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
다시 4.3 입니다.
뭇 처녀총각 가슴 환장하게 만드는 이 눈시리고 화사한 봄날이면 어김없이 4.3은, 화사해서 더욱 처연한 제주도 유채꽃과 함께 그렇게 왔다가 가곤 합니다.
얼마전 정부는, '4.3특별법' 상정에 관한 그나마의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미군정 이후 대한민국 정부로서, 4.3항쟁에 대한 최소한의 공식적 시인은 처음있는 일로써 우리는 당연히 이를 환영합니다.
그러나,
정부기관에서 인정한대로만 하더라도 최소 3만 명 가량이 넘는 사상자와 행방불명자가 발생한 이 사건은,
여전히 그 학살명령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학살에 가담한 최소한의 구체적 책임자가 누구인지, 4.3항쟁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규명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더군다나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과도 어긋나게 정부의 공식입장 발표를 아무런 설득력도 없이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상유례가 없는 그 참혹했던 4.3학살을 올해로 55번째 맞이하면서...
전 세계적인 반전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대한 침공과 민간인 학살을 더욱 전면화하고 있는 부시미국에 순종하며, 80%가 넘는 국민들의 '전쟁반대' 여론을 뻔히 알면서도, 한국군 파병을 밀어붙인 '참여' 정부 아래에 사는 이 부끄럽고 수치스런 날에...
4.3항쟁이 가지는 오늘날의 참의미를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2. 4.3항쟁은 왜 일어났던가?
"나는 태평양 미육군 최고사령관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포고한다. 나는 휘하의 전승군은 일본천황과 정부 및 대본영을 대신하여 항복문서의 조항에 따라 오늘 북위 38도선 이남의 지역을 점령한다...
제2조 : 모든 정부, 공공단체 기타 또는 기타의 명예직원과 고용인, 공익사업, 공중위생을 포함한 공공사업에 종사하는 유급, 무급의 직원과 고용인 및 기타 제반 중요한 직업에 종사하는 자는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종래의 직무에 종사하며, 모든 기록과 재산의 보관에 임할 것.
제3조 : 모든 주민은 본인 또는 본인의 권한 하에서 하달된 명령에 즉시 복종하며, 점령군에 대하여 반대행동을 하거나 질서보안을 문란하는 행위를 하는 자는 용서없이 엄벌에 처한다.
... 군정기간 중 영어를 모든 목적에 사용하는 공용어로 한다..."
― 1945년 9월 7일 태평양 미국최고사령관 미국육군대장 더글라스 맥아더
45년 9월 7일, 미국은 조선남쪽 전역에 위와 같은 내용의 포고문을 살포하였고 바로 그 다음날, '해방군' 이라고 생각하여 환영하러 온 조선민중에게 총을 발포하면서 입성(?)하였습니다. 미군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조선총독부의 일장기를 내리고 성조기(태극기가 아니다.) 를 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땅이 자신의 식민지이며(일본이 관할하던 일체의 공장과 토지 등은 미군정의 관할 하에 둔다.), 3년 간에 걸쳐 '미군정'을 실시하겠다는 것, 그리고 '기존의 모든 정당 사회단체 노조를 인정치 않겠다.' 고 선포하였습니다.
아울러 '만약 이를 어길 시 처벌하겠다' 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 36년 간 일제놈들 밑에서 개보다 못한 식민지 노예로 온갖 수모와 굴욕과 착취를 받으며 살아왔던 조선민중은, 휘날리는 성조기 밑에서 또다시 식민지로 살아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남북이 갈라진 채...
전범국인 일본은 독립국으로 대우(?) 받는데, 연합국의 당당한 일원으로 독립을 쟁취한 조선이 왜 미국의 식민지로 그것도 남북이 갈려진 채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전범국 독일은 동 서로 분단되었다.)
미국의 대 조선 정책은 명확했습니다.
조선 전체를 식민지화 하는 것!
이를 통해 조선을 대륙침략을 위한 병참기지요 전초기지로 만드는 것!
바로 이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조선 전체를 식민지화하겠다는 야욕이 이북을 포함한 조선민족 전체의 거센 저항과 세계 각국의 반대로 좌절되자 미국은,
광범위한 조선민중의 지지를 받던 조선민중의 자발적 조직이었던 건국준비위(대표 여운형)와 인민위원회를 비롯하여 모든 진보적 정당과 사회단체를 불법화하였으며 완전한 '통일자주독립국가' 를 염원하는 조신민중의 움직임에 노골적 탄압을 가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조선에 최대한 빨리 자치권을 주자' 는 소련과 중국을 반대하여 '모스크바 삼상회의' 와 '미소공동위원회'를 실질적으로 해태하고 파탄내었으며, 친일파를 척결하고자 했던 전 민족의 염원을 배신하고 '반민특위' 를 해산하게끔 이승만을 사주하였습니다. (왜곡된 관제 반탁시위. 얼마전 3.1절 때 보였던 극우보수세력과 일부 종교집단의 행동을 보라! 부시를 찬양하고 성조기를 높이드는...)
이러한 과정에서 남한 진보세력은 초토화되었으며 더 이상 국제적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미국은, 1948년 5.10일을 기점으로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통한 단독정부 수립' 를 획책하게 된다.
남한단독정부 수립! 그리고 이를 위한 남한만의 단독선거!
1948년 제주도 4.3 항쟁은, 미국의 이러한 조선 식민지분단 책동에 반대하여 '통일된 자주독립국가' 를 성취하고자 했던 조선민중 전체 투쟁의 연속선 상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3. 4.3 항쟁이 남긴 것
4.3항쟁을 되돌아 보자는 것은 단순히 그 불굴의 '투쟁정신을 배우자' 는데만 있지 않습니다.
3만이 넘는 제주도민들이 무참히 죽임을 당하면서 요구했던 것은 대체 무엇인지,
우리가 현재에 해명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또다시 참혹한 학살이, 억울한 죽음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하여 우리가 이 시대에 요구하며 투쟁해 가야할 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하는 데에 4.3항쟁을 되돌아 보는 참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1) 4.3항쟁을 보는 올바른 관점
① 48년 4월은 미군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미군정' 시기였다는 점.
② 따라서 학살의 최고최종 책임자는, 당연히 '미군' 즉 '미국' 이라는 것.
③ 4.3항쟁은 이를 전후한 전민족적 '통일자주독립국가' 건설투쟁 흐름의 연속선 상에서 폭발한 투쟁이라 것.
④ 따라서, 아직도 '통일자주독립국가' 건설 이라는 제주도민들의 염원은 실현되 지 않았다는 것
2) 4.3항쟁에 대해 우리가 요구하고 투쟁해 가야 할 지점
① 학살의 최고 책임자 미국에 대한 올바른 해명 그리고 사죄
② 미국의 지시에 부화뇌동한 당시 정치.군의 핵심 관련자 규명 및 처벌
③ 현 정부는 위 두가지에 대해 시급히 조사.해명하고 미국에게 요구하며,
4.3항쟁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미루지 말고 조속히 내놓을 것
④ 4.3항쟁의 의미를 올곧게 세우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
4. 마무리
제주도에 가면 마을이 집단적으로 제사를 모시는 것을 흔히 발견하게 됩니다.
미군의 지시를 받은 '토벌대' 들이 무고한 제주도민들을 '빨갱이' 로 몰아붙여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마을 전체를 집단학살하였기 때문입니다.
마을 전체에 불을 지르고 도망나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대창으로 쑤셔죽이고, '총알이 아깝다' 고 폭포에서 떨어뜨려 죽이며, 한 마을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생매장하며, '총의 성능을 시험' 하기 위해 한줄로 세워놓고 총알을 쏘아서 총알이 몇 명을 뚫었는지를 확인하고...
이렇게 인간으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잔인무도한 살육의 결과로 집단제사가 있게 된 것입니다.
제주도에선 국회의원이 여전히 '무소속' 이나 그도 아니면 '야당' 이 압도적으로 당선되며, 여전히 제주도 사람들은 육지 사람들에 대해 '기피증' 이 있다는 걸 아시는가요?
자신들을 살육한 '육지'에서 온 '토벌대' 가 얼마나 징그럽고 끔찍했으면, 정부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뼈속깊이 사무쳤으면 그러하겠습니까...
3만에 달하는 일가친척과 친구와 이웃들이 떼거지로 도륙당하고.. 이 사실을 그리고 '우리는 빨갱이가 아니었다' 고 입이라도 뻥긋하면 쥐도 모르게 어디로 끌려가는 몇 십년을 살아오면서...
제도 정치권에 대한, 육지사람에 대한 오만 정이 떨어진 결과인 것에 다름아닙니다.
'귀신잡는 해병대' 란 말을 들어 보셨겠지요?
미국에게 '국군통수권'을 상납(?!)한 이승만은 목숨을 걸어서라도 북에 침투할 막강부대를 창설하고자 했으니.. 목숨을 걸어야 할 이 살벌한 부대에 누가 자원하겠습니까..
'반도의 섬' 으로 낙인찍힌 제주도민은, 실력이 있다해도 공무원을 비롯한 각종의 자리에서 배제되었으니... '너희들이 해병대에 자원해서 혁혁한 공로를 세운다면 좋은 자리에 갈 수 있게 하겠다' 는 이승만 정권의 공갈과 협박 그리고 회유를 통해.. 그 유명한 '귀신잡는다' 는 해병대 1기는, 더 이상 아무런 미래가 없던 '제주도 청년' 들로 채워지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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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4.3이 돌아왔습니다...
서양의 어느 시인이 얘기했다는 잔인한 4월은 근처에도 못 갈, 서양인들은 상상도 못하게 훨씬 더 잔인했던 바로 그 4.3항쟁이 또다시 돌아왔습니다.
조선민중의 '반외세반봉건'의 거세찬 요구를 대표했던 '갑오농민전쟁' 이후 줄곧...
그리고 이제는 '통일' 이라는 과제가 또하나 추가되어서...
'통일된 자주독립국가' 에 살고자 하는 우리민족 우리민중의 염원 앞에, 언제나처럼 4.3항쟁은 이제, 올해로 55번째로 다가왔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이라크 민중들을 학살하고 있고...
정부는 여전히 미국 편을 들어 힘없는 민중들을 학살하는 침략전쟁에 우리 젊은이를 보내려 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정부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 되어야 4.3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을 표명하겠다' 고 합니다...
죽어간 제주도민들은, 살아남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 동포들이여! 우리가 왜 죽어야 했나요?
우리가 언제면 빨갱이 폭도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동포들이여!
언제면 우리가 폭도가 아니라 애국민중으로,
'4.3 난' 이 아니라 '4.3민중항쟁'으로 불리울까요?
아! 언제면 '통일된 자주독립국가' 가 이루어질까요?
언제면... 대체 언제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