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_저랑_커피_한잔_하실래요?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그런 낭만이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보이면 먼저 말을 걸며 “저랑 차 한잔 어떠세요?”라는 멘트를 조심스럽게 건넸습니다. “당신 마음에 듭니다.” “당신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네요”라는 직접적인 말보다는 ‘차 한잔’이라는 관계적 도구를 끌어들인 것입니다.
교회에서 목회자가 성도들을 만날 때 대부분 성도 다수와 목회자 한 사람의 비율로 만나게 됩니다. 소그룹을 하여도 이 비율을 벗어나기는 힘듭니다. 목회자와 성도들 모두 이러한 행태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성도 편에서 편리한(?) 점은 다수에 가려진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과 생각을 목회자에게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고, 목회자에게 유리한 점은 제한된 시간에 다수의 성도들과 부담을 갖지 않으면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점은 둘 모두에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깊은 관계적 언어를 나눌 수 없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많은 교회에서 심방이 시작됩니다. 저희 교회도 준비하는 중입니다. 작은 교회지만 해야 할 일에 있어서는 동일합니다. 성도들의 각 가정을 심방하고, 삶의 정황과 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목회자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요즘 교인들은 자신의 집을 열어 목회자를 청하는 분들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사실 맞벌이 부부나 육아를 해야 하는 가정, 가족들 중 혼자만 출석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자신의 집을 열어 목회자를 청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해되는 여러 이유들이 있기에 말을 줄입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점점 더 갈급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싶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거나, 억눌린 환경과 마음의 상태를 해결하고 싶은 이들은 더 많습니다.
여러 교회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애쓰는 듯합니다. 다방면의 많은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사람의 문제는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하고, 그 사람과 하나님과의 만남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교회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한 성도와 한 성도의 만남도 있지만, 한 성도와 한 목회자의 만남도 있습니다. 하나님께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로 목회자를 부르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목회자가 어떻게 인생의 모든 문제를 풀어 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삶의 문제뿐 아니라 신앙의 문제도 자신이 살아가며 그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목회자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과 신앙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일입니다. 설교는 목회자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선포하는 시간이라면, 심방은 목회자가 더 가르치기보다는 성도의 말을 경청하며 삶의 공명을 듣는 시간입니다. 잘 듣기만 하여도 많은 문제가 해소됩니다.
올가을에는 우리 교회 성도들과 예배당에서 일대일로 만나 제가 내린 커피를 함께 마실 계획입니다. 신앙과 삶에 대한 개인적인 담소를 나누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려 합니다. 작은 교회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대심방’이니, ‘가을 심방’이니 하는 교회 용어를 배제하고, ‘언제 저랑,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고 성도들에게 먼저 요청을 드려봅니다. 물론 부담스러워 거절하시는 분도 있으시겠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는 언제든 만날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저랑, 커피 한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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