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산이라 해도
지적도상에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임도만 겨우 있어도
평당 만원은 받으려 하는 판국인지라 적은 돈으로는 쉽게 구하기가 어렵다.
거기다가 전기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먹을 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적도상 길이 있으면서 전기가 있고, 물까지 있다면
산이라 할지라도 전답 못지 않게 비싸다.
그러니까 기본이 되는 이 세 가지 중
하나나 둘을 포기해야만 하는데
차가 드나들지 못하지만 전기와 물이 있는 곳?
하지만 차가 드나들지 못하는 곳에는 전기가 있을 턱이 없으니
차가 드나들 수 있지만 전기와 물이 없는 곳이거나
아니면 전기가 없는 곳??
전기 없는 곳에서 살아본 나로서는 세 가지 중 하나만 버리라 한다면
전기라 하련만...
이런 것조차도 내 맘에 맞는 게 없다.
(사실 답답한 마음인지라 글이 제대로 써지질 않는다...)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이쁜 마을이 있어서 가 보면
밖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과 마을 안으로 들어가 밖을 내다보는 풍경은 다르다는 것이다.
지나가다 보는 마을이 이쁘더라도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전원주택단지가 있는 곳 --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이나...>
집에서 본다면 이런 풍경이 나오는 게 아니고 강 건너 앞 산이 가로막고 있는 풍경.
계곡 옆에서 몇 년을 살아본 나로서는 계곡이나 강을 낀 집터는
잠시 지나며 즐기는 풍경으로는 이쁘겠지만
안개 자주 끼어 습하고 비가 내리고 나면 겁나게 시끄럽고 해서 이제는 피하고 싶다.
물론 경사가 없는 강이라면 시끄럽지 않겠지만 낙차가 있는 계곡 같은 곳은 정말 시끄럽다.
멀리서, 문제점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 바라보는 거야 좋지...
차가 쌩쌩 내달리는 길 가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고
고압선이 윙윙대며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고
고속도로 밑에 있는 동네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고
사방 천지가 축사인 동네도 많고...
고압선에서 최소 2km는 떨어져야 하고
혐오시설에서도 그만큼 떨어져야 하고
타이어 먼지를 뒤집어 쓰지 않을만큼 떨어져 있어야 하고...
거듭 말하지만
적은 돈으로 이런 곳 찾기란 정말 힘들다.
아예 차가 다닐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간다면 모를까...
내 마음이야 차도 못 들어가고 전기가 없어도 그다지 걸릴 게 없다 싶지만
식구들이 염려하는 마음까지 무시하기에는 나도 이제 나이가 있다는 거
그래서 차라도 잘 드나들 수 있는 곳이면서 전기나 물이 있는 곳을 찾는 중이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싸고 좋은 땅을 마련하고자 어떤 동네를 잡아
빈집에서라도 살려 해도 마땅치가 않다.
동네마다 빈집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빈집들을 빌려주려 하지도 않고 또한
돈을 들여 고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집들이 대부분이고
그 집을 살 것도 아닌데 돈 들여 고쳐서 사는 것도 그렇고
그럴 바에는 임대하는 집을 빌리는 게 더 나을 것이지만
시골에서 그런 집 찾기가 너무너무 힘들다는 것.
적당한 땅을, 아니 적당한 땅을 살 능력이 안 되니
적당하다고 내 마음과 타협한 땅을 산 다음에
컨테이너나 농막을 하나 들여놓고 시작하는 게 제일 나을 듯하다 결론을 내보지만
어느 것 하나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 더 나를 절망케 하는 것은
땅을 보고 왔는데 다음에 보니 그 땅 값을 20%나 올려서 다시 내놓는다는 거다.
쉽게 팔리지 않으면 땅값을 좀 내려서 내놓는 게 아니고
오히려 값을 올려 내놓는걸 보면 정말 절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