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Dunkirk (2017)
A Film By. 크리스토퍼 놀란
<덩케르크>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구명보트>또는 존 포드의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와는 반대의 지점에서 사건에 집중하며 관객에게 융화 되는 경험을 제공해줍니다. 놀란은 이 거대한 역사적 시공간에서 현미경 대신 망원경을 선택해 꼼꼼히 점검하듯 전진합니다. 혼돈과 경계에 대한 밀도 없이 오로지 '그 자체'를 카메라에 담았기에 스크린에 밀접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기도하죠. 무엇보다 <덩케르크>의 프레임 구성은 감정과 이동 대신 심리와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에 놀란의 가장 일관 된 리듬이 플롯에 전파 됩니다. 확실히 놀란은 <인터스텔라>를 기점으로 자신의 미학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 인지 됩니다. 그동안 혼란을 쥐고 흔들었다면, <인터스텔라> 부터는 혼란을 스스로 고찰해보고싶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지점이 파악 되기 때문인데요. 확실히 저는 놀란이 <다크나이트>과 <인셉션>을 연이어 내놓던 2000년대 후반의 흐름보다, <인터스텔라>부터 이어지는 흐름들에 더 흥미를 갖게 됩니다. 그만큼 저는 놀란의 관찰력보다 호기심에 더 매혹 되는 것 같습니다. <덩케르크>는 색다른 관점으로/색다른 각도로 접근한 전쟁영화가 아닌 '그 자체'로서의 전쟁영화입니다. 올해 가장 시네마틱한 작품들中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엘르>
Elle (2016)
A Film By. 폴 버호벤
아마도 '대중'들에겐 <원초적 본능> <할로우맨> 등으로 잘 알려져있을 버호벤의 신작 <엘르>는 굉장히 불쾌하면서도 통쾌한 야누스 같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작년 TIFF에서도 관람했고, 올해 국내 개봉으로 다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이 영화는 버호벤의 쇼트와 대사들이 내내 불편한 진실을 거시적으로 내비칩니다.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스스로 파악하고 억누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삶은 또 하나의 탐닉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시퀀스 구성도 서늘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이자벨 위페르가 분한 '미셸'은 그 자체로 딜레마적 인물이라 서스펜스와 미스테리의 그늘 아래 제대로 압도되기도 합니다. 그녀가 '악(惡)'을 꿰뚫는 여정은 윤리적 이면의 추악함을 들춰내 구원의 본질에 대해 내포하기 때문이죠. 알프레드 히치콕의 향수도 간간히 나는 <엘르>는 올해 가장 심리적 내면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프랑스 최고의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명연과 만나는 <엘르>. 아직 못보신분이 계시다면 추천드립니다.
<네루다>
Neruda (2016)
A Film By. 파블로 라라인
올해 가장 역동적인 작품中 하나인 <네루다>는 굉장히 매력적인 플롯을 지닌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각본의 탄탄함이 몸소 느껴질 정도의 내러티브와 유려한 카메라 워킹이 시너지를 이루며 인물의 다양한 측면을 비춰주면서 질주하는 영화입니다. 작년 <재키>로 (국내관개들에게) 인상적인 작품을 보여줬던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네루다>에서 인물의 사상과 관점을 들여다보며 상상과 현실을 조합해 독특한 플롯을 구성해 나가면서, 네루다 시인의 '삶' 그 자체로서의 모습보다는 형식에 기대어 조립하며 독특한 시각으로서 영화의 만듦새를 가져갔습니다. 이 영화의 카메라 워킹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아마 한 인물을 그리는 영화로서 자전적 이야기의 관습에 박혀있지 않고, 배경을 플롯의 핵심으로 삼으며 시인이 추구했던 철학에 집중하는 영화처럼 보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올해 한국에 개봉한 외국어 영화中 단연 인상적이었던 <네루다>는 기회가 되면 다시 스크린에서 보고싶습니다.
<토니 에드만>
Toni Erdman (2016)
A Film By. 마렌 아데
작년 영화계에 큰 찬사를 받으며 올해 드디어 한국으로 입성한 <토니 에드만>입니다. 이 영화의 시그널은 묵직하면서도 뭉클합니다. "가족이란 누가 안 본다면 내다버리고 싶은 존재이다"라는 서늘한 문구 앞에 관객들 역시 숨죽이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그 자체로서의 무게감도 더해져 올해 가장 섬뜩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카메라가 따라다니는 '이네스'의 일상은 표면적으로는 정적이지만 속도는 탄식과 냉소를 담아내고있습니다. 과연 이네스와 '빈프리트'가 결국 서로를 인정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쇼트 조차 없죠. 아데의 통찰력은 극이 마지막에 도달해갈수록 빛을 발합니다. 사회를 관통하는 화두들인 세대간의 갈등과 관계성 역시 중점적으로 다루어져 각각의 장면들마다 함축적인 메타포들과 대사 역시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를 본 후 2장 정도의 리뷰를 적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관람한 후 이번엔 다른 관점의 리뷰를 한번 적어보고싶을 정도로 저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컨택트>
Arrival (2016)
A Film By. 드니 빌뇌브
드니 빌뇌브의 멋진 SF 수작 <컨택트>는 저에게 올해 상반기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과학적 접근으로 문명을 파헤치고 소통을 통해 목적성을 탐구하는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야심찬 SF '시(詩)'처럼 느껴지기도합니다. 과연 이방세계의 능력을 공유했을때 비로소 성찰을 통해 개혁이 이루어질수 있을지 그 보편적인듯,보편적이지 않은 묵시록적 주제가 영화의 러닝타임을 담담하게 이끌어가고있죠. 그리고 카메라는 종종 겸허하게 수용하는 인물들의 표정들을 담아내며 관객들을 기발함과 혁신적 테마에만 몰입되게하고있지도 않습니다. 현실적 무고함을 그저 처연하게 바라보고있을뿐이죠. 이렇듯 올해 단연 최고의 SF라고 보장 드릴 수 있는 <컨택트>는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등의 작품세계를 보여 온 드니 빌뇌브의 또 다른 신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할 것 입니다.
<퍼스널 쇼퍼>
Personal Shopper (2016)
A Film By. 올리비에 아싸야스
올해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퍼스널 쇼퍼>입니다. 아싸야스의 신작 <퍼스널 쇼퍼>는 모순적으로 작용하며 고독과 환멸 속 일탈의 장소를 제공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영화의 서스펜스는 정말 대단합니다. 정체 모를 누군가에게 계속 귀기서린 연락들이 오고, 극중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분한 '모린'의 감정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죠. 특히 여기서의 모린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착취를 상징하고있기도 합니다. '퍼스널 쇼퍼'는 고객들에게 가장 적합한,알맞는 상품과 물건을 추천해주고 인도해주는 직업입니다. 동시에 가장 소외 돼 있는 직업이기도하죠. 그런 직업을 갖고있는 모린은 내내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해내며 '대리'의 삶을 보냅니다. 그리고 한 인간이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자신도 인지하지 못할정도로 얼마나 고착 돼 가는가에 대한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있죠. 이 영화는 개봉후 적잖은 호불호가 갈렸었지만 저는 <퍼스널 쇼퍼>가 현재까지 좋았던 작품들中 하나라고 말하고싶네요.
<옥자>
OKJA (2017)
A Film By. 봉준호
인간과 동물. 자연과 문명. 언어와 소통. 역사와 미래 등 봉준호만의 유토피아 세계와 디스토피아 세계가 결합 된 영화적 운동은 수평.수직적으로 전진하면서 미학적 풍부함과 더불어 활동사진적 쾌락에 젖게 됩니다. 그리고 미자가 옥자를 찾으러 떠나는 모험은 그 자체로 인류사(또는 세계사)의 한 과정을 답습하듯한 체험의 느낌도 받을 수 있었네요. 대한민국 강원도에서 서울, 그리고 미국 뉴욕으로 가는 이미지들은 흘러갈수록 팔레트가 알록달록해지지만, 내제 돼 있는 탄식과 연민을 보노라면 역설적으로 어두운 텍스쳐를 감지하게 됩니다. 3개의 집단이 이루는 카오스는 역동적이지만 구성적으로는 고식적이죠. 아닌게 아니라 <옥자>의 시퀀스별 배합 돼 있는 쇼트들은 모순과 이중성을 동반하고있습니다. 그러면서 미자가 옥자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과 모험은 그 자체로 그 흐름들을 트래킹 숏도 포함해서 지켜보고있습니다. 아마도 현재까지 올해 가장 시네마틱한 체험을 제공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의 세계관은 계속해서 변하고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가 사회의 최소단위인 한 '개인'(국민)에서 출발했다면, <살인의 추억>은 시대, <괴물>은 국가, <마더>는 공동체, <설국열차>는 인류, 그리고 <옥자>는 '세계'를 대상으로서 봉준호 영화세계 1부의 정점을 찍었다는 포인트가 느껴지기도합니다. 다음 작품 <기생충>이 본인도 얘기했듯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 얼른 봉준호 영화세계 2부 그 시작을 함께하고싶네요.
<옥자>
★★★★☆
인간과 동물,자연과 문명,언어와 소통,역사와 미래. 봉준호 영화세계 1부의 정점
<퍼스널 쇼퍼>
★★★★☆
착취의 상징으로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컨택트>
★★★★☆
시선은 혁신과 경이가 아닌, 무고함을 바라보는 처연함
<토니 에드만>
★★★★
과연 관계를 해결해주는건 시간의 문제일까?(에 대한 아데의 의문)
<네루다>
★★★★
삶, 그 자체에 담긴 본능적 운율의 시(詩)
<엘르>
★★★★
악(惡)을 파고드는 윤리적 여정의 '파고'
<덩케르크>
★★★★
현미경 대신 망원경으로 '그 자체'를 고찰하는 생생한 파토스
<문라이트>
★★★★
그 숨결, 그 공기, 그 감정 그리고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카메라
<사일런스>
★★★☆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따뜻한 조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케네스 로너건의 각본은 책으로 읽어도 소장가치 충분하다고 장담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
씁슬한 그림자
<로건>
★★★☆
올해의 슈퍼 히어로
P.S
제임스 맨골드는 <나잇&데이>에서 너무 저평가 받았었다고 생각한다
첫댓글 와 거의 뭐 평론가 수준이네요.. 토니 에드만 진짜 최고..
봤는데 뭔가 새로운 영화 스타일같음... ㅋㅋ 근데 시간가는줄 모르고봄
덩케르크 개쩌는거 같음
감독이 놀란이면 무조건 믿고 봄 ㅋㅋㅋ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듯ㅋㅋㅋ 덩케르크도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ㅋㅋㅋㅋㅋㅋ오 저도 취향비슷
ㅇ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