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김장을 할 때면 배추가 부족하여 애를 먹곤 했다. 올해는 배추를 많이 심기로 마음을 먹었다. 배추가 잘되면 평소 도움을 주던 교회들에게도 나눠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수원에 있는 온사랑교회와 동수원중학교와 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주축인 행복나눔봉사단이 매월 한 번씩 봉사를 온다. 배추 심는 일정을 봉사자들이 오는 날로 정했다. 그렇게 심은 배추 모종이 3,600개였다. 퇴비를 다른 농부들이 뿌리는 것보다 갑절로 뿌리고 배추 모종을 심었었다. 그런데 배추가 잘 되지 않았다. 배추 농사가 잘되면 나누려던 계획이 변했다. 배추를 묶어주기로 했다. 수확하기 한 달 전부터 배추를 묶어 주었다. 배추가 그런대로 좋아졌다. 지원해 주려고 했던 교회들에게 배추를 지원해 주겠다고 전화를 드리니 다른 곳에서 미리 주문을 했다고 했다. 그냥 김장을 하기로 했다. 망가진 것과 죽은 것, 중간에 뽑아 사용한 것을 빼면 얼추 3,000포기는 될 것 같았다. 밭에는 무와 배추, 갓과 쪽파가 자연의 향기를 품으며 잘 자랐다. 배추를 뽑는 일은 자오쉼터 가족들이 했다. 덕분에 나도 주저앉아 열심히 했다. 쪼개고 절이는 일은 은행교회 장성현 목사님 동기분들이 부부 동반하여 동참을 해 주셨다. 강성흔 목사님 부부까지 합하니 5쌍의 목사님 부부와 집사님들이 동참해 주셨다. 변함없이 5년째 김장봉사를 해 주는 의료기수입업체인 쿠앤쿠스 사장님 이하 전 직원이 동참하여 배추를 뒤집고 씻고 양념까지 준비를 해 준다. 성남 모란시장 근처에 있는 신흥교회에서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이 20여분 지원을 오셨다. 누리보듬 친구들도 김장에 동참을 했다. 그렇게 김장에 동참한 총 동원 인원은 60여명이 됐다. 김장이 잘 됐다. 김장 도중에 난 김치를 270kg을 싣고 미자립교회에 지원을 갔다. 나머지 김치 나눔은 소록도 김치 배달을 마치고 돌아와 마무리 해야겠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니 김장도 거의 끝나간다. 양념이 부족하여 1,000여포기는 절인 상태로 땅에 묻었다. 내년 봄에 꺼내어 양념에 잘 버무려서 또 나누도록 해야겠다.
김장이 잘 끝났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차에 오른다. 통영에 사시는 류달주 목사님이 선교회 일을 보기 위해 서울에 오셨다가 자오쉼터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소록도 김치 배달 용달 운전을 해 주신다. 바퀴에 바람이 부족해 카센터에 들려 바람을 넣고 소록도를 향해 출발을 한다. 더블캡이라 5명이 탔다. 밤 9시 무렵에 소록도에 도착을 했다. 구북리 이장이자 북성교회 안수집사인 이용화 집사님 부부를 만났다. 교회 숙직실에서 짧은 미팅을 했다. 피곤한 몸을 따뜻한 방바닥에 누이니 금방 잠이 온다. 새벽 2시45분에 일어나 예배당으로 갔다. 아직 어르신들은 새벽 기도하러 오시지 않았다. 건강할 때는 자정이 넘으면 오셨는데 연로하시고 날씨도 추우니 늦어지나 보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아침밥을 먹었다. 함께 간 권사님과 집사님들이 아침을 준비해 주셨다. 방바닥에 상도 없이 그릇만 놓고 먹는 아침밥이지만 참으로 감사했다.
원래 오전 10시쯤에 김치 배달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음이 바쁘다. 아침 7시부터 김치 배달을 했다. 세 개 마을 사무실에 인언수대로 김치 봉지를 내려놓는다. 1인당 10kg씩이다. 다시 구북리로 돌아와 김동월 할머님과 박옥례 할머님 심방을 갔다. 할머니~ 라고 부르며 양목삽니다. 했더니 깜짝 놀라시는 김동월 할머님, 마침 박옥례 할머님도 김동월 할머님 댁에 계셨다. 고양이를 사랑하셔서 잘 키우고 계시는 박옥례 할머님은 김동월 할머님의 동역자가 되셔서 밥도 해서 함께 드신단다. 마침 고양이 밥을 준비하고 계시는 박옥례 할머님. 김동월 할머님은 8시에 병원에 입원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하셨다. 우리들은 깜짝 놀랐다. 김치 배달을 하면서 왜 이렇게 서두르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김동월 할머님이 입원하기 전에 만나게 하려고 서두르게 하셨음을 알 수 있었다. 여자들은 빗자루와 걸레, 행주를 들고 대청소를 하신다. 여전히 바퀴벌레는 수시로 운동회를 하고 있었다.
할머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준비 중이던 할머님은 우리가 일찍 심방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니 바로 이렇게 대답하신다. “나 이래 뵈도 사랑받는 여자여~!”88세의 김동월 할머님의 고백에 우리 모두 아멘! 박옥례 할머님 댁으로 잠시 가시더니 오셨다. 류목사님께 만원짜리 몇 장을 쥐어 주신다. 손주들 주라며……. 류목사님이 올해 여름 소록도 봉사 때 어린 딸 둘을 데리고 함께 갔었는데 여전히 잊지 않고 기도하고 계셨음을 알 수 있었다. 집안 대청소도 끝났다. 화장실 깨끗, 주방 번쩍 번쩍, 마루와 방도 깨끗. 대단한 아줌마들의 힘이다. 권사님 집사님들 수고하셨어요.
라디오에서 비가 많이 내리고 밤에는 눈으로 변할 것이라고 한다. 올라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서두르기로 했다. 다른 일정이 있는 류목사님을 녹동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려 드리고 올라온다. 최권사님이 운전대를 잡았다.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주유를 하고 운전을 교대했다. 용달 운전은 처음 해 보는데 평소 실력으로 하기로 하고 고고씽~. 아이고야~ 올라오는데 비가 시작된다. 도로는 막히는데 엄청 비가 내린다. 무사히 자오쉼터까지 도착했다. 비도 그쳤다. 감사하다. 차에서 짐을 내리고 용달을 반납하고 돌아오니 몸이 파김치다. 이럴 땐 일단 휴식을 해야 한다. 잠이 보약이니까. 누군가의 수고가 있었기에 누군가는 누리며 살아가는 법이다. 우리는 수고하는 그 누군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함께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려 드린다.
자오쉼터에서 양미동(나눔) 목사.
첫댓글 같은 마음으로 섬길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