼냈다. 분명 새벽에 콩나물국밥을 아침으로 먹었으나, 중간에 볼일을 봐서 그런지, 어둠 속에서 헤매느라 체력소모가 심해서 그런지, 기상관측소 이후부터 배가 고팠다.
먹을 게 없어 여기까지 왔는데, 출발 전 마누라가 챙겨준 오렌지가 생각나, 그걸로 배를 채우며 가는데, 급경사 암릉이라, 잠깐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 지력산과 그 형제봉을 기록으로 남기며 가쁜 숨을 골랐다. 이후 무명의 암봉 정상을 향해 암릉을 걸어 올라가며 보니, 선두 조, C팀이 바닥에 깐 방향 지시도 보인다. 참 열심인 산꾼들이다. 그리고 8시 정각 암릉 정상에 도착해 뒤로 돌아서니, 지나온 능선과 왼쪽으로는 남해와 섬이 보이는 전망대다. 진행 방향은 울창한 숲이라, 보이는 게 없지만! 해서 당연히 그걸 사진에 담았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해, 8시 4분 이 무명의 암봉 정상에 도착했으나, 정상이라고 알려주는 어떠한 표지도 없어, 등산 앱의 지도를 캡처하는 거로 인증을 남겼다. 산경표 지도에는 272고지로, 조금 전에 올랐던 봉이 아니라, 여기가 지력산 삼형제 중 왼쪽 끝이다. 이제 여기서 좌회전해 빼족봉으로 가면 된다. 무명의 암봉에서 뾰족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고개로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그 고개는 지금까지 몇 개의 봉을 넘어 내려간 고개와는 차원이 다르게 내려간다. 분위기로 봐서 산악회 산행 코스에 있는 지력재가 지금 내려가는 고개를 가리키는 게 아닐까?
내려가는 길목 곳곳에 바위 전망대라, 당연히 위로 올라가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한 바위에 오라, 왼쪽의 지나온 능선과 오른쪽의 가야 할 능선을 한눈에 보고 있으려니, 군에서 왜 지력산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려는지 이해가 됐다. 저 멀리 해산봉 옆이 유일한 출구고 나머지는 지력산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로, 군부대가 아니라 ‘태권V의 비밀 요새’를 만들어도 좋을 듯했다. 이후 고개가 멀지 않아 보이는 곳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아래로 가, 8시 22분 지력재라 생각되는 임도 갈림길에 도착했다. 임도 기점 2.48km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임도 건너에는 능선으로 다시 올라가는 길이 보이고 위에는 산악회 리본이 아래에는 바닥에 돌로 눌러 놓은 방향 지시가 있다. 해서 임도를 건너 방향 지시가 가리키는 방향인 능선으로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생각보다 상태가 좋은 등산로를 따라가며 보니, 오른쪽으로 사유지 철책이 있다. 그런데, 선두가 무엇에 홀렸는지, 거의 100m 단위로 바닥에 방향 지시를 깔았다. 그리고 나도 뭐에 홀렸는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중요한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어쨌든 등산로는 앞에 있는 암봉을 우회하는 듯하나,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는 않는 암봉으로 올라가는 인적도 있다. 당연히 선두의 방향 지시는 우회다. 해서 앞서간 일행은 다 우회한 듯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닌데, 이런 훌륭한 암봉을 우회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우회전해 낙엽 쌓인 급경사 암릉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며 보니, 명확하지는 않으나 희미하게 인적이 있는 게 소수가 내가 오르는 이 코스로 암봉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이 코스는 대단히 위험해 아차 하면 미끄러져 떨어질 암릉이라 정신을 집중하고 올라야 해, 사진을 찍거나 한눈을 팔 수 없었다. 그렇게, 올라 인솔 대장이 얘기한 주상절리에 도착하자, 그나마 큰 위험은 사라져 긴장을 풀 수가 있어, 핸드폰을 꺼내 그걸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위로 올라 그 바위틈으로 들어가 보니, 그 뒤도 역시 주상절리다. 그런데 기대했던 길은 안 보인다. 해서 돌아 나와 위를 보니, 잡목 지대로 그걸 잡고 위로 오를 수 있을 듯해 그렇게 했다. 그렇게 올라서고 보니, 암벽이라 그대로 오를 수 없어, 오른쪽으로 우회해 다시 잡목을 잡고 위로 갔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떨어져도 큰 부상을 당할 위험지대는 아니라,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랐다.
올라선 후 뒤로 오른쪽 낭떠러지로 가 아래를 보니, 아래에서 감상한 돌기둥의 정상이 보여 카메라에 담았다. 이후 거기서 보이는 경치를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정상 직전 약간 평평한 곳에 도착해 가쁜 숨을 고르며 역시 주변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8시 44분 우리 일행 중에는 내가 처음인 듯한 암봉인, 전위봉 정상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정상에는 어떠한 표지도 없다. 하지만 인증은 남겨야 할 듯해, 삼각대를 꺼내려고 하는데, 반대편에서 인기척이 들려 깜짝 놀라 그쪽을 주시했다 내 뒤를 따라 누군지 모를 몇 명이 올라오고 있는 건 알고 있었으나, 반대편에도 올라오는 코스가 있는지는 몰랐다. 그래서 왔던 길로 돌아가지 않고, 암봉을 넘어갈 수 있는 코스가 있다는 걸 확인한 거나 다름없어, 기뻤다. 사실 그렇지 않았다면, 반대편에서 하산 코스를 찾기 위해 시간이 꽤 걸렸을 거다. 아니, 내가 올라온 코스는 희미한 인적만 있을 뿐이나, 내려가면서 보니, 반대편에는 거의 10m 단위로 산악회 리본이라 길을 찾아 헤매는 일은 없다. 어쨌든 인증은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일행이 도착하면 남기기로 하고, 일단 지력산 최고의 전망대에 올랐으니 여기서 보이는 빼족봉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후 1분 정도 지나 반대편에서 친숙한 산꾼이 안면은 있으나, 잘 알지는 못하는 산꾼과 도착해 먼저, 인증을 부탁해 찍어줬다. 그리고 나를 따라 올라오던 일행이 도착하는 기척이 들려, 뒤를 돌아보니, 인솔 대장과 선배다! 그걸 확인하고 내가 인증을 찍어준 산꾼에게 부탁해 내 인증도 남겼으나, 상태가 영이다. 어쨌든 반대편으로 일행이 계속 올라오는 듯해 정상을 그들에게 넘겨주고 우리는 그들이 올라온 코스로 내려가, 8시 54분 역시 빼족봉을 가리키는 방향 지시가 깔린 등산로에 도착해, 우회전해 빼족봉으로 향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빼족봉이 지력산의 중봉으로 지도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으나, 해발 300m에 달한다. 다른 산에 비하면 별거 아닌 거처럼 보이나, 바닷가에서 바로 시작하는 산이라, 제 높이를 그대로 올라야 한다. 우리야 전위봉에서 내려왔으니, 대략 해발 200m 근처에서 올라가는 거라, 100m 정도만 올리면 되나, 그것도 무박 산행과 길도 없는 오지를, 잡목을 뚫고 달린 후라 다들 지쳐 그거 올라가는 것도 힘들다. 와중에 능선도 낙엽 쌓인 급경사라 쉽지 않다. 해서 가끔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뒤로 돌아 조금 전에 올랐던 전위봉과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며 갔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곳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9시 14분에 도착했는데, 정상이 아니다. 정상은 암릉을 따라, 더 가야 한다. 그렇다고 도착한 지점과 정상과 고도차가 큰 게 아니라, 지력산 정상에서 보면 마치 평평한 대(臺)처럼 보인다. 일단 거기서 가야 할 해산봉과 오늘 개척할 무명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기록으로 남겼다. 앞의 암봉이 해산봉 뒤가 개척할 무명봉이다. 이후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암릉 길목 소나무 몇 그루가 있는 곳에 무언가 보여 자세히 보니, 정기체의 빼족봉 명패다. 그런데, 그 명패도 빼족봉이 아니라, 뾰족으로 표기하는 실수를 범했다. 어쨌든 그 명패를 기록으로 남기고, 조금 늦게 도착한 인솔 대장의 도움으로 인증도 남겼다. 이후 동영상을 촬영하며, 물론 내 생각이지만, 왜 이 봉이 빼족봉으로 불리는지 이유를 알 수 있는 톱날 암릉으로 해산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뒤에서 따라오던 선배가 배를 채우고 가자고 부른다. 그렇지 않아도 배가 고팠던 차라 바로 좋다고 답하고, 먼저 가 자리를 잡고 있던 선배의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막걸리, 빨갱이 등을 순대와 딸기를 안주로 마셨다. 그런데, 반도 안 마셨는데, 인솔 대장이 재촉해 자리를 정리하고, 9시 49분경 산행을 계속했다.
아주 당연한 얘기로 톱날 능선을 따라 바다를 향해 가면 갈수록 해산봉은 가까워지고, 보면 볼수록 그 암봉의 모습이 놀랍다. 아래는 어떤지 모르나 보이는 정상 부분은 완벽한 돔이다. 당연히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가, 10시 7분경 빼족봉에서 내려와 고개에 도착해, 뒤로 돌아 빼족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10시 15분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가 동백나무 숲을 지났다고? 동백은 하나도 못 봤는데? 그리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산림생태관리센터'까지 644m만 가면 된다. 그런데, 바로 위가 해산봉인데, 그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어쨌든 동영상을 촬영하며 해산봉으로 올라가는데, 당연히 C팀의 일원으로, 여귀산으로 향했을 거로 생각했던 정기체의 주인공이 정상에서 아래를 보며 길을 알려준다. 그런데, 위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이 있다. 해서 아마 다른 산악회나 개인 또는 동네 주민일 거로 생각하며 주변을 구경하며 올라, 10시 17분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암릉에는 자연석으로 만든 정상석이 3개나 서 있고, 정상에는 아침에 해장국을 먹었던 식당에서 정상 명패를 만들려고 얻었던 스티로폼으로 만든 정상 표지가 서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스티로폼 표지가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그걸 해산봉에서 사용했다. 정상석을 3개나 만든 이유는 C팀과 함께 선두에서 달리기는 했으나, 애초 A 코스를 탈 예정이라, 후미의 A팀을 기다리기에 심심해 주변에서 돌을 주워 만들었다는 거다. 덕분에 정상에 도착한 모두가 그걸 보고 놀랐다. 당연히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정상으로 가, 막 도착한 일행과 스티로폼 정상 표지를 배경으로 서로의 인증을 찍어줬다. 이후 주변을 둘러보니, 하산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한다. 해서 해산봉으로 올라올 때 내려갔던 사람은 우리 일행이다. 즉 반대편에는 길이 없다. 반대편에 있는 무명봉을 개척하려면 해산봉을 넘어야 하는데, 길이 없어, 암벽을 타기로 한 거다. 고로 암벽 장비는 개척하는 암봉을 위해서가 아니라, 해산봉을 넘어가는 데 필요한 거였다. 고로 아래에서 본 이정표는 방향을 90도 틀어야 맞다. 즉, 해산봉 직전 좌로 내려가면 ‘동백나무 숲’, 우는 B팀 날머리인 '산림생태관리센터'로 거기서 버스가 대기 중이다. 그런데, 새벽에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할 때 최근에 방문한 산악회가 암벽 장비 없이 내려갔다고 얘기한 후 그 코스를 찾아보자고 했었다.
할 일도 없고 해서, 먼저, 정상을 넘어 반대편으로 가, 암벽 장비 없이 내려갈 만한 루트가 있는지 찾아봤다. 일단, 오른쪽으로 하나 있는 듯하나, 위험해 보여 왼쪽에서 다른 루트를 찾고 있는데, 대장이 나타나 왼쪽으로 계속 가라고 해서 가보니, 아래가 안 보이는 급경사 숲이 끝나고, 암릉으로 장비 없이 하산할 수 있을 듯해 내려갔다. 그리고 직벽을 바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왼쪽으로 우회하는, 한 사람은 넉넉히 지날 수 있는, 회랑을 발견했다. 문제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뛰어 건너야 하는데, 그게 대단히 위험했다. 해서 대장의 지시로 다시 위로 올라가 역시 왼쪽으로 내려가는 루트가 있는지 찾아봤다. 있긴 있는데. 비좁은 급경사 침니로 아래가 안 보이는 게 그 바닥 직전은 직벽이라는 얘기다. 그럼, 아까 본 회랑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위에서 길을 찾는 동안, 선배의 친구가 거길 건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해서 어떻게 건넜는지 궁금해하며 서둘러 다시 그곳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가서 보니, 사고의 전환이다. 나를 포함 대부분은 건너뛸 생각만 했는데, 그 선배는 거기서 1m 정도 아래 한 사람 정도는 내려설 수 있는 턱이 있는데, 일단 거기로 내러 간 다음에 반대편으로 올라갔다.
그럼, 암벽을 전혀 모르는 어린애도 건널 수 있다. 아, 애는 키가 작아서 안 되나?! 사고의 전환이 이래서 중요하다. 그런데, 역시 뭐에 홀렸는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한 건지, 직벽을 내려오고 나서야, 중요한 위치에서 기록을 안 남겼다는 걸 깨달았다. 비록 늦기는 했으나, 없는 것보다는 나아, 아래에서 위를 보며 카메라에 담았다. 어쨌든 회랑을 발견한 덕에 생각보다 많은 아홉이 암벽을 내려왔다. 현재 시각 10시 45분! 그렇게 내려오기는 했는데, 애초 장비가 필요한 암벽 구간으로 알려진 코스라 그나마 다른 코스에 비해서도 찾는 산꾼이 없는 구간이라, 인적이 들머리에서 기상관측소까지보다 적다. 그런데, 선두에서 잡목을 뚫고 그나마 희미한 인적을 찾아가다 보니, 역시 전문 암벽꾼만 찾았던 코스였는지, 다른 코스라면 리본이 달려있어야 할 곳에 나뭇가지에 매달린 밧줄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처음 그걸 발견했을 때는 긴가민가해 일행에게는 알리지 않고, 밧줄을 주시하며 갔다. 그리고 리본처럼 방향을 바뀌거나, 갈림길로 혼동하기 쉬운 곳에는 꼭 밧줄이 있는 걸 확인하고, 뒤에서 따라오는 모두에게 나무에 묶인 밧줄을 따라가면 된다고 알려줬다.
그렇게 내려가, 11시가 조금 못 된 시각에 임도에 도착했다. 임도를 건너, 앞에 보이는 암봉으로 길을 만들며 가, 정상석이든 명패든 설치하고, 역시 반대편으로 길을 만들며 내려가면 오늘 산행의 목적은 달성한다. 그런데, A팀 산행 마감이 13시, 즉 오후 1시다. 빼족봉에서 너무 유유자적한 덕분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무명봉까지의 거리와 무명봉의 높이만 놓고 보면 충분하지만, 오지다! 아니, 인적이 없다시피 하는 미개척지다. 고로 한 발짝 전진하는데, 몇 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지점에서 임도를 따라 아래로 조금 내려가자, 암봉 방향으로 임도 갈림길이 있어, 거기서 좌회전해 암봉 방향으로 가니, 임도 끝은 꽤 널찍한 밭이다. 그리고 왼쪽에는 암봉으로 향하는 듯한 구 임도가 있다. 물론 지금은 그 임도를 잡목이 차지하고 있어 전진이 더 어려워졌지만! 무명봉 너머의 반대편 상황은 모르겠지만, 현재 앞에 보이는 모습은 2시간이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거로 보인다. 다들 늦었으니, 해산봉 암벽 구간에서 장비 없이 오르내릴 수 있는 루트를 찾은 것에 만족하고 무명봉 개척은 다음을 기약하자는 것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가 고집을 부린다면 도전할 수도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
해발 200m도 안 되어 보이는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 굳이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산행이 무명봉 개척보다는 암봉과 암릉을 즐기고, 사 놓기만 하고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암벽 장비를 사용해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동참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개척해야 할 목표인 암봉과는 무관하다는 걸 산행 중 알게 된 후 개척에는 큰 미련이 없다. 해서 도로로 향하는 임도로 돌아가, 일행과 함께 B팀 날머리로 향했다. B팀 날머리까지 2km가 넘으니 산악회 버스를 불러서 타고 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무명봉 개척을 포기한 덕분에 2시간의 여유가 생겼으니, 그냥 걸어가자는 여론이 우세해 왼쪽으로 남해를 구경하며 걸었다. 그런데, 해변 도로로 접어들어 500여 미터를 내려간 후 앞을 보니, 저 멀리 주차해 있는 빨간 버스다. 고로 2km가 넘는다는 건 그 얘기를 꺼낸 일행의 착오였다. 아마, 무명봉을 넘은 A팀 날머리에서 B팀 날머리까지의 거리를 착각한 듯하다. 어쨌든 걷는 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아, 생각보다 많이 이른 시간인 11시 12분에 산악회 버스가 대기 중인 B팀 날머리인 '산림생태관리센터' 입구에 도착하는 거로 진도 지력산행을 마감했다.
A 팀이 시간에 쫓겨 무명봉 산행을 포기하는 바람에 날머리에 B팀 후미보다 일찍 도착해, 빼족봉에서 반도 먹지 못한 술과 안주를 꺼내 버스 옆 잔디밭에 펼쳤다. 그리고 너나 따질 거 없이, 주변의 일행을 다 불러, 한 잔씩 권하며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대장이 B팀 후미도 다 도착해 예약한 식당으로 이동할 거니 판을 접으란다. 해서 서둘러 주변을 정리하고 버스로 '가마솥 뷔페'로 이동했다. 그런데, 우리가 예약한 시각이 1시 이후인데, 한창 바쁠 때인 11시 40분경 도착하는 바람에 식당이나 우리나 정신이 없다. 동네에 가성비가 좋은 걸로 소문난 식당이라, 계속 손님이 들어오는 중으로, 우리도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아 이슬이를 반주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20여 분이 지나자, 여귀산으로 떠났던 산행 대장 팀도 합류했다. 대단한 산꾼들인 게, 1시에 식당 합류를 하는 걸로 알고 떠났는데, 12시 20분경 식당에 도착했다는 건 택시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12시경 여귀산행을 끝냈다는 거다. 지력산이야 말 그대로 달린 걸 알고 있었으나, 여귀산까지 달렸을 줄은 몰랐다. 그렇게 모든 일행 다시 모여 점심을 먹은 후 식당을 떠나, 두 번째 산행지인 금굴산 주차장으로 향해, 1시 11분 도착했다. 정확한 건 아니나, 식당에서 하산주 겸 반주로 이슬이 세 병은 마신 듯하다.
시간에 쫓겨 처음 계획과는 달리, 무명봉 개척은 다음으로 연기한 '와우저수지 입구 → 와우저수지 → 암릉 → 지력산 → 지력재 → 뾰족봉 → 해산봉 → 장재미고개 → 참전복로'의 12.52km(산길샘) 코스를 5시간 47분 동안 달렸다. 이동 4시간 27분, 휴식 1시간 20분!
오랜만에 마음껏 즐긴 암봉, 암릉 산행으로 이런 산행이라면 무조건 환영한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새벽에 들머리인 ‘와우저수지’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바람에 바로 이어지는 암릉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게 아쉽다. 해서 무박이 아니라, 당일 산행으로 다시 진행한다면 조건 없이 따라나선다.
제대로 된 등산로나, 이정표도 없는 지력산이나, 암릉과 암봉을 좋아하는 산꾼이라면 반드시 올라봐야 하는 산이다. 물론 조망도 탁월하다!
2 – 3
공지된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도착했을 텐데, 개척 산행에 나선 지력산 A팀이 시간에 쫓겨 무명봉 개척을 포기하고, 그에 반해 여귀산을 추가한 C팀은 말 그대로 산을 달린 덕분에 일찍 점심을 먹고 1시 11분 금굴산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주차장에 도착했다. 와중에 나를 포함한 몇 사람은 지력산과 식당에서 좀 과하게 술을 마셔,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어쨌든 지력산행 때의 복장 그대로라, 따로 준비할 것도 없어, 핸드폰만 들고, 버스에 내렸다. 다만, 좀 더울 것 같아 바람막이는 버스에 벗어 놓고 갈지 잠깐 고민하다가, 그래도 추우면 대책이 없지만, 더우면 바람막이를 벗어, 크로스로 매면 되니, 그냥 가기로 했다. 비록 높이 200m가 조금 넘고, 산행 거리라고 3km에 불과지만, 그래도 산행이라, 먼저 기상청 날씨 알리미로 현 위치 즉, 진도군 군내면 날씨를 확인했다.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새벽에 지력산 들머리에서 확인한 것보다 기온만 높아졌을 뿐 다른 건 같다. 이후 주차장과 바로 앞에 보이는 금굴산을 기록으로 남긴 후 위성으로부터 데이터 수신이 끝난 두 앱으로 현 위치의 해발 고도도 확인했다. 14.8m~9m로, 산경표가 더 낮게 나오고, 높이 202.2m인 정상과 고도차는 193.2m로 거의 제 높이만큼 올라가야 한다.
들머리에서 수집해야 할 정보를 확인한 후 벌써 저만큼 앞서가는 일행의 뒤를 시멘트 포장의 임도를 따라 위로 가, 1시 16분 해언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해언사 본존불에게 신고한 후 산행을 시작하겠지만, 심신이 지쳐, 그럴 정신 상태가 아니라,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방향으로 좌회전했다. 그런데, 갈림길을 지나, 위로 올라가면 보니, 미처 생각지 못한 동백꽃이다. 지력산 끝 해산봉 아래에는 동백나무 숲이 있다고 했으나, 거기 갈 상황이 아니어서 못 본 게 아쉬웠는데, 여기서 본다. 당연히 꽃을 사진에 담은 후 위로 올라, 1시 22분 금골산 등산로 갈림길에 도착했다. 금골산까지의 거리는 0.5km다. 그런데 마애여래좌상까지의 거리도 같다. 정상에 암벽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마애여래좌상을 왕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원래 왕복을 싫어하는 인간이나, 산의 규모로 봐서, 왕복에 100여 미터에 불과할 듯해 다녀오기로 했다. 물론 왕복 1km가 넘으면 안 간다는 신조도 그게 마애불이라면 버릴 수 있지만! 그런데, 같은 거리에 있는 '금굴산 동굴'은 뭘까? 어쨌든 직진해 본격적인 금굴산행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급경사 돌길이라 쉽지 않고, 아주 당연히 더워, 결국 바람막이를 벗어, 왼쪽 어깨에 크로스로 맸다.
지력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정상으로 향하며 오른쪽에 있는 암벽을 보니, 마치 곡괭이나 삽으로 퍼낸 듯한 자국이 여기저기다. 암석에 관해 아는 바가 없으니 어떻게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암벽은 아이스크림 수준으로 물러 보여, 내가 삽질에 도전하며 얼마 걸리지 않아 깊을 굴도 팔 수 있을 듯했다. 그 암벽을 지나,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급경사 등산로로 가쁜 숨을 헐떡이며 올라, 1시 29분 쉼터 갈림길에 도착했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3km! 쉼터는 곧 전망대라, 좌회전해 쉼터로 갔다. 역시 예상대로라, 앞에 펼쳐진 전경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분명 주차장에서 확인한 날씨 알리미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는 '좋음'이었는데, 저 멀리는, 무엇이 시야를 방해하는 듯 뿌옇게 보인다. 그럼에도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쉼터에서 나와, 다시 등산로로 들어서 정상으로 가며 보니, 암벽 위에 갑판 전망대로 보이는 게 있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전망대로 갔다. 물론, 등산로에서 벗어나 암릉으로! 그런데 도착해 보니, 전망대가 아니라, 계단이다. 그 계단 정상에는 오늘 처음 같이 술잔을 기울인 선배가 아래를 보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술집 위치에 관해 얘기한다.
금골산행 후에는 하산주 마실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선배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역시 술에 관해서는 내가 하수다! 그건 그렇고, 계단 정상은 평평한 암릉이고, 계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정표가 있어 가까이 가서 보니, 직진은 정상, 우회전해 아래로 내려가면 마애여래좌상이다. 당연히 좌회전해 암벽에 난 급경사 등산로로 아래로 내려가 1시 42분 마애불이 보이는 위치에 도착했다. 그러자, 한발 앞선 인솔 대장이 이 위치가 마애여래좌상이 가장 잘 보이니, 여기서 사진을 찍으라고 권해 그렇게 했다. 그런데, 마애불이 있는 암벽 바로 아래는 그걸 조성할 당시에는 작은 암자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 넓은 평지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 뒤로 돌아 아래를 보니, 해언사라, 그 주변을 잠깐 관찰한 후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 정면에서 여래불에게 신고 후 사진으로도 남겼다. 그리고 인솔 대장과 함께 낭떠러지 끝으로 가, 정상 반대편 바위와 암벽을 구경하고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그렇게 주변의 모든 걸 카메라에 담은 후 갈림길로 돌아가며 보니, 분명 나보다 앞서갔다고 생각했던 선두 조와 일행이 이제야 마애불로 내려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더니, 정상까지 갔다가 마애불 얘기를 듣고 돌아왔단다. 말인즉 이정표를 제대로 보지 않고, 선두 또는 앞만 보고 갔다는 얘기다.
금골산 정상에서 손을 흔드는 일행의 인증을 찍어 주기도 하며, 갈림길로 향해, 1시 49분 암릉에 올라섰다. 그리고 반대편 경치를 감상한 후 좌회전해 바로 앞에 있는 정상을 향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시 50분 정상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은 산 이름에 관해 아무 생각 없었으나, 대리석에 ’ 金骨山 ’이라 흰색으로 쓴 정상석을 보고,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유추해 봤다. 아래에서 본, 아니, 암봉 자체가 구멍이 뻥뻥 뚫린 게 해골과 비슷해서 이 지역에서는 ‘해골산’이라 부른 듯하다. 그리고 그걸 한자로 쓰면서 '금(金)', 한 자를 더 붙인 게 아닐까? 어쨌든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바로 도착한 인솔 대장에게 부탁해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이후 위험하니, 왔던 길로 돌아가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정상을 떠나 반대편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정상을 떠나며 아래를 보니, 조금 아래 독야청청하는 바위가 심상치 않아 보여 그 위로 올라가기로 하고, 암릉을 따라 내려갔다. 정상에서 내려온 후 뒤로 돌아 정상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문제의 그 바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정상에서 내려오는 선배에게 부탁해 내 모습을 남겼다. 와중에 선배의 모습도! 그리고 뒤로 돌아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카메라에 담으며 보니, 암릉에 인솔 대장이라 역시 인증을 부탁했다.
이후 바위에서 내려와, 일행의 뒤를 따라 버스가 대기 중인 주차장으로 가는데, 앞서가던 일행이 멈칫거려 그 앞을 보니, 갈림길이다. 즉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거다. 해서 앞으로 가 갈림길이 향하는 방향을 보니, 우회전은 해언사 뒤, 즉 우리가 올랐던 길로 간다. 그리고 직진은 애초 코스 계획에 있던 길로 보여, 앞서 직진했다. 그리고 유유자적 울창한 숲을 통과하는데, 올라갈 때보다 더 활짝 핀 동백이 있어, 역시 카메라에 담았다. 가끔 뒤로 돌아, 금골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가, 2시 18분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애초 평일이기도 하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우회해 주차장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학교 건물 앞에 생각지도 못한 석탑이 있어, 그 정체가 궁금해 그곳으로 갔다. 처음에는 그저 불교 재단의 학교라 상징적으로 세운 석탑 정도로 생각했는데, 뒤라 글은 안 보이나, 국가 유물 옆에는 같은 규격으로 공통으로 있는 소개문이 있는 게 최소 지방 유적이다. 일단 석탑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앞으로 가, 소개문을 보니, 예상대로 고려시대 5층 석탑으로 보물이다. 이후 주차장의 모습을 찍은 후 그곳으로 향해, 2시 24분 도착해, 산길샘의 '기록 멈춤'을 누르는 거로 산행을 종료했다.
주차장 한쪽에 있는 정자에 앉아, 배낭을 정리한 후 후미가 도착하기만 기다리고 있다가, 멍청히 앉아 있는 게 싫어 핸드폰을 들고, 초등학교 방향으로 가, 금굴산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이후 버스에 타,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화장실로 가, 먼저 세수를 한 후 양멀을 벗어 주머니에 넣고, 다른 방법이 없어 세면대에 발을 올리고 씻었다. 그리고 다시 버스로 돌아와 조금 있으려니, 인솔 대장이 도착하고, 후미가 도착해, 예정보다 1시 30분이 이른 3시경 주차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목요 오지팀 산행 계획대로 '주차장 → 해언사 → 마애여래상 → 금골산 → 고인돌 → 오층석탑 → 주차장'의 4.64km(산길샘) 코스를 1시간 10분 동안 탐방했다. 이동 1시간 5분, 휴식 5분!
낮고 작은 산이나, 한국 속담에 작은 고추가 맵다고, 의외로 암릉 타는 재미와 조망이 탁월한 산이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원거리는 약간 흐릿하게 보였던 게 약간 아쉬웠을 뿐 다른 건 다 만족한 산행이다.
금굴산만을 위해 진도를 찾는 사람도 없겠지만, 이런 산이라면 1+1도 감수할 만하다.
3
버스에 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가, 3시경 출발하는 걸 보고, 잠이 들어 실내등이 들어와 깨어 보니, 올 때와 같은 고인돌휴게소다. 그런데, 이번 휴식은 다른 산행과는 달리 금골산행 후 식당에 들르지 않아, 25분의 시간을 줬다. 해서 급하게 화장실을 다녀온 후 식당으로 가, 오랜만에 휴게소 라면으로 해장을 겸해 배를 채웠다. 이후 버스로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또 실내등이 들어와 깨어보니, 중간 정차지가 멀지 않다. 당연히 죽전이라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보고 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그런데, 인솔 대장이 죽전에서 내릴 분 준비라 하더니 갑자기 말을 끊는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죽전이 아니라 양재란다. 응? 깜짝 놀라, 창밖을 보니, 버스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립외교원 앞으로 내려간다. 해서 서둘러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배낭을 꾸려, 7시 42분 정차한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내렸다.
그런데, 죽전에서 내려야 할 인솔 대장, 사당에서 내려야 할 주당이 같이 내리는 걸 보니, 한잔할 분위기라, 여기서 더 마셨다 가는 집에서 견디기 쉽지 않아, 빠르게 역으로 향해 앞서가던, 인솔 대장과 같이 가게 됐다. 당연히 한잔하자고 하면 거절할 생각이었는데, 대장도 술 생각은 없단다. 해서 왜 여기서 내려는지 물어보니, 죽전 직전에 깜빡 졸아서 그랬다고. 아마 승객 중에 죽전에서 내리는 산꾼이 있었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없어서 벌어진 사고다. 해서 둘이 이번 산행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역으로 향해, 타는 방향이 반대라 역 구내에서 다음 주를 기약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녹번에 버스로 갈아타고, 8시 55분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파란만장한 지력산, 금골산의 1+1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 이번에도 암벽 장비는 배낭에서 꺼내 보지도 못하고 배낭 무게만 무겁게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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