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화약(Nuclear Explosives)은 가능한가?
이준웅
1. 개요
□ 현재 미국 국방성에서는 핵에너지를 이용하는 새로운 종류의 화약을
개발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폭발물질이 실용화된다면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도 있어 다음 세대의 무기경쟁을 촉발하
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New Scientist지가 보도하였다.(1)
□ 이 새로운 물질은 이미 국방성의 ‘첨단군사기술목록’(Military Critical
Technologies List)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 문서는 ‘이러한 엄청난 에너
지밀도를 갖는 물질은 모든 전쟁의 양상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2)
□ 물리학자들은 어떤 종류의 원소 핵이성체가 감마선을 서서히 방출하면
서 바닥상태(Ground State)로 붕괴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반감
기가 31년인 하프늄의 핵이성체인 Hf178m이 그 예이다. 여기서 m은 준
안정성(Metastability)을 의미한다.
□ 텍사스대학교 물리학과의 Carl Collins 교수와 그의 연구 동료들은
Hf178m과 같이 저장된 에너지를 오랜 시간 동안에(긴 반감기) 서서히
방출하는 물질이 대단히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방출시
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즉, Collins 교수팀이 하프늄 핵이성
체에 저준위 X 선을 조사하면 이 물질이 붕괴하면서 저장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함으로써 Hf178m이 에너지
저장 매체로의 가능성이 있음이 알려지게 되었다.(3)
2. 하프늄 핵이성체는 어떻게 에너지를 방출하나?
□ 원자핵의 에너지준위 차는 전자의 에너지준위 차와 비교하면 월등히
크기 때문에 들뜬 상태의 전자가 가시광선의 광자를 방출하는 반면, 들
뜬 상태의 핵은 낮은 에너지상태로 돌아갈 때 훨씬 강력한 감마선 광
자를 방출한다. 원자 내의 전자가 광자를 흡수하면 들뜬 상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핵도 고에너지 광자를 흡수하면 들뜬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들뜬 핵은 감마선 광자(Gamma ray Photon)를 방출하면
서 바닥상태로 돌아간다.
□ 보통 원자핵의 반감기는 그 물질의 고유한 특성으로 알려져 있으나,
Collins 교수팀은 이러한 통념을 깨트릴 수 있는 새로운 실험을 수행하
였다. 즉, 그들은 하프늄 178의 핵에서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방출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였다.(4)
□ 대개의 경우 원자핵이 들뜨면 바로 붕괴되는 경향이 있어 에너지를 저
장할 수 없다. 그러나 탄탈룸이나 하프늄과 같은 원소들의 원자핵은 핵
의 기하학적인 형상과 관련이 있는 양자역학적 특성에 의해서 들뜬 스
핀(Spin)에너지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들뜬 상태가 장시간 유지된다. 자
연계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예가 탄탈룸 180이다. 모든 탄탈룸에는
0.075 MeV의 들뜬 상태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핵이성체가 존재하는데,
이 이성체의 반감기는 무려 1015년으로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길다.
□ Collins 교수의 다국적 연구팀은 1988년부터 이렇게 준안정적인 핵이성
체들의 에너지를 빠르게 방출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이러
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핵심은 소위 ‘K 혼합상태’의 존재
이다. 양자역학적으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상태가 동시에 같은 에너지
를 갖는 혼합상태(Mixed State)라는 특이한 현상이 허용된다.(5)
□ 아직 K 혼합상태에 대한 정확한 실체가 이해된 것은 아니지만, Collins
교수는 하프늄의 핵이성체가 들떠서 K 혼합상태가 되면 핵은 길쭉한
시가 모양(Prolate)과 납작하고 둥근 접시 모양(Oblate)의 두 개의 서로
다른 형태를 반복해서 취하게 되는데, 이 두 형태의 중간에 놓이는 순
간의 핵 모양은 둥근 구(球)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 들뜬 상태의 핵이 일단 구의 형태가 되면 구는 특정한 축이 없기 때문
에 스핀의 방향도 정의할 수 없다. 양자역학이론에 의하면 바로 이 순
간에 들뜬 상태의 핵의 스핀에너지가 아무 제약도 받지 않고 방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상태에서 반감기가 31년이나 되는 하프
늄을 K 혼합상태로만 만들어 주면 막대한 에너지가 감마선 형태로 순
간적으로 방출되면서 바닥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핵이성체를
기폭시키는 기본 이론이다.
□ 하프늄 이성체에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뽑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하프
늄 이성체의 원자핵을 들뜨게 해서 ‘K 혼합상태’(K Mixing State)로 만
들어야 한다.
3. 왜 하프늄인가?
□ 하프늄이 ‘핵 화약’(Nuclear Explosives) 후보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이
원소를 탄탈룸(Ta)과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Ta180 핵이성체
의 에너지준위는 바닥상태보다 0.075 MeV 만큼 위에 있고, 이것의 K
혼합상태 에너지는 2.50 MeV이다. 한편, 하프늄의 경우 이성체의 에너
지는 2.44 MeV인 반면 K 혼합상태는 이보다 약간 높은 2.46 MeV이다.
□ <그림 1>에서 보여주듯이 탄탈룸 핵이성체로부터 0.075 MeV의 에너지
를 얻기 위해서는 2.425 MeV 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 반면, 하프늄 이
성체를 K 혼합생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직 0.06 MeV만 가하면 무려
2.44 MeV를 얻을 수 있다. 즉 하프늄의 경우 적은 에너지를 가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Collins가 병원용 장비를 사용해서 하프늄에 1.5초 간 X 선을 조사해서
이론값의 약 4%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갖는 광자가 방출되는 것을 관찰
함으로써 결국 K 혼합과 관련된 물리적인 원리가 증명되었다.(4)
□ 현재는 탄탈룸에 광자를 충돌시켜 Hf178m을 만들고 있는데, 원자로나 입
자가속기 등이 필요하고, 만들어지는 양도 대단히 소량이다. Hf178m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공군연구소(Air Force Research Laboratory)는
Hf178m을 SRS Technologies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다른 실
험에서 쓰고 남은 물질로부터 Hf178m을 만드는 데, 그 양은 mg 램 수준
이다.
□ SRS Technologies 과학자들은 앞으로 보통의 하프늄에 고에너지 광자를
충돌시켜서 좀 더 값싸게 Hf178m을 만들 수 있어 g 단위의 생산이 3~4년
내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비록 가격은 고순도 우라늄처럼 고가이나,
우라늄과는 달리 임계질량(Critical Mass)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
되는 양에는 제약이 없을 것이다.
4. 결론
□ 하프늄 핵이성체로부터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시킬 수 있다는 텍사
스대학의 연구결과는 미국 국방성으로 하여금 이 기술과 관련된 연구를
즉시 비밀에 부치고, 첨단군사기술목록에 포함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 일단 이 기술이 성숙해 실용화된다면, ‘하프늄화약’은 핵폭탄을 제외하고
는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갖는 물질이 될 것이다. 계산에 의하면 1 g의 하
프늄 이성체는 TNT 50 kg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기 때문에 어떤
재래식 무기보다 강력한 탄두를 장착한 초소형의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어, 이러한 무기를 보유한 군대의 화력은 막강해질 것이다.
□ 준안정적인 원자핵 내에 갇혀있는 에너지(Energy Trap)와 관련된 연구
는 어느 정도 정립된 상태이다.(5) 따라서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방
출하는 준안정적인 원자핵들을 찾아보는 연구는 우리도 능력이 있고,
또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5. 참고문헌
1. David Hambling, 'Gamma ray weapons could trigger next arms
race', New Scientist 인터넷 뉴스, August 13, 2003.
http://www.newscientist.com/news/news.jsp?id=ns99994049
2. 'Military Critical Technologies List', Sec. 2 9, DTIC, DOD, USA
http://www.dtic.mil/mctl/
3. Chown, M., 'Gamma force', New Scientist, July 3, 1999.
4. Collins, C.B., et al, 'Accelerated Emission of Gamma Rays from the
31 yr Isomer of 178Hf Induced by X Ray Irradiation', Physical Review
Letters, 82(4), pp 695 698, January 25, 1999.
5. Walker, P. and Dracoulis, G., 'Energy traps in atomic nuclei', Nature,
399, pp 35 40, May 6, 1999.
* 자료 출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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