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일산 피자집을 시작으로 라이브 카페를 거쳐 차이니스 레스토랑 린찐을 운영하고 있는 개그맨 김학래씨. 맛집은 영원하다는 외식 철학을 바탕으로 해서인지 이제 린찐은 국내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꼽히고 있다. 세 번의 외식 창업 동안 단한번의 실패 없이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에게 성공하는 외식 창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80~ 90년대 유머 1번지 등 코미디 프로그램을 주름잡으며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김학래씨. 그는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레 정이 쌓여 동료 개그맨 임미숙씨와 9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하며 세간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현재 그는 MBC 주말 인기프로그램 <세바퀴>에 패널로 고정 출연하며 여전한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또 케이블 TV는 물론 대기업에 유머와 창업 등과 관련한 인기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유머와 지성을 가진 개그맨의 이미지를 가진 김학래씨. 그는 전공 때문인지 유난히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90년대부터 꾸준히 외식 창업이란 한 우물을 파면서 이제는 연예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로 꼽힌다. 그에게 외식창업 성공 대표주자 타이틀의 영예를 안긴 업종은 차이니스 레스토랑이다. 개업 초 하루 매출 500만~600만 원으로 시작해 창업 10년째인 현재 하루 평균 1,400만~1,500만원의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를 연 매출로 환산하면 50억 원의 규모로 웬만한 중소기업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현대 홈쇼핑의 제의로 레스토랑의 가장 인기 품목인 인절미탕수육을 판매해 베스트 히트 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앞으로 홈쇼핑 판매상품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몇 년 전부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외식업체의 폐업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창업 1년 생존율이 절반이 되지 않고10년 생존율은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한 시대에 중국음식으로 10년간대박 행진을 이거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더욱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 보인다. 김학래씨가 차이니스 레스토랑 린찐을 개업한 것은 지난 2003년12월. 귀에 쏙 들어오는 린찐이라는 상호는 부부의 성인 ‘임’과 ‘김’의중국식 발음으로 아내 임미숙(41)씨의 아이디어이다. 사실 부부의 창업 경력은 올해로 18년째. 95년 일산 피자집을 시작으로 라이브 카페 루브르를 거쳐 차이니스 레스토랑에 도전하기까지 단 한 번의 실패없이 대박 행진을 이어왔다.
세 번째 창업 도전에서 업종을 중국집으로 선회한 이유에 대해 그는 “5천 원짜리 짜장면부터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상어요리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면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좋아해 유행을 타지 않고 맛만 좋다면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시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업종을 선택한 후 그는 상권 분석에 들어갔다. 두 번이나 창업을해본 베테랑답게 서울을 동서남북으로 구분해 입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목이 절반’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되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입지였다.그는 직접 발로 뛰며 상권을 분석한 결과, 강남지역은 점포비를 제외한 시설 투자비만 10억 원이 넘는데다 업종 사이클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신촌, 명동, 대학로 등 강북 명문 상권은 외식업체가 포화상태라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치열했다. 결국 낙점 된 곳은 강동 지역에 해당하는 둔촌동 올림픽 공원 부근. 인구가 10만 명이 넘는데 비해 상권 조성이 미흡했다. 마침 후문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주상복합건물이 상가 분양 중에 있었다. 1층상가를 12억 원에 분양받아 린찐을 오픈했다. 선택한 입지는 이 지역에서는 특A급. 올림픽 아파트를 비롯해40~60평형의 대형 아파트가 1만 세대가 넘게 포진해 있고 분양받은상가 뒤편으로는 1백평 대가 넘는 고급 빌라도 즐비해 구매력이 큰고정 인구층이 많다. 또 저녁 무렵이나 주말이면 올림픽 공원으로 놀러오는 유동 인구층도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여기에 5호선 둔촌역이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역세권이고 잠실역이나 성내역도 비교적 근거리에 있다. 역 주변으로 중소기업들이 포진한 오피스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개업초부터 손님이 몰려들었던 차이니스 레스토랑 린찐은 해가 갈수록 매출이 상승하면서 이제 강동구는 물론 미국 뉴욕과 중국, 일본 등지에서도 인절미 탕수육과 짜장면을 맛보러 손님이 찾아올 만큼 국내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분위기는 ‘고급’, 가격은 ‘중저가’
린찐의 실내는 실 평수 75평에 홀 60평, 주방 15평으로 좌석수가 110개에 룸을 6개 만들어 가족 또는 단체 손님을 맞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객층은 20~60대까지 다양하지만 주요 구매층은 30~40대로 60%를 차지한다. 점심은 샐러리맨들이나 30~40대 주부들, 저녁이나 주말은 부부 및 가족이나 단체 손님들이 차지한다. 이는 아파트와 오피스가가 적절히 혼합된 입지를 선택함으로써 고객 회전율을 높였기 때문이다.상가 분양비는 루브르를 매매한 자금 10억 원과 능곡에 있던 건물을 팔아 전세금을 반환하고 남은 돈 2억 원을 합쳐 마련됐다. 점포비를 제외한 시설 투자비용은 6억 원. 시설 투자비용은 점포를 담보로 대출받아 마련됐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점포 마련 비용의 노하우이다. 부부는 세 번의 창업 모두 부동산을 매입한 후 이를 담보로 시설 투자비용을 마련했다. 첫 창업인 피자집을 오픈했을 때도 살고있던 아파트를 담보로 잡히고 부동산을 매입해 점포비용을 마련했다. 김씨는 “임대료는 공중으로 날아가는 돈이다” 라면서 “매달 갚아나가는 부동산 대출 원리금과 임대료 비용을 비교해 봐도 지금과 같은 저금리에는 약간 무리가 되더라도 대출을 적절히 활용해 점포를 매입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한다.
총 투자비용 16억 원으로 부부가 올리는 월 매출은 4억2000만원. 재료비, 인건비(25인), 공과금 등 유지비용을 제외한 순수 마진율은 20%. 재료비가 오른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아 순 마진율은 초창기30%에서 오히려 10% 줄었다. 하지만 김학래씨는 이를 가격대를 세분화해 마진이 적더라도 많이 팔아 전체 수익을 높이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돌파하고 있다. 120개의 메뉴를 가격대별로 나눠 가장 인기 있는 짜장면, 백짬뽕, 등 7,000~9,000원, 인절미탕수육, 칠리새우, 누룽지탕, 전가복 등 인기 단품요리 20,000~90,000원, 런치 코스 20,000원대, 코스요리 60,000~100,000원 등으로 다양화해 고객의 주머니 사정에 맞게 선택하도록 했다.
개그맨 김학래씨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고 해도 매일 요리를먹지는 않는다”라면서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아무래도 짜장면, 짬뽕 등 면류나 큰돈을 낸다는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실속요리코스”라고 중저가를 공략한 박리다매 전략의 배경을 설명했다.
“맛있는 집은 영원하다”
성공 요인으로 음식 맛을 빼놓을 수 없다. 린찐의 음식 맛은 전체적으로 고소하면서 담백하다. 즉 맛과 건강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웰빙 시대의 트렌드에 적합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린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 인기 메뉴인 인절미 탕수육의 경우 인절미 속에 든 등심 돼지고기가 쫀득하면서 씹히는 맛이 일품이고 소스 또한 담백해 웰빙식단으로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김학래, 임미숙 부부가 주방장과 함께 머리를 맞댄 합작품이다. 또 백짬뽕의 경우에도 홍합 대신 갑오징어, 복어살, 조개살 등 고급 해산물로 우려낸 담백하고 깊은 육수에 탄탄한 면이 어우러져 남자들은 물론 여자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다른 웰빙 인기 메뉴 누룽지탕의 경우에도 각종 고급해산물과 죽순, 브로컬리 등 야채류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영양과 맛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두 번의 창업 경험을 통해 ‘연예인 인기발(?)은 잠깐이지만 맛있는 집은 영원하다’란 그의 음식 철학이 담겨있다. 좋은 재료에서 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는 철칙에 따라 재료는 최상급을 고집하고 냉장 및 냉동 보관기간도 최대 2일 이하로 제한해 신선도 유지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 또 최상의 질을 유지하려면 공급처의 확보도 중요하다. 육류는 관광청에 납부하는 제품을 쓰고 있으며 농수산물은 가락동이나 노량진을 이용한다. 창업 초보자의 경우는 주방장을 통해 추천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김씨는 조언하고 있다. 주방장의 경우, 보통 10여년 이상의 경력을 바탕으로 좋은 재료의 공급처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십 년 경력의 린찐 주방장은 화교협회 회장의 추천으로 인연이 돼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맛과 더불어 호텔급 분위기와 서비스도 성공 창업에 한 몫하고 있다.
“요즘의 트렌드는 짜장면 한 그릇을 먹더라도 분위기 있게”라고 말하는 김씨는 실내를 원목과 대리석을 적절히 혼합해 이태리풍으로 처리했다. 직원들 역시 호텔처럼 제복을 입고 서비스 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가격은 다운사이징, 분위기와 서비스는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직률이 높은 외식업의 경우에는 인력 관리도 중요하다. 사실 유명한 맛집은 주방장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방장이 바뀌면 아무리 유명했던 맛집이라도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흔하다. 그 때문에 오너가 직접 요리 레시피를 익히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규모가 클 경우 이는 불가능하다. 대신 주방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는 “주방 관리의 노하우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대우를 잘 해주느냐에 있다”면서 “보너스는 물론 평소에도 고급 베이커리의 빵과 과자, 음료 등을 챙겨주면서 내 집 식구 대하듯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연 100%의 상여금은 물론 월 매출이 갱신될 때마다 단 10만원이라도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사기 진작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탄탄한 인력관리가 바탕이 될 때 최상의 서비스가 나오고 이는 곧 고객만족을 통한 매출 상승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세 번의 창업을 거쳐 가업으로 물려줄 만한 업종을 찾았다고 말하는 김학래씨. 10 여년 만에 린찐을 국내를 대표하는 고급 음식점 반열에 올려놓은 그는 린찐의 음식 맛을 보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위해 단품요리를 홈쇼핑과 제휴해 판매하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그는 “평생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건강과 맛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음식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