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탄력근무 시간을 핑계로 퇴근시각 전에 광주로 온다.
벌써 5년 전에 친구가 보내 온 열암 송선생의 '枇杷晩翠' 글씨를 중앙초 앞에서 찾아
퇴근길의 차가 밀리기 전에 무등시장에서 내려 걸어오는 바보를 태워 극동으로 온다.
새김치에 밥을 먹자는데 난 광주극장에 가서 일본영화 '심야극장'을 보자고 한다.
고흥장어탕에 가서 6천원짜리 장어탕을 먹자고 했는데 시간 여유가 없다.
충장치안센터 정류장 앞의 튀김집에 들어가 오뎅과 튀김으로 요기를 달랜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참 따뜻하다.
12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 심야에만 문을 여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네 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는데
다 훈훈한 인간애가 보기 좋다.
오랜 단골들을 바탕으로 심야식당에 오는 사람과의 인연이 얽힌다.
이탈리안 파스타 요리, 마밥 이야기, 카레라이스, 그리고 뭐였더라.
마지막에 식당을 찾아오는 여자는 흙이 담긴 유골함의 주인이다.
기둥서방에 얹혀살다가 그가 죽자 새로운 애인을 만났다가 유산을 물려받아 돈놀이를 하면서
새 애인을 차버리는 여자의 이야기
시골에서 올라오는 미치루의 이야기와 주인공을 사랑하는 요정주인의 심리도 웃지만 이해가 간다.
해일로 아내를 잃은 남자와 자원봉사자의 이야기
그리고 고시엔 구장의 추억을 간직하고 살다간 남자와 그 부인
주인공의 이름이 마스타이다.
칼 자국인가 흉터가 얼굴에 혼자 살고 있는 그의 인생역정을 말해주지 않지만
사람을 보는 그의 내공이 느껴진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소주 생각이 난다.
차도 가져오지 않은지라 광주공원쪽으로 걷는데, 예전의 포장마차들이 돌아와 있다.
트로트를 크게 틀어놓은 리어카 앞에 녹동집에 들어간다.
족발 15,000원짜릴 시켜놓고 소주 두 병을 마시고, 걸어 집으로 올까하다가 향교 앞에서 45번을 타고 돌아온다.
막차는 아니었을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