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골수성 급성 백혈병) 투병 구백아흔세(993) 번째 날 편지, 2 (음식, 건강) - 2023년 5월 27일 토요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2023년 5월 27일 토요일이란다.
실내·외에서 마스크 없이 오랜만에 맞는 가정의 달에 황금연휴 기간 놓치고 있던 나와 가족의 건강 상태를 챙겨보는데, 연령대별로 ‘슬기로운 건강 체크리스트’ 4가지를 마련했다네.
상황에 따라 개인차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인생에서 20대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인생을 설계하는 시기, 30대는 직장 내 방황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가닥을 잡는 시기, 40대는 설정된 방향에 맞추어 개인의 능력을 폭발하는 시기라네.
각각의 나잇대에서 우리 몸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 기간에 지키는 건강이 결국 노년의 질병을 결정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데, 각 시기의 직장인들은 어떻게 건강을 챙기는 것이 좋을까?
20대 청년은 대개 건강에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이때는 우리 몸의 최고 전성기로, 뇌를 포함한 몸의 구조는 청소년기에 거의 완성되지만, 신체적 기능은 약 20~24세에 최고의 기능을 발휘해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질병을 걱정할 필요는 거의 없는데, 물론 아무리 건강한 몸이라고 해도 흡연은 백해무익이고, 지나친 과로와 음주, 비만에 대한 경각심은 필요하다네.
30세가 넘었다면, 혈압을 재보도록 하자.
이 시기는 고혈압이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고혈압은 일반인들의 상식과 달리 아무 증상이 없어 두통이 있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이 있는데 절대 착각이라네.
평소에 혈압을 재지 않으면, 고혈압 여부를 알 길이 없는데, 고혈압은 공식 가이드라인에서 전자 혈압계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고, 요즘은 스마트워치의 발달로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미래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네.
40세가 넘었다면, 1년에 한 번 당화혈색소(HbA1c)와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cholesterol)을 측정하라.
당뇨 진단에는 당화혈색소가 혈당 측정보다 훨씬 편리한데, 이 검사는 금식도 필요 없고, 당화혈색소가 6.0%를 넘는다면, 당뇨 위험군이고, 6.5%를 넘는다면, 당뇨로 진단되며,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일반인 기준으로 160㎎/dL을 넘는다면, 고지혈증으로 진단된다네.
40세부터는 우리나라에서 호발하는 암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을 추천하고, 흡연자라면 1년에 한 번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를 시행해야 한다네. 간암, 자궁암, 난소암 등의 확인을 위한 초음파 검사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편이어서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간단한 X선 외에 불필요한 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과잉검사는 방사선이나 조영제 등으로 득보다 해가 많다는 보고가 많은데, 보험 저수가 정책의 풍선 효과로 우리나라 건강검진 의료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상업화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네.
환자가 원하면 어떤 검사든 할 수 있는 이런 환경에서 너무 이른 나이에 많은 검진을 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건강검진보다 훨씬 중요한 건, 건강생활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과 실천적 행동이라네.
상투적이지만, ▶적당한 운동 ▶적절한 체중관리 ▶금연 ▶절주(필요하면 금주) ▶꼭 필요한 약 먹기, 영양제는 대개 불필요 등 딱 다섯 가지만 언급하는데, 이것만 잘 지켜도 우리 장기와 면역시스템이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네.
적당한 운동과 적절한 체중관리라는 애매한 표현을 쓴 이유는 당사자의 나이·직업·신체능력·가정환경 등등에 따라 너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을 스스로 잘 판단하라는 의미로, 요가, 피트니스 등 운동도 많이 유행하고 있는데, 모든 개인이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거나 과격한 경우도 많다네.
이로 인해 혈관 박리 등이 발생해서 엉뚱하게 젊은 나이에 뇌졸중이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고, 지나친 운동으로 뇌졸중이 생기는 상황을 상상이나 했을까?
뭐든 과유불급으로, 영양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너무 상업화되어 있어 과잉섭취가 오히려 문제가 되는데, 외래 클리닉에서 뇌졸중 환자들과 상담을 할 때, 약물이 많다며 영양제를 먹기 위해 필수 약물을 중단해 달라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네.
수많은 의학 지식으로 무장한 의사입장에서는 ‘어이 상실’의 현장으로, 의사들이 앞장서서 영양제 사업을 하고, 유튜브에 나와 광고를 하는 통에 정작 중요한 의학지식이 뒷전에 밀려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본인이 환자라면, 자신에게 필요한 약을 잊지 않고, 잘 먹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아무튼, 오늘 오후 편지 여기서 마치니,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녕히…….
2023년 5월 27일 토요일 오후에 혈액암 투병 중인 아빠가
핸드폰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연주곡] The Sounds of Silence-Band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