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평범한 일상 속 작은 조각이 꿈에서 들었던 음성과 맞물려지는 특별한 싸인에 정신이 번쩍들기까지도 저는 여전히 사랑의 언어를 입에 담지 못하였나이다 수도 없이 기도하고 선포하는 마음으로 외쳐왔건만 삶이란 현장 속으로 투입되는 즉시 언제그랬냐는 듯 툭툭 내뱉는 말투와 싫은 소리에 쏘아붙이는 나란 존재가 펄펄 살아있었사오니 나 자신을 제어하기가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오늘도 절망감의 안개에 휩싸여 있었나이다
진실로 치유하시는 능력의 손길 없이 약한 자의 의지만으론 자아 죽음이 불가능하단 뼈아픈 사실을 여실히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는데.. 나란 존재는 보혈의 항아리 속에 꼭꼭 숨어버린 채 오직 깨끗케 하시는 유일한 분의 기운만을 흡수하면서 죽은 듯 파묻혀 있는 동안에라야 살리는 영의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싱그럽게 소생할 수 있겠사오니 그 활기찬 생기 속에서 사람답게 신부답게 순수한 모습을 갈아입고서 희망찬 기지개를 켤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원하나이다
죄의 사슬로 얽히었던 머릿속에 천사를 통하여 선물을 주시었으니 곧 삼위일체의 빛이요 불이요 바람이어라 그러나 그 신비의 황홀함을 누리기 이전에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반드시 넘어서야만 하기에 보혈로 속죄함 받는 구속의 은총을 갈구하는 심령 어루만져 주소서 깜짝스레 예고도 없이 전도서 말씀으로 오아시스를 만난 듯 확실한 기쁨 안겨주시며 쌓아놓았던 감동들을 매듭지어 주시니 황송한 마음과 놀라움을 표현할 길 없나이다
은밀하게 임하여 주소서 소리없이 임하여 주실지라도 보혈의 은총을 이미 음미했기에 소생하고 있는 영혼의 감각만으로 님의 방문을 신속히 알아차릴 수 있사오리니 캐캐묵은 죄성의 혹이 끈질기게 달랑거릴지라도 나의 존재를 하늘이 주목하고 계심을 인지하던 때로부터 주께서 설계하신 경륜의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나이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 같으나 보혈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뜨거운 이미지가 머릿속을 채우는 순간 신선한 박하향을 감지하며 어리둥절한 눈을 두리번거리었사오니 무릎을 꿇은 기도를 들어주소서
특별한 이날의 은총을 메모장에 기념하면서 주와 나의 사랑의 교제가 뚫리었음을 믿었사오니 화관 닮은 명랑한 옷을 곱게 차려입고서 반겨맞아주시는 천국 꽃길의 열린 문으로 발을 내딛는 아름다운 그림 속 주인공 되게 하소서 "너의 믿음대로 될지어다" 진실한 주의 살아있는 말씀처럼 제 앞에 투명하나 현실보다 더 확실한 빛의 찬란한 세계 속으로 감격의 물방울이 둥둥 떠오르듯 간절한 마음을 셀 수 없이 올려드리고 있나이다
두번 다시는 뒤돌아볼 필요도 없이 그 이름의 세계 속으로 달려가듯 날아가듯 춤과 하나되어 올라가겠사오니 님의 눈빛에 빨려들어갈 듯 시선을 맞추고 사모하는 마음 다하여 나아갈 때에 '내 영혼의 속살에까지 님의 햇살 비치어들었네 뼛 속 골수 속 세포 속이 다 즐거운 찬양 드리리로다' 흥얼거리는 나의 생각과 마음과 호흡 받으사 응답의 기쁨 얻게 하소서
나를 고집스레 주장하던 미운털 박힌 옛자아를 한점 미련없이 십자가에 못 박고서 날마다 죽는 훈련장에 풍덩 빠져들겠사오니 내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셨던 창조주의 손길로 빚어주신 새로운 아침을 속히 맞이하여 부활의 빛들 속으로 한걸음씩 인도하소서 믿음과 사랑과 신뢰의 입맞춤을 위하여 신부의 옷 팔랑거리며 다가갈 마음 부풀어 선물같이 주어진 오늘이란 발판을 딛고 뜨거운 가슴으로 일어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