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먹습니다 / 윤이산
감자를 먹습니다. 또록또록 야무지게도 영근 것을 삶아놓으니 해토解土처럼 팍신해, 촉감으로 먹습니다. 서로 관련 있는 것끼리 선으로 연결하듯 내 몸과 맞대어 보고 비교 분석하며 먹습니다. 감자는 배꼽이 여럿이구나, 관찰하며 먹습니다. 그 배꼽이 눈이기도 하구나, 신기해하며 먹습니다. 돌멩이처럼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어쩌면 지구인보다 더 지능이 발달한 외계생명의 머리통일지도 모르겠다, 상상하며 먹습니다. 호미에 쪼일 때마다 눈이 더 많아야겠다고 땅 속에서 캄캄하게 울었을, 길을 찾느라 여럿으로 발달한 눈들을 짚어가며 먹습니다. 용불용설도 감자가 낳은 학설일거라, 억측하며 먹습니다. 나 혼자의 생각이니 다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옹심이 속에 깡다구가 들었다는 건 반죽해 본 손들은 다 알겠지요. 오직 당신을 따르겠다*는 그 일념만으로 안데스 산맥에서 이 식탁까지 달려왔을 감자. 몸값 제대로 못 받고도 이 땅의 허기를 먹여 살린, 감자가 알을 낳고 낳고 또 낳고…… 자꾸 자꾸 알을 낳고…… 가히 낳고복음福音이라 할만한, 감자의 줄기를 당기고 당기고 또 당기고…… 끝까지 당겨보면 열세 남매로 골병 든 바우 엄마, 내 탯줄을 만날 것도 같아 보라 감자 꽃이 슬퍼 보인 건 그 때문이었구나. 쓸쓸에 간 맞추느라 타박타박 떨어지는 눈물을 먹습니다.
* 감자꽃의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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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