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시성 두보의 운비옥립진정추
창덕궁(昌德宮) 낙선재(樂善齋) 후원(後苑) 에는 중국 당나라 시성 두보( 杜甫, 허난성 궁현, 712 ~ 770)가 766년 말년에 지은 운비옥립진정추(雲飛玉立盡淸秋)라는 시에서 인용한 운비옥립, 즉 “날 때는 구름(雲이 나는 듯(飛)하고 앉자 있을 때는 우뚝 솟은 옥(玉)과 같다”는 매의 빼어난 자태를 묘사한 “운비옥립(雲飛玉立)” 이란 문구가 정원석에 각자(刻字)되어 있다.
* 소영주 위에 괴석/두보의 시 운비옥립과 낙관 두실거사/종로구 와룡동/양은석
운비옥립진정추( 雲飛玉立盡淸秋 )를 쓰게 된 동기는 왕감 병마사가 두보( 杜甫 )에게 청( 請 )해 짓게 되었고 시의 요점은 두 마리 흰 매와 검은 매와 나약한 미물 등을 통해 두보( 杜甫 )가 자유에 대한 향수와 두려움에 대한 깨달음을 표현한 시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원석과 운비옥립( 雲飛玉立) 각자( 刻字)과 정원석 소유주에 대해 말하자면 창덕궁(昌德宮) 낙선재(樂善齋) 후원(後苑) 화계(花階, 계단식 정원) 앞에 소영주(小瀛洲, 작은 영주, 작은 신선계) 석분함(石分函, 괴석대(怪石臺)위에 괴석(怪石, 괴상하게 생긴 돌)이 놓여 있다.
* 창덕궁 낙선재 후원의 괴석/종로구 와룡동/양은석
이 정원석 주인장은 두실거사(斗室居士) “심상규(沈象奎)(정조가 하사)의 송현동(오늘날 삼청동, 경복궁 동쪽) 소안원(蕭雁園) 에 있던 정원석”이었는데 1901년 전후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 체코인 엔리케 스탄코 브라즈 괴석(怪石) 기록 사진)되며 운비옥립(雲飛玉立 )문구는 괴석의 중간 부분에 각자(刻字)되어 있다.
* 낙관 심상규의 호 두실거사/창덕궁 낙선재 후원/양은석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두보의 작품 “운비옥립진정추”의 첫수와 두 번째 수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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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王監兵馬使說, 견왕감병마사설, 두보가 왕감 병마사을 만났더니
說近山有白黑二鷹, 근산유백흑이응, 가까운 산에 흰매와 검은 매 두 마리가 있는데
羅者久取, 나자구취. 사냥군이 오랫동안 잡으려 했으나
竟未能得.경미능득, 끝내 잡지 못했다고 말하며
王以爲毛骨有異他鷹, 왕이위모골유이타응, (이 매(두마리 매)는) 털과 골격이 다른 매와 다른데
恐臘後春生, 공납후춘생, 섣달이 지나고 봄이 되면
騫飛避暖, 건비피난, 더위를 피해 날아가 버릴텐데
勁翮思秋之甚, 경핵사추지심, 먼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하는 그 단단한 깃촉도
眇不可見, 묘불가견,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請余賦詩, 청여부시, 내게(두보) 시를 지어 줄 것을 청(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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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나라 시성 두보가 말년에 쓴 雲飛玉立盡淸秋의 첫수/766년작
雲飛玉立盡淸秋, 운비옥립진정추 구름이 나는 듯하고 서 있을 때는 옥과 같으니, 완연한 가을이다.
不惜奇毛恣远游. 부석기모홀원유 멋진 깃털 아끼지 않고 거침없이 멀리 날아다니네.
在野只教心力破, 재야지교심력파 운둔생활을 할 때(들판에 있을 때)는 그저 마음만 쓸 뿐이거늘
于人何事网罗求. 우인하사망라구, 사람에게 어찌 무근 일이 된다고 그물을 쳐 잡으려 하나 ?
一生自猎知无敌, 일생자렵지무적, 평생 혼자 사냥하며 상대 할 적이 없는 줄 알았는데
百中争能耻下鞲. 백중쟁능취하구 , 백발백중 능력을 다투다 매토시에 내려앉긴 부끄럽지.
鹏碍九天须却避, 붕의구천수각피 , 대붕(상상의 새)은 하늘을 막는다면 응당 달아나 피해야 겠지만
兔藏三穴莫深忧. 토징삼굴막심우 . 토끼는 세 개의 굴에 숨기고 있으니 크게 근심 안해도 된다.
2. 두 번째 수
黑鷹不省人間有, 흑응불성인간유, 검은 매가 인간 세상에 있는 줄 몰라서
度海疑從北極來, 도해의종북극래. 아마도 바다 건너 북극에서 날아오지 않았을까.
正翮搏風超紫塞, 정핵단풍초자새, 깃촉(날개) 바르게 펴고 바람을 치며 북방 경개(변방)를 넘었으니
玄冬幾夜宿陽臺, 현동기야숙양대. 한 겨울 밤이 될 때는 양대(해가 잘 드는 돋대)에서 묵으리라.
虞羅自覺虛施巧, 우라자각허시교, 우관(관직 명)이 그물을 교묘하게 설치해도 헛일이니
春雁同歸必見猜, 춘안동귀필견시. 봄날 기러기와 함께 돌아가며 그 재능 필히 질투하겠지.
萬里寒空只一日, 만리한공지일일, 추운 하늘 만리 길도 하루만에 날아가니
金眸玉爪不凡材, 금모옥조불범재, 금빛 눈동자 옥 발톱이 예사롭지 않은 재질이구나.(평범하지 않은 눈동자와 발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