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회 돌파 앞둔 마당놀이 주역 윤문식·김성녀
"노인들만 왔었는데 요즘엔 직장인이 더 많아 내 아슬아슬한 얘기 좋아하더라고"
"평소엔 구부정해도 무대만 서면 허리가 쫙… 음치였던 윤선생, 명창 다됐죠"
"오늘 오신 손님들 반갑소~"라는 노래로 기억되는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가 오는 12월 13일 3000회를 돌파한다.
1981년 《허생전》으로 출발한 지 29년 만이다. 올해 마당에 풀어놓을 웃음보따리는
《이춘풍 난봉기》(김지일 작·손진책 연출). 춘풍 부부는 윤문식(66)·김성녀(59)다.
1982년 《별주부전》에서 토끼와 별주부 부인으로 첫 매듭을 묶은 두 배우는 대부분 주인(김성녀)과 하인(윤문식) 관계였다.
10일 두 사람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는데 마당놀이 예고편 같은 입담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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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메라 앞에서 김성녀(왼쪽)가“재롱 좀 떨어봐”하자 윤문식은“이 핑크빛 넥타이, 공연장에서 젊은 여인한테 선물 받은 겁니다. 하하하”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김성녀=마당놀이로 청춘 다 보냈어요. 윤 선생은 요즘도 연습 때 재미없으면 화내고 난리예요. 정열이 죽지 않았어요.
▲윤문식=다른 건 다 죽었어. 우리 둘이 싸움도 엄청 했어요. 300번쯤 싸웠지 아마.
▲김=난데없이 애드리브를 던지니 그렇지요. 윤 선생은 여리고, 저는 강해요.
▲윤=누가 나더러 '견과류'래. 껍데기는 딱딱한데 벗겨보니 여리고 착하다나?
▲김=3000회라니, 늙었죠 우리가.
▲윤=난 늙은 줄 몰랐어. 싸가지가 없고 철이 없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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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마당놀이《심청》에서 심봉사 윤문식(왼쪽)과 뺑덕어멈 김성녀.
▲김=재미있는 건 처음 10년은 전성기였고, 그다음 10년은 '윤문식·김종엽·김성녀를 물갈이해라, 마라'로 시끄러웠고, 버텨서 다시 10년을 맞았더니 관객이 더 많아진 거예요.
▲윤=내가 술을 못 끊거든요. 김성녀·윤문식도 관객에게 그렇게 인이 박인 게 아닌가 싶어요.
▲김=그래도 체력 걱정이 해마다 늘어요. 용퇴를 결정해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윤=난 '김종필 총재 은퇴하면 그만두겠다' 했는데 '3김'은 가고 '2김1윤'은 남았네. 늙어가는 우리를 밀어내고 나올 만한 놀이꾼을 기다릴밖에.
▲김=관객이 가장 위대해요. 마당놀이 3000회는 관객의 힘이에요.
▲윤=그런데 연령층이 요즘 달라졌어요. 배우는 늙는데 관객은 젊어집디다.
▲김=언로(言路)가 막혔을 땐 대학생들이, 민주화된 뒤엔 노인네들이 왔지요. 최근엔 가족이나 직장인이 많아요. 윤 선생이 아슬아슬하게 하는 얘기는 다 좋아하세요.
▲윤=올해 《이춘풍 난봉기》는 가산 탕진한 춘풍을 부인이 혼내주는 이야기라서 여성 관객이 더 좋아할 겁니다. 춘풍이 처한테 된통 얻어맞아요.
▲김=29년 동안 관계만 좀 바뀌었지 내가 골탕먹이기는 마찬가지예요.
▲윤=김성녀 남편(손진책)이 연출가라 내가 늘 당합니다. 난 산적 두목이나 마당쇠를 맡다가 1990년대에 신분이 격상돼 남편이나 아버지도 해봤어요. 그래도 노는 짓은 거기서 거기지만.
▲김=평소엔 구부정해도 마당놀이 무대에만 서면 허리가 쫙 펴집니다. 음치였던 윤 선생은 명창 다 됐어요.
▲윤=그동안 남편 위하는 본처는 절대 배신 안 당한다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남편은 관객, 본처는 마당놀이예요. 나처럼 자연친화적으로 생긴 사람도 좋아해 주시니 그저 황송하지요.
▶26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텐트극장. (02)747-5161
첫댓글 이분들 공연 저도 두어번 본적 있는데 참 멋진 분들이세요 ^^*
이 분들 보면 정말 엔터테이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주꾼들입니다. 그 넉살이 얼마나 좋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