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능으로 넘실대는 두바이의 사막은 문명과 첨단에 지친 자들의 오아시스다. 사륜구동차를 타고 봉긋봉긋 솟아오른 사구 위를 롤러코스터처럼 넘나드는 포휠 드라이빙은 사막의 깊은 주름 속을 탐험하는 가장 신나는 방법이다. ●아라비안 어드벤처 제공 |
“반짝이지 않는 것은 두바이가 아니다.” ‘황금의 도시(City of Gold)’라는 별명답게 두바이는 빛나는 것이 아니면 들여 놓지 않는다.
세계 최고층 건물과 초호화 호텔ㆍ리조트, 벤츠와 BMW로 가득한 도로, 세계 최저가의 금 시장과 최고 면세율을 자랑하는 쇼핑몰…. 그러나 홍콩과 싱가포르, 발리나 몰디브 대신 두바이에 가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 답은 쪽빛 아라비아 해와 밀가루보다 고운 모래 사막이 될 것이다.
바다가 물리면 사막으로, 사막이 질리면 바다로. 아무리 변덕스런 관광객이라 해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모래 사금파리와 에메랄드색 광휘로 빛나는 바다를 동시에 가진 두바이에는 싫증을 내지 못 하리라.
사막이 바로 오아시스
|
두바이의 상징이 된 돛단배 모양 칠성호텔 버즈 알 아랍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떽쥐베리의 말은 틀렸다. 적어도 두바이에서는 그렇다. 중동의 많은 지역이 가도 가도 끝없는 열사의 땅이지만, 두바이에서 사막은 전체가 아니라 부분이다.
여인의 풍만한 몸매처럼 관능으로 넘실대는 두바이의 사구들은 크리스찬 디오르의 향수이름이 왜 ‘듄(Dune)’인지를 저절로 깨닫게 한다. 두바이의 사막은 그래서 오아시스 없이도 그 자체로 오아시스다.
두바이 시내에서 남쪽으로 1시간쯤 달려 사막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말감 사막에 도착하면 사막 사파리를 즐기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바이 최대의 현지 여행사인 아라비안 어드벤처가 내놓은 사막 사파리는 태양의 더운 숨결이 잦아들 무렵인 오후 4시께 4륜 구동 지프를 타고 모래 둔덕을 오르내리는 포휠 드라이빙(fur-wheel driving)으로 시작된다.
|
호텔의 로열 스위트 입구. |
70도는 족히 될 듯한 가파른 사구들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면 아무리 얌전한 아가씨도 ‘꺄악’ 비명 소리를 참을 수 없다.
영어가 유창한 기사 겸 가이드가 사막의 정경이 아름다운 길목 마다 차를 세워주면 카메라를 손에 든 관광객들은 이리저리 셔터를 눌러댄다. 아무렇게나 눌러도 모두 작품 사진이다. 운이 좋으면 뉘엿뉘엿 저무는 노을 사이로 느릿느릿 걸어가는 낙타떼와 한 장면에 담길 수도 있다.
엎드려 누운 여인의 둔부 같은 사막을 석양이 피자두 빛깔로 물들이고, 눈조차 뜰 수 없는 강한 모래 바람이 장풍처럼 몸을 밀어붙일 때 사람들은 모두 말을 잃는다.
헝클어진 머리를 빗질하는 손갈퀴처럼 바람이 빚어내는 빗살무늬 모양의 모래 물결을 바라보며 그저 귓전에 윙윙거리는 바람의 언어에 귀를 기울일 뿐이다.
사막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사막 사파리의 하이라이트, 베두윈 캠프에서의 사막 만찬(Dune Dinner)이 기다리고 있다. 꽃으로 한껏 멋을 낸 낙타를 타거나 베두윈족 여인에게 팔뚝이나 등허리에 헤나 문신을 받으?여흥을 즐긴 후 모래 위에 양탄자를 깔고 베두윈족의 식탁을 그대로 재현한 저녁 식사를 한다.
서슴없이 관광객의 식탁 위로 올라서는 베두윈 무희의 뇌쇄적인 벨리 댄스를 감상하며 바닐라향의 물 담배가 담긴 워터 파이프를 돌려 피우노라면 아라비안 나이트의 술탄이라도 된 기분이다.
아라비아해 호위하는 초특급 호텔들
두바이가 중동의 축복 받은 땅인 이유는 바로 아라비아해(걸프만) 때문이다. 연초록으로 반짝이는 아라비아해와 아라비아해를 호위하고 있는 초특급 호텔ㆍ리조트들덕에 두바이는 우리가 중동에 관해 짐작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한 예외가 되었다. 그 곳엔 알 카에다도, 차도르도, 욕망을 억압하는 어떤 율법도 없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호텔 옥상 헬기 착륙장에서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계 최고급 칠성호텔 버즈 알 아랍은 321㎙의 세계 최고 높이뿐 아니라 하루 3,500만원(로열 스위트룸)의 ‘입 벌어지는’ 숙박료로 별 일곱개 짜리의 ‘위용’을 자랑한다.
돛단배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두바이를 현대 건축의 메카로 불리도록 한 버즈 알 아랍은 ‘황금 도시’ 두바이의 상징답게 벽과 기둥이 온통 금으로 장식돼 있다.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돼 5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티타임 룸을 이용하지 않으면 내부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주의 사항:베컴이나 파바로티와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놀라지 않은 척할 것!
돛단배 모양의 버즈 알 아랍과 그 옆에 파도 모양으로 나란히 세워진 주메이라 비치 호텔은 동시에 조망할 때 더욱 빛난다. 돛단배를 밀어주는 파도 같은 모양의 주메이라 비치 호텔은 연중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두바이 만에 자리해 1년 내내 요트, 다이빙, 스킨스쿠버 등을 즐길 수 있는 워터 테마 파크로 유명하다.
같은 주메이라 호텔 그룹 계열의 마디나트 주메이 호텔은 또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즐기기에 제격이다. ‘신밧드의 모험’을 찍기 위해 제작된 영화 세트장마냥 아라비아풍의 황토빛 건물들로 가득한 40헥타르 규모의 거대 리조트 단지. 아이들 데리고 온 가족이 즐기기에 제격이다.
아라비아 상인의 후예답게 두바이는 오늘날 면세 100%의 ‘쇼핑 천국’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개인기’를 발휘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흥정을 할 수 있어 면세가대로 다 주고 사면 바보 소리 듣기 십상. ‘일단 깎고 보자’는 전통 재래 시장의 구매법 숙(Souk)은 물론 두바이 최고 백화점 ‘시티 센터’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쇼핑의 법칙이다.
일단 배포 크게 60% 정도 깎아본 후 안되면 조금씩 흥정치를 줄인다. 마지노선은 20%. 더 이상 깎을 수 없다면 그것은 “인샬라!”, 신의 뜻이다.
두바이 도심을 파고 든 바닷물 ‘두바이 크릭’의 주변에 퍼져 있는 골목 시장 숙은 골드숙 향료숙 야채숙 등의 형태로 남아 아직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금값이 싸고 세공술이 발달해 두바이에 오는 관광객의 95%가 이 곳에서 금을 사간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최첨단 건축물들과 나란히 자리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숙에서의 쇼핑을 마치고 크릭 위를 떠다니는 아랍 전통 목선 도우(Dhow)선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는 것도 두바이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보너스.
120만 인구 중 82%가 150개 국적의 외국인인 두바이에는 도심 곳곳에 삼성 노키아 소니 구찌 샤넬 등 세계적 기업의 광고물이 내걸려 있다. 국민소득이 3만불 가까이 되니 이곳에선 명품도 더 이상 명품이 아니다.
도심 백화점에는 차도르 안에 프라다와 구찌, 샤넬 등으로 치장한 아랍 여인들이 가득하고, 겉보기엔 그저 검은 천조각인 차도르조차 스와로브스키 보석으로 장식된 것부터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것까지 각양각색이다.
차도르 아래 진한 화장이 눈에 쑥 들어 오는 한 아랍 미인이 프라다 핸드백의 값을 깎는 진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