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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규제 리스크 |
l 공급자, 협력업체, 구매자, 소비시장 등에 모두 영향 l 비용상승, 소비시장위축 등 초래 |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위협 |
l 투자자, 소비자, NGO로부터의 위협 l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주가하락, 수요감소, 브랜드가치 하락 |
새로운 동향으로부터의 리스크 |
l 기후변화 관련 신상품, 서비스의 개발 l 예상치 못한 경쟁구도 출현 가능 |
기후변화 자체 리스크 |
l 기온상승, 물부족 등의 리스크 l 기온·물 관련 산업에 직접적 위협 |
3. 중국·인도를 잡아라
교토 체제 이후의 세계 기후변화 질서를 의미하는 ‘POST 2012’는 협상 결과에 따라 각국의 경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의 폭이 큽니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양보할 수 없는 협상전을 시작했고 개발도상국은 개도국대로의 자국의 이익에 맞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세계 10위의 온실가스 발생국가임에도 불구,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는 우리나라는 감축의무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어차피 감축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상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이 교토의정서 체제로 복귀하고 중국, 인도 등이 감축의무대상에 우리와 함께 포함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2004년을 기준으로 미국이 1위, 중국 2위, 인도 5위, 한국 10위 등의 순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이산화탄소배출량 증가율(1990~2004년)은 19.8%인 바년 중국은 109.8%, 인도는 87.5%입니다.
따라서 ‘POST 2012’ 협상의 핵심포인트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인도를 어떻게 규제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중국은 ‘강제감축 절대 반대’입니다. 선진국들은 이제까지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하면서 경제성장을 해놓고 이제 와서 경제발전을 하려는 중국, 인도 등을 ‘어떻게 규제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소위 ‘역사적 책임론’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은 ‘자율감축’, ‘경제성장과 연계한 감축’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전초전(교토의정서 체제)의 패권을 쥔 유럽연합(EU)은 국가별 감축목표 강제할당방식의 교토의정서 체제를 확대, 발전시키자는 입장입니다. 쥐고 있는 패권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미국은 개별 국가의 경제성장단계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 자발적인 감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은 어떠한 규제든 중국, 인도와 함께 가야 한다는 ‘물귀신’ 작전을 구사합니다. 가뜩이나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자신들만 규제를 받고 중국, 인도가 빠진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인 셈입니다.
‘POST 2012’ 협상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교토의정서상 의무감축대상인 선진국(부속서 I 국가)의 2012년 이후 새로운 감축의무설정입니다. 여기에는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의 참여 여부도 함께 포함됩니다.
또 감축의무를 갖지 않았던 개도국(비부속서 I 국가)의 감축의무부담이 어떤 식으로 결정될 지도 ‘POST 2012’ 협상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우리나라의 감축의무방식이 결정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비부속서 I 국가군을 어떤 식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 전방에 미치는 영향의 폭도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개도국은 현재 3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고 우리나라는 그룹1(멕시코,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브라질, 콜롬비아, 아세안 국가)로 분류돼 있습니다. 중국, 인도 등은 그룹2, 남·북아프리카 등은 그룹 3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마지막으로 온실가스 감축의무 참여방식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감축의무방식은 40여 개가 넘습니다. 각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단 감축방식은 크게 EU중심의 ‘절대적 감축방식’, 온실가스 배출 관련 지표와 연동해 감축방식을 정하는 ‘상대적 감축방식’, 미국과 개도국들이 내세우는 ‘자율적 감축방식’ 등이 있습니다.
정부도 인정하듯 우리나라는 이번 ‘POST 2012’ 협상에서 감축의무를 지게 될 가능성이 100%입니다. 결국 어떤 국가군과 묶이고, 어느 정도 감축하느냐에 따라 경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확실한 전략을 가져야 합니다.
선진국은 어떤 식이 됐건 미국과 개도국의 참여범위를 확대하려는 심사입니다. 개도국 등의 온실가스 감축정도가 클수록 선진국 전체가 지불하는 경제적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교토의정서 체제에 참여하느냐, 그리고 중국, 인도 등의 국가와 묶여서 함께 참여하느냐 여부에 따라 경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극과 극입니다. 최악의 상황은 미국, 중국, 인도가 모두 빠지고 우리가 포함된 개도국 1그룹만 강제감축대상에 끼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우리의 실질 국민총생산(GNP)은 약 20%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가 1995년 온실가스배출량 대비 약 5% 감축하는 것을 전제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미국, 중국, 인도가 모두 참여하고 개도국 그룹1과 그룹2의 감축 정도가 낮다면 선진국은 소폭(-0.14% 포인트), 개도국은 중폭(-0.40% 포인트) 실질 GNP가 하락하는 대신 우리는 GNP성장률이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인도와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 POST 2012 협상 전망 – 미국과 EU의 갈등구조 >>
중심국 |
EU 주도 |
미국 주도 |
방 식 |
포스트 교토의정서 방식 |
아태 기후변화 파트너십 미국 주도 아래 한국, 일본, 중국, 인도, 호주 등 15개국 회의 |
목 적 |
온실가스 감축 → 지구온난화 방지 (명분론 중시) |
온실가스감축과 각국의 경제성장, 에너지 안보의 통합적 고려(현실적 접근) |
목표이행방식 |
총량적 감축목표 설정 後 각국 감축량 배정(Top-down 방식의 강제적 방식) |
개별 국가의 경제성장단계 등 현실적 여건 고려(Bottom-up의 자발적 방식) |
감축목표 |
강제적(Binding) |
자발적(Non-Binding) |
이행방식 |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 중심 |
국제적 기술협력 중심 |
참여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 |
세계 총 배출량의 30% (미국 및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참여 촉구) |
15개국 모두 참여 시 전세계 배출량의 80% 차지 |
4. 탄소표준이 세계경제를 바꾼다
자동차 분야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미 지난 1998년 12월 EU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는 EU자동차공업협회와의 ‘자발적 협약’이라는 형식을 빌어 오는 2008년까지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km당 140g, 2012년까지 120g으로 낮추겠다는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유럽에 승용차를 수출하는 한국과 일본에도 같은 규제가 적용됐습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자동차업계가 2008년 140g이라는 목표달서잉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고백하자 EC는 2007년 2월 ‘자발적 협약’의 실패를 선언하고 승용차 이산화탄소 규제 법제화에 나섰습니다. 2012년까지 130g으로 배출량을 낮추겠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EU 승용차(신차)들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0g이고, 일본은 161g, 한국은 165g입니다.
자동차 뿐만이 아닙니다. 친환경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의 H박사는 요즘 눈과 귀가 온통 EU가 추진 중인 환경규제 EuP(Energy-Using Products, 친환경설계 의무화)에 맞춰져 있습니다. EU는 현재 2010년 규제시작을 앞두고 제품별 세부시행지침을 만들고 있는데 어떤 색이 칠해지느냐에 따라 타격의 강도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H박사는 “EuP는 한마디로 각 제품별로 온실가스감축을 위해 원료구입, 제조, 유통, 폐기 등 全 단계에서 지켜야 할 규칙으로 이를 지키지 못하면 유럽 판매를 못하게 된다”면서 “국내 협력업체 등 우리의 기술수준이 지침에 못 미친다면 수출을 위해 유럽 업체들에 종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신재생에너지 기술, EuP 등 이른바 기후변화기술과 규제가 표준화돼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EU가 주축이 되면서 탄소표준화가 하나 둘 만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EU는 EuP 세부지침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국제표준화기구를 통해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 국제전자표준회의(IEC)에서 전기·전가 등 에너지 사용제품 및 시스템의 환경에 대한 표준을 논의 중입니다.
자동차 분야에서의 탄소표준은 이미 ‘진행형’입니다. 당초 EU는 자동차(EuP에서 제외)에 대해 업게와의 자발적 협약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추진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EU는 정책방향을 자발적 협약에서
법제화로 선회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자동차업계가 자발적 협약의 목표수준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표준화’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표준화의 기본은 법제화로 EU가 먼저 법을 만들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태양광·바이오·수소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하나 둘 감지되고 있습니다.
EU의 이 같은 환경규제를 비관세장벽으로 보고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EuP 지침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기술적 무역장벽이라고 제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이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0조에 환경과 관련한 국내 규제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GATT 제20조에는 자유무역을 제한할 수 있는 예외조항으로 “유한한 천연자원의 보존을 위한 조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EU는 이에 따라 ‘대외무역정책과 환경의 통합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탄소표준이 이처럼 급진전될 움직임을 보이자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에 다소 관심이없었던 미국도 민간을 중심으로 가세했습니다. 듀크에너지, 다우케미컬 등 美 글로벌 기업들이 ‘행동 파트너십(USCAP)’을 결성, 美 연방정부에 표준화된 기후변화대응전략을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법제화가 탄소표준경쟁의 무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도 정부차원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습니다. EuP의 표준을 논의하고 있는 국제전자표준회의(IEC)에 경제산업성 주축으로 자국의 표준이 채택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회의 의장을 일본 기업에서 맡으면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탄소표준화 경쟁에서 후발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정부관계자는 “IT 분야에서 한국은 전세계 표준을 리드하고 있지만 탄소 표준화 경쟁에서의 위치는 매우 초라하다”면서 “유럽, 미국, 일본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5. EuP 시행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유럽이 당초 계획대로 2010년부터 EuP를 시행하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EU는 중구고가 더불어 우리의 제2대 수출시장이라는 점에서 여간 부담이 아닙니다. 각종 분석에 의하면 EuP가 시행되면 우선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비용상승이 불가피합니다. 또 EuP 지침에 대해 아무리 대비를 잘한다 해도 현지 업체들과 비교해서는 뒤질 수 밖에 없어 현지 시장 경쟁력 하락, 현지 업체에의 종속 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EuP 등 전기·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한 EU의 환경규제가 한국, 일본 전자업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기·전가분야에서 한국·일본에 뒤지는 EU전자업체들을 환경규제를 통해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아울러 현재 EU에 수출하고 있는 품목 중 환경규제조치를 받고 있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2002년 EU 전체 수출액(217억 달러)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에너지관리공단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출기업의 95%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산업자원부의 분석에 의하면 2002년 기준으로 전기·전자의 경우 EU 총 수출업체는 3,500개로, 이 중 95% 가량인 3,325개가 중소기업입니다. 자동차 등 다른 분야도 전체 수출기업의 95%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EuP 등 유럽이 탄소표준을 선점해나갈수록 국내 중소기업 업체들이 살아남으려면 중국이 아닌 유럽으로 둥지를 옮겨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EuP가 발효되면 유럽 수출 시 국내 소규모 브랜드의 경우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새 기준에 충족하려면 유럽 회사와 공조하는 것이 필요하고 소규모 브랜드의 경우 자사보다 유럽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EuP 발효가 국내 기업에 기회를 안겨다 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백색가전에서 국내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 그것입니다. 강화된 유럽기준에 잘 대응한다면 일본제품보다 한국산이 확고한 우위를 점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6. 새 그린 오션, 탄소시장을 잡아라
지구온난화 위기가 심화될수록 뒤에서 미소 짓는 사람들과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권과 관련된 기업, 투자자, 투자은행, 컨설팅업체들입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거금이 탄소시장(Carbon Market)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2007년 1월 30억 달러를 탄소시장에 투자하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이산화탄소 감축사업 기업 MGM인터내셔널 지분 38%를 인수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07년 6월 아일랜드 더블린 소재 이산화탄소 배출권 관련 기업인 에코시큐리티스(Eco Securities) 지분 10%를 인수하고 그 기업에 10억 유로를 대출해 주기로 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권 관련 사업 투자기금으로 빌려준 것입니다. 또 8우러에는 런던에 있는 헤지펀드 자이언트맨그룹(Giant Man Group)이 런던 석탄공장의 이산화탄소 배출권 감축사업에 투자할 자금으로 3억8,200만 달러를 모았습니다.
왜 이렇게 국제금융계의 큰 손들이 탄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을가. 우선 급격히 커지고 있는 시장규모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권 시장 거래규모는 현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4년 전세계 배출권 시장 거래규모는 5억4,900만 달러였으나 2005년 10억907만 달러로 두 배로 커졌고, 2006년에는 30억98만 달러로 세 배로 커졌습니다. UN은 오는 1012년 이 시장규모가 2조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둘째, 이산화탄소 배출 관련 규제가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규제확대는 바로 배출권 가격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향후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배출규제가 커지고 강도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 뻔합니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고강도의 의무감축이 시작되기 전에 배출권을 사두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된 기업의 경영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대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담배소송처럼 향후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기업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교토의정서 체제를 탈퇴해 의무감축국이 아닌 미국의 포드, IBM, 롤스로이스 등 대기업들이 자발적인 배출량 감축, 배출권 거래에 참여하는 이유가 바로 이 같은 대형 소송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기업 입장에서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해야 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비해 미리 배출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탄소시장에서 이미 주도권을 잡은 유럽은 느긋한 편입니다. 유럽은 포스트 교토체제협상에서 미국에 일부 양보하면서까지 온실가스 감축대상에 미국을 포함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복귀하면 그만큼 탄소시장이 커지고 중국, 인도 등도 감축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입니다.
미국은 조심스럽게 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와 소비구조 때문에 부득이 교토의정서 체제를 탈퇴했지만 그러고 나니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탄소시장에서 EU에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 못내 아쉽다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 차원에서 배출권 선물시장이나 CDM사업에 투자하고 있고 州 정부 차원에서는 중앙정부에 앞서 온실가스 대응체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중 하나이면서 기후변화협약의 최대수혜국인 중국 역시 국가는 물론 민간자본도 탄소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CDM사업을 하려면 중국 측이 51% 이상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사항을 집어넣었고 배출권의 해외 이전에 대해서는 부가세(4%), 유통세(5%) 등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만도 2006년 12조원에 달합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곧 세계 제1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 될 것이기 때문에 역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권 사업, 즉 전세계 탄소시장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제기했습니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에너지 기술력을 통해 배출권 거래보다 배출권 창출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관련법을 정비하지 않아 배출권 시장에서는 이미 주도권을 잃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정부가 아닌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감축할당량을 추진하고 있고 기업은 경제인단체연합을 통해 자주적인 행동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탄소시장 대응은 이제 걸음마 수준입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탈퇴했지만 기업이나 단체 중심의 자발적인 탄소시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없습니다.
에너지관리공단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자발적으로 감축할 경우 감축분을 국가가 사주는 사업을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준도 애매합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기업이나 그렇지 않은 기업이나 구분이 없습니다. 정부 구매가격도 국제가격보다 훨씬 낮습니다.
7.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 잡아라
지난 2007년 6월, 독일의 해양휴양지 하일리겐담에 모인 선진 8개국(G8) 정상들은 오는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0% 감축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독일 등 EU, 일본, 캐나다가 합의하고 미국, 러시아 등은 합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감축노력을 ‘진지하게 고려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합의내용을 한국에 적용해 봅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1990년 3억1,060만 톤에서 2004년 5억9,060만 톤으로 거의 2배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가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 약 9억5,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 때부터 온실가스가 거의 안 늘어 2050년 10억 톤이 된다고 하면 줄여야 하는 기준연도와 기준양은 1990년의 3억1,060만 톤과 이것의 절반인 1억5,530만 톤으로 결국 10억 톤의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1억5,000만 톤 수준으로 85% 낮춰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감당하기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흐름이 이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중화학공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이산화탄소 강제감축은 치명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85%까지는 아니더라도 약 절반 정도는 감축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구조에서는 그것조차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주목하는 기술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arbon Capture & Storage, CCS)입니다.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이를 대규모로 저장할 수만 있다면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됩니다. 실제 이 기술은 현재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 시 보다 많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불굴해내개 위해 물 또는 수증기를 유전에 밀어 넣습니다. 그러면 원유나 가스가 묻혀있는 지층 속에서 압력이 커져 원유, 천연가스가 쉽게 배출됩니다.
이 같은 원리를 이용, 물이나 수증가 대신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밀어 넣고 저장하는 것입니다. 미국 노스다코타주의 북부에 있는 베라(Beulah)에 있는 암모니아 공장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분리, 수집해 수백km 떨어진 캐나다 서스캐처원(Saskatchewan) 州에 있는 유전지대인 웨이번(Weyburn)으로 보냅니다. 웨이번에서는 이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밀어 넣어 저장하고 있습니다. 저장용량은 연간 약 100만 톤으로 미국은 이 웨이번 프로젝트를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보고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석유회사인 스태트오일(Statoil)도 북해 유전을 이용, 이산화탄소 저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저장용량은 연간 100만 톤 정도입니다.
만일 CCs 기술이 성공, 대량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할 수 있다면 온실가스 강제감축 의무화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교토의정서 체제까지도 흔들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잡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배출량 강제감축의 의미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미국이 선진 8개국 정상회의에서 2050년 50% 감축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이유도 일각에서는 CCS 기술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20년 내에 CCS 기술이 대량저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미국 스스로의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CCS 기술을 무기로 미국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저장 성공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연간 수천만 톤에서 수억 톤 단위의 저장이 가능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이 같은 것이 성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2050년 전세계 감축량 중 약 20%가 CCS에 의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는 2100년이 되면 전체 배출량의 약 15~55%가 CCS에 의해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15~55%로 범위가 넓은 것은 이 기술이 그만큼 미래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확신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 때문입니다.
배기가스가 나오는 과정에 아민계 흡수재를 투입하면 이산화탄소가 이 흡수재에 녹아 들어가 액체가 되고 여기에 다시 열을 가해 이산화탄소만 분리, 포집하는 방법입니다. 흡착제로 고체를 이용하는 건식 흡착방식도 있습니다. 둘째는 순산소연소방식입니다. 석유나 석탄을 연소시킬 때 연소재로 일반 공기가 아니라 산소만 투입하면 배기가스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만 나옵니다. 셋째, 엠브레인 필터 방식으로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는 기술입니다.
저장방법은 지층의 배사구조(밥 공기를 거꾸로 엎어놓은 형태)를 이용합니다. 보통 해안가나 연안의 대륙붕 지역의 대수층에 많습니다. 이 같은 지층구조에는 원유나 가스가 많은데 가스, 원유를 빼내면서 빈 공간에 이산화탄소를 밀어 넣습니다. 문제는 안정성입니다. 이산화탄소를 투입한 뒤 적어도 수백 년간 땅 위로 스며 나오지 않고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마개역할을 덮개암석(Cap Rock)이 합니다.
l 온실가스(Greenhouse Gases) :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기체로 지구 대기권 상에 층을 형성, 온실의 유리처럼 지구를 덥게 만든다고 해서 ‘온실가스’라고 부릅니다.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이산화탄소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온난화에 미치는 정도도 가장 큽니다.
l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들이 나라별로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하자고 약속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정서. 의정서에 따르면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선진국(Annex 1) 국가들은 2008~2012년 중 자국 내 온실가스 배출총량을 1990년대 수준 대비 평균 5.2% 감축해야 합니다.
l 이산화탄소 배출권 : 한 국가나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상품처럼 서로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온실가스 의무감축국가가 할당량만큼 감축하지 못했을 경우 여유가 있는 다른 국가에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개도국 기업이 신규설비설치, 에너지 절약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면 역시 국제시장에서 그 감축분 만큼을 팔 수 있습니다. 현재 유럽의 배출권(CER) 가격은 이산화탄소 톤당 약 16유로입니다.
l EuP(The EU Directive on the Eco-design of Energy-using Products, 에너지 사용제품의 친환경 설계 의무화 지침) : EU가 온실가스감축을 위해 내놓은 RoHS(유해물질사용금지지침), REACH(화학물질관리규정) 등을 총괄하는 가장 강력한 지침입니다. 제품생산에 투입되는 원료부터 제조과정, 제품운송, 제품사용, 폐기 또는 재활용 등 제품의 全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 폐수, 고체폐기물 등을 모두 관리합니다. 2008년까지 EU 각국의 국내법 발효를 거쳐 2년의 유예기간 뒤 오는 2010년 규제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EuP가 적용되는 제품의 생산자(수출업자 포함)는 제품출시에 앞서 EuP 적합성 심사를 받아야 하며 그 심사에 통과하면 CE마크를 제품에 붙여 출시합니다. 현재 제품별 세부시행지침을 만들고 있는데 우선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시작돼 향후 모든 제품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일명 ‘그린 만리장성’으로 불리며 EU의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II. 선진 탄소경제로 가는 길
1. 온실가스 배출량 2009년부터 강제 할당
기후변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배출량 강제할당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는 기업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국제적인 온시락스 협상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기업들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할당에는 소극적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2007년 12월 중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결과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라도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협상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협상구도가 짜여졌습니다. 전체적인 회의 분위기도 ‘한국은 의무감축부담을 져야 하는 선진국’임을 당연시하는 쪽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자세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뭔가 해야 한다는 급박함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것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라는 뜻이고 이는 특별한 대책이 없으면 공장가동률을 줄이라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하면 소프트 랜딩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기업별 배출량 할당방식은 크게 두 개로 나뉩니다. 먼저 Top-down 방식입니다. 국제협상을 통해 국가별 배출량이 할당되면 정부가 다시 이를 기초로 기업별 배출량을 할당하는 방식입니다. 즉 위로부터 내려오는 할당입니다. 국제협상결과가 아니라도 정부가 먼저 국가적 감축목표를 정하고 이에 기초해 기업별 할당량을 내려 보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아래로부터 올라가는 Bottom-up 방식도 있습니다. 즉 기업별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등을 감안, 개별 기업들의 배출량을 할당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우선 Bottom-up 방식의 배출량 할당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산업·기업별 감축 잠재량이 얼마나 될지,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국제적 기준에는 어느 정도 적합한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배출량을 직접적으로 기업별로 할당할 수도 있고 먼저 산업별로 할당한 다음 해당산업 내부에서 개별 기업별 할당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산업별로 할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배출량 할당에 따른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부가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는 큰 그림만 그린 다음 기업별 세부 배출량 할당은 산업계 내부에서 하는 것이 잡음방지 등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산업자원부, 에너지관리공단 등을 중심으로 준비해온 ‘자발적 배출권 거래시장’을 올해 중 출범시킨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자발적 배출권 거래시장은 준비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습니다. 먼저 시장기능이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기업별 배출량 할당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이 나왔지만 이를 사줄 만한 수요처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로서는 이 배출권을 사야 할 이유가 없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기업별 배출권 강제할당이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개별 기업별로 배출량이 할당되고 이를 맞추지 못하면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EU의 경우 벌금은 이산화탄소 톤당 100유로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기후변화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1998년부터 산업자원부, 에너지관리공단은 기업들과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발적 협약(VA)’을 실시해 왔습니다. 대상업체는 총 1,383개 기업이었습니다. 이 중 380개 업체가 연간 2만 toe 이상 에너지를 사용하는 ‘집중관리대상’이고 882개는 5,000~2만 toe 에너지 사용 사업장, 121개는 2,000~5,000 toe 사용사업장입니다. 정부는 이들 에너지 다소비 사업체를 대상으로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협약 목표미달 시 벌칙이 있는 정부협약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1,383개 사업체 모두를 대상으로 할 경우 파급효과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감안, 우선 집중관리 380개 업체를 대상으로 자발적 협약을 정부협약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 선진탄소경제로 가는 길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Emission Trading)는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 기업활동의 조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솔로몬의 지혜’와도 같은 최고의 솔루션이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온실가스 강제감축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면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하기로 한 교토의정서 체결 이후 지난 2005년 1월부터 유럽 이산화탄소 거래시장(European Carbon Exchange)을 열었습니다. 교토의정서에 의한 온실가스 강제 감축은 올해부터 시작되지만 이에 대비하고자 유럽 국가들은 2005년부터 자체적으로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했습니다. 각 국가가 다시 이를 1만2,000여 개 기업별로 할당, 강제할당에 기초한 배출권 거래인 캡 앤 트레이드(Cap & Trade)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배출권 거래를 시작해보니 이론과 달리 다양한 문제들이 드러났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열린 첫 해인 2005년은 순탄했습니다. 배출권가격은 톤당 20유로 대를 유지하면서 상승했습니다. 기후변화대응에 있어 탄소배출권 가격은 매우 중요합니다. 배출권가격이 일정 금액 이상을 유지해야 이를 통해 돈을 벌고자 기업과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감축에 적극 나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6년 5월, 상황은 급반전됐습니다. 톤당 30유로 가까이 올라갔던 배출구너 가격이 하루 아침에 10유로로 3분의1 토막이 난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 EU는 배출권 시장을 가동하면서 각 국가별로 이산화탄소 감축 실적을 매년 1회, 즉 실적이 나온 다음해 4월말까지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국가별로 배출량 할당치를 초과했는지, 달성했는지, 달성했으면 어느 정도의 배출권이 나올 것인지를 보고하도록 한 것입니다.
2006년 4월까지 EU 배출권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체적 실적은 모른 채 배출권을 거래했습니다. 그 결과 배출권 가격도 20유로대를 유지했었습니다.
그러나 2006년 4월부터 그 이전 해의 감축실적이 발표되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첫 번째가 프랑스로,
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배출량 할당을 처음 하다 보니 각국별로 할당량이 너무 느슨하게 준 것입니다. 그 결과 2005년 감축 실적에 있어 폴란드 3,500만 톤, 독일 2,500만 톤, 프랑스 1,900만 톤, 체코 1,400만 톤 등이 초과 달성분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이 같은 사태는 ‘솔로몬의 지혜’와도 같은 ‘캡 앤 트레이드 배출권 거래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것입니다. 배출권 할당을 너무 강하게 하면 기업들이 죽는 소리를 냅니다. 온실가스 감축 때문에 경제와 산업을 망친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러나 반면 배출권 할당을 느슨하게 하면 시장이 죽습니다. 배출권 시장에서 2006년 EU사태와 같이 배출권 소유보다 공급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교토의정서상의 국밸 배출량 자체가 잘못 배정됐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교토의정서 타결을 위해 정치적으로 할당량이 결정되다 보니 어느 국가에는 지나치게 관대한 반면 어느 국가에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할당량이 부과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교훈에 따라 EU는 2008년부터 시작되는 교토의정서상의 1차 의무감축기간 중 국별 할당량을 더욱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할당량 초과, 즉 목표달성 실패 시 내는 벌금도 2008년 이전의 톤당 40유로에서 100유로로 올렸습니다.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비용이 들더라도 스스로 온실가스를 줄이든지, 아니면 시장에서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라는 ‘확실한 신호’인 셈입니다. 감축분의 배출권 인정분도 2008년 이전 95%에서 90%로 낮췄습니다.
엄격한 배출량 관리 대신 배출권 시장을 확실하게 살려 EU가 전세계 배출권 시장을 주도하면서 기후변화로 떠오르는 새로운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인 셈입니다.
EU의 배출권 시장 운영 경험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터졌습니다. 바로 ‘뜨거운 공기’ 핫 에어입니다.
여기 두 나라가 있습니다. A국은 건실하게 경제성장을 해나가는 국가입니다. 배출권을 할당 받은 A국은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비용을 들이면서 열심히 노력해 목표보다 1,000만 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했습니다. 1,000만 톤의 배출권이 생긴 셈입니다. B국은 경제가 엉망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기업의 가동률도 줄어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 배출권 1,000만 톤이 생겼습니다.
만약 시장에서 A국과 B국의 배출권이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된다면 A국은 얼마나 억울할까. 이론적으로 경제가 최악의 상태라면 배출권은 최대로 배출됩니다. 실제 유럽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2005년 이후 동구권 국가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장가동률도 줄고 에너지 사용도 줄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이 감소했습니다. 독일이 비슷한 경우입니다. 동독과 통일된 뒤 동독 경제의 침체로 독일 전체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증가가 크게 둔화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등의 국가들은 EU의 온실가스 감축실적이 ‘과장됐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EU 선진국들의 노력보다 폴란드, 체코 등 동구권 국가들의 경기침체 때문에 발생한 감축분이 크지 않느냐는 지적입니다.
2007년 12월 발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시 당사국 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핫 에어를 배출권으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 핫 에어를 배출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별 배출량 할당에 있어 지나치게 관대하게 받았다고 지적되고 있는 국가의 배출권 역시 인정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금까지 핫 에어가 배출권 시장에 나온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잠재적인 시장 위협요인이라는 데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3. 저탄소경제의 딜레마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1990년 3억1,000만 톤에서 2004년 5억9,000만 톤으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 기간 중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도 320조원에서 693조원으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은 경제성장과 정확히 비례합니다. 온실가스를 어디서 많이 배출하는지 분야별로 살펴보면 에너지 부문이 1990년 79.8%에서 2004년 83.0%로 늘었습니다. 산업공정부문 역시 1990년 6.4%에서 2004년에는 11.7%로 늘었습니다. 두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0%를 넘습니다.
이 같은 통계는 결국 한국의 경제성장이 중화학공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형 성장이었으며 이 같은 현상이 완화되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산업구조상 우리 기업들의 에너지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우리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은 매우 높습니다. POSCO 등 우리나라 철강기업들의 에너지 효율, 생산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발전, 시멘트, 철강, 정유산업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은 아주 높습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우리 기업들이 줄일 수 있는 에너지양이 그리 많이 않다는 것입니다. 즉 온실가스 감축잠재량이 적은 것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 우리 경제에 온실가스 강제감축의무가 주어질 경우 그 충경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협상인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출에 의존해 성장해 온 우리의 경제·산업구조상 우리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영향도 달라집니다.
가장 바람직한 협상결과는 우리 뿐 아니라 현재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 그리고 현재 의무감축대상국이 아닌 중국, 인도 등이 모두 참여하면서 감축률은 낮은 것입니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우리의 대외경쟁력이 그대로 유지될 뿐 아니라 거꾸로 앞선 기술을 활용해 탄소경제의 신시장 개척도 가능해집니다.
최악의 결과는 미국, 중국, 인도 등이 빠진 가운데 우리만 강도 높은 의무감축을 이행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이들 국가와 비교한 우리의 산업경쟁력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습니다.
우리는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하는 반면 이들은 이 같은 제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에만 족쇄가 채워지는 셈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경우 2015년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NP)은 0.8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다른 측면으로 계산했습니다. 교토의정서 2차 의무감축기간(2013~2017년) 중 우리가 1995년 대비 5% 감축요구를 받게 될 경우 2015년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최대 8조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금액이 2020년이 되면 16조원으로 2배 증가한다고 예상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 중 하나가 원자력입니다. 현재 발전 부문에서의 에너지 사용량은 30%가 넘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원자력 비중을 높이면서 석탄·석유발전소 비율을 낮추면 상대적으로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여유분만큼 다른 산업 분야가 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산업구조상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면서 “그렇다면 에너지 공급·발전 분야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석탄·석유발전을 원자력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더욱 더 커지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용적인 요소만을 고려해 감축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설령 목표로 삼았던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탄소경제·탄소산업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도 “현재의 성장에 집착하다 보면 앞으로 더 큰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4. 한국 배출권 시장의 숨겨진 위기
한국은 교토의정서 1차 기간(2008~2012년)에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탄소배출권 메커니즘이 가동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교토의정서상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서 4위 국가입니다. 정부는 ‘K-VER(Korea Voluntary Emission Reduction)’이라는 관 주도의 자발적 배출권 시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교토의정서에서 의무감축국(유럽, 일본 등)이 비의무감축국(중국, 한국, 인도 등)과 공동사업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이를 의무감축국의 실적으로 인정하는 CDM사업이 ‘유망산업’으로 부각되면서 국내 기업도 경쟁하듯 달려들고 있습니다.
삼성, 하이닉스 등 대기업도 신수종사업으로 CDM 사업 진출을 표방하고 중소기업이 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만 나오면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자체도 앞다퉈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으면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탄소배출권 시장에는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계적 CDM업체인 에코시큐리티(Eco Securities) 한국 지부의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이 교토의정서 체제상 2차 의무감축이 시작되는 오는 2013년부터 의무감축부담을 지는 것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CDM은 의무감축국과 비의무감축국 간의 사업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의무감축국이 되면 원칙적으로 CDM사업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처럼 비의무감축국에서 의무감축국으로 전환될 경우 CDM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결정은 현재 진행 중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협상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량을 JI(교토의정서 체제상 의무감축국간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통해 나오는 탄소배출권)로 해줄지, 아니면 일정분만 인정해 줄지, 혹 인정해 주지 않을지 등이 이슈의 중심입니다. 이 같은 사례가 사상 처음이다 보니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전세계가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CDM사업이 2012년 前에 완료되면 큰 문제가 없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국 CDM사업은 등록완료 16건, 준비 27건 등 총 43건입니다.
사업기간은 최저 7~14년입니다. 문제는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는 기간입니다. 울산 화학 HFC 열분해사업만 지난 2003년 1월부터 시작, 2010년까지로 돼 있을 뿐입니다.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3년 이후 CDM사업을 통해 나오게 될 많은 탄소배출권(CER)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가 불확실성의 핵심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유엔이 CDM 사업승인을 더욱 까다롭게 해 사업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각국이 CDM 사업계획을 진행할 때 유엔에서 1차 승인해주는 비율이 2007년 5월에는 88%였지만 2007년 10월에는 50%로 뚝 떨어졌습니다.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결과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나와 한국이 의무감축국에 편입된 後 2013년 이후 CDM사업을 인정 받아도 그 비율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교토의정서에서 CDM 배출권의 2차(2013년 이후) 이월비중을 할당량 대비 2.5%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진행될 논의에서 이월비중제한이 거론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시장의 한 축에는 정부가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K-VER)이 있습니다.
국내기업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에너지관리공단이 국민세금으로 톤당 5,000원에 매입하는 사업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업을 유엔에서 인정하고 있는 CDM사업과 비교하면 CDM이 ‘메이저리그’이고 한국 배출권시장(K-VER)은 ‘마이너리그’입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아무리 잘 한다 해도 메이저리그 선수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제는 ‘메이저리그’와 ‘국내 고교야구 리그’ 정도의 차이입니다.
유엔에서 인정하는 CDM사업이 되려면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돈이 투자돼야 하고(경제적 추가성), 신기술이 적용돼야 합니다(기술적 추가성). 그러나 국내 탄소배출권은 돈이 투자되지 않더라도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만 인정받으면 됩니다.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자가 없다는 점입니다. 공급만 있습니다. 기업들이 열심히 이산화탄소를 감축해 배출권을 만들어내면 누가 사야 하는데 살 기업이나 사람이 없습니다. 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시장이 활성화된 이유는 국가나 기업에 배출량 한도(할당, Cap)를 줬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인 시카고 기후거래소(CCX, Chicago Climate Exchange)에서 톤당 가격은 1~2달러입니다.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ECX)에서는 30달러 선입니다. 가격차는 바로 국제사회에서 자발적 탄소배출권이 어떻게 인정받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나타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탄소배출권 시장 육성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업에 배출량을 할당(Cap)하고 이에 기초해 배출권을 거래(Trade)하는 ‘캡 앤 트레이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5. 원자력, 기후변화시대 총아인가
지난
그러나 4차 대책에서 정부가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은 이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원자력 사용 확대’였습니다.
“당시 원자력 비중 확대를 대책의 주요 포인트로 넣자는 주장과 제외하자는 주장이 회의에서 맞섰습니다. 그러나 결국 원자력을 강조하자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일단 기후변화대책의 핵심 중 하나가 원자력 비중확대라는 의제를 사회에 던지고 반응을 보자는 것이었지요.” 당시 4차 대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의 말입니다.
원자력 하면 체르노빌 사건 등 국제적 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몇 년 前 부안 사태가 바로 그것입니다. 당시 부안은 전쟁터였습니다.
그러면 정부가 왜 이 같은 아픈 기억과 격렬한 논란에 싸일 줄 뻔히 알면서도 원자력 비중을 확대한다고 나섰을까.
먼저 국제환경을 봅시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동참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 ‘대외적으로 설득력 있고’, ‘전향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디를 줄일 수 있을까. 수치로 봅시다. 2005년 기준 우리나라 총온실가스 배출량의 84.3%는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합니다. 나머지는 산업공정 11.0%, 가축 분뇨 등 농업에서 2.5%, 폐기물에서 2.2%가 생깁니다.
결국 에너지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합니다.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전력발전용 33.0%, 산업용 32.0%, 수송용이 21.5%입니다. 이 셋을 합하면 86.5%입니다. 나머지는 가정에서 10.3%, 상업·공공·기타부문에서 3.2%가 배출됩니다. 결국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전력발전·산업·수송분야에서 줄여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경제성장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산업부문의 온실가스를 줄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결국 산업부문의 온실가스증가를 석탄발전 비중축소, 원자력 발전확대를 통한 발전부문의 감축으로 상쇄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우리가 현재의 석탄발전을 모두 원자력발전으로 대체하면 약 1억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04년 우리나라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5억9,000만 톤 대비 17%를 줄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원자력발전은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원자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고 4기가 건설, 4기가 계획 중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리 전력수요에 맞추려면 오는 2030년까지 모두 20기의 원자로가 더 건설돼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안전성 문제를 제기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밀집한 나라에서 원자력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당장 ‘사용 後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입니다. 중저준위 처분장은 마련됐지만 사용 後 핵연료 등 고준위 처분장에 대한 처리방침은 아직 미정입니다.
원자력발전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이의가 제기됩니다. 윤 교수는 “안전성을 강화하고 핵폐기물 처리비용과 폐로 비용을 제대로 산정할 경우 경제성이 낮다”고 말합니다.
원자력을 앞으로 얼만큼 계속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현재의 핵 연료 주기로 확인된 매장량으로는 85년간 사용이 가능하고 추정된 매장량을 포함하면 300년 동안 사용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다릅니다. 현재 약 60년 정도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중국, 인도, 동구권 등 개발도상국에서 원자력발전소를 많이 짓고 있기 때문에 원자력 고갈이 조기에 올지 모른다고 강조합니다.
윤 교수는 “우라늄 가격이 2000년 1kg당 7달러 하던 것이 2007년 4월에는 113달러로 급등하고 있다”면서 “우라늄 고갈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원자력이 기후변화의 해법이 되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자력 확대가 기후변화시대의 중요한 해법으로 대두되고 있는 이상 이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핵심으로 부각시켜 안전성, 원료고갈, 처분장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6. 신재생에너지의 딜레마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일 최적의 대체에너지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바람, 태양, 물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해 발전하기 때문에 전기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거의 없습니다. 400MWh급 풍력발전의 경우 석탄 120~200톤을 대체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온실가스가 줄어든 만큼 탄소배출권도 획득하게 돼 일거양득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돈과 입지’입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 지리적 제약입니다.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해 생산된 전기는 시장가격에 비해 최대 10배 가량 비쌉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 풍력발전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재정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100MWh까지 지원하는 태양광의 경우 전량 구매할 경우 연간 760억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할 정도입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재정적 지원은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다 지리적 제약요건 역시 신재생에너지가 갖는 한계입니다.
태양, 바람, 파도 등의 힘을 이용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 감축이 대세를 이루면서 매년 20~3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에서는 오는 2010년에 풍력은 34조원, 태양광은 30조원 규모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연료전지시장은 메모리반도체의 2배인 9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투자 역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2년 170억 달러에서 2005년에는 약 380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질 정도로 신재생에너지는 기술개발을 통한 가격경쟁력만 확보한다면 미래의 확실한 먹거리 산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는 초기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화석에너지의 고갈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할 주요 방안이라는 점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분야”라고 말했습니다. 한전도 이미 기술개발은 물론 중국 3개 지역 풍력발전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신재생에너지는 기술력 보유가 필수인 만큼 기술선진국이 될 경우 제품의 수출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탄소배출권까지 얻게 돼 일거양득의 효과까지 얻습니다. 독일은 이미 풍력발전의 주요 수출국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에서 현재 우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지리적 제약, 그리고 정책자금의 한계 등이 대표적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태양광발전만 해도 그렇습니다. 태양광발전 입지의 최적지는 전남 신안, 해남 등에 국한됩니다.
이 지역에서 1MW 규모의 태양광발전을 할 경우 시장가격(84원/kWh)에 비해 8배 이상 가격으로 사줘도 손익분기점은 12년 안팎입니다. 정부 지원 없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90년이 걸립니다. 발전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효율만 놓고 보면 석유·석탄발전이나 원자력발전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한 전문가는 “여의도 거주자 전원에게 태양광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여의도 몇 배의 땅에 태양광발전소를 지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지형에 맞다는 풍력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풍력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곳은 강원도와 제주도입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운영 중인 풍력발전도 연간 기준가동률이 20~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풍력을 바람의 방향, 세기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365일, 24시간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2003년부터 본격화했습니다. 2007년 12월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도 대폭 늘렸습니다.
2008년 예산안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5,300억원에 이릅니다. 또 당초 1,579억원으로 잡혀 있던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비용은 2,079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원래 1,000억원을 배정할 계획이었지만 기획예산처와 조정을 거쳐 500억원이 추가로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발전차액 지원대상도 늘렸습니다. 당초 100MW까지만 지원해주기로 했던 태양광발전에 대해 100MW 초과분도 지원하고 발전차액지원 기준가격은 내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함께 바이오매스로 생산하는 열에너지에 대해서도 적정 이익이 보장되도록 지원하는 ‘열차액지원제도’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를 기업이나 일반 가정에서 높은 요금을 부담하더라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린 프라이싱 제도’ 도입도 검토 중입니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이용에 대한 자발적 협약을 발전의무화제도(RPS)로 바꿔 어느 정도 강제성을 부여하고 올해 안에 2009~2018년의 로드맵을 담은 3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술개발지원 등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랍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개발 투자누적액(1990~2004년)은 미국의 4%, 일본의 6.5% 수준에 불과합니다.
기술수준도 美·日 등 선진국의 50% 수준입니다. 2003년 이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대폭 늘어났지만 아직 전체 발전량의 2.3%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나마 폐가스, 산업폐기물 소각 등 폐기물 활용 에너지가 76.1%(2006년 기준)를 차지해 ‘무늬만 신재생에너지’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어려움이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는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면서 “다만 정부가 무작정 목표를 정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게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7. 탄소세, 약인가 독인가
“유럽지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 승객들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 세금(탄소세)을 내야 한다.” EU집행위원회가 현재 검토 중인 사항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유럽행 비행기 요금이 오릅니다.
이탈리아 출신 모델과의 데이트로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는 프랑스 세실리아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그린 프랑스’를 외치며 급진적인 환경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 핵심이 탄소세 부과입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걷고 대신 적은 제품은 세금을 대폭 삭감해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이산화탄소 의무감축을 하지 않는 非 교토의정서 국가(한국, 중국, 인도 등)에서 수입하는 공산품에 대해서도 탄소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U집행위원회에서 유럽행 비행기 승객들에게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억제정책 중 탄소세 부과는 가장 효과가 큽니다. 세금이라는 ‘강제력’을 동원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추가적인 세금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7년 6월 탄소세에 관한 분석기사를 실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온실가스 배출억제를 위해 탄소세 부과라는 최선의 방법이 있음에도 국제사회는 차선책인 배출권 거래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탄소세 부과를 선호한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배출권 가격은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 관련 투자결정을 어렵게 합니다. 둘째, 반면 탄소세 부과는 친환경기술 개발에 따른 기대수익과 비용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기술개발업체들이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탄소세를 걷으면 국가의 세입이 늘어나고 정부는 다른 비효율적인 세금을 깎아줄 수 있습니다. 실제 유럽국가들은 탄소세를 주요 축으로 하는 에너지 환경 세제를 개편하면서 세수가 국내총생산(GDP)의 2.5%까지 증가했습니다. 늘어난 세수 덕에 유럽 국가들은 법인세, 근로소득세, 사회보장부담금 등을 인하하면서 세수중립효과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세 도입에 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장 에너지 가격인상, 기업부담증가, 경제성장률 저하 등의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탄소 1톤당 20달러가 부과되면 우리나라 국내산업 총생산량이 연간 0.29% 포인트, 고용은 0.15% 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또 국제적으로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탄소세 부과가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세부담을 지는 국가의 기업과 그렇지 않은 국가의 기업 간에 경쟁력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산업자원부와 재계는 탄소세 도입에 적극 반대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제가 우리나라에도 가동되고 있습니다.지난 199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舊 교통세)가 대표적입니다. 이외에 유류에 붙는 특소세·주행세·부가세(유류) 등도 있습니다. 이를 한데 묶어 통상 유류세로 칭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탄소세와 이들 세금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런 점 때문에 부과 시스템부터 차이가 납니다. 교통세 등 유류세는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휘바류 사용실적에 따라 부과됩니다. 반면 탄소세는 기업·가정별 또는 전력·원유 등으로 나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에 맞춰 세금을 매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유류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일몰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과세시한이 2009년 末이면 끝납니다. 이 시한에 맞춰 에너지·환경 세제 개편이 불가피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2013년 이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 편입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런 세제시스템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4차 기후변화 대책에 탄소세 도입 검토가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탄소세의 부작용이 부담입닏. 대표적인 게 에너지 값 인상입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전기료 등 에너지 값이 두 세 배로 뛸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탄소세가 도입되면 세수가 늘어나는데 이에 맞춰 다른 방향에서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합니다. 이것에 대한 조화 역시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유럽 등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배출권 시장을 가동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탄소세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택일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온실가스할당 등 탄소배출권 시장과 탄소세를 어떻게 조화시킬지도 관건입니다.
8. 한국 탄소펀드의 빛과 그림자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발전 5개사 등 한전그룹사들은 요즈음 고민이 많습니다. 산업자원부에서 추진하는 탄소펀드에 돈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입니다.
탄소펀드는 이미 지난 2007년 12월 1,200억원 규모로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당초 산자부에서 계획했던 펀드규모는 2,000억원입니다. 생각만큼 돈이 모이지 않자 산자부는 한전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산자부는 한전,
발전부문은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분야입니다. 따라서 발전회사들이 지구온난화 방지와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탄소펀드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회적 책임론과 명분론이 성립됩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투자 리스크, 탄소펀드도 펀드인 만큼 수익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탄소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신운용 측은 15년 만기 이산화탄소 감축사업의 경우 최소 8%, 비이산화탄소 감축사업은 7년 만기에 15%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스트 교토 체제가 시작되는 오는 2013년이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탄소펀드는 온실가스 감축사업 등 교토의정서상의 청정개발(CDM) 사업에 투자, 탄소배출권(CER)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펀드입니다. 그러나 2013년 이후가 되면 CDM 사업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물론 2013년 이후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한전과 발전사들이 탄소펀드 투자를 꺼리는데는 다른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탄소펀드가 투자하려는 사업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입니다. 탄소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신은 지난 2월께 200억원 규모의 태양광 CDM 프로젝트에 처음 투자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전과 발전사들 역시 재생에너지 사업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산업자원부와 자발적 협약(RPA, Renewable Portfolio Agreement)을 맺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산자부는 이를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강제 할당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할당제(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시스템으로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발전사들 역시 태양광,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여야 하는 상황인데 굳이 탄소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차피 재생에너지 사업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직접 투자해 진행하는 것이 좋지 굳이 탄소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이미 발전사들은 태양광, 풍력발전 CDM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자체 기술력과 자기 자금으로 하면 될 텐데 굳이 펀드에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재생에너지 사업, 에너지 효율증진 사업을 가장 잘 아는 곳은 우리”라면서 “우리가 직접 하나, 펀드에 들어가서 하나 마찬가지인데 굳이 펀드를 통해 우회해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 우리나라 탄소펀드의 빛과 그림자 >>
긍정적인 면 |
시기상조인 면 |
l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 활성화 l 국내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CDM사업 활성화 l 탄소시장 활성화 l 탄소시장 전문가 양성 l 국제 탄소시장과의 연계 강화 |
l 국내 탄소시장의 낮은 발전단계 l 발전회사 등 투자자와 투자대상의 중복문제발생 l 금융권 관심 저조 l 2013년 이후 CDM사업 불확실성 대두 l 태양광사업 투자 과열 → 적정수익률 확보 어려움 |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펀드에 돈이 충분히 모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전 및 발전사들은 빼더라도 기관투자자 등 연기금이나 금융권을 중심으로 자금이 모이면 이 같은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권에서 탄소펀드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입니다.
산자부가 2007년 初 2,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를 만들어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시장의 반응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가 되니 하나 둘 발을 뺐습니다. 탄소시장, 탄소배출권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했고 투자방법도 처음부터 투자대상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 나중에 투자대상이 결정되면 약속한 돈을 모아 집행하는 블라인드(Blind) 방식이어서 수익률 전망이 불투명했기 때문입니다.
당초 적극적으로 투자의사를 피력했던 교보생명도 결국 이를 철회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탄소배추루건 시장전망이 밝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당장 어디에 투자할지 모르고 수익률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쉽게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투자대상의 문제도 있습니다. 탄소펀드는 현재 태양광 발전사업을 주요투자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부가 실제 발전비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발전차액지원으로 보조해주기 때문입니다. 즉 정부지원을 통해 확실한 수익률이 보장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100MW까지만 지원해주고 그 이상의 태양광발전량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탄소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신운용은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100MW 범위 내의 태양광사업에만 투자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인가를 받은 태양광 발전사업은 100MW를 훨씬 뛰어넘어 437MW에 이릅니다. 더욱이 태양광발전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펀드 중에는 탄소펀드 뿐만 아니라 3,300억원 규모로 KB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신재생에너지펀드 등 다른 태양광펀드들도 많아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탄소펀드가 당초 생각하던 ‘안정적인 수익성이 확보되는 태양광발전사업 투자’가 될지 더 지켜봐야 하는 대목인 셈입니다.
그래서 당초 지난해 여름 출시되려던 탄소펀드는 결국 12월이 돼서야 목표금액의 60% 수준인 1,200억원만 모인 가운데 출발했습니다. 현재 투자자 구성은 POSCO, 공무원연금, ㈜SK, 신한은행, 굿모닝신한증권, 대한재보험 등입니다. 한 전문가는 “지난해가 탄소펀드 출시의 최적기라고 당시에는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소 일렀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탄소펀드는 당초 산자부 뿐만 아니라 환경부와 관련기관에서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중간에 접은 상태입니다.
<< 탄소펀드 분야별 투자금액과 목표수익률 >>
6대 온실가스 |
감축사업분야 |
최소 요구수익률 |
최소 투자금액 |
예상 사업만기 | |
이산화탄소(CO2) |
신재생에너지, 연료교체 |
8% |
100억원 |
15년 | |
非 이산화탄소 |
메탄(CH4) |
매립지 폐기물, 가축분뇨처리 |
12% |
30억원 |
10년 |
이산화질소(N2O) |
비료공장 N2O제거 |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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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 |
불화탄소(PFC) |
반도체 생산공정 PFC 제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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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유황(SF6) |
LCD 생산공정 SF6 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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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불화탄소(HFC) |
냉매제조 HFC 분해사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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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커지는 온실가스 감축 압력
# 사례 1
영국은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을 법으로 강제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법이 그것입니다. 오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60% 감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행하지 못한 기업을 정부가 법원에 제소할 수 있게 하고 현재 감축대상에서 빠진 은행, 병원 등에 대해서도 Cap(감축한도)을 설정하는 등의 강력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존 크리스토퍼 영국환경청 지구온난화팀 담당자는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면서 “(입법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확실하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 사례 2
바스프, 바이엘, BP 등 기후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은 지구온난화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 조직도 기후변화 경영체제로 개편했고 이에 맞춰 총괄기구인 ‘지속가능센터(팀)’를 신설했습니다.
‘British Petroleum’이 원래 회사명인 BP는 회사 모토를 ‘석유를 뛰어넘어(Beyond Petroleum)’로 정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표방했습니다. BP 본사의 크리스 모터스헤드 기후변화 어드바이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 더 이익을 낼 수 있다”면서 “(BP는) 온실가스 감축 등에 따른 이익이 총순이익의 약 2~3% 정도를 차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보다 앞서 기후변화대응시스템을 가동한 선진국의 정부, 기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의 조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선진기업들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신분야 투자로 이익향상과 지속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정부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면에는 저탄소 경제시대에 리더라 자리잡겠다는 ‘기후변화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탄소배출량 강제감축대상국이 되는 POST 2013에 맞춰 정부도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온실가스 강제할당(Cap & Trade)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관련된 탄소배출권 시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업의 반응은 썩 좋지 않습니다. H社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확한 스탠스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현재 자체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방향과 일정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기후변화 관련 대응이 각 부처로 나뉘어 한 목소리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현재 “지구온난화 대응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구체적인 감축목표, 감축일정 등 행동계획에 대한 결정을 미룬 채 ‘기업들이 알아서 다가오는 위기에 대응해달라’는 식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 역시 ‘정부가 뭔가 하라고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후변화협상은 외교통상부,대책총괄은 국무조정실, 바이오디젤은 산업지원부, 바이오메탄은 농림부, 자동차연비는 건설교통부, 대기오염물질관리는 환경부, 해수면 관리는 해양수산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보니 부처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담당자는 “정부는 기업들이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부 역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또 영국 등 외국에서는 1~3개 부처가 이를 담당할 뿐 우리처럼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습니다.
시스템 정비와 더불어 기후변화 관련 국제회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논리개발도 필수입니다.
BP, GE, 바스프, 바이엘, 골드만삭스 등 기후변화에 대응해 이익과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숨은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기후변화를 위기로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이엘 社의 ‘환경과 지속가능경영팀’ 부사장인 맨프레드 마스먼 박사는 “(바이엘은) 기후변화를 피하지 않고 그것이 곧 현시로하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회의나 의심을 가지면 대응할 수 없다”고 우리 기업에 충고했습니다.
둘째는 기후변화에 맞춘 조직개편입니다. 선진기업들은 기후변화를 전담하는 지속가능경영팀을 신설해 이 곳에서 신사업 발굴, 온실가스 통계관리, 감축능력분석, 리스크 관리 등을 총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5년 前부터 전담팀을 운영하는 바스프는 큰 효과를 거뒀습니다.
바스프 지속가능센터 총책임자인 로터 마인저 박사는 “(이 같은 활동 덕에) 전세계 공장사용전력의 75%를 감당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는 미래의 큰 시장이다. 이를 위해 일년 연구비의 3분의1 가량을 이 부문에 투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대기업의 경우도 사회공헌팀 내 몇 명이 기후변화를 담당하고 온실가스 배출통계를 구축하는 기업도 30~40여 개 밖에 되지 않습니다.
l 핫에어(Hot Air) : 러시아나 동유럽 국가들처럼 별다른 감축 노력 없이 얻어낸 배출권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들 국가는 지난 1990년대를 지나는 동안 자체 화력발전소 폐기 등 산업기반이 황폐화되면서 저절로 온실가스 배출감축 목표를 초과달성해 교토체제에서 ‘불로소득’을 누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