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식품전문기자의 ‘푸드 백신’ ⑥ 속쓰림과 역류성 식도염에 이로운 식품
속 쓰림.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말을 해서는 안되는 괴로운 증상이다. 원인은 오만가지다.
속쓰림 증상을 일으키는 대표 질환으론 위궤양ㆍ십이지장궤양이 꼽힌다.
그러나 궤양까지 가지 않고 단순한 기능성 소화불량이라도 속 쓰림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속이 쓰리면 위염·위궤양으로 자가 진단해 약국에서 제산제 등을 사서 복용한다.
그러나 속이 쓰리다고 해서 무조건 제산제를 복용하는 것은 헛일이 될 수 있다.
담낭질환이나 심근 경색의 전조 증상으로 속이 몹시 쓰린 경우가 의외로 많아서다.
속쓰림은 위암의 증상도 될 수 있다.
최근엔 위ㆍ식도 역류증으로 인해 속쓰림을 경험하는 사람이 증가 추세다. 식생활의 서구화 탓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식도를 거쳐 위로 내려간다. 식도와 위 사이엔 식도 괄약근이란 ‘문’이 있다.
이 문은 밥을 먹거나 트림할 때만 열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식도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약해지는 등 고장 나면 시도때도 없이 문이 열려 위 내용물이 다시
식도로 되돌아간다. 이때 산도(酸度)가 높은 위산이 함께 식도 쪽으로 올라가 식도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이 결과가 바로 역류성 식도염이다.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위산의 역류와 가슴앓이가 가장 흔한 증상이다.
이 병 환자는 ‘쓴 물이 입안에서도 느낄 만큼 목으로 올라온다’,
‘오목가슴 부위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등으로 자신의 증상을 표현한다.
대개는 음식물을 섭취한 후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진다.
때로는 음식을 삼키기 힘들고 삼킬 때 통증이 동반된다.
이런 증상은 맵거나 신 음식, 지방이 많은 음식, 술 등을 섭취했을 때 더욱 심해진다.
몸을 구부리거나 누워도 증상이 악화된다. 그냥 방치하면 식도염ㆍ식도궤양ㆍ협착ㆍ식도선암 등으로 발전 가능하다.
역류된 위산이 식도를 지나 목까지 넘어오면 목이 쉬거나 후두염ㆍ천식ㆍ만성 기침의 원인이 된다.
속쓰림과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을 완화하는데는 단호박ㆍ호박ㆍ당근 등 옐로 푸드가 효과적이다
(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고동희 교수). 이들은 모두 항산화 비타민(유해산소 제거)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위의 점막을 보호한다. 위암 예방 효과도 있다.
영양 손실 없이 섭취하려면 그대로 쪄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호박은 죽으로, 당근은 주스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 방법이다.
당근에 식용유를 넣어 조리하면 지용성 비타민인 베타카로틴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
갈아 마실 때는 강판에 갈고 건더기까지 다 먹는다.
서양에서 샐러드의 재료로 널리 쓰이는 양배추는 위궤양 환자에게 추천된다.
항궤양 성분인 비타민 U가 들어 있어서다. 항궤양성인자라고 불리는 비타민 U는 양배추 외의 다른 채소엔 거의 없다.
그래서 양배추(파래에도 풍부) 비타민으로 통한다. 위궤양이 있으면 양배추즙을 매일 마시는 것이 유익하다.
단 비타민 U는 열에 약하므로 살짝 삶아 먹는 것이 좋다.
양배추를 삶으면 세포벽이 파괴돼 양배추의 유효성분이 삶은 물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따라서 양배추를 삶은 뒤엔 삶은 물과 함께 마신다. 삶은 물이 맛이 없어 먹기가 꺼려지면
그 물로 된장국을 끓이거나 국물을 낼 때 활용하면 된다.
소화가 잘 되는 율무도 위가 약한 사람에게 권할만 한다.
진통ㆍ소염 효과가 있어서 위염ㆍ위궤양ㆍ십이지장궤양 환자가 부담없이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다.
소염 효과가 있어서 위염과 소화성 궤양 환자에게도 이로운 식품이다.
평소 소화력이 좋지 않다면 율무차를 꾸준히 마신다.
감자도 위가 약하거나 위염ㆍ위궤양 등이 있는 사람에게 이롭다.
알기닌이라는 성분이 위벽에 막을 만들어 위를 보호해서다.
또 감자에 든 타닌은 위궤양ㆍ위암의 원인중 하나로 알려진 헬리코박터균을 죽이는 항균작용을 한다.
한방에서도 감자의 소화 촉진ㆍ건위 효과를 인정한다.
요즘 제철을 맞은 밤도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견과류다.
속쓰림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적색육(쇠고기ㆍ돼지고기)이나 붉은 살 생선 대신 흰살 생선과 닭고기를 선택한다.
흰살 생선과 닭고기는 지방이 적은 단백질 식품이어서 위산의 분비를 덜 자극해서다.
또 위에서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속쓰림을 호소하는 사람이 식이섬유를 섭취해야 한다면 김ㆍ미역ㆍ다시마 등 부드러운 수용성 식이섬유를
함유한 해조류를 즐겨 먹는 것이 좋다.
거친 불용성 식이섬유는 궤양 부위에 상처를 줄 수 있는데 반해 해조류의 식이섬유는 위벽을 자극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유가 속쓰림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데는 도움이 된다. 그
러나 오래 마시면 결국 위벽을 자극해 위산이 더 많이 나오도록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손해일 수 있다(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박형석 교수).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가능한한 섭취를 삼가야 하는 음식도 있다.
첫째, 튀김류ㆍ적색육ㆍ아이스크림 등 기름진(지방이 많은) 음식이다.
이런 음식은 위에 오래 머물면서 지속적으로 위산을 분비시킨다.
또 하부 식도 괄약근의 조이는 힘을 약화시켜 위산이 식도쪽으로 넘어오도록 한다.
둘째, 맵고 짜고 질기고 자극적인 음식이다. 예를 들면 고추ㆍ겨자 등이다.
이런 음식은 위벽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셋째, 콜라ㆍ사이다 등 탄산음료다. 이들을 마시면 가스가 생겨 역류가 쉽게 일어난다.
넷째, 박하 등 휘발성 식품과 커피ㆍ초콜렛 등이다. 이들은 위산 분비를 자극하고 식도 괄약근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다섯째, 술과 담배다. 이들은 위 점막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지나치게 어느 음식은 먹어선 안 된다거나 먹으면 탈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문제도 속쓰림 유발 인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면 속쓰림이 완화된다(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
속쓰림이나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생활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
꽉 끼는 옷은 피하고, 음식을 먹고 바로 눕거나 잠자리에 드는 습관도 금물이다.
위ㆍ식도 역류는 식사 뒤에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후 2시간은 지난 뒤에 눕는 것이 원칙이다.
금연ㆍ과식과 불규칙한 식사 자제ㆍ체중 조절도 중요하다.
담배를 피우면 침의 분비가 줄어들어 침에 의해 위산이 중화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과식ㆍ과체중ㆍ비만ㆍ불규칙한 식사는 복부의 압력을 높여 위에 든 음식이 식도 쪽으로 되돌아가는
힘을 강화시킨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베개를 20㎝ 이상 높게 하는 것도 역류 방지에 도움이 된다.
생활습관의 개선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제산제)이나 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낮추는 약(칼슘길항제ㆍ수면제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약물요법의 효과는 아주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