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앞 뜰에서 디에고는 시합에 참가하는 선수단 인원을 체크하고 그들을 통솔해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은 왕궁내 외성
의 기마창술 시합장을 개조한 곳이었다. 그곳말고도 다른 광장에서도 다른 팀들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고, 디에고가
경기를 하게될 기마창술 시합장에서도 이미 다른팀이 시합중이었다. 디에고의 A Crew의 시합은 그 다음 시합이었기 때문에
관중석에서 그경기를 관람하기로 했다.
역시 동네 축구 수준이었다. 공이 떨어지면 썩은 고기를 발견한 하이에나마냥 양팀의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공을 향해 돌
진하는..
"이런이런, 예선이라 그런가? 저정도 실력들이라면 예선통과는 식은죽 먹기같은데.."
"그러게요"
별 흥미는 생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달리 할게 없었기 때문에 계속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전반 30분정도 되자 한쪽
팀에서 먼저 선취 득점을했다. 옹기종기 모인곳을 피해 멀리 떨어진 자기네 선수를 보고 패스를 했고 그 패스를 받아
득점을 한것이었다.
"호~ 그래도 저 장면은 좀 낫군"
디에고가 득점장면에 약간의 평을 했다. 그순간, 경기장에서 소동이 일어나더니 선수들이 심판에게 달려가 뭔가를 항의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쪽에서는 점수판이 0:1에서 다시 0:0으로 되돌아 오는것이 아닌가..
"어.. 뭐 뭐야?"
디에고는 어리둥절했다.
"글세요...오프..사.이드? 라고 하는것 같은데요?"
"오프사이드? 그게 뭐야?"
"저한테 물어봐도......"
디에고와 페르난데스가 이렇게 어리둥절하고 있을때 옆에 있던 발데스가 말을 꺼냈다.
"상대수비보다 공격수가 더 전진해있을때 패스하면 오프사이드라고 합니다."
"으.. 뭐야.. 우리만 모르고 있던거야?"
"너무하군요 선장, 그거도 모르고 있었다니."
"칫, 그럴수도 있지. "
"그럴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데스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경기장을 응시하면서 대꾸했고, 디에고는 쌜쭉해져서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나 경기가 끝나고 A Crew팀의 차례가 왔다.
경기장에 선수들이 나가고 디에고는 후보 몇명과 함께 벤치에 앉았다. 페르난데스는 시합에 참가하지 않은 선수들과
함께 관중석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페르난데스는 경기장을 눈이 뚤어져라 쳐다보더니 상대편의 한남자에게 소리쳤다.
"어이~ 가게는 깨끗이 청소해 두었겠지?"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페르난데스를 쳐다보았지만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 그리고 경기장에서는 엊그제의 식당주인이
얼굴이 빨개져서 페르난데스쪽을 쳐다보았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흠.. 그나저나 빈센트라는 녀석이 누구지?'
페르난데스가 이렇게 생각할때 쯤 시합이 시작되었다. 세빌리아 상인조합의 선축이었다.
한사람이 공을 몰고 다른 선수들이 그 사람을 선두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꼴을 보아하니 별로 강해 보이는 팀은 아닌듯
했다.
한편 그라운드 안에서 발데스는 상대의 전력을 탐색하고 있었다. 특히 페르난데스로부터 빈센트라는 제법 실력있는 녀석
이있다는 얘기를 듣고 경계를 철저히 한채로 팀 전체를 수비지역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그다지 출중한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별로 특출난 녀석도 보이지 않고 우루르 몰려다니는 상대를 한 15분간 수비지역에서 지켜보고만 있자니 발데스는 서서히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빈센트!!"
발데스가 그라운드 안에서 제법 큰소리로 빈센트를 불렀다. 그러자 한녀석이 발데스를 돌아보며 갸우뚱하는게 아닌가?
'저녀석이군, 별로 뛰어나지도 않은것 같은데 뭘 경계하라는거야?'
확실히 그랬다. 항상 에드윈을 막느라 죽을 고생을 하던 A팀 소속이던 발데스에게 빈센트의 어줍잖은 실력은 다른사람
과 비교해봐야 거기서 거기였다. 발데스는 바로 수비에 치중하던 전술을 공격적으로 바꾸는 사인을 선수들에게 보냈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상인조합팀의 한선수는 얼굴빛이 점점 흙빛으로 변해갔고 그에반해 관중석에 있던 페르난데스의
얼굴은 갈수록 즐거운듯한 표정이었다.
시합은 0:9로 종료되었다. 에드윈이 6득점, 발데스가 1득점, 엔리케가 특유의 중거리슛으로 2점을 올렸다.
시합이 끝나자 페르난데스는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상인조합쪽의 패잔병들에게 달려가 한녀석과
아는척을했다.
"에이~ 내가 아까 가게 청소해뒀냐고 물어보니까? 왜 대답을 안해주는거야?"
"칫......."
엊그제까지만해도 당당하던 식당주인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서 아무말도 못했다.
"ㅎㅎ 뭐 그 내기건은 없었던걸로하지"
페르난데스의 이말에 식당주인이 깜짝 놀라서 고개를 쳐들었다.
"단~ 오늘 저녁은 책임을 지셔야할듯한데~~"
"오~ 물론이지.. 고맙네.. 자넨 통이 크구만, 내 자네를 보고 첫눈에 알아봤다니깐..."
"ㅡㅡ; 어쨋든 오늘저녁에 찾아갈테니 거하게 차려 놓으슈"
그렇게 말하곤 페르난데스는 A Crew팀 쪽으로 왔다.
"뭐야? 이제 자네 식당주인 하는건가?"
"ㅎㅎ 농담도 식당주인같은건 체질에 맞질않아서.. 그냥 저녁식사로 때우기로 했어요.. 오늘저녁은 그 가게에가서
아주 거덜을 내고 오죠"
"하하 배한척과 식사한끼라.. 자네도 참 수지안맞는 장사를 좋아하는군.."
"ㅋㅋ 그런 사람을 부선장겸 회계사로 쓰는 선장이 누군데요."
"어쨋든 출발이 좋다! 돌아가서 잠시 쉬고 배한척값의 만찬을 즐기러 가자구"
----5일후----
현재 A Crew는 2승으로 조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승점은 6점이었지만 득점이 10점이었는데 1위인 퇴역군인회 세빌리아지부
팀은 2승에 득점이 11점이었던 것이다. 오늘 열리는 A Crew와 퇴역군인회의 경기가 52조의 사실상 결승전이나 마찬가지
였다.
"이.. 망할넘의 식당주인.."
디에고는 배를 부여잡고 벤치에서 선수들과 작전을 짜고 있었다. 후반전인 현재 득점은 2:2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것이 배한척값의 만찬을 하고 나서 그날부터 2/3가 넘는 선원들이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들락거리기 시작
한것이다. 상태가 괜찮은 선수들로 겨우 상선대와의 2차전을 0:1로 이기기긴 했지만 아직도 회복되진 않은 선수가 많아
서 퇴역군인회에 고전중이었다.
"상대도 별로 대단한 실력은 없다. 누가 군인 출신 아니랄까봐.. 체력은 무지 좋은듯 하지만.. 어쨋든 기술이나 전술은
우리가 우세다.. 쫄지말고!! 자 후반전에 모든걸 건다"
디에고는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미 그라운드에는 퇴역군인팀이 나와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한번 기병은?" "영원한 기병!!"
"우리가 누구냐?" "귀신잡는 기병!!"
상대팀의 사기충천한 모습을 보면서 A Crewd의 선수들이 후반전을 치루러 그라운드로 나갔다.
배탈에 고생한 그들은 상대적으로 초췌한 모습이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디에고의 눈빛은 약간 어두었다.
'오 우리선장 눈빛좀 봐바, 굉장히 우리 걱정해 주는 눈빛이지 않냐?'
벤치에 앉아있는 선원들이 디에고의 어두운 눈빛을 보고쑤근거렸다.
하지만 디에고는 선원들을 걱정한것이 아니고 오로지 식당주인에 대한 분노를 속으로 삭히
고있는것 뿐이었다.
'씁.. 이렇게 배탈이 오래갈줄 알았으면 그 망할넘의 식당 뒤집어 엎는게 아니라 아예 폭싹 무너뜨리고 오는건디 말여..
너무 헐렁하게 대처했어.. '
후반전이 시작되고 시간은 흘러흘러 30분이 지났다 득점없이 계속해서 2:2상황이 이어졌다. 그리고 A Crew의 선수교체
마르코가 나오고 발데스가 투입됐다. 발데스의 움직임이 조금 무거워보이기 했지만 날카로운 그의 패스는 살아있었다.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패스를 받아서 부루노와, 클라우디오가 회심의 슛팅을 각각 한차례씩 날렸다.
발데스가 투입되고 퇴역군인팀에 약간의 위기감이 돌았다. 그러자 퇴역군인팀의 주장이 선수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야~ 이 신발쉐뀌들아~~ 빨랑안뛰어? 뒤~질래!!"
순간 퇴역군인팀의 선수들의 눈빛이 틀려지더니 A Crew팀을 몰아부치기 시작했다.
'젠장, 이놈들은 어떻게 된 놈들이야.. 진짜 엄청난 체력이다.'
발데스가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 컨디션이 안좋기는 하지만 투입된지 얼마 되지 않아 체력적
여유가 있는데도, 주장의 따스한 독려
한마디에 힘을낸 퇴역군인팀의 선수들을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결국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퇴역군인팀이 후반 38분에 2:2의 균형을 깨는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순간 디에고와 A Crew의 벤치엔 패색이 드리워졌다.
'아~ 예선도 통과하지 못하고 여기서 끝인가..'
디에고가 체념을 할무렵 디에고의 어깨에 누군가 손을 얹었다.
"선장 내보내 줘요!"
에드윈이었다. 눈은 쾡하게 쑥들어갔고 눈 주위에는 다크 써클이 화려하게 수 놓아져있었다
"너.. 너 괜찮겠냐?"
"뭐 10분정도는... 이제 더 쌀것도 없다고요.. "
후반 40분 다시 A Crew에서 선수교체가 이루어졌다.
부루노가 나오고 에이스인 에드윈의 출전.. 디에고에겐 마지막 카드이자 희망이었다.
에드윈이 들어가자 분위기는 다시 A Crew로 기울었다. 체력뿐인 뻗뻗한 삽자루 같은 그들사이로 에드윈이 휘젓기
시작했고 투입되서 3분만이 후반 43분 드뎌 3:3 동점골 그리고 그대로 후반전 끝...
연장전이었다. 개막전날 들은 설명에 의하면 연장전에서는 먼저넣는 팀이 이긴다는 일명 골든골!
정말 사람 피말리게하는 제도였다.
이젠 작전도 소용없었다. 작전도 체력이 남아있을때 소용있는법, 정신력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퇴역군인팀의 동향이 궁금해진 디에고가 상대진영을 살짝 쳐다보니 그들은 그들나름대로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똑바로 박어 쉐뀌들.. 그따위로 밖에 못하지!!"
'헐.. 저것들 퇴역군인들 맞아??-_-??'
그렇게 생각하면서 디에고 역시 아군의 정신력을 가다듬어줄 필요가 있었다. 무슨말을 하나 고민을 하다 디에고는 대책없이
나오는 대로 주절댔다.
"아.. 뭐냐 그러니까.. 정신력이 중요한데... 맞아! 섬에서 6박7일간 PT체조하던걸 생각하라구!! 그때 정신력이면
우린 충분히 이길수 있어!!"
약간은 효과가 있었나보다.
"와아!! 맞아 6박7일간 PT체조에 비하면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냐"
선수들의 사기가 어느정도 올라갔는지.. 힘찬 파이팅을 외치고 다시 그라운드로 나섰다.
그리고 그때 그들은 보질못했다. 6박7일의 PT체조라는 말에 움찔하던 퇴역군인팀의 얼굴을...
.
.
연장 8분 드디어 고대하던 결승골이 터졌다. 에드윈의 발끝에서였다.
승리를 확정짓는 천금같은 골.. 그리고 그 골은 1차예선 통과를 알리는 골이기도 했다.
아쉬운패배에 즉각적인 체력훈련(?)에 돌입한 퇴역군인팀을 뒤로하고 디에고와 그 일행은 숙소로 향했다.
초췌한 얼굴, 배를 부여잡은 사람, 그리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사람.. 어수선한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승자의 여유로운 웃음이 넘쳐흘렀다.
첫댓글 오...오늘이 가기 전에 다시 한편이 올라올줄이야...
이거 보면서 몇번이나 웃었는지 몰라요~ 정말 재밌네요!!
이런.. 1차예선인데 제목을 2차예선으로 잘못써서.. 수정했습니다.... ㅡㅡ;
~_~ 우우우, 감사 감사 감사!!
가게주인 나쁜넘;;;
따스한 격려라니..-_-;;;;;;;;;;;ㅎㅎ제가 구단주였으면 페르난데스 당장 해고였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