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jKK9N0BPqdo?si=vIm3VvT1vS7TqlGF
말러의 교향곡 제9번은 1909년 여름, 작곡에 착수하여 1910년에 완성하였다. 이 곡은 성악을 사용하지 않고 순기악곡으로 만들었다. 구성은 전통적인 4악장으로 돌아왔는데 1악장과 4악장을 느리게 하여 기존의 형식에 변화를 주었다. 기법적으로는 선적인 대위법을 사용하였고, 화성법을 확대하여 새로운 화음감을 만들어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조성감이 확대되었다.
말러는 이 곡을 작곡할 무렵, 건강이 악화되어 죽음까지도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인가, 이 곡은 풍부하고 복잡한 구성의 초반부에서 절망과 슬픔을 떨쳐버리려는 듯 시원하게 나아간다. 그러나 2악장은 세속적이며 열렬한 다양한 춤곡을 배치함으로써 1악장과의 분명한 대비를 만들어내고 있다. 3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유머러스한 부를레스케를 배치함으로써 말러 특유의 활달함이 격렬하게 요동친다. 마지막 아다지오는 진심을 담은 위로와 고뇌를 표현하는악장으로 만들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깊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처럼 아주 조용히 사라지듯 마감한다. 마치 죽음을 예감한 것처럼.
말러는 이 곡을 작곡하기 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던 시기다. 늦게 결혼하여 얻은 첫 딸 마리가 성홍열로 죽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아내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자신은 심장병 증세가 악화되어 일상생활이 여의치 못할 때였다. 게다가 정신적인 충격과 무료한 일상을 견디지 못한 아내는 청년 건축가 그로피우스를 만나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 참으로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일에 매달리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던 말러는 1908년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로 데뷔무대를 마치고, 6월에 피서를 떠나 티롤 지방의 토블라흐의 알트슐더바흐에 머물면서 이 곡에 본격적으로 매달린다. 이후 1909년 프라하에서 교향곡 제7번의 초연 지휘를 빼고는 다시 토블라흐로 돌아와 작곡을 계속하였고, 미진한 작품을 들고 슬로바키아로 가서 친구와 함께 지내며 마저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1910년 4월 1일 최종적으로 수정보완을 거쳐 완성하였다.
말러는 교향곡 제9번의 시작과 완성에 이르는 기간 동안 소용돌이치는 삶의 후반부를 지날 때였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 그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는 이 곡을 쓰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악보에 휘갈겨 썼다. “오 아름다움이여, 사랑이여, 이제 안녕!” 그는 죽음을 예감했던 것인가! 그는 다음해인 1911년 5월 이 험난한 삶의 대장정을 마무리 한다.
이 작품에는 그가 느낀 전부가 함축되어 있다. 그것은 사랑, 자연, 그리고 생과 죽음까지를 포함한 삶의 대장정인 것이며, 그래서 이 곡은 말러의 전부를 정리한 회상록인 셈이다. 초연은 1921년 6월 26일 브루노 발터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니에 의해서 연주되었다. 말러의 제자이기도 한 브루노 발터는 초연을 마치고, 제9번 교향곡의 제목은 ‘이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1st Andante comodo
제1악장은 확대된 소나타 형식이다. 호른과 하프, 저음현 등으로 리듬을 제시한 짧은 서주 다음 제2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제시한다. 목관이 이 주제를 받아 변형된 형태로 연주하면 곡은 어두운 d단조로 변하여 제2주제가 이어진다. 다시 D장조로 바뀌면 이제 제2주제를 중심으로 대위법적으로 펼쳐진다. 이어지는 제3주제는 바이올린과 목관으로 나타난다. 발전부에 들어가서는 팀파니와 호른이 리듬을 새기는 가운데, 격렬하고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곡은 호른이 팡파르처럼 취주하고 관악기의 화음 속에 반음계적으로 빠르게 하강하면, 제시되었던 주제들을 변형시키면서 폭넓은 대위법을 구사하는 가운데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곡은 다시 표정을 바꾸어 고요해지면서 서주의 동기에 의한 베이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펫으로 f단조의 새로운 장송행진곡풍으로 이어져 어두운 분위기를 만든다. 재현부에 해당하는 제3부는 제시부의 음형으로 재현시켜 나간다. 그러다가 갑자기 속도를 늦추어 각 악기의 연주를 통하여 주제를 회상하는 부분으로 들어가고, 호른이 연주된 다음 독주 바이올린의 조용한 연주 속에 현악기들이 고요하게 플랫절렛으로 악장을 마친다.
2nd Im Tempo eines gemächlichen Ländlers
제2악장은 <느릿한 렌틀러풍의 템포로> 그리고 <걸음을 걷듯이, 그리고 극히 거칠게>라고 지시되어 있다. 곡은 3가지 렌틀러풍이며 4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바순과 비올라로 짧은 서주가 있고 제2바이올린이 렌틀러의 주요선율을 피들(옛 바이올린)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계속 바순과 비올라가 대위법으로 얽히고 이 선율은 여러 가지 악기로 묘사된다. 이어 제2렌틀러의 선율이 제1바이올린에 의해 왈츠풍으로 나타나는데, 론도 형식을 취한다. 제3렌틀러는 호른과 바이올린에 의해 느리게 나타나는데, 이때 제1렌틀러의 선율이 대위법으로 얽혀 있다. 제2부로 이어지면, 제1, 제2, 제3렌틀러를 다루는데, 특히 제2렌틀러를 중심으로 아주 다양하게 많은 변화를 주면서 전개시킨다. 제4부는 이 악장의 첫머리를 재현시키고 제1렌틀러를 회상한 다음 제3렌틀러도 약간 모습을 보인 뒤 코다로 이어지고, 저음현의 지속음 속에 제1렌틀러가 회상되는 가운데 조용하게 악장을 마친다.
3rd Rondo-Burleske. Allegro assai. Sehr trotzig
제3악장은 론도 부를레스케 알레그로 아사이다. 그리고 독일어로 <매우 반항적인>으로 지시되어 있다. 먼저 주제의 단편에 의한 짧은 서주 다음, 제1바이올린이 주제를 연주한다. 경과 부분을 지나면 론도 주제가 새로운 대위법을 동반하여 나타나는데 이것은 여러 가지 악기로 되풀이되어 론도 주제로 접속된다. 이어 푸게타가 이어지는데, 트럼본의 제1주제에 대해 클라리넷은 제2주제를 연주하면서 이중푸게타가 시작되고, 이 재료는 론도 주제를 소재로 한다. 계속 이 푸게타가 정점을 만든 다음, 교향곡 제3번의 1악장의 ‘판’의 주제가 호른으로 돌연 나타난다. 이어서 f단조의 이중푸게타로 이어지는데, 이는 마지막 4악장을 예상하듯, 갑자기 어둡게 표현된다. 이윽고 론도 주제의 재현에 이어 코다에 이르면 행진곡풍으로 바쁘게 연주되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곡은 빠른 프레스토로 바뀌면서 활기차게 악장을 마친다.
4th Adagio. Sehr Langsam und noch zurückhaltend
제4악장은 아다지오 론도 형식이다. 교향곡 제3번의 마지막 악장을 아다지오로 한 것처럼 이 마지막 교향곡에서도 끝 악장을 아다지오로 했다. 먼저 제3악장의 푸게타 주제에서 이끌어낸 느리고 폭넓은 2마디의 바이올린 움직임이 있고, 론도 주제가 꿈결처럼 아늑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제1부 주제가 바이올린의 높은 음에서 편안하게 이어진다. 다시 론도 주제가 현으로 되돌아오고, 변주되면서 주제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은 전작인 <대지의 노래>의 마지막 악장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며, 곡은 다시 론도 주제를 자유롭게 환상풍으로 전개한다. 그리고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조용한 코다가 이어지는데,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제4번곡의 선율이 마지막에 인용되어 나타나는 가운데, 조용히 사라지듯 전곡을 마친다.
https://youtu.be/KFl2SPq4JNc?si=26MtC475NNyesFUN
글쓴이 : 베토벤(인문학으로 듣는 클래식음악감상실 베토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