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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독서 요약 : 2021.02.22. 한국국학진흥원 박경환 옮김, 도서출판 홍익 발행, p.455. 16,000원---42년생 조우제 요약
※맹자(孟子, BC385-304)의 이름은 가(軻)이다. 전국시대 중기의 추(鄒-후에 魯나라에 합병)나라 사람으로 공자(孔子 BC551-479)가 죽은 지 100년 가까운 시대에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계열의 학자들에게 배운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수레 수십 대와 제자 수백 명을 이끌고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왕도정치(王道政治) 실현을 위한 유세(遊說)에 나섰다. 그는 제자백가(諸子百家) 특히 양주와 묵적에 대항해 유가(儒家)의 사상을 지키는 것을 자신의 시대적 사명으로 삼았다. 그는 인의예지(仁義禮智) 즉, 사단(四端)의 본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성선설(性善說)과 함께 왕도정치(王道政治)와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주장했다. <맹자>는 원래 7편인데 후한대의 조기(趙岐)가 상하 14편의 체제로 만들었고, 남송의 주희(朱熹)가 四書로 삼아 정경(正經)이 되었다.
제1편 양혜왕(梁惠王) 上
-양혜왕이 맹자에게, 고명한 분이 천리 길을 찾아주셨으니 장차 이 나라에 이익이 있겠지요? : 대부와 선비와 서민들이 이익을 생각하여 다투면 나라가 위태로워집니다. 왕께서는 仁義를 말씀하셔야지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전쟁에서 오십 보를 도망간 사람이 백보를 도망간 사람을 보고 비겁하다고 비웃는다면 어떻겠습니까? 백성이 농사철을 놓치지 않게 하면 살림이 넉넉해질 것입니다. 살림이 넉넉해지면 백성들이 산 부모를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 지냄에 유감이 없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왕도정치의 시작입니다.
-5무(五畝-1무는 52평)에 뽕나무를 심으면 50세 노인이 비단옷을 입을 수 있고, 가축을 기르면 70세 노인이 고기를 먹을 수 있으며, 100무의 밭농사에 일손을 빼앗지 않으면 가족이 굶주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후에 상서(庠序=교육기관)에서 효도와 공경을 가르치면 백발노인이 짐을 지고 다니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러고도 천하의 왕이 되지 못할 사람은 없습니다. 풍년에 곡식을 창고에 저장하고 흉년에 곡식을 풀어줄 줄을 모르다가 백성이 굶주려 죽게 되면, 흉년 때문이지 나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면, 사람을 칼로 죽여 놓고는 내가 죽인 것이 아니라 칼이 죽인 것이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과인의 대에 이르러 제(齊)나라에 패해 장남이 죽고 진(秦)나라에 패해 700리를 빼앗겼으며 초(楚)나라에 패해 모욕을 당했습니다. 설욕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 어진 정치로 형벌을 감면하고 농사에 세금을 적게 하며 장정들에게 효제와 충신의 덕을 닦아 서로 섬기도록 하십시오. 진과 초나라의 군주들은 농지를 빼앗아 부모 봉양을 할 수 없게 하고 형제와 처자들을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고 있으니, 이렇게 백성들을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때 어진 정치의 왕께서 정벌한다면 누가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인자무적(仁者無敵)입니다.
-왕께서 간절히 원하는 것은 천하의 패자가 되고자 하겠지만, 그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입니다. 하나를 가지고 여덟을 항복시킬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모두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 그에게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제 왕께서 어진 정치를 베푸신다면, 천하의 벼슬하는 자들이 모두 왕의 조정에서 벼슬하고 싶게 될 것이고, 농부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될 것이며, 왕의 땅에서 장사와 여행을 하고 싶게 될 것이고, 자기 군주를 원망하는 뭇 백성들이 왕에게 달려와 하소연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한다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가 있겠습니까?
제2편 양혜왕(梁惠王) 下
-제선왕(齊宣王)이, 옛 주문왕(周文王)의 동산은 사방 70리였는데 백성들은 오히려 작다고 생각했는데, 과인의 동산은 40리인데도 크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 문왕의 동산에는 풀 베는 사람과 땔나무를 하는 사람, 꿩과 토끼를 잡는 사람들 모두가 들어갔으니, 작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문왕은 백성들의 힘으로 정원과 연못을 만들어 백성들과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했습니다.
-제선왕(齊宣王)이, 과인은 용맹함의 결점이 있습니다. : 주문왕은 불끈 성을 내고서 군대를 정비하여 거(莒)나라를 침략하여 천하의 백성들을 편안하게 했고, 주무왕(周武王)은 은주왕(殷紂王)이 천하에서 제멋대로 행동하자 한 번 성을 내어 백성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이와 같이 하신다면 백성들은 도리어 용맹함을 좋아할 것입니다.
-옛날의 문왕은 기(岐) 지역을 다스릴 적에 수확량의 1/10 세금을 거두어 관리에게는 봉록을 주었으며, 세관과 시장에서는 감시만 하고 세금을 거두지 않았고, 물고기 잡는 보 설치를 금했으며, 죄인에 대해서는 연좌해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홀아비(鰥)와 과부(寡), 부양가족이 없는 무의탁자(獨)와 고아(孤)를 어진 마음으로 먼저 배려했습니다.
-과인은 재물과 여색을 좋아하는 결점이 있습니다. : 백성들과 함께 한다면 어진 정치를 실행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관리 등용과 파면은? :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모두가 현능하다고 해도 현능함을 발견하고 나서 기용하고, 대부들이 좋지 않다고 말해도 그를 살펴보고 내치시며, 모두 죽여야 한다고 말해도 죽여야 할 점을 발견하고 나서 죽여야 합니다. 이렇게 한 후에야 백성들의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제선왕(齊宣王)이 연(燕)나라를 공격하여 승리했다. 합병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연나라 백성들이 기뻐할 것 같으면 합병하십시오. 합병하니 제후들이 연나라를 구하려고 모의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연나라 백성들을 포박하여 죽이고, 연나라의 종묘를 헐어버렸으며, 귀중한 기물들을 빼앗아버렸습니다. 나라를 2배로 늘리고도 어진 정치를 실행하지 않으시니 제후국 연합군의 공격을 불러들인 것입니다. 노인과 어린이들을 돌려보내고 연나라 백성들과 의논하여 새 군주를 세워 준 후에 연나라를 떠난다면, 연합군이 들고 일어나는 것을 그치게 할 수 있습니다.
-등문공(騰文公)이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로 모든 노력을 다해 큰 나라를 섬겨도 우환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옛날 太王(주문왕의 아버지 고공단보)이 북쪽 오랑캐에게 가죽과 비단, 개와 말, 구슬과 옥을 바쳐 섬겨도 우환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장로들을 불러놓고 자신은 백성들을 다치게 할 수 없으니, 이 땅 빈(邠)을 내주고 양산(梁山)을 넘어 기산(岐山) 아래 성읍을 세우고 사셨는데, 빈 땅의 사람들이 어지신 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마치 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듯이 그를 따랐습니다. 혹 대대로 지켜오던 땅이라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떠나지 말고 지켜야겠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2가지 중에서 선택을 하십시오.
제3편 공손추(公孫丑) 上
-제자 공손추가, 선생님께서 제나라 재상을 맡아 위업을 이루게 될 터인데도 마음이 동요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성무선무악설(性無善無惡說)을 주장하는 고자(告子)의 부동심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 40살이 되고부터는 동요가 없었다. 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잘 기른다. 그것은 義가 쌓여 생겨나는 것이지 우연히 한 번 어떤 행위가 義에 부합되었다고 해서 지니게 되는 것이 아니다. 告子는 義를 외재적인 것으로 여겨서 결과에 집착하고 억지로 부동심을 조장한다.
-제자 공손추(公孫丑)가, 선생님(맹자)께서는 공자의 제자들 중 재아(宰我)와 자공(子貢)과 같이 말씀을 잘하시고, 염우(冉牛)와 민자(閔子)와 안연(顔淵)과 같이 덕행에도 뛰어나시니, 이미 성인이십니다. :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나는 배우기를 싫어하지 아니하고 가르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불인지심(不忍之心)이 있다. 옛 선왕들은 불인지심의 정치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것같이 쉽게 했다. 우물 속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유자인정(孺子人井)은 그 부모와의 교분을 생각하거나 뭇사람들의 칭찬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니며, 울부짖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도 아니다. 그러므로 측은지심(惻隱之心=仁)과 수오지심(羞惡之心=義), 사양지심(辭讓之心=禮)과 시비지심(是非之心=智)의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이 4단(四端)을 확대시켜 가득 차게 할 수 있으면 천하라도 보존할 수 있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는 그에게 잘못을 일러주면 기뻐했다. 우(禹)임금은 선한 말을 들으면 절을 했다. 순(舜)임금은 그들보다 뛰어나서 선한 말을 들으면 남과 함께 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점을 받아들여 선행을 실천했다. 그러므로 군자에게 선행의 실천을 도와주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제4편 공손추(公孫丑) 下
-제(齊)나라 대부 경추씨(京丑氏)가, 왕께서 선생님을 공경하는 것은 봤어도 선생께서 왕을 공경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하니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조정에서는 작위가 제일이고, 마을에서는 나이가 제일이며, 세상을 돕고 백성을 이끄는 데는 德이 제일이오. 옛날 탕왕(湯王)은 이윤(伊尹)을 대함에 그에게 배우고 나서 신하로 삼았기에 힘들이지 않고 천하의 임금이 되었고, 제환공(齊桓公)은 관중(管仲)을 대함에 그에게 배우고 나서 신하로 삼았기에 힘들이지 않고 왕자(王者)가 되었던 것이오.
-제자 고자(高子)가, 선생님께서는 왕과 뜻이 맞지 않아 떠나면서 제(齊)나라 땅에서 3일이나 머물고 떠나느냐고 말하는 제나라 사람 윤사(尹士)의 말을 스승에게 전하자 : 왕을 만난 것은 내가 원한 것이지만 떠나는 것은 내가 원한 것이겠느냐? 왕께서 마음을 고쳐먹는다면 나를 다시 부르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왕께서 나를 부르신다면 천하가 편안할 것이다. 못난 사내처럼 굴겠는가, 버럭 화내며 떠나겠는가?
제5편 등문공(騰文公) 上
-등(騰)나라 정공(定公)이 죽자 세자 문공(文公)이, 삼년상을 치르고자 했으나 왕실의 친척들과 관리들이 반대하므로 그의 스승 연우(然友)를 맹자에게 보내 장례에 대해 여쭈게 하니 : 하은주(夏殷周) 3대 이래로 삼년상을 치른다는 것을 들었소.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아서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쓰러진다고 했소. 그러므로 이 문제는 세자가 하기 나름이오. 그리하여 삼년상을 시행하여 세자가 수척한 얼굴로 애통하게 곡하자 조문 온 모든 사람들이 크게 감동했다.
-등문공(騰文公)이, 나라 다스리는 것에 대해 묻자 : 백성들의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고, 항심이 없으면 백성들이 방탕하고 편벽하며 사특하게 됩니다. 그들이 죄에 빠지기를 기다린 후에 쫓아가 처벌한다면 그것은 백성을 그물질해 잡는 것과 같습니다. 하(夏)나라는 각 가구에 50무(畝-1무는 52평)씩, 은(殷)나라는 70무씩, 주(周)나라는 100무씩을 주어 세법을 시행했는데 모두 수확량의 1/10의 세금을 거두는 것이었소. 생업이 안정된 후에는 상(庠)과 서(序)의 학교를 세워 백성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와 같이 인륜을 밝힌다면 통일된 천하의 임금이 나타나더라도 반드시 등(騰)나라로 와서 본받을 것입니다.
-등문공(騰文公)이, 신하인 필전(畢戰)을 시켜 정전법(井田法)에 대해 물으니 : 경(卿)이하의 관리들에게는 각 가구당 50무씩 주되 장정이 더 있을 경우에는 25무씩 더 주도록 하시오. 그렇게 한다면 마을이 친구처럼 지내고 친족이 화목하게 될 것입니다. 사방 1리(里)의 토지가 한 단위의 정(井=900무)인데 그 井의 중앙을 공전(公田)으로 하여 8가구가 공동으로 경작하게 한 후 나머지 8개 부분을 사전(私田)으로 하여 가구별로 경작하게 합니다.
-송나라 진량(陳良)의 제자 진상(陳相)이 문공에게 어진 정치를 하는 등나라의 백성이 되고자 요청하니 이에 허락했는데, 이들은 나라의 백성뿐 아니라 모든 관리들도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해야 한다면서 손수 농사를 지어 생활했다. 이에 진상이 맹자에게, 등나라는 백성들을 괴롭혀 곡식과 재물 창고를 가득 채워서 임금과 신하들이 배를 채우고 있다고 비난하니 :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몸의 힘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다는 것은 천하의 보편적인 원리이다. 어찌 천하를 다스리는 일을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동시에 할 수 있단 말인가? 요임금 시대에는 홍수가 범람하고 초목이 무성했으며 금수의 번식으로 천하가 평안하지 못했다. 요(堯)임금은 순(舜)을 기용해 다스리게 했고, 순은 익(益)에게 불을 관장하게 하여 금수를 몰아냈다. 우임금은 황하에 물길을 내어 바다로 흘러가게 하고, 여수(汝水)와 한수(漢水)의 물길을 트고 회수(淮水)와 사수(泗水)를 배수하여 양자강으로 흐르게 하여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했다. 당시 우임금은 8년 동안 집밖에 머물면서 자기 집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지 못했으니, 손수 농사를 지으려고 해도 할 수 있었겠는가? 후직(后稷)은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다. 또한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편안하기만 하고 가르침이 없다면 금수에 가까우니 설(楔)을 사도(師徒)로 삼아 오륜(五輪)을 가르쳐 선한 본성을 깨닫게 했다. 성인이 백성에 대한 근심이 이러한데 어느 겨를에 농사를 짓겠는가? 그대들의 스승 진량(陳良)은 남방 초나라 사람이지만 주공과 공자의 道를 좋아해 북쪽으로 와서 공부한 걸출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대들은 선왕과 스승의 道를 비난하면서 왜가리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다.
제6편 등문공(藤文公) 下
-제자 진대(陳代)가 선생님께서 그 제후를 만나보시면 천하의 왕자(王者)가 되게 할 수 있을 것인데 만나지 않은 것은 사소한 예에 집착하는 것 아닌지요? : 제후가 사람을 불러도 부르는 방법이 옳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 동산 관리자를 부를 때는 사냥 때 쓰는 가죽관을, 일반 백성을 부를 때는 붉은 천의 깃발로, 선비를 부를 때는 방울 달린 깃발을, 경과 대부를 부를 때는 깃털 달린 깃발을 사용한다. 옛날 제경공(齊景公)이 사냥할 때 동산 관리자를 부르면서 경대부(卿大夫)를 부르는 깃털 달린 깃발을 사용하여 오지 않자 죽이려 한 일이 있었다. 하찮은 사람도 예에 어긋나면 죽을 각오로 응하지 않았다. 자기의 지조(志操)를 굽힌 자가 남을 바르게 한 경우는 없다.
-외교전문가인 종횡가(縱橫家)의 한 사람인 경춘(景春)이, 공손연(公孫衍)은 5개의 제후국을 설득하여 합종(合從)을 성사시켰고, 장의(張儀)는 진혜왕(晉惠王)을 도와 진(晉)에 대항하는 합종세력을 깨뜨리고 진나라를 지지하는 연횡(連橫)을 성공시켰습니다. 이들이 한 번 성내면 제후들이 두려워하고 가만히 있으면 천하가 조용했습니다. 과연 이들은 대장부(大丈夫)가 아닌지요? : 그들은 왕의 이해득실에 영합하여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군자는 부귀와 빈천에도 변함이 없고 위세와 무력에도 지조를 굽히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을 대장부라고 하는 것이다.
-제자 만장(萬章)이, 작은 송나라가 왕도정치를 실행하려고 하는데 제나라와 초나라가 싫어해서 침략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 탕왕(湯王)이 박(亳)에 살 때 이웃한 갈(葛)의 군주가 제사에 바칠 곡식과 짐승이 없다고 하여 사람을 보내 농사를 지어주고 소와 양을 보냈으나 빼앗고 죽였다. 탕왕은 이런 군주를 11차례 정벌했는데, 동쪽을 정벌하면 서쪽 이민족이 원망하고, 남쪽을 정벌하면 북쪽 이민족이 원망하면서 왜 우리를 뒤로 미루느냐고 하면서 큰 가뭄에 단비를 기다리듯이 했다. 그 나라 군주를 벌하고 백성들을 위로하니 신하들과 백성들이 크게 환영하고 기뻐했다. 만일 왕도정치를 실현하기만 해도 천하의 백성들이 모두 머리를 치켜들고 그가 오기를 바라며 군주로 삼고자 할 것이다. 제나라와 초나라가 강대하다고 해도 무슨 두려워할 것이 있겠는가?
-제자 공도자(公都子)가, 밖의 사람들은 모두 선생님께서 논쟁하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 내 어찌 논쟁하기를 좋아하겠느냐?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 성인들이 나오지 않자 제후들은 방자해지고 초야의 선비들은 제멋대로 떠들어댄다. 양주(楊朱)는 위아(爲我)를 주장하면서 군주를 부정하고, 묵적(墨翟)은 겸애(兼愛)를 주장하면서 어버이를 부정한다. 나는 우임금과 주공, 공자의 3분 성인의 일을 계승하려는 것이지, 어찌 논쟁하기를 즐겨서 그렇게 하는 것이겠느냐?
-제나라 장수 광장(匡章)이, 진중자(陳仲子)는 세습명문가로 난세를 피해 오릉(於陵)에 살면서 3일을 먹지 않아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자, 우물가의 벌레 먹은 오얏나무의 열매를 기어가 주어먹으니 귀가 들리고 눈이 보였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청렴한 선비가 아니겠습니까? : 중자(仲子)는 형인 대(戴)가 개(蓋) 지역에서 수확이 만종(萬鐘)이나 되는데도 의롭지 못하다고 먹지 않고, 형을 피하고 어머니를 떠나 오릉에 산 것이다. 중자 같은 사람은 지렁이가 되어야만 지조(志操)를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오. 금수가 아닌 이상 부모와 형제간의 관계 등 사람을 떠나서까지 추구한 청렴은 잘못된 것이오.
제7편 이루(離婁) 上
-노(魯)나라의 기술자 이루(離婁)의 뛰어난 손재주도 콤파스(規=규)와 곡척(矩=구)이 없으면 원과 네모 모양을 만들 수 없고, 진평공(晉平公)때의 음악 태사 사광(師曠)의 예민한 청력도 조율을 하는 육률(六律)이 없으면 五音(궁상각치우)을 바로잡을 수 없다. 요순(堯舜)의 道가 있어도 인정(仁政)을 실행하지 않으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없다. 영토가 좁고 군비와 재물이 없는 것이 재앙이 아니고, 군군신신(君君臣臣)으로 예를 지키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 것은 금방이다. 백성에게 포악하면 군주는 위태롭게 되고 영토는 줄어들게 된다.
-연못에 물고기를 몰아주는 것은 수달이고, 숲에 새들을 모아주는 것은 새매이다. 탕왕과 문왕을 위해 백성들을 몰아준 것은 포악했던 하(夏)나라의 걸(桀王)과 은(殷)나라의 주(紂王)이다. 군주 중에서 仁을 좋아하는 이가 있으면 제후들이 모두 그를 위해 백성들을 몰아줄 것이다.
-仁은 사람이 사는 편안한 집이고 義는 사람이 걸어가는 바른 길이다. 편안한 집에 머물지 않고 올바른 길을 따라가지 않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로다. 사람들은 추구해야 할 道가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먼 곳에서 찾고, 해야 할 일이 쉬운데도 어렵게 찾는다. 모든 사람이 어버이와 어른을 섬기면 천하가 평온해질 것이다. 그렇게 하며면 자신을 반성하여 진실(眞實)하게 되어야 하고 선(善)에 대해 밝게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진실함 자체는 하늘의 道이고, 진실함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道라고 한 것이다(誠者 天之道 誠之者 人之道).
-백이(伯夷)와 태공(太公)은 은주왕(殷紂王)을 피해 북해와 동해의 바닷가에 살면서 문왕(文王)이 떨쳐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는 내 어찌 그에게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듣기에 서백(西伯=문왕의 이름)은 노인을 잘 봉양하는 분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천하 모든 사람들이 문왕에게 돌아갔다. 제후가 문뫙(文王)처럼 정치를 한다면, 7년 안에 천하에 군림하여 다스리게 될 것이다.
-공자의 제자 염구(冉求)가 노나라 계손씨(季孫氏)의 가신(家臣)이 되어 德으로 다스리지 못하고 세금을 2배가 되게 하니, 공자는 염구는 나의 제자가 아니다. 북을 울리며 성토해도 된다고 하셨다. 전쟁을 일으키는 병가(兵家)는 극형에 처하고, 제후들 간의 합종연횡을 주선하는 종횡가(縱橫家)는 그 다음의 형을, 황무지를 개간하여 백성들에게 땅을 떠맡기는 법가(法家)는 그 다음의 형을 처해야 한다.
-제자 공손추(公孫丑)가, 선생님께서 선생님의 자식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 道로써 가르쳐야 하는데 자칫하면 성을 내게 되고 그러면 자식의 마음을 해치게 된다. 옛날에는 자식을 서로 바꾸어서 가르쳤다.
제8편 이루(離婁) 下
-순임금은 제풍(諸馮)에서 태어나 부하(負夏)로 옮겨갔다가 명조(鳴條)에서 죽었으니 동쪽 이민족의 사람이고, 문왕은 기주(岐周)에서 태어나 필영(畢郢)에서 죽었으니 서쪽 이민족의사람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道를 실행한 것은 마치 부절(付節-조각을 맞춤)처럼 똑같았다.
-정(鄭)나라 대부 자산(子産)은 자신이 타는 수레로 진수(溱水)와 유수(洧水)에서 사람들을 건네주었다. 은혜롭기는 했지만 농번기가 끝난 11월에 사람 다니는 다리를 건설하고 12월에 수레가 다니는 다리를 건설했다면, 백성들이 수고로움을 겪지 않았을 것인데 어찌 일일이 건네준단 말인가?
-제선왕(齊宣王)에게 : 군주가 신하를 자신의 손발처럼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자신의 심장처럼 여길 것이고, 개나 말처럼 여기면 군주를 보통 사람으로 여길 것이며, 흙이나 지푸라기처럼 여기면 원수로 여길 것입니다.
-제선왕(齊宣王)이, 군주가 신하를 어떻게 대해야 신하가 군주를 위해 상복을 입게 할 수 있습니까? : 신하의 간언을 받아들여 군주의 은택이 백성들에게 미치도록 해야 합니다. 또 신하가 나라를 떠나는 경우에는 사람을 시켜 국경을 넘게 하고 도착할 곳에 사람을 보내 그에 대해 좋게 소개해야 합니다. 3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그제서야 그의 토지를 환수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하면 상복을 입을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간언의 은택이 미치지 않고, 험담으로 곤경에 빠뜨리며 즉시 토지를 환수해버려 원수가 되니, 누가 상복을 입겠습니까? 남의 나쁜 점을 말한다면 닥쳐올 후환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군자(君子)가 올바른 道로써 사물을 깊이 탐구해 들어가는 것은 스스로 체득하기 위해서이다. 체득하면 편안하고, 편안하면 취하여 축적되는 것이 깊어지며, 깊어지면 가까운 곳에서 이치를 탐구해도 그 근본적인 이치와 만나게 된다. 지식(知識)의 축적은 핵심적인 원리나 법칙을 발견하는 데에 있다.
-우(禹)임금은 술을 싫어하고 선한 말을 좋아했다. 탕왕(湯王)은 중용의 도를 굳게 지켰으며 현능한 사람을 기용함에 출신을 따지지 않았다. 문왕(文王)은 백성을 마치 상처 입은 사람처럼 가엾게 여겼고 道를 바라보고서도 마치 아직 보지 못한 듯이 여겼다. 무왕(武王)은 가까운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고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잊지도 않았다. 주공(周公)은 위 네 분의 德을 두루 갖추고 당시의 설정과 맞지 않은 것이 있으면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하기를 낮부터 밤까지 계속하다가 다행히 깨닫게 되면, 즉시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앉은 채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자기 것으로 취해도 될 것 같지만 실은 취해서는 안되는 경우인데도 취한다면 청렴을 해치고, 남에게 주어도 될 것 같지만 실은 주어서는 안되는 경우인데도 준다면 은혜를 해치게 되며, 죽어도 될 것 같지만 실은 죽어서는 안되는 경우인데도 죽는다면 용기를 해치게 된다.
-군자(君子)가 남들과 다른 까닭은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을 도리에 어긋나게 대하면 군자는 스스로 반성한다. 예를 지켰는데도 여전히 어긋나게 대한다면 자신이 진심을 다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스스로 반성한다. 진심을 다했는데도 여전히 도리에 어긋나게 대한다면 이 사람은 몹쓸 사람이고 금수와 다를 것이 없다. 금수와 무엇을 따지겠는가? 라고 할 것이다.
-우(禹)임금은 자신이 백성을 물에 빠뜨린 것처럼 치수사업에 몰두했고, 후직(后稷)은 자신이 백성을 굶주리게 한 것처럼 다급하게 구제했다. 그들이 추구한 道는 하나였다.
-한 집안의 사람들끼리 싸우는 것을 말릴 경우에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갓끈만 겨우 맨 채로 말려도 괜찮지만, 마을의 이웃 사람들끼리 싸우는 것을 말릴 경우에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문을 걸어 잠그고 그대로 있어도 된다.
-제나라 재상 저자(儲子)가, 선생님은 남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요? : 요순 같은 성인도 보통 사람과 같을 뿐입니다.
-제나라에 처첩(妻妾)을 거느린 어떤 사람이 외출하면 술과 고기를 실컷 먹고 돌아왔다. 처가 누구와 먹었느냐고 물으면 모두 부유하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이름만 대기에, 다음날 몰래 뒤따라 가보니, 동쪽 성곽의 무덤들에서 제사 지내는 곳을 돌아다니며 남의 음식을 배불리 먹는 것이었다. 처가 첩과 더불어 남편을 흉보면서 부끄럽게 여기고 마당에서 울고 있었다. 권력자에 빌붙어 부귀를 추구하던 이들을 비판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제9편 만장(萬章) 上
-제자 만장(萬章)이, 순(舜)임금의 아버지 고수(鼛瞍)는 舜에게 곡식창고를 수리하게 해놓고는 사다리를 치우고, 우물을 치게 하고는 뚜껑을 덮기도 했다. 또 이복동생인 상(象)은 순을 해치우는 계획을 세웠는데 막상 순의 궁궐로 들어가서는 형님 생각이 간절했다고 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도 순임금은 기뻐하면서 象으로 하여금 자신을 도와 신하와 백성들을 다스리라고 했다고 하니 어찌된 일입니까? : 象이 사랑한다는 도리를 내세워 찾아왔으니 순(舜)은 진실을 믿고서 기뻐한 것이지, 어찌 거짓으로 기뻐한 것이겠는가? 순임금은 동생을 대함에 노여움을 갖지 않고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 유비(有卑) 지역의 제후로 봉했다. 그러나 순임금이 직접 다스렸으니, 象이 그 지역에서 포악할 수 있었겠는가? 늘 동생을 만나보고 싶어 조공의 시기가 아닌데도 정무(政務)를 이유로 자주 접견했다는 기록이 있다. 순임금은 효(孝)를 극진히 해서 아버지 고수(鼛瞍)가 진심으로 기뻐하게 되자, 천하가 교화되었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안정되었다. 이런 것을 일러 크나큰 효도라고 한다.
-순(舜)임금은 천자(天子)가 되자, 물 관리직으로 악행을 저지른 공공(共工)을 유주(幽州)로 유배하고, 공공과 한패인 환도(驩兜)를 숭산(崇山)으로 추방하였으며, 저항 부족인 삼묘(三苗)의 우두머리를 삼위(三危)로 몰아내고, 치수에 실패한 우임금의 아버지 곤(鯤)을 우산(羽山)으로 축출해 가두었다. 이 어질지 못한 넷을 처벌하자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순에게 복종했다.
-제자 만장(萬章)이, 요(堯)임금이 천하를 순(舜)에게 주었다고 하는데? : 아니다. 하늘이 주었다. 요임금이 순을 하늘에 천거하자 하늘이 그것을 받아들였고, 백성들에게 보여주자 백성들이 받아들였다. 이것을 두고 하늘은 말을 하지 않고 행적과 사실로써 보여줄 뿐이라고 한 것이다. 순이 요임금을 보좌한 28년은 사람의 힘이 아닌 하늘의 뜻이었다. 요임금은 9명의 아들과 2명의 딸에게 뭇 관리들과 소와 양, 창고에 가득한 곡식까지 다 갖추고 순이 농사를 짓고 있는 밭 한가운데에 가서 순을 섬기게 했다. 그러나 순은 부모의 마음에 받아들여지지 못했기에 자신을 차마 돌아갈 곳이 없는 빈궁한 사람처럼 생각했다. 순은 요임금이 돌아가시자 삼년상을 치른 후 요임금의 아들들을 피해 남하(南河)로 피해 있었는데 조근(朝覲)하려는 제후와 소송을 하려는 사람들과 덕을 찬양하려는 사람들이 모두 요임금의 아들에게 가지 않고 순에게로 갔다. 그래서 하늘의 뜻이라고 한 것이다. 그렇게 된 후에야 순이 도읍으로 가서 천자의 지위에 올랐다.
-순(舜)임금은 우(禹)를 하늘에 천거하고 17년 후에 돌아가셨다. 삼년상을 치른 후에는 순임금의 아들들을 피해 양성(陽城)으로 피해가자 천하의 백성들이 우(禹)를 따랐다. 또 우임금은 재상인 익(益)을 천거하고 7년 후에 돌아가셨는데 益이 삼년상을 치른 후 기산(箕山)으로 피해갔으나, 조근하고 소송하며 찬양하는 사람들이 모두 益에게로 가지 않고 우임금의 아들인 계(啓)에게도 갔다.
-이윤(伊尹)은 신(莘) 지역의 들판에서 밭을 갈며 요순의 道를 즐기고 있었는데, 탕왕이 폐백을 보내 3번씩이나 초빙하니, 자신은 백성들 중에 먼저 깨달은 사람이니 자신이 백성들을 깨닫게 하지 않으면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탕왕(湯王)에게 나아가 설득하여 하(夏)나라의 걸(桀王)을 쳐서 백성을 구원했던 것이다.
-탕왕(湯王) 이후 왕위에 오른 탕왕의 손자 태갑(太甲)은 탕왕의 법도를 뒤집어버리니, 재상 이윤(伊尹)은 태갑을 동(棟) 지역으로 추방했는데, 태갑은 그곳에서 잘못을 뉘우치고 仁義의 道를 따른 지 3년 만에 돌아와 왕이 되었다. 주공(周公)의 경우는 무왕의 아들 성왕(成王)이 德이 있는 인물이었다. 이에 공자께서는 이후 하은주(夏殷周) 3대가 세습을 했지만 그 취지는 같다고 했던 것이다.
-공자께서는 노(魯)나라와 위(衛)나라에서 뜻을 얻지 못해 송(宋)나라로 갔는데, 송나라의 사마(司馬) 벼슬의 환퇴(桓魋)가 길목을 지키고 죽이려고 한 사건을 당하자, 변복(變服)하여 송나라를 지나갔다. 이때 어려움을 당하여 진후주(陳候周)의 신하인 사성정자(司城貞子)의 집에 기숙했던 것이다.
제10편 만장(萬章) 下
-백이(伯夷)는 올바른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았고, 다스릴만한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도 않았다. 예(禮)를 무시하는 조야한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을 숯 더미 위에 앉은 것처럼 생각했다. 백이(伯夷)는 은주왕(殷紂王)의 시대에 북해의 바닷가에 살면서 천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렸다. 이 풍모를 들으면 탐욕스러운 사람도 청렴해지고 나약한 사람도 확고한 의지를 세운다. 이윤(伊尹)은 누구를 섬긴들 내 임금이 아니며, 누구를 부린 들 내 백성이 아니겠는가? 평화로우나 어지로우나 먼저 깨달은 사람이 나아가 道로써 다른 사람을 깨우치게 하면 된다. 요순의 혜택을 입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마치 자신이 구렁텅이에 집어넣은 것처럼 생각했다. 유하혜(柳下惠)는 착하지 못한 임금을 섬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고, 변변치 못한 관직도 사양하지 않았으며, 오직 자신의 올바른 道로써 정치를 했다. 군주에게 버림을 받아도, 곤궁한 생활에 처해도 태연했으며, 옆에서 누가 무례한 행동을 해도 나는 나고 너는 넌데 어떻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 라는 태도를 지녔다. 이 풍모를 들으면 속이 좁은 사람도 관대해지고 야박한 사람도 너그럽게 된다. 공자(孔子)께서는 벼슬할만하면 벼슬하고, 그만둘만하면 그만두었으며, 오래 머물만하면 머물고 떠날만하면 빨리 떠난 인물이다. 백이(伯夷)는 성인으로서 청렴결백한 사람이고, 이윤(伊尹)은 성인으로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유하혜(柳下惠)는 성인으로서 온화한 사람이고, 공자(孔子)는 성인으로서 시기에 알맞게 하는 사람이다. 모든 것을 모아 크게 이룬다는 것은 공자 같은 분을 일컫는 말이다. 만약 이분들에게 100리 땅의 군주가 되게 한다면, 뭇 제후들이 조근(朝覲)을 오게 하여 천하를 소유할 것이다. 죄 없는 사람을 죽여 천하를 얻게 될 것이라고 유혹해도 결코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공자의 제자들은 모두 사람이 생겨난 이후로 공자 같은 위대한 분은 없었다고 했다. 덕(德)으로써 복종시키면 진심으로 기뻐하며 진정으로 복종한다. 72명의 제자들이 공자에게 복종한 것이 그것이다.
-북궁기(北宮基)가, 주(周)나라의 제도에 관해 물으니 : 천자국은 天子→公→侯→伯→子와 男의 5등급이고, 제후국은 君→卿→大夫→上士→中士→下士의 6등급이다. 토지는 천자가 사방 천리, 공후경은 사방 백리, 백과 대부는 사방 칠십리, 자와 남 및 상사는 사방 오십리로 4등급인데, 사방 오십리 이하의 부용국(附庸國)은 제후국에 부속되어 있다. 봉록은 君은 경의 10배, 경은 대부의 2-4배, 대부는 상사의 2배, 상사는 중사의 2배, 중사는 하사의 2배이고, 하사와 평민관직자는 직접 농사를 지어서 얻는 수입을 대신할 만한 것이었다. 소득은 한 장정에게 백무에 농사를 지으면 상등의 농부는 8-9명, 중등의 농부는 6-7명, 하등의 농부는 5명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
-제자 만장(萬章)이, 벗을 사귀는 것에 물으니 : 德을 벗삼는 것이므로 나이, 지위, 부귀, 가문을 내세우지 않는다. 요임금은 사위인 순을 별궁에 머물게 하고 잔치를 베풀어 번갈아 손님과 주인이 되어 벗삼았다.
-제자 만장(萬章)이, 선생님께서 무도한 제후들과 예물을 주고받으면서 교제하는 것은 어떤 마음에서 입니까? : 백성들에게 빼앗은 의롭지 않은 물건이라도 법도를 지키고 예에 의거해서 접대한다면 공자 같은 분도 받았을 것이다. 참된 왕자(王者)가 나타나면 그들을 모두 죽이지 않고 교화할 것이다. 의(義)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해서는 안된다.
-가난 때문에 벼슬하는 경우에는 성문의 문지기나 목탁을 두들기는 야경꾼과 같이 낮은 지위의 보잘것없는 봉록에 머물러야 한다. 공자께서 일찍이 창고관리 직책을 맡아서는 오직 회계를 정당하게 할 뿐이라고 하셨고, 왕의 동산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아서는 오직 소와 양이 무럭무럭 자라게 할 뿐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남의 조정에서 정사를 맡았는데도 道가 행해지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제선왕(齊宣王)에게 : 군주와 같은 성씨의 경(卿)은 군주에게 허물이 있으면 간언하되 거듭 간언해도 듣지 않으면 군주를 바꾸어버리지만, 다른 성씨의 경(卿)은 간언하고 거듭 간언해도 듣지 않으면 떠나버립니다.
제11편 고자(告子) 上
-고자(告子)가, 사람의 본성 자체에 선함과 불선함이 없는 것은 흐르는 물에 東西가 없는 것과 같다고 하니 : 東西는 없지만 上下는 있다. 사람의 본성이 선한 것은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上善若水). 만약 물을 쳐서 위로 튀어 오르게 한다면 어찌 물의 본성이 그렇기 때문이겠는가? 불선(不善)을 행하는 것은 본성이 밖의 힘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자(告子)가, 식욕과 성욕 등의 자연스러운 생리적 본능이 사람의 본성이라고 하니 : 개나 소의 짐승과 사람의 본성이 같다는 말인가?
-맹자의 제자 공도자(公都子)가 고자(告子)는 性無善無惡說을 주장하고, 왕충은 善惡混在說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이 되면 백성들이 善을 좋아하고, 유왕(幽王)와 여왕(厲王)이 되면 백성들이 포악함을 좋아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 어떤 이는 타고난 본성이 선한 사람도 있고 선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악한 아비 고수(鼛瞍)에 선한 자식 순(舜)이 있고, 포악한 군주 주왕(紂王)에 어진 형인 미자(微子)와 숙부 비간(比干)이 있기도 했다고 하니 :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밖으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것인데, 다만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공자께서는 찾으면 얻게 되고 놓아버리면 잃게 된다고 하셨고, 또 사물이 있으면 반드시 그 사물의 법칙이 있게 마련이라고 말씀하셨다.
-밀 파종에 수확량이 다른 것은 토질과 기후조건, 사람의 노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인도 나와 같은 사람이지만 환경적 조건이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세상 사람들의 미각(味覺)과 청각(聽覺)과 색감(色感)이 서로 비슷한 것과 같이, 사람의 마음의 경우에 있어서도 어찌 동일한 바가 없겠는가? 사람의 마음에서 동일한 바는 도리이며 의리이다. 성인이란 우리들 마음의 동일한 바를 먼저 체득한 사람이다. 우산(牛山)의 숲은 예전에 아름다웠지만 도끼로 베고 소와 양을 풀어 민둥산이 되었는데, 지금의 사람들은 예전부터 나무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이 어찌 산의 본래 모습이겠는가? 어떤 사람이 금수와 같음을 보고 원래부터 선한 재질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어찌 사람들의 본래 바탕이겠는가? 그러므로 길러주면 어떤 사물도 자라지 않는 것이 없다.
-바둑 기술자 혁추(奕秋)에게 2사람 중 앞사람은 집중하여 지도를 잘 받으나, 뒷사람은 듣고 있어도 사냥할 생각만 하고 있다면 실력이 좋아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뒷사람의 지혜가 앞사람보다 못하기 때문이겠는가?
-仁은 사람의 마음이고 義는 사람의 길이다.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그 길을 따르지 않으니 슬프도다!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 마음을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모르는구나! 오동나무와 가래나무를 기르는 방법은 알면서 자기의 마음을 기르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너무나 생각할 줄을 모르는구나!
-몸에는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중요한 부분을 키우는 자는 大人이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키우는 자는 小人이다. 눈과 귀의 기능은 사고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의 사물에 접촉하면 그것에 끌리게 된다.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고, 생각하면 도리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은 하늘이 나에게 준 것이다. 인의충신(仁義忠信)을 좋아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은 마음은 하늘이 주는 벼슬이고, 공경대부(公卿大夫)는 사람이 주는 벼슬이다. 옛사람은 하늘이 준 벼슬을 닦았기에 사람이 주는 벼슬이 따라왔지만, 오늘날에는 사람이 주는 벼슬을 얻고 나서는 하늘이 준 벼슬을 내팽개치는데 결국은 사람이 주는 벼슬조차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제12편 고자(告子) 下
-임(壬)나라 사람이 맹자의 제자 옥려자(屋慮子)에게 예를 지키면 굶어 죽고, 지키지 않으면 얻어먹을 수 있는 경우라도 반드시 예를 지켜야 합니까? 옥려자가 대답하지 못하고 스승 맹자가 있는 추(鄒)나라로 가서 전하니 : 형의 팔을 비틀어서 빼앗으면 얻어먹을 수 있고, 비틀지 않으면 얻어먹을 수 없을 경우에도 형의 팔을 비틀겠는가? 또 동쪽 집의 담장을 넘어 그 집의 처녀를 끌고 오면 아내를 얻을 수 있고, 끌고 오지 않으면 아내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도 그 처녀를 끌고 오겠는가? 라고 전해라.
-송(宋)나라 사람 송경(宋徑)이 석구(石丘)에서 맹자와 만나, 진(秦)나라와 초(楚)나라가 전쟁을 일으켰는데, 전쟁은 이익(利益)이 되지 않는다고 설득하기 위해 가고 있다고 하니 : 이익을 내세워 설득하면 군사동원은 중단하겠지만, 임금과 신하, 아비와 지식, 형과 동생이 仁義를 버리고 이익을 생각해 서로를 대하게 되니, 결국 그렇게 되고서도 망하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만약 선생이 인의(仁義)를 내세워 설득한다면 군사동원은 물론 중단될 것이고, 서로가 이익을 버리고 인의(仁義)를 생각해 서로를 대하니, 그렇게 되고서도 천하의 왕이 되지 못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러한데도 어찌 하필이면 이익(利益)을 말씀하십니까?
-지금의 오패(五覇=齊환공+晉문공+秦문공+宋양공+楚장왕)는 천자가 아니면서 제후들을 이끌어 제후를 친 사람들이니, 삼왕(三王=夏+殷+周)에 대해 죄를 지은 자이고, 오패 중 제일 강성한 제환공(齊桓公)은 맹주가 되어 제후들을 모아 맹약한 규구(葵丘)가 있는데, 그 내용은 불효자를 죽이고 세자의 교체와 첩의 정실화를 금지하고, 현능한 인재를 등용하며, 노인과 어린이, 손님과 나그네를 대접하고, 선비(士)의 세습을 금지하며, 제방을 축조하고 양곡 유통을 허용하는 것 등이다. 맹약 후에는 우호적인 관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의 제후들은 그 맹약을 위반하고 있으므로 오패에 대해 죄를 지은 자들이다. 군주의 악행에 그저 순종하는 것은 죄가 작지만, 지금의 대부들은 모두 임금의 악행을 앞서서 이끌고 있으므로 대부들은 제후에 대해 죄를 지은 자들이다.
-노(魯)나라가 제자 악정자(樂正子)에게 행정을 맡기려하자, 맹자는 기뻐서 잠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공손추가, 악정자의 결단력 때문입니까? : 아니다. 지식과 사려 때문입니까? : 아니다. 견문 때문입니까? : 아니다. 그의 사람됨이 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善을 좋아하면 천하의 사람들이 달려오고 善을 좋아하지 않으면 천하의 사람들이 떠나간다. 혼자 잘난 척하면 서로 헐뜯고 아첨하는 사람들만 다가오게 된다.
-제자인 진자(陳子)가, 옛날의 군자는 어떤 경우에 벼슬했습니까? : 벼슬길에 나아가는 상황이 셋이고, 물러나는 상황이 셋이다. ①군주가 예를 갖추어 자신의 말을 실행할 것 같으면 나아가고, 예는 갖추었지만 건의를 실행하지 않으면 떠나갔다. ②건의를 실행하지 않아도 예를 극진히 하면 나아가고, 예로써 대하는 태도가 변하면 떠나갔다. ③군주가 백성들이 자기 땅에서 굶어죽는 것을 수치로 여겨 죽음을 면할 만큼이라도 구제해주면 나아가고, 수치로 여기지 않으면 떠나갔다.
-순(舜)은 농사를 짓다가 떨쳐 일어났고, 부열(傅說)은 성벽 쌓는 일을 하다가 기용되었으며, 교력(膠歷)은 어물과 소금을 팔다가 기용되었고, 관이오(管夷吾=管仲)는 제환공(齊桓公)의 형인 공자규(公子糾)를 돕다가 감옥에 갇혔으나 포숙(鮑叔)의 천거로 기용되었으며, 백리해(伯里奚)는 시장에서 살다가 기용되었다.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내리려 할 때에는 반드시 마음을 괴롭히고 곤궁하게 하며, 일이 뜻대로 되지 않게 하여 참을성이 있게 하고 그 마음을 분발시켜서,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낼 수 있게 도와준다. 사람은 언제나 잘못을 저지른 후에 고칠 수 있다. 안으로 군주를 분발시킬 신하가 없고, 밖으로 적국과 외환이 없는 나라는 항상 멸망한다. 그러므로 근심과 걱정은 사람을 살아나게 하고, 안일한 쾌락은 사람을 죽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 중에 덕과 지혜, 기술과 지식을 지니고 있는 자는 항상 환난 속에 있다. 안일보다 역경이 완성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제13편 진심(盡心) 上
-자신의 마음을 남김없이 실현하는 자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본성을 이해하게 되고, 본성을 이해하면 하늘의 천성(天性)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본성을 기르는 것은 하늘을 섬기는 천명(天命)을 따르는 방법이다. 道를 실천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다가 죽는 것이 天命을 바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위태로운 절벽 아래에 서 있거나 형벌을 받고 죽은 것은 天命을 바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구하려는 대상은 지위나 부귀, 오래 사는 것과 같은 내 밖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도덕적인 마음이다. 만물이 나에게 다 갖추어져 있다. 그러므로 내면으로 되돌아가서 내면을 진실 되게 하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 자신의 마음을 미루어 남을 생각하기를 힘써 실천하는 것보다 仁을 구하는 다른 방법은 없다.
-송구천(宋勾踐)이,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물어보자 : 남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자족(自足)하라. 덕을 존중하고 의리를 즐겁게 여기면 초연히 자족할 수 있다. 문왕과 같은 임금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스스로 분발해 떨쳐 일어나는 자는 호걸의 기품을 지닌 선비이다. 권세 높은 가문의 부귀가 주어져도 스스로 하찮게 여긴다면 보통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난 사람이다.
-군자(君子)가 지나가는 곳의 사람들은 감화를 받고 그의 내면은 신묘해서 위아래로 하늘과 땅과 더불어 작용을 함께 한다. 백성들은 날마다 善을 향해 나아가지만 누가 그것을 하게 하는지 알지 못한다.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백성을 부리면 수고롭더라도 원망하지 않고,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백성(범죄자 등)을 죽여도 죽인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은 타고난 능력인 양능(良能)이고, 생각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타고난 지능인 양지(良知)이다. 어버이를 친애하는 것이 仁이고 윗사람을 공경하는 것이 義이다. 모든 사람은 仁義를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다. 해서는 안 될 것을 하지 않고, 욕망해서는 안 될 것을 욕망하지 않는 것, 오직 이렇게 하기만 하면 된다.
-군자삼락(君子三樂) : ①부모가 살아계시며 형제들이 아무런 탈이 없는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②하늘을 우러러봐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땅을 굽어봐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③천하의 뛰어난 인재들을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통일된 천하의 임금이 되는 것은 여기에 끼지 못한다.
-군자의 본성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마음에 뿌리박고 있다. 마음에서 생겨난 빛은 해맑아서 얼굴에 드러나고 사지(四肢)로 퍼져나간다. 말이 없어도 사지(四肢)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므로 내면의 德은 몸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흐르는 물은 빈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군자가 道를 추구함에 있어서도 일정한 성취를 이루지 않으면 통달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우물을 아홉 길이나 팠더라도 물이 솟아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으면 우물을 포기한 것이다.
-제(齊)나라 왕자 점(墊)이, 선비가 뜻을 숭상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 仁義를 추구하는 것일 뿐입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仁이 아니며, 자기 것이 아닌데 취하는 것은 義가 아닙니다. 仁에 머물고 義를 따른다면 대인으로서의 할 일이 갖추어지게 됩니다.
-공손추(公孫丑)가, 오늘날의 제후들은 약육강식의 현실 속에서 선생님의 道가 높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하늘에 오르는 것 같아서 그곳에 미치지 못할 듯하다고 하니 : 큰 목수는 서툰 목수를 위해 먹줄 치는 법을 없애지 않고, 활쏘기의 명수인 예(羿)는 서툰 사람을 위해 활줄 당기는 적절한 법도를 바꾸지 않는다. 현실에 영합해 자신의 정당한 원칙을 버리는 것은 소인의 道이고, 부귀와 빈천,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의연하게 道를 실천하는 사람은 대장부의 道이다.
-제자인 공도자(公都子)가, 선생님의 문하에 들어와 있는 등나라 왕의 동생 등경(藤更)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은 왜 입니까? : 자신의 신분, 재능, 나이, 공로, 가르치는 이와의 특별한 연고가 있음을 내세워 묻는 것은 모두 대답을 들려주지 않는 경우이다.
제14편 진심(盡心) 下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고 군주는 하찮다.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군주와 제후와 대부가 된다. 제후가 사직을 위태롭게 하면 제후를 바꾼다.
-仁이란 사람(人)이라는 뜻이다. 仁과 人을 합쳐서 말하면 道가 된다. 현자는 자기의 밝은 것으로 남을 밝게 하는데, 오늘날의 사람들은 자기의 어두운 것으로 남을 밝게 하려고 한다.
-맥계(貉稽)가, 저는 사람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는다고 하니 : 문제될 것이 없소이다. 선비에게는 구설수가 많습니다. <시경>에 공자께서도 뭇 소인들에게서 노여움을 샀고, 문왕은 노여움을 없애지는 못했으나 명성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고자(告子)에게 : 산언덕에 발자국이 난 틈바구니도 지속적으로 왕래하면 길을 이루게 되지만, 잠시라도 왕래하지 않으면 띠풀이 자라 막히게 된다. 지금 띠풀이 자라 그대의 마음을 막고 있구나!
-호생불해(浩生不害)가, 악정자(樂正子)는 어떤 사람입니까? :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선(善)하다고 하고, 善한 것을 실제로 지니고 있는 것을 믿음성(信)이 있다고 하며, 善한 것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아름답다(美)고 하고, 가득 채우고 있어서 밖으로 광채가 드러나는 것을 위대하다(大)고 하며, 다시 여기서 변화하여 그 자취를 알 수 없는 것을 성스럽다(聖)고 하고, 성스러워서 알 수 없는 것을 신묘하다(神)고 한다. 악정자는 앞의 2가지 경지에 있다.
-묵자(墨子)의 설에서 빠져나오면 반드시 양주(楊朱)의 설로 돌아가고, 양주의 설에서 빠져나오면 우리 유가(儒家)의 설로 돌아온다. 돌아오면 그대로 받아주면 될 뿐이다. 과거의 잘못을 가혹하게 추궁하는 논쟁은 달아난 돼지가 이미 울타리로 들어왔는데도 다시 다리를 묶는 것과 같다.
-제후의 보배는 토지와 백성과 정치이다. 주옥(珠玉)을 보배로 여기는 자에게는 틀림없이 재앙이 그의 몸에 미칠 것이다.
-분성괄(盆成括)이, 제나라에서 벼슬할 때 맹자가 어떤 자를 보고 죽을 것이라고 예언하니 그 후 그대로 살해되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 그의 사람됨이 약간의 재주는 있지만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군자의 大道를 듣지 못했으니,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몸을 죽이기에 충분했다.
-맹자가 등나라에 가서 유숙할 때 집주인이, 제자들이 신발을 감추다니, 이럴 수 있습니까? : 훔치러 왔다고 생각하는가? 이에 집주인은 “아닙니다. 선생님께서는 떠나는 사람 붙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으십니다. 진실로 배우는 마음을 지니고 오면 그를 받아들일 뿐입니다.” 라고 했다.
-사람이 남을 해치고 싶어 하지 않은 마음을 확충하면 실행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으려는 마음을 확충하면 의로움은 풍부하게 된다. 남에게 멸시당하고 싶어 하지 않은 마음을 확충하면 의롭지 않음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하나의 사건에서 느낀 도덕의식을 모든 일에 확대 적용하면 仁義의 도덕의식은 철저해진다.
-선비가 말을 해서는 안되는 경우인데도 말하거나 말을 해야할 경우인데도 말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남에게 영합하여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것이다. 이것은 불의한 행동을 정당화하여 옹호하거나, 비판할 것에 대해 침묵하는 경우이다.
-군자의 말은 일상의 가까운 것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道가 그 가운데 있다. 군자는 자신의 몸을 닦음으로써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 사람들의 폐단은 자기 밭을 버려두고 남의 밭에 김을 매는 것과 같다.
-요순(堯舜)은 타고난 본성을 자연스럽게 실현한 사람이고, 탕무(湯武)는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서 타고난 본성을 회복했다. 죽은 사람에게 곡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德을 실현해 간사하지 않는 것은 작록(爵祿)을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말을 함에 신의(信義)를 지키는 것은 나의 행위가 옳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법도에 따라 행하여 천명(天命)을 기다릴 뿐이다.
-부귀영화를 지니고 있는 제후에게 나아가 가르칠 때에는 그를 내려다봐야지 그의 드높은 위세를 염두에 두어서는 안된다.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기죽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제자 만장(萬章)이, 공자께서 진(陳)나라에 계실 때 왜 노나라의 광자(狂士)나 환자(獧者)들을 생각하셨습니까? : 陳나라에서 중용(中庸)의 인물을 얻을 수 없기에, 그 다음가는 인물인 품은 뜻은 크되 실천에는 철저하지 못한 광자(狂者)나 지조가 있어 악을 행하지는 않되 소심한 환자(獧者)를 얻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공자께서는 비슷한듯하지만 아닌 사이비(似而非)를 미워했다. 가라지를 미워하는 것은 곡식의 싹을 어지럽힐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잔재주가 뛰어난 자는 의로움을 어지럽힐까 염려했고, 말이 번드르한 자는 믿음성을 어지럽힐까 염려했으며, 절제가 없는 정(鄭)나라의 음악은 올바른 음악을 어지럽힐까 염려했다. 또 자기 고장에서 세속에 영합하며 선비 행세를 하고 있는 향원(鄕原)은 德을 어지럽힐까 염려했다.
-요순(堯舜)으로부터 탕(湯)까지 500여 년인데, 우임금은 요순의 도를 직접 보고 알았고 탕은 들어서 알았다. 탕왕에서 문왕까지 500여 년인데, 이윤(伊尹)은 탕왕의 도를 직접 보고 알았고 문왕은 들어서 알았다. 문왕에서 공자까지 500여 년인데, 태공망(太公望)은 직접 보고 알았고 공자는 들어서 알았다. 공자로부터 지금까지 100여 년이지만, 반드시 앞으로 성인(聖人)의 도(道)를 계승할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끝)
첫댓글 존경하는 조우제 아재님, 덕분에 오늘 아침에 맹자의 내용을 다 이해하여 정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상(庠)과 서(序)의 학교에서 상과 서가 무엇입니까?
사서 중에 <맹자>가 가장 내용이 많아서 여기에 올려도 될까 하고 망서렸습니다만 모두가 많이도 읽었군요. 관정 스님께서 긴 내용을 다 읽으셨다니 수고가 많으셨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또 카톡에도 올려주시니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상과 서는 인륜과 효도를 배우는 학교라고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조우제도 책에 있는 내용만 알 뿐입니다. 명쾌한 답변을 드리지 못해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더 연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