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박(固縛)이란 굳게 묶는다는 뜻이다. 이번에 세월호 사고를 통해 고박이란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처음엔 결박, 심지어는 포박이라고들 하더니 나중에사 고박이라고 하는 정확한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고보니 이제껏 고박이란 단어도 몰랐고, 쓸 일도 없었던 것같다.
배에다 짐을 실었으면 끈으로 단단히 묶어 움직임을 방지해야 하는데 이제껏 그러지도 않았고 그럴 이유도 몰랐던 모양이다. 이번 사고처럼 배가 한쪽으로 기울 때 짐이 한쪽으로 쏠려넘어짐은 너무나 당연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다.
살면서 그럴 때가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일, 당연한 문제를 소홀히 하고 지나갈 때가 있다. 평소에는 모른다.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 있고 아무일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이 생기면 급작하게 달라진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예기치도 못했던 크고 위급한 일이 벌어진다. 이번 세월호 사고가 그것을 말해준다. 줄 한번 묶었더라면 얼마든지 막고 피할 수 있었던 인재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속에 단단히 묶어놓아야 할 것들, 꼼짝하지 못하게 꼬옥꼭 고박시켜놓아야 할 것들을 느슨하게 풀어놓으면 이리저리 다니며 내 영을 분탕질한다는 것, 이제까지 쌓아놓았던 공든 탑을 한순간에 어지럽히며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고박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을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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