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 바야흐로 캠핑의 계절입니다. 수도권 근교에 위치한 축령산자연휴양림에서 잣 향기를 솔솔 맡으며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경기 남양주 축령산자연휴양림의 시설 정보, 예약 방법, 주변 가볼 만한 곳을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해보세요!
잣 향기 이불 삼아
천상의 하룻밤
경기 남양주 축령산자연휴양림
축령산자연휴양림 숲에서의 하룻밤.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절반이 산다. ‘수도권’ 하면 가장 먼저 복잡하고 답답한 도시, 오염된 공기가 생각난다. 수도권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공기 좋은 자연이 있을 것 같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가까운 곳에 의외의 숲이 기다리고 있으니 캠핑용품을 단출히 챙겨서 잣 향기 가득한 힐링 숲으로 떠나보자.
전남 장성 아닌 경기 남양주의 축령산
(왼쪽) 축령산자연휴양림 숲속의 집은 계곡 옆에 계단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오른쪽) 초여름 축령산에는 산수국이 가득하다.
수도권에도 강원도 못지않은 풍광과 깊이를 자랑하는 산이 있다. 경기 남양주시 축령산(해발 879m)이 주인공이다. 축령산과 서리산(825m)이 데칼코마니(전사법)처럼 붙어 있는 중간분지를 사이에 두고 경기 가평군과 남양주시가 나뉜다.
고려 말 이성계가 이곳으로 사냥을 왔다. 짐승을 한 마리도 못 잡고 돌아가는 길에 이 산의 신령스러움을 전해 듣고는 정상에서 제를 올렸다고 한다. ‘고사를 올린 산’이라 축령이란 이름이 생겼다.
깎아지른 절벽과 깊은 계곡, 수령 60년 이상인 잣나무,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등산객에게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곳이다. 1995년 그 울창함을 바탕으로 축령산자연휴양림이 개장했으니 역사도 깊고 수도권의 일등 휴양시설로 역할을 하고 있다. 같은 이름의 산이 전남 장성에도 있기에 앞에 남양주를 넣어 구별한다.
시설 좋고 숲까지 뛰어난 휴양림
축령산 계곡의 물소리는 듣기만 해도 시원하다.
도시 인근에 있는 휴양림은 대부분 시설 위주지만 축령산자연휴양림은 깊은 숲을 자랑한다. 수도권에서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접근성과 환경 모두 뛰어나다.
축령산은 잣나무숲이 특히 유명하다. 예전에는 잣나무 숲속에 야영장과 숙박시설이 함께 있었으나 야영장이 정비되면서 숲속의집은 철거됐다. 신축 숙박시설은 계곡을 따라 경사면에 자리한다.
가장 위쪽에는 산림문화휴양관이 서 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서 계단식으로 숲속의집이 하나씩 등장한다. 예전 숲속의집에 비해 숲에 안긴 맛은 줄었지만 시설이 개선되고 바로 옆에는 계곡이 있으니 서운하지 않다.
양지바른 언덕을 따라 자리한 숙박시설 중 가장 상단에 대나무동과 잣나무동이 있다. 이곳은 8인실이다. 대나무동 옆에 조형물처럼 그대로 들어앉은 천연 바위가 인상적이다. 한 단 내려오면 참새, 비둘기, 까치라는 이름이 붙은 숲속의집이 있다. 마지막 단에 동백동, 백합동이 자리한다. 비둘기는 10인실, 까치는 8인실이고 나머지 객실은 모두 6인실이다. 모든 숙박시설은 테라스에 넓고 독립적인 바비큐 공간을 갖췄다. 비 오는 날 계곡을 바라보며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 식사는 특히 운치 있다. 축령산에서 즐길 수 있는 특권이다.
캠핑족에게 축령산 잣나무숲에서 하룻밤은 로망이다. 로망을 실현할 야영장은 최근 정비를 마쳐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축령산이 수도권에 사는 이들에겐 부담 없는 거리에 있어 퇴근 후에 찾는 이도 많다.
매표소에서 오르면 주차장이 나오고 왼편 숲속에 야영장이 자리한다. 가장 아래 화장실이 있고 그 뒤편 잣나무 숲속 곳곳에 야영 데크가 포진하고 있다. 아래쪽이 1구역, 위쪽이 2구역, 조금 더 깊은 곳에 3구역 야영장이 있다. 그림 같은 숲속이지만 경사가 꽤 심해서 짐을 옮기려면 고역이다.
축령산 야영장은 오래전부터 백패킹(backpacking·배낭) 형태로 등짐을 지고 오르는 곳으로 유명하다. 축령산 야영장을 찾으려면 필히 짐을 단출하게 싸야 한다. 그래야 즐거운 캠핑을 할 수 있다. 3구역에서 조금 더 길을 따라 들어가면 주차 공간이 또 나오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하나 더 나온다. 이곳 앞에 야영장 4구역이 자리한다. 4구역은 야영 데크가 여덟 개뿐이라 여유롭다. 주차 공간, 편의시설도 가까워 추첨경쟁률이 가장 높은 구역이다.
축, 당첨! 잣나무 숲속의 하룻밤
축령산 산내음둘레길 산책로.
축령산자연휴양림은 추첨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숙박시설뿐 아니라 조그만 야영 데크 하나도 경쟁이 치열하니 어디든 당첨만 된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간다. 고작 16㎡ 데크지만 엄청난 행복을 선사한다.
데크에 함께 있는 빗자루로 데크 위에 쌓인 잣 잎을 깔끔히 쓸어내고 내 집을 펼치면 끝! 당첨이라는 행운을 안고 입성했으니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순간이다. 축령산자연휴양림 야영장은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동절기에는 폐쇄된다. 4월 초에 개장해 추석쯤까지 운영한다.
벚꽃캠핑을 계획했다가 당첨돼 얼떨결에 축령산 데크 위에 집을 지었다. 벚꽃은 아니지만 우리 집 둘레에서 작고 귀여운 야생화들이 미소 짓고 있었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다가 고개를 내민 곳이 텐트 옆이라니 고마운 친구들이다.
초여름 축령산 곳곳에서는 비밀의 숲도 만날 수 있다. 가볍게 휴양림을 한 바퀴 도는 산내음둘레길 곳곳에 우아한 산수국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추석쯤이면 축령산은 잣향으로 가득하다. 잣나무 숲속에서는 책도 술술 읽히고 글도 술술 써진다. 잠깐의 낮잠도 꿀잠이다. 우렁찬 계곡물 소리는 호불호가 없는 배경음악이다. 이따금 그늘막(타프) 위로 툭툭 잣송이가 떨어지는 바람에 단잠을 깨우기도 한다. 모든 신령스러운 기운이 축령산 아래, 행복하게 스며든다.
축령산자연휴양림에서는 축령산과 서리산을 등반할 수 있다. 보통 야영장 1구역으로 올라 하트모양으로 서리산까지 종주하는 코스를 이용한다. 서리산까지 가지 않고 가운데 골짜기로 하산하면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온다. 축령산과 붙어 있는 서리산에는 철쭉 군락지가 있어 봄에는 연분홍 꽃대궐이 펼쳐진다.
축령산 숲의 주종, 잣나무는 고산지대에서 잘 자라는 나무로 시원스럽게 뻗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야영장에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한 이유다.
축령산 잣나무도 일품이지만 가운데를 흐르는 계곡도 으뜸이다. 울창한 숲속으로 힘차게 내려와 마지막에는 사방댐으로 정비한 물놀이장에 모인다. 시원스러운 물줄기는 한겨울 환상적인 얼음분수가 돼 눈을 즐겁게 한다.
축령산자연휴양림 예약 방법
축령산자연휴양림은 공립 휴양림으로 월추첨제를 실시한다. 매달 1~4일까지 다음 달의 숙박·야영 신청을 받고 매달 5일 오전 10시 당첨자를 발표한다. 이후 결제 기간을 둔 다음 미결제분이나 취소분은 7일 오전 9시 선착순 예약으로 전환된다. 미당첨이라면 이때를 노려야 한다. 모든 예약 과정은 휴양림 통합예약시스템인 ‘숲나들e’를 통해야 한다.
축령산자연휴양림
● 주소 :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축령산로 299
● 전화 : 031-592-0681
● 예약 : 숲나들e www.foresttrip.go.kr
● 시설 : 숲속의집 7동, 산림문화휴양관 1동(18실), 야영 데크 30개
I 남양주 축령산자연휴양림 주변 돌아보기
1. 물맑음수목원
축령산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에는 물맑음수목원이 있다. 맑은 물이 굽이쳐 흘러 물안골이라 불리는 수동면에 조성된 자연 친화 수목원이다. 아름나모라는 이름의 목재문화체험장 출입구는 나무로 들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향긋한 나무 냄새를 맡으며 나무의 생태를 살펴본다. 아이들은 다양한 목재 교구로 악기, 블록 등을 체험한다. 야외 놀이터에는 그네, 줄타기, 암벽타기 등이 있어 아이들의 에너지 발산 장소로 좋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소서팔사(더위를 이기는 여덟 가지 방법)를 몸소 실천해보는 코너가 흥미롭다.
주소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지둔로 307번길 47-4
전화 031-590-4076
2. 다산유적지/실학박물관
경기 남양주 남쪽, 조안면 능내리로 달려가면 잔잔한 강 풍경과 어우러지는 다산유적지에 닿는다. 정약용 선생은 여기서 태어나고 오랜 유배 끝에 돌아와 고향인 이곳에 묻혔다. 유적지에는 생가인 여유당과 선생의 묘, 다산문화관, 다산기념관이 있다. 다산문화관에는 다양한 저서에 대한 소개가 있다. 유적지 바로 앞에는 실학박물관도 있어 정약용 이외 많은 실학자의 사상과 삶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경기 수원화성을 축조할 때 사용한 거중기가 자리하고 있어 아이들과 찾는다면 나들이 겸 유익한 현장학습 장소가 된다.
주소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16
전화 031-579-6000
3. 산들소리
불암산은 서울과 경기 남양주에 걸쳐 있다. 불암산을 병풍처럼 마주하며 초록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산들소리다. 이곳은 수목원이자 각종 체험공간, 식당, 카페 등을 갖춘 복합 숲체험원이다. 곳곳에 불암산을 배경으로 사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 액자 포토존 주변의 붉은 댑싸리, 얼룩말 조형물이 잘 어울려 누구에게나 멋진 사진을 선사해준다. 암석원 등 잘 가꿔진 조경은 정원을 연상케 한다. 아래의 작물들이나 동물들을 보면 농장 분위기도 난다. 아이들은 동물농장과 연못, 뗏목 체험하는 나루 주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주소 경기 남양주시 불암산로59번길 48-31
전화 010-3039-3252
4. 경기도잣향기푸른숲
축령산은 경기 남양주와 가평이 공유한다. 남양주 쪽에 축령산자연휴양림이 있다면 가평 쪽에는 경기도잣향기푸른숲이 있다. 하나의 축령산 품에 두 개의 잣나무숲이니 축령산자연휴양림과 경기도잣향기푸른숲은 닮은 꼴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휴양림 쪽보다 조금 더 울창한 잣나무숲을 즐겨도 좋겠다. 무장애숲길도 있어서 편하게 숲에 빠져들 수 있다. 다양한 코스에서 이름처럼 잣 향기를 흠뻑 마실 수 있으니 가족, 친구와 손잡고 걸어보자. 힐링센터에서는 숲해설뿐 아니라 유아숲체험, 산림치유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주소 경기 가평군 상면 축령로 289-146
전화 031-8008-6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