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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갇힌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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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아뜨리에,.. 애송시 스크랩 감자를 먹습니다 / 윤이산
동산 추천 0 조회 41 13.04.12 12:5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감자를 먹습니다 / 윤이산 

 

 

감자를 먹습니다.

또록또록 야무지게도 영근 것을 삶아놓으니

해토解土처럼 팍신해, 촉감으로 먹습니다.

서로 관련 있는 것끼리 선으로 연결하듯

내 몸과 맞대어 보고 비교 분석하며 먹습니다.

감자는 배꼽이 여럿이구나, 관찰하며 먹습니다.

그 배꼽이 눈이기도 하구나, 신기해하며 먹습니다.

돌멩이처럼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어쩌면 지구인보다 더 지능이 발달한

외계생명의 머리통일지도 모르겠다, 상상하며 먹습니다.

호미에 쪼일 때마다 눈이 더 많아야겠다고

땅 속에서 캄캄하게 울었을,

길을 찾느라 여럿으로 발달한 눈들을 짚어가며 먹습니다.

용불용설도 감자가 낳은 학설일거라, 억측하며 먹습니다.

나 혼자의 생각이니 다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옹심이 속에 깡다구가 들었다는 건

반죽해 본 손들은 다 알겠지요.

오직 당신을 따르겠다*는 그 일념만으로

안데스 산맥에서 이 식탁까지 달려왔을 감자.

몸값 제대로 못 받고도 이 땅의 허기를 먹여 살린,

감자가 알을 낳고 낳고 또 낳고…… 자꾸 자꾸 알을 낳고……

가히 낳고복음福音이라 할만한, 감자의

줄기를 당기고 당기고 또 당기고…… 끝까지 당겨보면

열세 남매로 골병 든 바우 엄마, 내 탯줄을 만날 것도 같아

보라 감자 꽃이 슬퍼 보인 건 그 때문이었구나.

쓸쓸에 간 맞추느라 타박타박 떨어지는

눈물을 먹습니다.

 

 

* 감자꽃의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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