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상당히 궁금하게 생각하던 기록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안타를 쳐서 그 주자를 3루로 보내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였습니다. 투런홈런 치는 것 말고, 2루타로 득점하는 것도 말고, 타자의 밀어치기와 주자의 센스가 겹쳐서 1-3루를 만들어내는 상황 말입니다. 그런데 마침 '파울볼'사이트 '별보며한잔'님께서 그 기록을 정리해서 올려주셨네요. 비록 한화이글스 팬은 아니지만 구하기 어려운 기록들을 수시로 올려주시는 해당 유저님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물론 1루주자를 3루로 보냈다는 것이 무조건 <타자의 작전 수행능력이 좋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주자의 발이 빠르다면 평범한 안타에도 3루까지 갈 수 있는거고, 2사에 주자가 단독 도루를 감행할 때 빚맞은 안타가 나와도 3루는 갈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발느린 주자라면 타자가 아무리 우익수 쪽으로 좋은 타구를 보내도 주자가 멈출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것들을 일단 무시하고,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타자가 <단타>를 쳐서 그 주자를 3루로 보낸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 한 번 확인해보세요. 첫번째 숫자는 주자가 있을때 그 타자가 단타를 친 횟수, 두번째는 그 선수의 단타때 주자가 3루까지 간 횟수입니다. 마지막은 당연히 그 비율이구요. (홈런이나 2루타를 친 횟수가 아니라 '단타'를 친 횟수입니다)
이종열 / 15 / 08 / .533
김재현 / 16 / 08 / .500
서ㅡ튼 / 17 / 08 / .471
이병규 / 33 / 15 / .455
이숭용 / 39 / 17 / .439
최경환 / 34 / 14 / .412
김상훈 / 22 / 09 / .409
데이빗 / 27 / 11 / .407
장성호 / 32 / 13 / .406
박기혁 / 16 / 06 / .375
진갑용 / 28 / 10 / .357
이종범 / 17 / 07 / .353 (임재철-이대수 공동)
박한이 / 20 / 07 / .350
강동우 / 26 / 09 / .345
김동수 / 29 / 10 / .345
홍성흔 / 30 / 10 / .333
김원섭 / 18 / 06 / .333
이상이 상위 20명입니다. 그 이후로 안경현-조영훈-이재주-클리어-고영민-이종욱-이진영-양준혁-박용택-박재홍 같은 선수들이 순서대로 랭크되어 있네요.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밀어치기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태균이 30번중 7번 (.233)으로 전체 40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잡아당기는 비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송지만보다도 낮은 수치네요. 여러분들의 예상대로 이도형 선수는 순위에 없습니다. 밀어치는 비율도 낮은데다가 앞선 주자가 보통 김태균-이범호이니 더욱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반대로 타자가 아닌 주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1루에 있다가 후속타자의 단타때 3루까지 내달릴 확률 말입니다. 이것 역시 후속 타자의 성향이나 작전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센스있거나 혹은 발이 빠른 주자>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후속타자가 2루타를 친것이 아니라 1루에 멈췄는데 주자 혼자 3루까지 내달린 거니까요.
그 순위는 일단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 숫자는 저 선수가 1루에 있을 때 후속타자가 단타를 친 횟수, 그리고 두번째는 3루에 안착한 횟수입니다. 개인적으로 고동진이나 조원우 같은 선수들이 최상위권에 있기를 바랬습니다. 왜냐하면 후속 타자가 데이빗과 김태균이니까요.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렇지가 않네요.
고영민 21 / 13 / .619 -_-;;;;
이택근 30 / 16 / .533
이종욱 26 / 12 / .462
김원섭 18 / 08 / .444
김종국 19 / 08 / .421
김동수 20 / 08 / .400
손지환 15 / 06 / .400
정근우 28 / 11 / .393
강민호 21 / 08 / .381
홍세완 16 / 06 / .375
전준호 19 / 07 / .368
고동진 20 / 07 / .350
정성훈 29 / 10 / .345
이용규 38 / 13 / .342
안경현 24 / 08 / .333
확실히 기아나 두산, 현대 선수들이 많습니다. 반면 한화는 15위 안쪽에 고동진 딱 한명이네요. 작전이 적게 걸리고 대부분 느린 주자라는 우리 팬들의 판단이 딱 들어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는 마세요. 클리어 선수가 <정수근과 함께 공동 16위> (15 / 05 / .333)에 랭크되어 있으니까요. 김민재는 31위, 조원우 36위, 데이비스는 37위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 1루수-지명타자는 순위에 없습니다
(이건 다른팀도 비슷하니까 너무 가슴아파 하지 맙시다)
클리어는 이제 없고, 조원우는 37, 김민재는 35세임을 감안하면 우리는 역시 내년에도 뛸 사람이 없군요 쿨럭.;;
참고로 클리어 이후의 순위는 박진만-박경완-조동찬-<최준석>-양준혁-SK김태균-임재철-손시헌-전상열-박재홍-송지만순입니다. 마흔을 앞둔 양준혁이 22위에 랭크됐군요. 전상렬이나 박한이보다 순위가 높습니다. (물론 이것 하나로 '주자'양준혁의 능력이 '주자'전상렬보다 좋다는 뜻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거듭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두산이나 현대 소속 선수들은 줄줄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김동수나 안경현이 '달리기가 빨라서' 후속안타때 3루까지 내달렸을까요? 아마 힛앤런이 걸렸거나 후속타자가 타구를 우익수 쪽으로 보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후속타자의 '단타' 통계입니다. 주자1루에 2루타쳐서 2-3루 되는 상황은 빼고 계산한거죠.)
개인적으로 홈런도 좋고 2루타도 좋지만 관중석의 팬들을 흥분시키는 또 하나의 옵션은 바로 주자 1루에서 안타가 나와 1-3루로 변하는 상황일겁니다. 그런데 한화는 힘 좋은 타자들이 있지만 한베이스 더 진루하는 잔야구에는 확실히 약했고, 그 타자들이 주자로 섰을때는 더욱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이것야 뭐 십년 넘게 이어져 온 고질병(?)이니까 쉽게 고쳐지기는 힘들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1루주자 3루보내기>는 약했지만 어찌 되었건 간에 2년 동안 팀홈런은 1등이니까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봐야죠. 올래 포스트시즌에서도 우리를 끌어준 힘은 바로 <홈런>이었으니까요. 1-3루 만드는게 귀찮다면 그냥 홈런 쳐도 됩니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란게 그렇지가 않아서, 올 겨울에는 저 습관이 좀 버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홈런이란게 필요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공격 옵션은 아니니까요.
KBO 몸집 대비 최고의 주자 양준혁~7등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우리팀에 그린 라이트를 지닌 선수가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겁니다. 정수근-전준호-이종욱-고영민-이용규-김원섭 요런 폭발전인 선수들이 없지요. 하지만 내년엔 고동진이나 김민재에겐 그린라이트를 주고 많이 뛰게 했음 좋겠습니다. 고동진은 박재홍만큼은 뛸수 있을꺼 같고, 김민재도 박한이만큼은 잘 뛸 수 있을꺼 같으니까요. 물론 선수들의 마인드도 좀 뛰겠다는 쪽으로 되어야겠구요~
첫댓글 와 잘읽었습니다 이런것도 있었군요^^
야구라는게 사실 그렇거든요. 점수나는 방법만 알고 봐도 재밌고, 세세한 기록 다 따져보는 것도 재미있고. 어떤 방법으로 봐도 재미있는 스포츠니까요.
좋은 글이네요.
1루주자 3루 보내기도 약했고 1루주자 2루타 때 홈 들어오기도 약했던 거 같습니다. 이래저래 뛰는 선수들이 없긴 없네요..ㅋ
저 자료에 의하면 1루주자 3루로 보낸 확률이 우리가 8개구단중 7등입니다 ㅋ
KBO 몸집 대비 최고의 주자 양준혁~7등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우리팀에 그린 라이트를 지닌 선수가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겁니다. 정수근-전준호-이종욱-고영민-이용규-김원섭 요런 폭발전인 선수들이 없지요. 하지만 내년엔 고동진이나 김민재에겐 그린라이트를 주고 많이 뛰게 했음 좋겠습니다. 고동진은 박재홍만큼은 뛸수 있을꺼 같고, 김민재도 박한이만큼은 잘 뛸 수 있을꺼 같으니까요. 물론 선수들의 마인드도 좀 뛰겠다는 쪽으로 되어야겠구요~
이런 세세한 기록들을 어케 저리 자세히 분석하셨는지....감탄이 나오네여....
와~~ 정말 재밌는 자료네요^^ 그리고 짐작은 했지만 정작 수치화되어 눈앞에 나오니 가슴이 아립니다;; 고영민 선수.. 두산팬들은 고제트 라는 애칭으로 부르던데 나이도 어리고 정말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