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사랑과 영혼'... 원이 엄마 편지와 테마 공원
입력2022.04.03. 오후 1:31
수정2022.04.03. 오후 8:41
[자전거로 떠나는 '안동 문화 여행'2]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자네 늘 나더러 이르되 둘이 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원이 엄마 편지 중에서>
1998년 안동시 정하동 택지 개발지에서 발굴된 '원이 엄마 편지'다.
한글로 된 이 편지는 1586년(선조 19년) 안동 고성 이씨 가문의 양반 이응태가 젊은 나이(31세)에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내가 남편의 관 속에 넣은 것이다.
1998년 이 편지와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 등이 당시 유품으로 발견되면서 조선 양반가 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410여 년 만에 알려지기도 했다.
안동에는 지금도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공원이 있다.
바로 안동시 정하동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 앞 도로변에 조성된 '원이 엄마 동상'과 귀래정 쪽 '원이 엄마 테마공원'이 그것이다.
안동시 낙동강 변 자전거길을 따라 안동댐 쪽으로 가다가 영가대교 남단으로 올라가면 도로 양쪽에 조성된 '원이 엄마 동상'과 '원이 엄마 테마공원'을 만날 수 있다.
'원이 엄마 동상' 조각공원에는 '미투리를 들고 있는 원이 엄마'와 '편지글 원본'과 '현대 해석' 등이 돌에 조각돼 있다. 또 '원이 엄마 테마공원'에도 역시 '편지글'과 '번역본', '쌍가락지 조형물' 등이 있다.
"자네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
얼른 자네한테 가고자 하니 날 데려가소.
자네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줄이 없으니
아무리 해도 서러운 뜻이 끝이 없으니
이 내 마음 어디 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네를 그리며 살까 하노이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 자세히 일러 주소."
<원이 엄마 편지 중에서>
'원이 엄마 상' 조각공원은 2005년 지역 유지 등이 성금을 내서 만들었다.
'원이 엄마 편지'가 발견 후 이들 사랑 이야기는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도 널리 알려졌다.
2007년 <내셔널지오그래픽> 11월호에 소개됐고 국내에선 소설 '능소화'와 뮤지컬 '원이 엄마' 등 창작물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또 '한글 편지'는 물론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 등의 소재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작가와 연출가로부터 인기다.
31세에 사망한 이응태는 고성 이씨 후손으로 귀래정 정자 주인 이굉 선생의 고손자로 당시 아내와 어린 아들, 그리고 아내 뱃속에 아이를 남겼다.
그의 부인은 남편의 장례 전에 한글 편지를 썼고 '머리카락 미투리'는 투병 중인 남편의 완쾌를 기원하며 삼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관속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비통한 마음과 깊은 사랑을 쓰다, 종이가 모자라자 모서리까지 돌려서 쓸 정도로 남편을 그리워하는 부인의 사무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따뜻한 봄날, 연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원이엄마 편지 내용 출처:나무위키-이응태 묘 출토 편지>
원이엄마 테마공원: 경북 안동시 정하동 236-1번지
ㅡ 이호영
📷
2024. 3. 9
안동 '원이 엄마 동상' 소공원에서...
첫댓글 지고지순한 순애보가
그 옛날에도 있었군요~~~~!
이토록 절절한 사랑을 할수있었던
이 여인이 존경스럽습니다.
가보고싶은곳이
또 한곳 늘었습니다.ㅎㅎ
안동 박물관의 '원이 엄마 편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