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벽산악회 ‘고별등반(?, 첫눈밟기산행)’ 산행기
▪ 산행지 : 북한산, 도선사~하룻재~인수산장 터~인수봉 북쪽 설교벽, 숨은벽 방향~숨은벽 능선~슬랩 앞~밤골~원효봉~원효암~산 아래 집단시설지구
▪ 2009년 11월 21일(토)
▪ 박만규 대장, 김승, 임종학, 최선화 (4명 산행), 강영환 회장 뒷풀이 합류.
◯ 20일(금) 저녁, 첫눈
암벽등반 시즌을 마무리하는 고별등반일은 바로 다음날인데, 첫눈이 날린다. 어쩌지? 첫눈이야 반갑지만, 다음날 등반이 제대로 될지 갸웃거려지면서도. 상자에서 줄을 꺼내고, 하네스의 매듭은 잘 마감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배낭을 미리 꾸리는데, 이미 꽉 찬 배낭에 막걸리를 쑤셔 넣지만 두 병은 들어가지 않는다. 깊어가는 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니 주차장에 가득 찬 차량들 지붕엔 눈이 사르르 덮여 있고. 인수봉에도 눈이 깔려 있을텐데......
◯ 21일(토) 아침, 맑은 하늘
아, 새벽6시에 눈 뜨는 건 정말 힘들어! 그래도 늦지 않으려면 일어나야지. 새벽 하늘은 개어 있다. 우이동 종점은 이른 시각이라 아직 한산함. 종점거리에서 올려다 본 인수봉은 크랙 따라 눈이 선을 긋고 있고. 도선사까지 도보 23분(지금껏 북한산 가면서 도선사까지 차타고 간 기억은 없다. 내려올 때는 버스나 택시 이용한 적이 있지만) 소요. 반바지 차림에 배꼽티를 입고 운동하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 도착 시각은 정확히 9:00. 관리사무소를 기웃거리며 시집도 뒤적이고, 배낭에 등반장비 챙긴 산악인들 면면을 훑어보기도 하고(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네!), 축축한 의자를 닦고 있는 가게 주인들의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레질을 건너다 보기도 하며 일행을 기다린다. 드디어 약속된 네 명(박만규, 김승, 임종학, 최선화)이 합류. 일단 하룻재에 올라서서 판단해보기로 하고 출발.
◯ 추억 속으로 사라진 인수대피소
하룻재에 올라서서 바라보니, 등반은 어렵겠다. 더욱이 설교벽이나 숨은벽은 북사면이어서 눈과 살얼음이 더할 터이다. 고독길을 등반한다더라도 응달이라서 춥고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박만규 대장이 놀라운(?) 유연함을 보여준다. “등반은 어려워 보이니, 뒤쪽으로 돌아 보행하자.” 인수대피소는 추억 속으로 잠겨버린 채 빈터만 쓸쓸하다. 아쉬운 생각도 든다. 설교벽 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사람 발자국은 없다. 그런데, 우리에게 길을 인도하는 발자국이 있으니, 분명 개과 동물 발자국. 너구리일까? 한 마리였다가 어떤 지점에서는 두 마리 이상, 또 한 마리. 이 길이 생길 때, 누군가 산행인은 야생동물의 흔적을 따라 길을 냈을 것이고, 이젠 뚜렷해진 산행로를 야생동물이 이용하고 있다. 숨은벽 능선까지 너구리 발자국 따라 진행하다가, 바윗길로 접어든다.
◯ 그늘 내린 염초능선 북면의 절경
숨은벽 능선에서 점심을 든다. 박만규 대장의 배낭에서는 이번에도 역시 뜨끈한 청주 1리터가 나온다. 육포도 따라왔다. 임종학 대원이 챙겨 온 차림 또한 푸짐하다. 생굴 무침, 역시 뜨끈한 청주, 족발, 잡곡 섞인 밥(박은미 씨,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건너편의 염초봉에서 백운대로 흐르는 능선 북면은 그늘에 덮여 칙칙한데 군데군데 자리잡은 눈, 회색빛 바위, 잎을 떨군 삐죽삐죽 나무들이 야릇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곧추 서있는 듯하다. 잠시 상상해본다. 저게 바위벽이라면...... 그늘진 벽의 침묵은 경외감과 모험심을 동시에 자극한다. 히말라야나 파타고니아 또는 알프스에서 바로 그 감정을 맛보고 싶다!
◯ 오르락 내리락 지그재그 산행
인수봉, 설교벽, 숨은벽, 백운대 북면 바윗길에 어른대는 그림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음. 박만규 대장이 수정 계획을 말한다. 숨은벽 능선을 내려서서 밤골계곡 샘터까지 내려간 다음, 염초봉 파랑새바위 지나 신동엽길 쪽으로 오른 다음 구파발 방향으로 하산하잔다. 좋다. 다들 동의. 살짝 깔린 눈이며 깊이 쌓인 낙엽이 약간 미끄럽긴 하지만 산행의 맛이 난다. 밤골로 내려서는 도중 강영환 회장과 통화. 뒷풀이 자리에 합류하겠단다. 대장이 이번에도 유연하게 산행로를 수정한다. 기왕 내려왔으니 내처 내려가보자. 밤골 아래쪽 샘터에서 계속 내려서다가, 이대로 끝내기엔 아쉽지! 다시 원효봉 방향으로 꺾어 오르기 시작. 원효능선과 염초능선 사이 안부의 북한산성 북문에 도착. 원효봉을 거쳐 원효암을 지나 이제야 진짜 하산길로. 강영환 회장은 이미 연신내에 도착해 있단다. 집단시설지구에 내려서서 가늠해보니, 다섯시간 반 정도 산행했다. 상쾌한 뻐근함이 다리에 매달린다. 어서 가자, 회장님이 기다리고 있는 연신내로. 택시 탑승.
◯ 먹는 것은 역시 삶의 기쁨
최선화 씨가 안내하는 ‘낙지와 수제비가 항아리에’로 이동. 들깨 칼국수, 두툼한 파전, 낙지 곱창, 막걸리, 얼음이 동동 뜬 식혜. 소박한 밥상에도 항상 감사해온 마당에, 이 식당의 음식은 정말 맛깔스럽다. 이어 맥주 한 조끼 더.
등반은 하지 못했지만, 큰 아쉬움 없이 고별산행을 이렇게 마무리했네요.
◯ 심설산행 계획 다듬기, 기타
▪ 박만규 대장이 제안한 기본 계획 : 설악산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곡백운계곡으로 진행, 백담사와 용대리로 하산 완료.
*곡백운계곡은 사람 흔적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비탈은 완만. 심설산행 대상지로는 최적.
▪ 추가 계획 : 설상 야영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야영하지 않을 경우 수렴동대피소 활용)
▪ 원활한 산행을 위해 서울시산악연맹을 통해 국립공원설악산관리소에 등반계획 정식 공문을 보내기로 함.
▪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은 추후 박만규 대장이 공지할 것임.
▪ ' 네파' 동계용 바지 단체 구입 건 : 강영환 회장이 공지할 것임.
대원 여러분, 12월 송년자리(11일,금 pm7:30 신림동 청해수산)에서 만나요.
2009. 11. 23(월),
총무 김승
*산행 출발 전에, 산행 후 뒷풀이 자리에 전화해준 최기두 대원, 고마워요!
첫댓글 쫑바위 대신 도보산행. 모처럼 시간낸 것 아쉬워 빡세게 했습니다. 줄, 캠 장비는 트레이닝 용도로 배낭 하중을 주어 종아리와 허벅지가 상쾌하게 뻐근합니다. 점심식사 시간외에는 쉬지 않고 걸었는데 나와 김승 총무는 원래 산행스타일이라 하지만 여유있게 따라준 임종학, 최선화씨 수고하셨습니다. 눈 내린 산행사진 정리하여 올리겠습니다.
멀고 가깝게 보이는 능선과 봉들에 대한 설명을 잘 듣고 기억하려 노력했지만, 다녀 온 산행길의 이름도 낯설었는데...
산행 후기를 읽고보니 기억이 새롭습니다......박만규 대장님과 김승 총무님, 그리고 최선화님! 뒷 풀이 장소를 멀다 않으시고 달려와 주신 강영환 회장님 !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별등반을 멋지게 마무리 했군요. 모두 수고했습니다^^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저는 15일날 이사를했는데 정리도 안되고 월동준비(김장)도 하느라 산행 함께못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