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면 곰이 지나갈까
홍다미
매력적인 당신을 만나면 곰이 다가오지 킁킁 냄새를 맡으며 멈춰 선다 꼼짝 마 허둥대지 마 버둥거리지 마 곧 지나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있어도 없는 척,
척척척이 내 고향이지
곰은 그냥 지나갈까
스치는 곰은 붙잡아야지 붙잡지 않으면 사라지네 곰을 만나면 얼음 시선은 미끄러지고 폰을 떨어뜨리고 액정에 금이 간다 쩍, 곰이 멈추어 서고
곰곰 생각해 봐
이 순간 자세 같은 건 발생하지 않지 금은 번지고 곰은 지나가고 다 지나간다 지나고 나면 아무 곰도 아닌 거지 물구나무선 곰 뒤집어도 탈탈 털어도
어디선가 금이 번지고 있다
곰을 붙잡아 메모장에 담는다 곰은 쓸 데가 있고 곰의 쓸개는 요긴하지
난 무시가 싫어 곰
존중해줘 곰
널 뒤집을 거야 열고 들어갈 거야
이 장면에도 감정 따윈 중요하지 않아 날 지나가 줘 지나고 보면 알지 메모장엔 쓸개가 남고 매력적인 곰을
만나면 멈추어야지 춤추어야지 냄새를 맡는다 넓어진다 꼼짝 마 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안 봐도 아는 척, 쓰러진 척, 못 나도 난, 척을 떠나온 지 오래 곰 발바닥
척척척
움직일까 말까 눈알을 굴리는 사이 곰은 당신 어깨를 붙잡고 일어서지 키 대기를 하지 손잡이를 찾다가 입을 쩍 벌리고
길을 가다 곰을 만나면 나사를 풀고
ㄴ ㅓ ㅁ
ㅁ ㅏ ㄱ
ㅊ ㅊ ㅊ
깨어나 들어가 지나가
더 더
반연간 《한국시인》 2024 Vol.07 하반기호
------------------------------
홍다미(본명 홍계숙)
- 2024《무등일보》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