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여라. 그 말씀에는 너희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다.”(야고 1,21)
오늘 복음 말씀은 어제 복음에 바로 이어지는 마태오 복음의 말씀으로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설명하신 예수님께서 가라지의 비유를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가라지의 비유 말씀의 핵심은 이러합니다.
하늘나라가 어떠한 곳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으며, 하느님께서는 그런 우리를 하늘나라에서 어떠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계시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예수님은 가라지의 비유를 이야기 하시는데, 그 비유의 내용은 어느 날 밀을 경작하기 위해 애써 가꾼 밀밭에 밤사이 원수가 찾아와 그의 경작을 망치려는 목적으로 밀밭에 가라지를 뿌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시간이 지나 밀밭 사이사이에 가라지들이 자라나기 시작하자 주인은 원수들이 그와 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주인은 원수들을 징벌하지 않고 또 가라지를 그 즉시 제거하지 않습니다. 주인은 가라지를 뽑다 아끼던 밀마저 뽑혀버릴 상황을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밀이 뽑힐까를 염려하여 수확 때까지 기다려 그 때에 가라지들을 모두 거두어 태워버린다는 이 비유의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하느님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깨닫도록 이끌어 줍니다.
지금 이 순간의 상태와 상황만으로 성급히 결정하지 않고 이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그리고 아주 낮은 가능성일지라도 변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지금이 아닌 미래로 결정을 유보하는 모습은 하느님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시며, 우리의 구원이라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시는지를 잘 설명해 주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굉장히 성급히 판단하고 그 판단을 근거로 상대를 단죄하며 상황을 무시하고 그 단죄로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 판단들은 조금만 생각하고 상대의 입장을 단 한번만이라도 배려해 본다면 나의 그 판단이 얼마나 근거 없는 판단이며 허술한 논리와 편협한 나의 입장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내가 내린 판단을 철회하고 그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틀렸음에도 틀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나의 판단을 합리화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오늘 복음이 전하는 하느님의 모습은 우리의 그 같은 인간적 나약함의 모습에도 항상 한결같이 우리를 기다려 주시며 우리의 변화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어떠한지를 깨닫도록 일깨워줍니다.
한편 오늘 복음의 가라지의 비유는 또 하나의 일깨움을 우리에게 주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마음의 밀밭에 가라지를 뿌리는 원수의 모습입니다. 분명 밭의 주인은 밭에 밀을 경작하기 위해 씨를 뿌리고 그 땅을 좋은 땅으로 만들어 그 땅에서 많은 수확을, 어제 복음의 말씀처럼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수확을 얻기 위해 매일을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 밭을 가꾸고 또 가꿉니다. 그러나 밤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밀밭 주인을 시기하는 원수의 계획으로 밀밭에 아무 쓸모없는 가라지를, 아니 밀의 수확을 가로막는 가라지씨를 무차별적으로 뿌려댑니다. 복음에 등장하는 이 원수의 존재는 하느님이 가꾸시는 우리 마음의 텃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의 나약함이라는 약점을 공략해 우리 마음에 가라지와 같은 죄의 씨앗을 뿌리는 악한 영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하느님의 선한 뜻에 따라 하느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바를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매일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를 꾸준히 하기 위해 노력하며, 성체조배와 성경 읽기 등을 통해 나의 삶을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 좋은 삶의 모습으로 가꾸어가려고 노력하고 노력합니다. 마치 좋은 땅이 되어 많은 수확을 내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처럼 우리를 그렇게 노력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가 잠든 틈을 타 원수들은 우리 마음의 텃밭에 잡초와도 같은 가라지를 뿌려놓는다는 사실. 그 결과 우리 마음 안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나쁜 가라지들이 자라나면 우리 마음의 텃밭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같은 우리 삶이 갖는 한계를 오늘 복음은 분명히 지적하면서 동시에 그러함에도 실망하지 않고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밀밭의 주인이 그 때를 기다려 주신다는 점이며 바로 이로써 밀밭 주인이 유예한 그 시간까지 우리 마음의 밭에 가라지를 뽑아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시간까지 어떻게 우리 마음의 가라지들을 뽑아 낼 수 있을까요? 오늘 독서의 예레미야서의 말씀이 그 해답을 이야기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예레미야 예언자는 하느님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씀을 전하라는 사명과 함께 그가 전해야 할 말을 다음과 같이 듣게 됩니다. 하느님은 예언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집 대문에 서서 이 말씀을 외쳐라. “주님께 예배하러 이 문으로 들어서는 유다의 모든 주민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만군의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 길과 너희 행실을 고쳐라. 그러면 내가 너희를 이곳에 살게 하겠다.’”(예레 7,2-3)
하느님은 예레미야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지금의 길과 행실을 고치라고 이야기하십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길이 아님을 깨닫고 하느님이 일러주시는 바른 길로 돌아서며 지금 나의 행실들이 죄악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깨닫고 죄가 아닌 선의 길로 돌아서 그 행실을 고치라고 이야기하는 이 말씀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 가라지로 덮인 내 마음의 텃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일러줍니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복음환호송의 말씀은 보다 구체적인 차원에서 그 변화된 행동의 원칙을 제시해줍니다. 야고보서의 말씀을 인용한 오늘 복음환호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여라. 그 말씀에는 너희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다.”(야고 1,21)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일, 가라지가 뿌려진 우리 마음의 텃밭을 다시금 밀로 정갈하게 변화시킬 힘, 우리 영혼을 구원한 힘은 우리 마음 안에 심어진 하느님의 말씀 안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 마음 안에 심어진 그 말씀의 힘을 믿고 그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여 말씀 안에서 살아가려 노력한다면 우리 영혼은 구원받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마음의 텃밭을 가꾸는 마음으로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고 그 말씀의 힘으로 여러분의 삶을 변화 시키시를, 그리하여 변화된 그 삶을 하느님께 인정받아 하늘나라에서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게 되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너희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여라. 그 말씀에는 너희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다.”(야고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