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백조·백수들을 사랑합니다. <위대한 유산>##
누구나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서 오늘은 뭐하고 시간을 보내나 하고 빈둥거리며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아주 가끔 휴일에 그런 고민을
한다면 행복한 고민이겠지만, 그 고민이 매일 반복되는 고민이라면
괴롭기 그지 없겠죠?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며, 곱지 않은 시선의
가족들과 매시간 마주치고, 하는 일이 없어 서서히 모임에 나가는 것을
꺼리기 시작하며, 누군가에게 연락할 때 반가운 맘으로 맞아주는 사람보다 ‘이 인간 왜 또
연락했나’라는 뉘앙스로 마지못해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한 느낌… 이런 분들은 백수·백조 생활이 길어지고
계신 분들이 아닐까 합니다.
너무 잘 안다구요? 다
경험해본 일이니까요.
다들 그런 경험은 한번쯤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데.. ^^;
지난 주에 봤던 영화 ‘위대한 유산’은 이런 백조·백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백수가 하늘이 내려준 천직인양 그 삶을 즐기려는 김창식(임창정 분)은 명문대 출신이나, 취직보다는 한방의 큰 대박을 바라며, 주식과 경마에 빠져있으며, 백화점 시식코너를 이용해 끼니를 때우거나 다른
사람이 맛있는 걸 먹을 때 얹혀서 먹기도 하며, 형의 약점을 이용해 용돈을 뜯어내는 등의 전형적인 철면피 백수의 삶을 삽니다.
반면, 엄마가 운영하는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며, 연체료를 모아 성형수술비를 마련하려는 장미영(김선아 분)은 연기력도 미모도 안되지만, 탤런트를 꿈꾸며 틈만 나면 연기연습을 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백조입니다.
그러고 보면 백수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는 듯합니다.
하나는 자신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취업을 하지 않을 뿐, 언제든 맘만 먹으면 취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만심에 빠져있는 백수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가 있어서 이력서를 수없이 내고, 면접도 수없이 보지만, 매번 떨어지는 정말 운 없는
백수.
그러나, 우리들의 백수들은 원래 능력이 뛰어나거나, 아니면 피나는
노력으로 모두 일을 갖게 될 잠재력을 갖고 있기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들이라 생각됩니다.
만약 지금 자신이 백조·백수라면 그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색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어떨까요. 우리가 사춘기를 거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청소년 시절을 지나, 살아온 날들 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은 청년 때에 백조·백수로서, 미래의 자신에게 맞는 일은 과연 무엇일지 고민할 수 있도록 또 한번 神이 주신 사색의 시간.
지나고 보면, 사색의 시간에 어떻게 자신을 다스렸는지에 따라 나중에 다가올 질주의 시간에 축적된 에너지를 적절하게 발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유산’은 자기 자신이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서 ‘위대한 유산’으로 혹은
‘쓸모없는 유산’으로 갈라질 수도 있다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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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조선에 연재되는 빨래줄 카툰입니다. 사색에 도움이 되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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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흘러나오는 양희은의 ‘봉우리’ 노래처럼, 어떤 높은 곳을 향해 가기 위해서 잠시 쉴 수도 있고, 또 힘들게 올라가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합니다.
좀더 높은 곳에 있는 또 다른 봉우리를 위해 다시 넘어갈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시기에 계신 분들은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를 만드셔서 그
뜻을 이루시기 바라며, 지금 열심히 질주하시는 분들도 이번 주말에는 잠시의 여유를 찾으시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힘들게 올라간
작은 봉우리에서 한 숨 늘어지게 자는 그런 시간 말입니다.
가을이 되니 단풍구경이 가고 싶습니다.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사색의 시간도 필요할 듯하네요.
모두들 멋진 사색의 시간들을 찾고, 마무리하시기 바라며, 다음 스팸에서 뵙겠습니다.
--무적스팸지기 이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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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 - 양희은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봤던 작은 봉우리 얘기해 줄까
봉우리 - 지금은 그냥 자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곤 생각질 않았어 나한텐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진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 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가끔 어쩌다가 혹시라도 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땐,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거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고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에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
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