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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함경남도 갑산군 원문보기 글쓴이: 갑산
울진 왕피천 몽유동천 '청암정'과 '왕피천은어길'(가칭) 탐승기
올곧은 금강송이 지천으로 자라고, 불영(佛影)과 덕구계곡의 울창한 원시림이 태고의 신비를 더해 주는 곳. 관동팔경(關東
八景)으로 유명한 망양(望洋)과 월송정(月松亭) 등 명계(名溪). 명승(名勝)으로 유명한 울진(蔚珍)에는 그 외에도 고려 공
민왕이 홍건적의 난(亂)을 피해 군병(軍兵)을 이끌고 피난을 했던 명천(名川), 왕피천(王避川)이 또 있다. 낙동정맥에서
분기한 금장지맥(金藏支脈)의 금장산(849m)에서 발원한 왕피천은 북동쪽으로 흘러 불영계곡 광천(光川)과 합류하고,성류
굴(聖留窟) 앞에 이르러 다시 매화천(梅花川)과 합류하여 동해에 이르는 68,5km의 하천이다.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
는 곳이 많고, 다양한 종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이곳은 오늘날 환경부로 부터'왕피천유역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
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생태학습체험장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곳이기도 한다.
왕피천은 곳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지만. 특히 그 중류에 있는'아홉굽이 왕피천'이 승경을 자랑한다. 근남면 구산
리 상천동에서 서면 속사리에 이르는 5km의'생태탐방로' 구간에 있는 학소대와 용소, 청암사지(靑岩寺地) 주변의 이심소
와 학바위 그리고 청암정 등 주변이다. 모두가 산자수명(山紫水明)한 동천의 전형(典型)을 보여주는 곳이다. 울진이 고향
인 필자는 유년기에도 이미 이곳들을 포함 주변을 다녀 보았지만, 오랜 세월 기억 저편으로 잊고 지내다가, 수년 전 부터
인터넷을 통해 접해보며 다시 가 볼 기회를 찾았었는데, 뜻밖에도 모교의 90주년 동창행사에 참석하러 찾은 고향길 1박2
일에 그 바램을 이루었다.
2013년 6월 9일 일요일, 향우의 차량편으로 새벽 6시에 구산리 고개를 넘어 외잘미 '왕피천로'를 지나는데, 직사각형 반듯
한 2모작 옥답엔 수확 앞둔 보리밭이 황금평을 이루었다. 고향에서의 새벽길에 덤으로 접하는 산촌 들녁의 풍요로움에 새
삼 향수를 느끼며, 차에서 내려 그 정다운 그림을 담는다. 성산지를 지나 '왕피천은어길(가칭, 아직 공사진행 중)' 트레킹
에 오른다. 울진군에서 '울진숲길18로(路) 지역특화숲길'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왕피천은어길'은 현제 구산3리 잘미농장
뒤에서 시작해 청암정 아래 '학바위'까지 2km에 걸쳐 조성되어 있는데, 듣던 만큼 과연 탈속한 가경(佳景)이다. 굽이마
다의 기암 절벽은 그 자체가 산수화요, 하늘 담은 소(沼)와 담(潭)들은 또 한 폭의 수채화다.바삐 왕복 트레킹을 한 후, 승
용차 편으로 청암사지를 찾는데, 천변 소나무 위에 무리진 백로 떼가 또한 그림처럼 아름답다. 삼층석탑과 '이심소'를 둘
러본 후 굴구지 산촌마을을 돌아 마지막으로 청암정으로 간다.
유곡(幽谷)의 솔숲에 드리웠던 연무(煙霧)가 아침 햇살에 놀란듯 산산(散散)하고, 고즈녁한 3간 정자의 빛바랜 검은 기와
지붕에 하루를 시작하는 산새들 번갈아 찾아 우짓는다. 그리워, 꿈길속에 거닐던 몽유동천(夢遊洞天)을 찾아 가는 길, 낯
선 이를 경계하는 텃새들의 텃세(- 勢)조차 정겨운 청암정(靑巖亭)의 일요일 아침 풍경이 살갑다. 수수 백년의 세월을 낚
은 청암정을 찾으며 은곡(隱谷)의 요요(寥寥)할 정자(亭子)를 연상 하였건만, 은사(隱士)의 장루지처(杖樓之處)답게 협곡
벼랑위에 옥불屋佛 (?)되어 표정(表情)만으로도 유정(有情)하고, 선풍도골한 백발의 정주(亭主) 또한 다정한 선인(仙人)
이었다. 식전 임에도 불구, 젊은 방문객을 맞아 먼 길 온 손(客)이라고 손수 커피를 끓여 내어 준다. 입가에 맴돌던 진한 커
피향이 솔바람타고 동천으로 퍼져간다.
일찌기 택리지(擇里志)의 저자 청담 이중환(1690~1756)은 이곳 왕피천을 일러 "유람하기는 좋은 곳이나 오래 살기는 불
편한 곳" '이라 한 것을 보면 18세기에도 이미 그 유명이 인구에 회자되었던 것 같다. 한 굽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하얀
모래톱 빛나는 수곡둔덕을 쌓고, 또 한 굽이 돌 때는 격류로 흘러, 굽이마다 마주한 물멍진 바위들을 갈고 다듬어 은빛 감
입기암(嵌入奇岩)으로 만들었다. 수류(水流)에 갈리고 패인 바위는 은빛 백암(白岩)으로 빛나고, 그 사이 사이의 소(沼)
와 담(潭)은 저마다 용소(龍沼)되어 검푸르니 그 깊이를 가늠 할 수조차 없다. 천변의 단애 절벽 마다엔 청송이 숲을 이
루었고, 그 솔숲엔 다시 백학들이 깃들었다. 부엉새 우는 밤, 왕피천에 별빛이 내려 피면 달도 강심(江心)을 찾아 별빛샤
워를 한다. 고향을 떠난 이가 꿈길에서 찾는 왕피천, 그 곳은 출향인들의 몽유동천(夢遊洞天)이다.
세월따라 시절이 변하고 상전이 벽해를 이루듯이, 청담(淸潭)도 외면했던 은자(隱者)의 산중마을은 오늘날 모두가 동경
하는 복거지(卜居地)로 변했다. 택리지의 복거총론에 무릇 사람이 살 터를 잡을 때에는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
心), 산수(山水)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십승지(十勝地)의 지리야 본시 오지의 산중인데, 그렇드라도 경작할 땅이 없으
니 무슨 수로 '생리'를 취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야은(野隱)들은 그 첩첩의 산중에서 오히려 그 불편이 주는이유로 인
해 서산자족(棲山自足)을 하였으며, 비록 초근 목피로 연명할 지언정, 벽계수로 배를 채우며 인심으로 마음을 살찌웠다.
서산자족한 은사의 담백한 웰빙과 힐링의 참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네의 각박한 삶을 되돌아 보게한다.
▼ 왕피천 청암정
▼ 울진 왕피천(자료사진)
-해동 제1의 동천, 울진인의 영원한 몽유동천(夢遊洞天)이다.-
▼ 구산리 왕피천로의 보리밭 풍경
▼ '울진숲길 18로 지역특화숲길'중의 하나인 '왕피천 은어길(가칭)'
▼ 왕피천 은어길-2
▼ 왕피천 은어길 - 3
▼ 왕피천 은어길 - 4
▼ 왕피천 은어길 - 5
▼ 왕피천 은어길 - 6
▼ 왕피천 은어길 - 7
▼ 학바위와 소 / 청암정 바로 아래에 있다.
▼ 학바위 풍경 - 2
▼ 학바위 풍경 - 3
▼ 학바위 풍경 - 4
▼ 학바위 탐승 기념으로
▼ 학바위에서 하류쪽 '왕피천 은어길'로 바라본 풍경
▼ 욍피천 '청암정(靑巖亭)
王避川
2013,06,09. 몽중루
奇 岩 靑 松 鶴 飛 川
遊 景 樂 非 居 古 士
誰 知 今 時 十 勝 地
靑 巖 亭 下 碧 溪 流
왕피천
기암청송학비천
유경락비거고사
수지금시십승지
청암정하벽계류
고향길에, 꿈속에서 그리던 왕피천과 청암정을 둘러보며, 꿈속에서처럼 이진(離塵)한 그 승경(勝景)에 취하고,
고색 창연한 고정(古亭)이지만, 수년 전 재 단장하여 단아한 청암정과 그 정주(亭主)의 살가운 다정에 취하여
오래토록 마음에 새기고져 작시를 하여본다.
解 ;
기암 청송 이름다워 학이 날아드는 왕피천,
옛 선비는 일러 유람하기는 좋아도 오래 살기는 불편타 하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오늘날은 십승지 인걸,
청암정 절벽아래 푸른 강물(왕피천) 흐르네.
▼ 몽유동천 청암정의 용소
▼ 청암정 용소- 2
▼ 청암정 용소- 3
▼ 청암정 용소에서 바라본 ' 학바위'
▼ 한장 그림으로 보는 청암정
정자는 물론 백암과 용소 등 정자 주변 풍경을 하나로 몽유동천 청암정으로 칭 한다.
▼ 청암정에서 바라본 바로 위 상류 풍경
▼ 구산리 청암사지와 3층 석탑
▼ 삼층사지 뒷편 '이소대' 풍경
▼ 이소대 풍경 - 2
▼ '굴구지 피래미축제' 마을로 유명한 굴구지 산촌마을 풍경
▼ 왕피천 야생화 / 참나리, 바위솔, 광엽일엽초
▼ 왕피천 야생화 - 2 / 청미래와 인동초. 기린초, 속새
▼ 성류굴 단애 절벽과 산
▼ 울진 원남 '남수산(嵐峀山)'
금장지맥에 있는 산으로 남수산 동쪽엔 매화천(梅花川)이, 그 서쪽엔 '왕피천'이 흐른다.
- 蛇足 -
1, 사전 승낙도 없이 이른 아침 불쑥 찾아든 불청객을 친절히 맞아주신 청암정 정주이신 윤성수 선생에게 감사드리고,
2, '왕피천은어길'에 대한 질의에 성실히 답해준 울진군청 산림과 직원의 친절함에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