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대교 개통 후 낭도엔 몇 번 들렀다.
상산에도 두번 오르고 사도가는 배를 타기도 했다.
퇴근길에 사도를 건너다보는 언덕에 서 있다가 오기도 했다.
둘레길보다는 산정상을 오르는 걸 더 좋아한다 했으니, 낭도 둘레길은
가지 못했는데 여수 섬섬 안내자료나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니
가보고 싶어진다.
낭도로 들어서자 노란 옷을 입은 여성이 좁은 길을 오는 차를 막으며
교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선착장 너른 주차장에 들어가지 않고 옛중학교 자리의 캠핑장까지 가 본다.
거기 카페도 공사중이어서 차들이 많다.
길 가에 옹색하게 차를 두고 해수욕장으로 내려가 모랠 밟고 간다.
발이 깊이 빠진다.
새빨간 등대가 있는 방파제도 건너다만 보고
초록의 사스래피나무(?)가 터널을 이룬 숲길로 들어선다.
지난 밤 작은 봄비에 먼지가 가라앉아 길은 상쾌하다.
야자매트가 깔린 길과 계단을 구비돌자 암벽 위다.
작은 돌탑들이 가득하고 사람들이 많다.
작은 바위섬이 조망을 주고 멀리 나로도 봉래산은 흐릿하다.
숲 둘레길로 올라와 걷다가 신선대 쌍용굴 안내판을 보고 또 바위로 내려간다.
처음 바위보다 규모가 크고 계단식으로 바위들이 층을 이루고 구멍 뚫린 바위도 많다.
까만 화살표를 따라 가 보니 쌍용굴인데 바닷물이 차 전면을 볼 수 없다.
안쪽에서 거대한 파도의 울림이 들려온다.
윗쪽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뻐기듯 해초가 푸른 바닷가를 거닐다 올라온다.
12시가 지나간다.
빨간 컨테이너 건물 안에서 첼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휴게소다.
라면을 끓일 물을 사러 들렀다가 막걸리를 마시자고 한다.
바보는 바닷가에 자리잡고 라면 끓여 사 온 막걸리를 마시자 하지만
난 공정여행을 들먹이며 사 먹자고 한다.
바보가 계좌번호에 돈을 넣고 물과 도토리묵을 산다.
싹싹한 남자는 주변에서 캔 순자연의 맛이라며 맑은 김치 한접시를 먼저 준다.
우리가 가져 온 막걸리 한병을 둘이 마시니 조금 부족해 한병 더 주문한다.
여수가 집인데 몇년 전 사 둔 이 땅이 맘에 든단다.
기분이 좋아여 다시 길을 가다가 공룡발자국 안내판을 보고 내려간다.
너른 편리 암반이 이어지고 벽은 채석강처럼 조밀한 결이 곱다.
연초록의 해초를 뒤집어 쓴 둥근 바위와 암반이 바닷물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난 바보의 염려를 뒤로 하고 비탈을 내려가고 옆 바위를 기어간다.
바보도 어쩔 수 없이 따라온다.
바위 윗쪽에 선 이들이 우릴 보며 따라오려다가 포기한다.
해초 덮인 암반은 많이 미끄럽다.
구멍 뜷린 사이에 들어가 눕기도 한다.
바위와 해초 물 웅덩이 사이를 스릴 넘치게 지나 바위를 오르니 하얀 등대다.
앞쪽에 사도가 가깜다.
물이 많이 빠진 날을 알아 추도까지 걸어보는 것이 하나의 소망인데
가능할 지 모르겠다.
전망대 위에 사람도 많고 바위 사이에도 많다.
우린 길로 오르지 않고 계속 바닷가로 간다.
달라진 바닷가를 지나 하얀 해수욕장을 지나 바위 사이 고운 모래 위에
배낭을 벗는다.
내 핸드폰은 배터리가 꺼졌다.
라면 한 봉 반을 작은 코펠에 넣고 끓인다.
지나는 이들이 부러운 듯 쳐다본다.
난 모자를 눌러쓰고 먹걸리를 마시며 라면 가락을 집어 올린다.
4시가 가까워지자 배낭을 챙겨 일어난다.
쓰지도 않을 텐트는 꺼내다가 가방만 찢는다.
바보는 맘에 드는 곳이라며 가족과 함께 또 오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