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 '화해 급물살'을 타던 걸그룹 카라가 다시 '와해 상태'에 봉착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카라 멤버 중 한승연, 니콜, 강지영 등 3명은 14일 "소속사로부터 정당한 수익금을 받지 못했다"며 전속계약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카라 3인은 소장을 통해 "이호연 DSP미디어 대표가 지난해 3월경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지금껏 11개월 동안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받지 못해 왔다"며 전속계약해지 사유가 충분하다고 강조한 뒤 "지난해 1~6월 '루팡'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멤버 1인에게 돌아간 수익은 86만원, 월평균 14만원에 불과했다"는 속사정을 밝혔다.
또한 이들은 "허리 골절상을 입은 한승연이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도 무리하게 활동을 계속 시켰고 일본 소속사와의 계약사항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일본어를 할 수 있는 매니저를 고용하지 않아 현지에서 무단 방치됐었다"는 주장을 폈다.
◆1월 27일 카라 3인-소속사, 5인조 활동 합의 = 한승연 등 카라 3인이 지난달 19일 소속사 DSP미디어에 전속계약해지 입장을 담은 통보 서한(내용증명)을 발송하며 촉발된 '카라 사태'는 지난달 말 카라 3인방의 후견인을 자처한 조현길 에이치 플러스 대표와 DSP미디어 관계자, 멤버들 부모가 함께 한 자리에서 "카라 5인의 활동을 유지하며 일본 측과 선 체결한 계약을 성실히 이행한다"는 데 합의함으로써 일단락 되는 듯 했다.
지난 3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할 당시만해도 이들의 화해는 기정 사실로 보였다. 기자들과 팬들 앞에서 "카라의 해체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5인조로 활동하겠다"는 공언을 수차례 했던 카라는 현지에서 진행된 우라카라 촬영장에서도 시종 즐거운 분위기와 변함없는 팀워크를 연출,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일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앞으로도 5명의 멤버들이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던 카라는 계획했던 일본 드라마 촬영을 모두 마치고 지난 10일 박규리를 시작으로 13일 나머지 멤버들이 일제히 귀국함으로써 애니메이션 프로모션, 뮤직비디오 촬영 등 국내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이중 애니메이션 홍보차 10일 단독 귀국했던 박규리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곧바로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애니메이션 '알파 앤 오메가' 언론배급시사회를 위해 홀로 귀국했던 박규리는 최근 공식 활동을 재개한 소속팀 카라에 대해 "멤버간 불화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히며 이번 사태가 멤버간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강조, 팬들을 안심시켰다.
◆2월 13일 카라, 쫓기듯 입국…일본서 무슨 일이? = 그러나 1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카라 5인의 표정은 출국 당시와는 전혀 판이한 모습이었다. 불화설을 무색케 할 정도로 발랄한 모습을 선보였던 지난 3일의 모습과는 달리 이날 김포공항에 도착한 카라는 마치 쫓기듯 입국장을 빠져나가며 몰려드는 취재진을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이와중에 구하라가 일부 취재진과 부딪히는 돌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별다른 부상은 없었지만 뭔가 다급해 보이는 이들의 모습에서 향후 행보에 대한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예감은 적중했다. 일본에서의 스케줄 진행과는 별도로 카라 3인이 소속사 DSP미디어와의 법적 소송을 진행할 뜻을 내비친 것.
공교롭게도 이들이 법원에 소송장을 제출한 14일은 카라 5인이 3월 중 발매될 일본에서의 새 싱글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날이다. 카라 3인은 한쪽에서는 소속팀의 공식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소속사와의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지난달 말 마라톤 협상 끝에 겨우 화해무드를 조성했던 카라 3인과 소속사 DSP미디어 양측은 2주 만에 또다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을 걷게 됐다.
◆2주 만에 다시 냉랭…팬들 우롱? = 이번 소송 제기로 소속사 DSP미디어 측 역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들은 카라 3인의 갑작스러운 전속계약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을 예상하지 못한 듯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내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일단 DSP미디어는 카라 3인 측의 소송에 대해 맞소송 의사는 밝히지 않았으나 이들의 주장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
DSP미디어는 14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소송과 관계 없이 카라와 관련된 향후 일정들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수익금 배분 등의 주장은 사실을 크게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한 뒤 "현재까지 발생한 모든 수익금은 계약에 따라 지급해 왔다. 이는 소송과정에서 명확히 확인될 것"이라고 밝히며 법적 대응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별탈 없이 일본 스케줄을 소화하던 카라 3인 측이 귀국 즉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다들 놀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카라 사태가 잘 해결되는가 싶었는데 정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카라는 15일까지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무리 지은 뒤 16일부터 순차적으로 일본에 건너가 드라마 '우라카라' 촬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강지영은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16일 출국할 계획이며 나머지 박규리, 구하라, 한승연, 정니콜 등 4명은 17일 일본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
한 연예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출국 직전까지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눈 것처럼 보였던 양측이 사실 저마다의 주판알을 튕기고 있었던 셈"이라며 "일본에 가서 다시 이견차가 불거지자 곧바로 소송을 제기한 것만 보아도 소속사와 카라 3인 사이에 생긴 감정의 골은 상상 이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일본에 가서도 새로운 광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일 양자간 법적 소송으로 팀 활동에 지장이 초래될 경우 위약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며 "이들의 활동이 일본과 주로 연계돼 있는 만큼 부디 보다 넓은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