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출세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어리숙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루 아침에 신지식인으로 뜬 영화계의 심형래라고 할까. 심형래의 영화는 관객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기에 쉽게 들통이 났지만 안철수의 V3는 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평가하기 어렵기에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환상적인 지위를 누려 올 수 있었다.
안철수의 출세는 한국형 부조리의 거의 모든 경우를 보여준다. 중3 수준의 코딩 능력이 천재로 둔갑하고, 관급(官納) 없이는 생존이 불투명한 기업이 선도적 벤처기업으로 평가돼 시장을 독점하고, 혁신성과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대학교수가 되고, 세계 시장 진출이 거의 불가능한 기업에 펀드를 몰아줘서 기업은 가치가 없어도 기업가는 막대한 돈을 벌고, 비전문가가 전문가보다 더 전문가 대접을 받는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모두 보여 준 게 안철수 현상이다.
만일 미국에서 V3 수준의 컴퓨터 백신을 만들었으면 벤처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언론에서 사회를 선도하는 구루(guru)로 센세이셔널 하게 띄워줄 수 있었을까. 이렇게 질문 해 보면 안철수 현상의 진실은 아주 자명하다.
중학생 수준의 코딩 능력으로 만든 백신 프로그램이 석학의 평가를 받는다면, 고등학생 형제가 만든 '소리바다'는 신(good)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소리바다는 냅스터가 될 수 있었고, 벅스뮤직의 원류고, 애플 뮤직의 초기 모델이었다. 소리바다는 당시에 불어닥친 저작권법 사냥에 당하고, 언론이 외면하여 오랜 동안 세상에서 유배됐다. 다행히 최근 뉴스를 보니 이제야 약간의 보상을 받는 것 같다. 만일 소리바다를 만든 고등학생 형제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그 형제는 지금쯤 저커버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적인 부자가 되고 이름을 날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안철수가 벤처 기업인 흉내를 내도 좋고, 돈을 많이 벌어도 좋고, 정치인으로 출세해도 좋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안철수의 자유다. 그러나, 정말 문제는 안철수를 교수로 채용한 카이스트와 서울대의 판단력이다. 매스미디어가 안철수를 아이돌 스타처럼 띄운 건 IT기술에 대한 무지로 돌릴 수 있지만 그를 교수로 모신 대학은 스스로가 깡통임을 선언한 셈이다. 그게 아니면 대학이 안철수를 이용한 장삿속에 빠졌든지. 어느 경우라도 대학이 자신의 역활을 망각한 건 분명하다. 안철수를 석학으로 초빙하면서 서울대나 카이스트에서 컴퓨터 공학을 가르치던 교수들은 졸지에 시덥잖은 루저가 됐다.
안철수에 붙어 있던 많은 지식인과 책사들과 전문가들이 떠났다. 그들이 떠나며 하는 공통된 소리는 '깡통'이다. 마지막으로 안철수를 떠난 사람인 정운찬은 '공생 경제'란 한마디면 될 걸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 박사며 국무총리까지 한 자신에게 한 시간 넘게 설명하더라며 탄식했다. 작년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민간인 사찰로 규탄하고 나선 안철수는 자기 주장을 단 하나도 증명해 내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안철수가 IT의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게 아닌가 의심했다. 너무나 과대포장된 탓에 전문가들조차도 뭔가 최소한의 지식은 있지 않겠나 했지만, 솔직한 느낌은 '깡통'이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본 느낌이다.
안철수 현상은 "올 것이 왔다"란 MB의 한마디가 정답인 것 같다. 그게 아니고선 안철수 현상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성적인 판단과 합리적 사고로 안철수 현상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올 것이 올 것을 대비한 준비가 안철수라면 그래서 한국의 고위 인사들이 찾고 주류가 몰리고 권력이 움직였다면, 그 해석이 더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
안철수가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사 편집인 간담회 발언을 두고 "양적완화를 모를 것 같은데요. 아유 참..." 했다고 한다. 안철수의 인격 수준과 지적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가 말하는 양적완화의 내용과 수단은 이미 언론에 여러 차례나 보도됐고 경제 전문가들이 갑론을박 하고 있는 문제다. 그걸 대통령이 내용도 모르고 얘기했을 것 같단 주장은 차라리 감정적으로 쌍욕을 하는 것보다 더 비겁하고 비열하다. 운동권이 "박정희는 맨날 양주 마시고 여대생 끼고 놀던데요" 하는 격(格)과 동급이다. 정청래의 막말보다 더 저질스럽고 무책임한 언어가 바로 이런 안철수의 발언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지적 능력과 교양을 나타내는 지표다. 대통령이 양적완화가 뭔지 모를 것 같단 발언을 보면 차라리 문재인이 안철수보다 더 나은 사람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우리들이 문재인을 너무 낮잡아 본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 정도로 안철수의 발언은 지식인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쌈마이 같은 수준을 드러냈다.
안철수는 벤처도 잘하고, 교수도 잘하고, 토크쇼도 잘하고, 정치도 잘하고, 권력 차지도 잘한다. 아니 남들이 잘한다고 한다. 못하는 게 없다. 마치 팔방미인 연예인 같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분야 하나 제대로 된 지식과 전문성은 없는 깡통이란 사실이다. 언론의 포장은 그래서 무섭다. 대체 더민주당은 왜 깨고 나왔는지 이제는 진성정마저 의심스럽다. 제3당론이 쥐꼬리만한 권력을 크게 휘둘러 대권을 장악하려는 교활한 정치공작적 행위가 아닌지 지금부턴 의심해 봐야 한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이 양적완화란 개념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세계 경제가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볼 지는 분명하다. 그 만큼 안철수의 발언은 무책임한 쌈마이 수준이다. 불행히도 이게 안철수의 진면목일 것 같다.
"안철수씨 권력에 취한 것 같은데요. 아유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