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당국자 “도·감청 단서 없어…미국 ‘동맹에 큰 누 범했다’ 곤혹스러워해”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문건에 포함된 한국 포탄 운송 일정표로 보이는 문서. 연합뉴스
미국의 한국 국가안보실에 대한 도청 의혹과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현지시간)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판단한 바에 의하면 미국이 우리에게 도·감청을 했다고 확정할만한 단서가 없다“고 밝혔다.
고위 당국자는 이날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현재까지 (미국의) 악의적인 행동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도청 의혹과 관련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악의적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미국이 안 한 것 같다는 뜻”이라며 “의도와 달리 보도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도청이 없었다는 의미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도청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도청) 포함해서 모든 종류의 (정보) 활동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가 보기에 불편한 행동을 악의적이라고 한다면 그게 드러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한국 정부 자체적 판단인지 미국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결과인지를 묻자 “미국은 조사가 끝난 뒤 확실히 설명할 것이고, 우리는 지금도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어떤 것도 확정해서 미국의 행동이라고 드러난 게 없다”고 말했다.
이번 기밀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한 미국측 반응과 관련해선 “제가 만난 (미측) 상대방은 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굉장히 곤혹스러워하고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최선을 다해 중간중간에 공유하겠다고 했고, 동맹으로서 자기들이 큰 누를 범한 것 같은데 오해가 없길 바란다는 성의 있는 말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측 반응에 어떻게 대답했느냐고 묻자 “조사가 끝나야 서로 평가하고 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일단 미국측의 입장 표명에) 고맙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곤혹스러워하는 것이 도·감청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실관계를 떠나 동맹이 훼손될 수 있는 여러 오해가 난무하고, 정상회담 성공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우리 대통령을 모시겠다고 국빈 초청했는데 한국에서 왈가왈부하는 분위기가 있으니 미국은 그게 곤혹스럽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미 수사당국이 주방위군 소속 군인이 기밀문건 유출 혐의로 체포되면서 한·미 정부의 ‘문서 위조설’이 설득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한미관계와 관련한 분량이 많지 않지만,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많고 시간상으로도 꽤 흘러 현재 한미관계와 관계 없는 주제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문서 위조 여부에 대해선 “많은 부분은 시간이 걸려서 미국이 알아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이버안보 협력 강화를 다짐하는 별도의 문건이 발표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북핵 의제와 관련해선 “한미 국민의 피부에 와닿을 총합적인 한미확장억제력의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