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스르르 지나간다.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신경조차 쓸 겨를이 없는 바쁜 아침이다.
이들은..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들이다.
다 뜯어보면.. 썩어빠지고 흐물거리는 더러운 인간들일 뿐이지만.
영문도 모르게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쓰고있던 모자를 더욱 깊이 눌러썼다.
지금 이 평범하고도 꿈같은 자리에 서기 위해 아프고 힘겨운 발걸음을 떼어왔던 게 2년이다.
나는 내가 인정받고 머무를 곳이 필요했으니깐.
아무것도 없었던 나는 힘든 도전이란 것을 알고서도 그만큼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대 마술사 아유리로 불린다.
*
'저거 갖고 싶다... '
한 인형가게의 진열장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조그마한 여자인형을 바라보며 내가 생각했던 말이다.
그러나 현실을 깨달았던 어린 나는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하고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바라는 것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내게는 큰 한이었다.
" 저딴거.. 필요없이도 살 수 있어. "
그리고 맺힌 한을 풀기 위해서, 내 모든 것을 이루고자 난 야망을 품었다.
더욱더 높은 자리에 서길 원했다.
지금 내가 선 자리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밟아가면서 얻은 자리다.
어릴 적부터 대마술사는 내 꿈이었고 소망이었다. 난 순수하게 신에게 빌었다.
'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마술사가 되고 싶어요. 행복한 웃음을 짓게 해주는 마술사... '
*
[마술사... 당신을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모든 진실을 혼자 안은 채 거짓 된 가면을 쓴 나인데...
이렇게 애써 웃음 짓는 나인데...
끝까지 거짓으로 세상을 마주할 나인데...
아무도 몰라주네요. 그것이 제일 슬픈 것을.
마지막까지 누군가가 나에게 갇혀 있는 날 구해주기를 기다려요.
내 앞에 끝없이 펼쳐진 깜깜한 어둠을 바라보며.. 진실한 나를... 찾기위하여.
난 외로웠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끌어들였다.
상대방의 웃으며 다가와 내가 쳐놓은 선을 넘을 때, 나에게 믿음을 줄 때
난 그들을 무참히 짓밟고 내쳤다. 세상에 대한 조그마한 복수라고 해야할 까나..
그렇게 내 성격은 비뚤어져만 간 것 같다. 사실은 외로웠을 뿐인데.
나를 버리고 떠나가는 사랑을 붙잡고 싶었는데.
그냥 스쳐가는 호의가 아닌 진실된 사랑을.
동화 속의 공주처럼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사랑을 가져가 주길 빌었고 사랑을 받길 빌었다.
나는 오직 나만을 사랑했기에 늘 내 사랑의 샘은 한없이 메말라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모순이라 여기며 사랑을 거부하고 부정했다.
'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그 해답을 찾기위해... 난 이 세상의 정상에 서서 질문한다.
*
" 유리씨! 헉..헉... 얼마나 찾았다구요...
유리씨 마술쇼... 좀있으면 시작이란 말이에요!!
또 그렇게 옥상이나 올라가서 담배나 피우고!!
남은 얼마나 찾고 있을지 생각 좀 하란 말이에요!! "
" 찾질 말던가. "
냉담한 표정으로 그를 한번 훑어준 후 담배를 짓밟았다.
그리고 내게 적응을 못 한 최영민, 그자에 대해 조금 동정 한 표를 던져줄 뿐.
'고생 좀 하시겠네' 라는 그런 뻔뻔한 생각을 하면서
얼이 빠져있는 최영민씨를 뒤로 한 채 쇼가 열리는 '아이젠' 홀로 유유히 걸어갔다.
귀를 막고 문을 열자마자 " 꽤액!!!! " 하고 들리는 ' 매직러브 ' 사장님의 따발총 소리.
쉴 틈도 없이 쏟아지는 그의 입담에 혀를 내두르고는
평소대로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할 나의 쇼를 위해
평소엔 잘 하지도 않는 화장도 하고 옷맵시도 나게 꾸민다.
물론 내 손이 아닌 코디네이터의 손을 통하여서 말이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남을 기쁘게 해주는 대마술사 아리엘..
그리고 그 뒷모습엔 한없이 잔인한 사랑 없는 꼬마마녀.
나의 행복한 시간은 어린 시절 그대로 멈춰버리고 말았음을 기억 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가식적인 가면을 하나 뒤집어쓴다.
무대 앞의 많은 사람들을 보며 숨을 가다듬었다.
" 안녕하세요~ 아리엘. A. 유리입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후훗. 오늘은 특별한 것을 보여드리려고요~ 그럼 갈까요~? "
" magic and love in club !!! "
초보기술은 그리 어렵지가 않다. 눈속임과 트릭이 조금 사용될 뿐이다.
실제 손놀림이 빠른 사람 중에는 민첩성을 이용해 사라진 물건이 뜻밖의 장소에서 나오게 하기도 한다.
마법사 차림을 한 나는 완드를 들고서는 귀엽게 휘두르고는 불을 피워냈다.
조금 위험한 기술이라 조심스레 던지려는데 순간 갑자기 불이 꺼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아무래도 기계 오작동인 듯싶었다.
초조한 듯 보이는 사장님과 비교되게 어떤 이벤트일까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자
괜한 오기가 생겨서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분에게...
' 제발... 부탁드려요. 지팡이 끝에 불을 일으켜주세요 .... 나의 신이시여 '
*
아주 예전.. 그러니깐 기억도 안 나는 그 당시.
이상한 신교의 신자인 아빠가 웃으면서 나를 신전에 데리고 갔을 때 난 신을 보았다.
정확히 신은 아닌 나의 믿음의 형체를.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그 사람이... 날 버리고 간 엄마를 대신해서 있어주었으면 했지만
타락함 속의 어둠에 물들어 가고 나선 다시는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어리지만.. 난 너무 빨리 세상의 추악함을 알아버렸으니깐.
" 나.. 오늘 간호사 언니한테 사탕 받았다? "
" 와.. 치사하다. 있잖아~ 옆에 뚱뚱한 언니야가 내 사탕 뺏어가서 먹어버렸어~ 힝.
"
" 칫... 나 기분 나빠. 누나한테 말 걸었더니 막 화내면서 기절해버렸어. 웃긴다.. 그치?
"
나의 마음에게 말을 걸고...
나의 믿음에게 말을 걸고...
나의 신에게 늘 대화를 요청했지만..
단 한 번 그와 대화를 나눈 뒤로는 그는 내게 답을 해오지 않았다.
따뜻한 그 목소리가... 그립다. 눈물이 날 정도로.
*
불은 나타나지 않았다. 역시나 하고.. 괜히 기대를 했다가 힘이 다 풀려버렸다.
그제야 뭔가를 눈치 챈 사람들의 눈이 나에게 의문을 표해오고 있었다.
한없이 허탈했고 나의 어리석음에 스스로를 꾸짖었다.
그리고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 그녀를.. 그녀를 만나야 한다고.
' 엄마라고 불러주렴. 내 아가야... '
내가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내 마음속에서 들려온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그 기쁨에 눈물이 차올랐다.
너무나도 그리운.. 그 목소리. 애틋하고.. 다정한.
" 엄마.... 내게 힘을 주세요. FIRE !! "
몸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그녀는 내게 답을 해주었고 불은 일어났다.
그렇게 신비로운 느낌은 내 몸에 그대로 남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마술쇼는 성공적으로 빛을 바랐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장님과 마법사 선배들은
나를 기특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에도 난 일어난 기적에 감격에겨워 정신이 아찔했다.
.
.
그녀는... 나에게 엄마라 부르게 해주었다.
첫댓글 상상을 초월하는 글솜씨에 감탄만이 나옵니다

너무 대단해요 
저한텐 과히 
적인 
흠.. 14살짜리가 잘 쓴다는 소리를 들으니 헤에.. 은근히 쑥스러운데요 ' -' ㅋ<< 그냥 어리다고 봐주세요. 머리가 좀 덜떨어집니다 ㅋㄷ
앗. 동갑이네요- 으음, 깨달임은가. 아! 저기, 누나 라고 칭하는데, 저 3개의 대사는 다 주인공의 독백아닌가요? (갸웃)
맞네요.. 수정할게요 ㅎㅎ; 제가 남자캐릭하고 여자캐릭을 같이 키우다 보니 누나가 입에 붙어버렸다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