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 적극 유치, 개항 18년 만에 만성적자 탈출… 지방 공항 성공 사례로]
인천공항보다 싼 상품으로 유커 붙잡는데 성공
'無비자 환승 공항' 지정, 24시간 운영… 올빼미족 흡수
매년 50억원 이상 적자를 내던 청주공항이 지난해 적자 규모를 30억원대로 줄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 2억4000만원의 흑자를 냈다. 이 공항이 1997년 개항한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손님이 절로 몰리는' 인천·김포·제주·김해공항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내 공항은 만년 적자 상태인데, 이들 가운데 청주공항이 처음으로 '세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벗게 된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 청주공항
10일 오전 8시 청주공항 1층 대합실은 마치 중국의 한 지방 공항 같았다. 항공사 카운터가 있는 1900㎡ 크기의 국제선 대합실은 중국 선양(瀋陽)과 난창(南昌)으로 돌아가려는 중국인 관광객 300여명으로 북적거렸다. 저마다 카트에 자기 키만큼 여행용 가방과 면세점에서 산 화장품, 전자제품 등을 실었다. 대부분 청주공항을 통해 입국해 3박 4일이나 4박 5일 서울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번에 두 번째 한국에 왔다는 쑨란(29)씨는 "청주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여행 상품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상품보다 8만원 정도 싸다"며 "이번에는 화장품과 옷을 그만큼 더 사서 돌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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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getElementById("artImg1").style.width = wd; document.getElementById("artImg1").style.height = ht; - 10일 오전 10시쯤 청주공항 1층 국제선 대합실의 모습. 한국 관광을 마치고 중국 다롄으로 돌아가려는 중국인들이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청주공항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늘면서 올해 1분기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청주=신현종 기자
항공사 카운터 앞 편의점에는 한국을 떠나기 전에 김이나 라면 등을 사려는 중국인 1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편의점 정기훈(31) 지점장은 "바나나맛 우유도 많이 찾아 하루에 200개씩 판다"고 말했다. 청주공항 직원들은 "입·출국하는 중국인들이 몰리는 토요일과 수요일 밤엔 대합실 전체가 중국인들로 꽉 차 중국 야시장에 온 것 같다"고 했다.
텅텅 빈 대합실이 불과 1년 만에 꽉 찬 비결은 충북도와 한국공항공사가 저비용 항공사(LCC)와 중국 관광객을 적극 유치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중국 현지 여행사를 초청해 팸투어를 열었고 관광객을 모아오면 인센티브를 줬다. 신규 취항을 늘리기 위해 항공사의 운항 손실도 보전해주고, 공항공사도 공항 이용료를 감면해줬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청주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작년 1분기(6만2319명)보다 89.3% 늘어난 11만7986명에 달했다. 이들의 85%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3년 전 5월 5개(정기편 2편, 전세편 3편)에 불과했던 항공 노선도 20개(정기편 7편, 전세편 13편)로 늘었다. 이달 중 홍콩 노선도 새로 취항한다.
◇무비자 중국 관광객 유치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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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공항이 작년부터 '무비자 환승 공항'으로 지정된 것도 기회였다. 무비자 환승 공항으로 지정되면 해당 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은 비자 없이 최대 120시간 국내에 머무를 수 있다. 여행사 입장에선 출국 직전까지 관광객을 모을 수 있고 청주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 관광을 하고 다시 출국하는 여행 상품을 만들 수 있다.
한국공항공사 홍기효 청주지사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 인천공항 대신 싼값에 여유 있는 청주공항을 이용하려는 수요를 발굴한 것"이라며 "우리는 서울서 2시간 거리면 멀다고 하지만, 중국 관광객들은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주공항은 또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공항이라 밤 11시면 문 닫는 김포공항이 소화할 수 없는 '올빼미족'도 흡수한다. 그래서 청주공항엔 새벽과 밤에 도착·출발하는 항공편이 부쩍 늘어 심야에 불야성을 이룬다. 항공사들도 운항 횟수를 더 늘릴 수 있어 이익이다. 이용객이 늘면서 청주공항은 수하물 포장업체와 음식점을 다시 유치하고 지역 특산물 코너도 만들 계획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는 "지자체와 공항공사, 정부가 힘을 모으면 지방 공항도 만년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전세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버리는 단체 관광객들을 어떻게 지역으로 끌어들일지 고민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