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꼬! 친구, 내는 그런거 없다. 다 필요 없다. 마 귀찮다, 가라."
김선생은 미소 싸인을 보내며 내려 갔다.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할머니 옆에 앉아 보았다.
어르신은 요.가만히 계시지를 않아 치매 병동 선생님들이 가장 모시기 힘들어 하는 분이세요.옆에서 말벗도 되어 드리면서 시중 들어 주시면 좋겠어요. 김선생의 당부를 떠올리며 할머니를 바라 보았다. 어느새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 걸어 가신다. 옆구리에 손을 넣어 부축했더니
"와이카노, 필요없다. 따라 오지 마라. 저기로 쭉 가면 대밭이 있다. 그으만 지나면 우리 집인데...."
"집이 어디신데요?"
"뭐라카노, 안들린다. 마 시끄럽다, 말 시키지 마라. 다 필요없다. 친구 그런 게 어딨노, 니 돈 있나? 아니면, 내한테 뭐줄꺼 있나? 없제 . 다 필요없다."
앞만 보며 느리게 걸으신다.할머니가 앉으려는 의자에 딴 할머니가 동작 빠르게 앉았다.
"와이라노, 니는 저리 가서 앉아라."
"이게 미쳤나, 저기 가서 앉아라. 와 시비고 여 의자가 다 니꺼가!"
두 분의 언쟁이 커질까 걱정이 되었는데 할머니가 양보하신다.두 시간 반을 할머니를 따라 휴게실과 복도를 오가며 알게 되었다.큰 소리로 싸울 기운도,열정도 사그러진 버려지고 잊혀진 자신의 존재를 당신들도 알고 계시는 거다.하루 종일 아니 앞으로 내내, 같은 말만 또하고 또 하실 것 같은 할머니와 또 다른 할머니, 차라리 이 분들은 그나마 무언가를 희망하고 계시는 거였다. 무표정한 침묵으로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시는 그 얼굴들은 요양원이 우리 시대의 고려장이라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그 어떤 감상도 할머니 말씀을 빌려 표현하자면 -필요없다. 외로운 할머니 한 분과 그저 시간을 보내며 다치시지 않게 도와드리면 된다.당신을 한 순간만이라도 미소 짓게 할 수 있으면 되는 거다.
매주 수요일마다 오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동문서답하시던 할머니, 복도와 화장실, 이 방 저 방을 함께 다니며 결국은 친구로 받아주신 외로운 당신은, 나의 부처님이십니다.
첫댓글 치매 병동 어르신을 부처님으로 모시는 마음이 정말 감동적입니다.쉽지않으실텐데 기회되시면 뜻깊은 글,기다리겠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_()()()_
() 합장합니다.
콧등이 시큰합니다. 눈이 흐려지네요. 80노모가 산소 호흡기달고 노인병원에 계신지가 만 2년이거든요. 죽음은 하나도 거부감 없는데 저런 모습이 두렵습니다. _()_
어느 연속극 대사처럼 어쩌면 좋아군요 어쩌면 좋을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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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 그러나, 아름다운 일입니다. 합장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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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관세음보살_()()()_
나무아미타불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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