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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십여 년 전 첫사랑이 라이브로 들려준 노래. 첫눈 같은 이미지에 노랫말을 실어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겨울 아이. 나는 겨울에 나를 낳아 어린 시절을 산골에서 마음껏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자랄 수 있도록 길러주신 부모님께 늘 고마운 마음이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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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사는 시 공모지에 투고했던 글에 며칠 전 친구가 들려준 和顔施 말이 마음에 달아 일부 변용해 쓴 글입니다. _()_
무재칠시(無財七施) 복수초(福壽+草)
살다 보면 말 한마디에 꽃처럼 향기가 피어나는 사람이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들길을 걷다 보면 이름 모를 키 작은 들꽃이 나도 모르게 이끌리며 다가올 때가 있다. 수수한 꽃이지만 흔히 볼 수 없고, 작은 꽃송이가 바람결에 청초한 꽃잎을 바르르 떨며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가던 길을 멈추곤 길가에 쪼그려 앉을 때가 있다. 그리곤 이내 앙증맞은 꽃송이에 눈빛을 맞춘 채 꽃잎을 살포시 쓰다듬어 코끝에 대고 " 참 예쁘다, 향기도 아름답고 " 속삭이듯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느새 마음엔 잔잔한 설렘이 일 때가 있다. 인간사 잠시 만나지는 인연도 이럴 때가 있다.
지난 토요일부터 시작한 시동 불량의 산타페 자동차를 손보고 시험 운전 겸 스캐너(컴퓨터 진단기) 데이터를 받아보며 추가적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치료(오류 복구)할 목적으로 시 외곽도로를 고속 주행 후 돌아오는 길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잠시 농협마트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코너에 들렀다. 특별히 필요한 것은 없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떡과 딸기 등 몇 가지 간단히 장을 봐 계산대에 들어서는데, 오십 대 전후로 보이는 캐셔 여직원께서...
" 매일 오시는 것 같아요? " 하고 묻는다.
" 매일은 아니고 가끔 지나다가 들렀다 가죠. 그동안 저에게 관심이 많으셨나 봐요.ㅎㅎㅎ" 하곤 기왕 관심이란 말이 나온 김에...
" 제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나 맞춰보실래요? " 했더니
" 백수같이 보여요." 한다.
"ㅎㅎㅎ 맞아요, 잘 보셨어요. 제가 평강공주도 울고 간다는 반(1/2)백수입니다. 그동안 운영하던 사업장을 접고 좀 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어 10년 20년 넘게 가족처럼 오시던 몇몇 단골손님을 대상으로 취미 삼아 일하고 있어요. "
" 자동차 정비사예요. 차에 명함이 있으면 하나 드리고 갈게요. "
" 그러시구나! 요즘은 자동차 없으면 많이 불편하죠. 잘 보여야 하겠다.ㅎㅎㅎ "
아담한 키에 생글거리는 눈빛으로 살갑게 이야기를 붙이는 모습에서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마음가짐이 돋보였다. 그냥 묵묵히 주어진 물품들을 정확히 계산하여 결제하면 자신의 역할은 충분한데도, 잠시라도 고객과 눈빛을 맞추고 소통하며 기분 좋게 일한다. 그런 언어 습관이 몸에 밴 듯 짧은 몇 마디 오가는 이야기에 삶의 향기가 피어났다. 인간은 페로몬 같은 묘한 감정을 발산하는 동물이어서 같은 의미의 말을 업무적으로 하더라도 누군가 내게 살갑고 친절히 대하는 대상이 있다면 개미들처럼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발길은 자연스레 같은 곳으로 향하게 하니 말이다.
결제를 마치고 눈인사를 나눈 뒤 주차장으로 나오니 아차! 싶었다. 명함은 내 차에 갖고 다니는데, 지금은 손님 차를 끌고 나와 잠시 마트에 들른 생각을 잊고 덜컥 입방아를 찧었댔으니!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음 기회에 전해주기로 다짐하곤 윤슬이 이는 강물이 평화롭게 흐르는 강변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흐뭇한 설렘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몇 마디 짧은 이야기에 왠지 모를 보이지 않는 한낮의 쓸쓸한 백수 표정이 그려지니, 측은지심에 헤아리는 마음에서 던진 말일까? 오늘만큼은 그녀가 내게 던진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는 무재칠시(無財七施)의 화안시(和顔施)로 다가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한국인들은 서양인들과 비교하면 일상의 언어에서 유머 사용 빈도가 적다고 한다. 자동차 정비샵을 25년 운영하다 보니 언어가 주는 효용 가치가 때론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같은 의미라도 뉘앙스( nuance )에 따라 상대방이 다르게 받아들이기에 말이다. 가령 자동차의 아픈 곳을 설명하며 인체에 비유해 유머를 섞어 알기 쉽고 재밌게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자동차 상식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여성 오너들도 쉽게 이해하며 '주치의를 믿고 차를 맡기겠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리 후 자동차를 운행하며 예방적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내용을 들려주며 한두 가지 자동차 상식을 알려 주곤 다음에 오시면 더 알차고 삶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제적인 자동차 관리법인 일명 카-테크(재테크의 변이) 노하우를 가르쳐 드린다고 하면 십중팔구 다시 찾아오신다. 특히 여성 오너들은 입소문을 내는 데도 탁월한 재능이 있어서 모임에 나가면 내 이야기는 자연스레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면서 다음에 오실 때는 친구나 지인 등을 꼭 데리고 오신다. 이 모두 언어가 갖는 힘(The power of words)이다. 우리가 국어 공부를 소홀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예는 아주 단적인 사례일 뿐 가족들 사이에서, 직장에서 동료들 또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모임 등에서 언어가 주는 효용(파워 워즈의 윤활기능) 가치는 상상을 초월해 국가 간의 해묵은 이슈를 말 한마디에 해결하기도 하니 말이다.
불교의 *잡보장경[雜寶藏經] 제 7권에는 일곱 가지 보시(布施)의 인연 이야기인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부처님 말씀이 들어있다. 이 말은 재물이 없어도 즉 다시 말해 가진 것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화안시和顔施, 언사시言辭施, 심시心施, 안시眼施, 신시 身施, 상좌시床座施, 방사시房舍施)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화안시, 언사시, 안시, 심시는 우리가 일상에서 언제든지 베풀 수 있고, 나머지 상좌시와 방사시는 장소에 따라 실천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매일 무재칠시를 실천하고도 그 참뜻을 모르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칠 뿐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는 평범한 중생으로 살아가며 보시布施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로컬푸드 마켓의 캐셔님이 내게 베풀은 화안시와 언사시, 심시와 안시는 무재칠시의 절반이나 실천한 셈이다.
실은 오늘이 내 생일이었다. 엊저녁 큰누나가 가져온 소고기를 다져 넣은 미역국과 잡채를 위주로 집에서 먹던 몇몇 반찬과 과일 등으로 셀프 아침상을 받았다. 엄니가 곁에 계실 때는 생일에 주로 수수팥떡 인절미를 해 주셨다. '태어나 열 살까지 붉은 속살의 수수팥떡 인절미를 해 먹이면 아이가 잔병치레 없이 자라 장수한다'라는 웃어른들이 들려주는 말씀을 따르셨다. 그런 미풍양속으로 엄닌 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매년 내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그 추운 한겨울에도 화롯불에 시린 손을 쬐어가며 절구질로 수수쌀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곱게 빻아 체로 쳐서 인절미를 빚어 생일상을 차려주셨다. 그 후 성장기에는 도시로 나와, 해외 근무 시절에는 물리적 거리로 중간중간 맥이 끊기기도 했지만, 해외 근무를 마치고 엄니 곁으로 돌아온 뒤로는 매년 내 생일이면 엄니가 차려주는 행복한 생일상을 받았다. 이젠 추억 속에 잠겨 아련한 그리움이 이는 어미의 무재칠시. 자식의 무탈함을 빌며 무언의 눈빛으로 사랑을 전하고, 생일상을 차려놓고 덕담을 던지며 보여 주신 어머니의 사랑도 알고 보면 어미가 자식에게 베푸는 무재칠시無財七施였다는 사실을 엄니가 하늘로 떠난 뒤에 뒤늦게 깨달았다.
가뜩이나 홀로 쓸쓸한 생일상을 받고도 예약된 자동차를 마저 손봐야 하는 오늘은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덤덤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위로를 받을 줄이야! 그분이야 마트에서 일하다 보니 평일 낮에 장을 보러 오는 남자들이 대개는 백수일 확률이 높아 보여 어림잡아 그리 말했지 싶지만, 듣는 나에겐 마치 들길을 걷다가 이름 모를 들꽃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듯하다. 생일에 홀로 마트를 찾은 내게 유쾌한 관심으로 잠시 주름진 마음을 펴 주는 그분의 밝은 표정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이즈음 양지 녘 산자락에 곱게 피어나는 복수초 꽃내음이 풍겨온다. 무재칠시 중 화안시(和顔施)였다.(2025.01.23)
※ 돌아오는 봄에는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로컬 마트를 다녀야 할까 보다.ㅎㅎㅎ
※ 농협에서 운영하는 로컬마트는 내가 사는 곳에서 강둑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4km나 되는 거리에 있어 인근에 큰누나네 사업장 자동차들이 문제가 있을 때 손봐주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러서 오곤 했다. 이곳에는 즉석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내다 팔아 무엇보다 싱싱하고 과일도 충분히 숙성된 좀 더 자연의 맛에 가까워 지나는 길에 꼭 들러 돌아본다.
엄니가 십리길을 걸어서 버스를 타고 장을 보러 다니셨던 내 어린 시절이었으면 장바구니를 들고도 충분히 오가는 거리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바로 옆 대로변을 마주하고 있는 MS 마트를 주로 이용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갈등을 요구하는 거리다. 300m의 거리에 둔 마트를 두고 4km나 되는 거리를 운동 삼아 걸어서 다닌다는 용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돌아오는 봄에는 당근마트에서 받아 놓은 예쁜 자전거를 운동 삼아 이용해야 하겠다.ㅎㅎ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전문서점 잡보장경 제 7권 참고
부처님이 말한 일곱 가지가 바로 무재칠시이다. 그 첫 번째는 화안시(和顔施)다.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고 부드럽고 정답게 남을 대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언사시(言辭施)인데,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남을 대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심시(心施)로 사람을 대할 때 착하고 어진 마음을 갖는 것이다. 네 번째 안시(眼施)는 호의를 담아서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남을 보는 것을 이른다. 다섯 번째는 신시(身施)로 내 몸을 이용해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행한다. 여섯 번째는 상좌시(床座施) 즉 다른 사람에게 나의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것이다. 일곱 번째는 방사시(房舍施)로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 일곱 가지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로 재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베풀 수 있는 것들이다.
나눔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자비(慈悲)의 마음과도 일맥상통한다. 다른 사람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고 그런 마음을 베푸는 것이 자비이다. 그러므로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은 부처님이 권하신 자비의 마음과 같다. 누군가를 도와준다고 하면 대부분은 재물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나눔은 재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두 남에게 나누어줄 만큼 재물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눔에 동참하고 싶다면 재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부처님 말씀대로 낯빛을 부드럽게 하고 미소를 보내주는 것도 나눔이다. 좋은 말을 골라서 하고 내 몸으로 가능한 것을 도와주는 것도 훌륭한 나눔이다. 함께 나눈다는 것은 마음을 나누고 서로 손을 마주 잡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서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조금씩 나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한층 더 따뜻해질 것이다. 사회가 따뜻해진다면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일이다. 나눔은 결국 우리들에게 좋은 것이고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과도 같다. 무재칠시(無財七施).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로 먼저 나누고 재물이 없어도 마음으로 나눌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 며칠 동안 온 나라를 화마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몬 산불이 회복할 수 없는 절망과 씻을 수 없는 악몽 같은 생채기를 주고 지나갔습니다. 우리 국민은 나라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서로 한마음 한뜻이 되어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한 저력 있는 민족입니다. 이번 산불로 가족과 터전을 잃고 슬픔과 절망 속에 암담한 하루하루를 힘들게 고통을 이어가는 이웃들에게 우리가 십시일반 마음을 모은다면 그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내는 작은 마음 씀이 그들에게 용기를 주어 힘을 얻고 살아내야 한다는 위로가 되어 다시 웃으며 옛날이야기 하는 그날이 돌아올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햄버거 하나 덜 먹고, 술 한 잔 덜 마시고 그들에게 '우리는 하나'라는 사람이 사는 향기를 보내주세요. _()_
첫댓글 이해인의 시 ‘상사화(相思花)’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https://youtu.be/h4-lxUC2dH0?si=IcNqJjt2oX1NF8Rb (겨울아이/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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