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렇게 혼자여행은 자주하여도
인간 속세를 떠나 이렇게 산사를
대웅전 안에 들어가 두손 모아 큰 절
사방으로 하고
산사를 한바귀 돌아 공양하고...
그 곳에 차려진 공양 밥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여....
낡고 흐린 단청이
늙은 老母를 본듯하다 양옆에 신 건물을 크게
지을수록 작아지는 몸집에 외소함이 느껴져도
어찌 위풍당당함을 現時에 비하랴
석가모니상을 모신 대웅전
뜰 앞에 허리 꺽어지고 이끼를 잔뜩 얹은 향나무 한 그루
외로이 세월을 말해 준다
고목이된 아기 단풍이 오르는 길 안내를 하듯 서있다
혜소국사비는 거대하여 상단을 올릴 수 없어 기단과 비와 상단을
분리해서 늘어놓은 상태
일곱 나한들이 줄이어 앉은 방엔 많은 신도들이
영험하다하여 꼭 히 들렀다 시주를 하고 절을 올리는 곳
스피커에서는 목탁에 박자 맞춘 염불소리가 조용한 산사를 울리고
물소리 새소리가 풍경소리가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듯 끌려고 있었다
나한상 아래 약수터엔 나뭇잎들이 떨어져
나일론 빗자루지만 물 마시는 값으로
마음 비우듯 깨끗이 쓸고 마신 물맛이란.....
이런 맛이 천상이런가 싶었다
스님들의 생활관 옆에는 몸집이 큰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가
그늘에 늘어지게 자고있고
눈 돌리니 그 곁에 덩치가 큰 아끼다견 흰색 한 놈과
또 누렁이 한 놈까지 모두 세 놈
지나가는 사람이야 가건 말건 오수에 빠졌다
절간에 있는 개 팔자란 아마 세상개들 팔자 중에 으뜸이 아닐까 싶었다
산다는 것은 사실
무너지는 자신을 반복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작업이기도 하고
허허로운 바람 속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는
작업일 수도 있다
가끔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런 시간도 좋으리라
오는 길....
그 큰 산사를 드라이브 하고
그 색에 취하고 기이한 모양에 그리고 향에 빠지다
오늘이 행복한건
내일이 있기 때문일까
다음엔 또 어디로 가서 이만한 행복 줍기를 하나
조용한 미소하나 입가에 걸어본다
덕평초교26회친구
禹相禮
2004/7/3/
첫댓글 또 가자 어디든.....행복주우러.....
부럽습니다...노예와 신선이 마음먹기에 달렸거늘 그어진 선을 이탈하기가 그리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