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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울산광역매일</font>≫ <시가 흐르는 아침> 얼음꽃 사랑
몇겁이라도흘러야 속잎까지투명한꽃으로피어날수있으랴뼈시린가지마다영롱하게매달린얼음꽃지나온시간들이아스라이묻혀있네한치의틈도없이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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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겁이라도 흘러야
속잎까지 투명한 꽃으로 피어날 수 있으랴
뼈 시린 가지마다 영롱하게 매달린 얼음꽃
지나온 시간들이 아스라이 묻혀 있네
한 치의 틈도 없이 얼어버린 눈물의 샘
만 겹의 바람 노래, 천만 그루 나무들 노래
마디마디 실핏줄 터지는 쓰라림의 줄기 사이로
흘러와 섞여서 피어난 환희의 얼음꽃
산 아래 계곡에서는
제 길 따라 마을로 흘러가는 물줄기들 싱싱하고
오솔길 걷는 연인들의 웃음소리처럼
겨울 동박새 울음소리 숲속으로 흘러가네
여기는 지금 수빙의 상고대
얼음꽃 만발한 순백의 사원
꽃잎들 한 장마다 환한 경구로 피어나
수만 권의 경전經典으로 가득 찬 사원
산봉우리 멀리서
은백의 종소리들 메아리로 울려와
고요히 내 몸 안에 들어와 속삭여주네
사랑은 불꽃 속에
활활 피어난 얼음이라고
천만 구비 고통의 빙점을 넘어야
비로소 꽃이 된다고
눈물도 결빙되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희고 환한 꽃이 되네
천지간에 만발한 얼음꽃 사랑
<시작노트>
온몸이 높이 올랐다가 떨어지면서 느끼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욕망과 희열에 대한 “천지간에 만발한” “눈물의 샘”이다. 살아온 고통이 잘 녹아서 새로운 꽃으로 피어난 속 깊은 울음이다. 우리는 살면서 기쁨보다 슬픔에 더 가깝다. 그걸 이기지 못하면 한 생은 무너지는 것이다. 그 얼음꽃 같은 사랑을 하면서 인간은 지난한 삶을 이겨낸다.
우미자
- 전북 전주 출생
- 원광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 1983년 『시문학』으로 등단함
- 시집 『무거워라 우리들 사랑』(1989)
『길 위에 또 길 하나가』(1993)
『바다는 스스로 길을 내고 있었다』(2008)
『첫 마을에 닿는 길』(2015)
『얼음꽃 사랑』(2024)
- 수상 원광문학상(2010) 전북시인상(2018)
- 호남중학교, 원광여자종합고등학교, 부안여자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37년간 재직
- 2013년 2월 정년퇴임 녹조근정훈장 수훈
-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이사, 한국펜문학회 전북지회 이사, 전북시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