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머물고, ‘노인’은 떠나기로 했다
진정한 여행은 젊었을 때 떠나는 게 좋을까요, 나이가 든 후에 떠나는 게 좋을까요? 8월, 휴가철을 맞이하여 영화 속 여행을 떠난 젊은 남자와 나이 든 남자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두 영화는 휴가지 감성을 담고 있지만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인들만 있는 동네로 떠난 청년
<하와이안 레시피>
하와이 섬의 북동쪽 해안에 위치한 호노카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특히 노인들이 많은 동네로 무척 잔잔하고 평화롭습니다. 일본에서 여행 온 대학생 레오는 우유부단함 때문에 여자 친구에게 차인 뒤, 이 소박한 마을에 방문하게 되는데요. 왠지 지루할 것 같은 노인마을에 온 청년. 하지만 의외로 도시에서보다 지루할 틈도 심심해할 틈도 없습니다. 소심한 레오에게 노인이 많은 이 동네는 더 없이 편안한 장소가 됩니다.
매일 같은 사람과 마주치고 같은 길을 걷는 이 마을. 어느새 자신을 돌봐주는 할머니도 있고 농담을 주고받을 할아버지도 생깁니다. 레오는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겠죠.듬성듬성 비어 있는 것처럼 여백이 많은 일상이었지만, 그 안에서 레오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해 나갑니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비 할머니의 음식 솜씨인데요. 고비가 있을 때마다 요리를 만들어 주는 비 할머니와의 인연은 레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하와이언 레시피>는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고 천천히 가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하와이안 요리처럼 천천히 음미할 때 가장 훌륭한 맛을 보여주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별 기대 없이 찾아간 마을에서 인생의 조각 하나를 발견한 레오처럼, 우리의 여행 속에서 소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무료 교통카드로 저 끝까지
<라스트 버스>
톰 할아버지는 얼마 전 부인 메리를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혼자 남은 톰은 부부가 살던 마을 영국 최북단부터 메리와의 추억이 깃든 남서쪽 끝 랜즈엔드까지 여행하는데요. 바로 ‘무료 교통카드’ 하나로 이 머나먼 여행을 떠납니다. 세상을 떠난 아내와의 약속을 위해 떠나게 된 여행.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길을 나선 톰은 기나긴 여정 중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속에서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요. 이런 톰의 모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버스영웅’으로 SNS에 알려지게 됩니다. 갑작스레 SNS스타(?)가 된 할아버지 톰! 사람들은 늦은 나이에 험난한 여정에 오른 그에게 많은 응원과 용기, 도움을 전하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만약 톰이 아내를 잃은 슬픔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머물러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산더미 같은 추억과 슬픔 속에서 허우적대며 무기력하게 방안에 갇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나이 든 몸을 이끌고 머나먼 여정을 선택한 톰의 용기는 찬란하게 빛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을 위해 떠난 여정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희망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고 함께 톰을 응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