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둑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때다.동네 유선각에서 아저씨들이 심심풀이로 두는 바둑을 눈여겨보곤 꼰보다는 장기 , 장기보다는 바둑이 훨씬 더재미있고 심오한 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학교때 산수동에서 기거했는데 옆방 화가아저씨와 또다른이가 마당에서 자주 대국을 벌아곤했다. 지금 추측해보면 7급기력인 듯한 두 아저씨는 틈만 나면 막걸리내기 바둑을 두었다. 나는 공부는 뒷전이고 흑과 백이 사생결단을 하는 소리만 들리면 구경하곤했다. 얼마나 바둑에 혹했는지 꿈에서는 사방무늬 천장이 바둑판으로 보였다, 비록 대국 기회는 갖지못했지만 자주 보다보니까 논두렁바둑치고는 그런데로 실력이 갖춰진 듯하다.
군데에서는 바둑으로 재미를 좀 봤다, 쫄병시절 최전방 소총부대에서 살벌한 분위기속에서 근무했는데 경상도 창녕태생인 왕고참 하나가 바둑을 좋아했다 그는 시간만 있으면 바둑판을 내게 내밀었다, 그와 바둑을 두면서 집합이나 점호, 사역등을 많이 피할 수 있었다. 요령도 생겨서 이긴 바둑을 막판에 일부러 져주기도했다. 그때 그 고참의 자기 실력으로 이긴 줄 알고 헤벌어지는 입모습을 보는 즐거움이란 또 하나의 재미였다.
그리고는 바둑을 거의 잊고 살았다, 주변에서 바둑 두는 사람도 찾기 어려웠다. 8-90년대에는 삼봉에서 고도리가 유행이었다. 이 영양가없는 화투놀이에서 빠져나오게 된 계기가 인터넷 바둑을 접하면서부터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흑백대결을 벌이면서 기력을 향상시키는 재미가 쏠쏠해서 헤어나질 못하게했다. 지금도 여유만 생기면타이젬이나 넷마블같은 사이트에 들어가서 대국을 한다든가 남들이 두는 것을 관전하는데 ,시간 보내기가 좋고 무료사이트라 돈 들어갈 리없고 한 수 한 수 놓을때마다 머리싸움을 해야하니 장래 치매예방에도 좋고 정신건강에도 유용한 스포츠가 바둑이 아닌가 싶다. 그래 지금은 바둑도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보통 스포츠라면 수족등 신체를 사용하는 무(武)의 운동이라면 바둑은 머리속에서 생각을 짜내는 문(文)의 운동이라고 하겠다. 축구나 농구등이 동(動)적인 스포츠라면 바둑은 정(靜)적인 스포츠다.
오늘도 하릴없이 바둑을 둔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고향이 어디인지 나이가 몇인지 모르는 체 인터넷 바둑을 두다보면 정말 세상 살 맛이 나고 취미중에서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인지라 주변에 권하고싶다.
첫댓글 설 잘 보냈제? 바둑은 취미중에서 좋은 취미라고 생각해 왔는데 바둑에 얽힌 자네의 인연을 알고보니 더욱 실감나는구만. 바둑판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볼 수 있어 매력은 있는데 푹 빠질까바 나는 감히 접근을 삼가하고 있네. 암튼 좋은 취미 계속 이어가길 바라네.
바둑은 머리회전(IQ)이 좋은사람이 하는 취미라던데........... 머리 쓰기 싫어서 난 안 좋아해. 존경스럽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