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
나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등의 현수
막이 골목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70-80년대에 아이들을 출산했다. 당시 사회 분위기
는 세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타면 버스 기사나 안내양 뿐 아니라 승객들까지 따가운 눈총을 주었
던지라 일부러 '이모한테 와!' 를 큰소리로 강조하면서 한 아이는 조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느라
애를 썼다. 동네마다 매주 날짜를 정하고 가족계획에 대한 순회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남
성들은 예비군 훈련을 가면 단체로 보건소 차량에 태워서 정관수술도 해주었다. 년 중 행사로 있
었던 동원훈련 첫날 공짜 수술도 받고 며칠 동안의 휴가까지 준다는 유혹에 그 곳에서 일을 치루
고 오는 남편들이 많았다. 나의 남편 또한 81년도 둘째를 낳은 지 한 달 만에 동원훈련에 가더니
수술을 하고 개선장군처럼 입성했었다.
전설 따라 삼천리 정도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선조들은 서로의 얼굴도 모르면서도 부모님 말
씀에만 순종해서 결혼하고도 아이를 7 - 8명씩 낳고 해로하며 잘 살았다. 실제로 나보다 여덟 살
위인 나의 언니는 형부와 만난 지 5일 만에 약혼하고, 또 5일 만에 결혼했지만 3남매를 낳고 지금
껏 잘 살아가고 있다. 요즘은 너무 많이 탐색해 보느라 몇 년씩 사귀어 보고, 심지어 혼전관계까지
거쳐서 결혼에 골인 하면서도 결혼이라는 관계를 너무 쉽게 생각하여 무너지는 가정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지금 극도의 개인주의와 자기중심적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 우리 시대에는
30%만 맞으면 결혼해서 맞추어가면서 살라고 했는데, 요즈음엔 100% 맞는 사람을 구하는 듯하
다. 또한 자녀의 출산과 양육, 신경써야하는 양가 부모 형제들 등 결혼과 함께 패키지로 따라오는
수많은 책임들이 부담스러워 결혼을 미루다가 결혼적령기를 지나쳐 버린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한 결혼을 하고도 직장과 경제적인 이유로 아기 출산을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고, 둘만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 출산을 아예 생각지 않는 부부도 많은 듯하다. 그런 반면 안타깝게도 공해와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임신을 원해도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의 딸도 결혼하고 몇 해 동
안 임신이 되지 않아서 유명하다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수술도 받았고 용하다는 한의원에서 치료
도 받고 약도 먹으며 고통의 나날을 보낸 끝에 보석같은 손녀를 세명이나 얻을 수 있었다.
결혼은 인간이 짝짓기를 통해 다음 세대를 출산하는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제도로 여겨져 왔
다. 결혼식 폐백 때 신부 치마폭에 붉은 대추를 던져주는 풍습에는 다산(多産)의 소망이 담겨있다.
유교 가부장주의가 한창이던 시절 아이를 못 낳는 것은 남편이 일방적으로 이혼할 수 있는 7가지
사유 중 하나였다. 또한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인들은 남편이 어떤 방법으로 아들을 얻어 오든지
그 아들을 양육하며 한 맺힌 삶을 살아야했었다. 이제는 결혼 자체가 선택 사항이 되고 있는 마당
이니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은 더더욱 설 땅이 없어졌다.
집집마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자녀들과 부모들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결혼하고서도 아이는
천천히 낳겠다고 하여, 또 마음 급한 부모들은 내가 아이를 돌보아 줄 것이니 낳으라고 하여 모처
럼 돌아온 노년의 여유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태나 가치관의 변화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가족의 해체나 세계 최악의 저 출산만큼은 우리 사회가 계속 고민해야 하는 문제일 것 같다. 고령
화 사회와 저 출산, 머지않아 우리들에게 닥칠 재난을 생각하면 정부에서도 세상을 바꿀만한 정책
을 내놓아야 하고, 기업도, 사회도, 개인도 심각하게 생각하여야 할 때인 것 같다.
첫댓글 경제 환경과 문화의 발달로 인해서 결혼을 꼭 해야 되느냐는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젊은 세대들의 사고관이 문제입니다
혼자 살아도 능력있기에 누구의 간섭받고 살고 싶지는 않다고
부모님이랑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하는데는
목불인견입니다
우리세대와 현세대가 변화기를 거처 국가적으로 큰 문제입니다
결혼과 출산이 사소한 개인의 생각 같지만
그것은 국가의 존망에 관련된 일이기도합니다
아름다운 문향 잘 감상햇습니다
짜임새 있고 리얼리티하게 쓰신 수필 참 좋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허접한 글에 이리 칭찬을 놓아주시니...ㅎㅎ
운지님의 필이 일류 사회 평론가들 보다 더 좋습니다
소신적 철학도 피력 하시고 사회의 길잡이적 방향도 잡아 주시니 -
늘 가깝게 느껴지는 운지님 멋집니다 -ㅎ-
선생님의 칭찬에 붕 떠올랐습니다.
바쁘신데 읽어주시고 칭찬까지 놓아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참 요즘에는 힘들게 안 살려고 하니 문제지요
시대가 그러니 어쩌겠어요
네^^ 시대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아픕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