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소설> 신연식 감독, 드라마, 한국, 140분, 2012년
최근 몇 년 사이 본 한국영화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이다.
소설의 양식이 영화를 통해 어떻게 굴절되고 분산되는지 그 맛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흡사 27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대비되는 영화의 내용처럼 소설과 영화의 감성이 상충하고 서로 스며 있는 모습이 작품의 격조를 느끼게 한다.
이런 격조는 역시 문화적 깊이가 무르익은 다음에 나오는 탓에, 한국문화의 토양이 꽤나 다져진 느낌을 우선 받는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도 대단히 공이 들어간 것 같다.
작품을 보고 감독이 궁금해 살펴보니, 신연식 감독의 작품으로는 이미 <배우는 배우다>를 보았다.
솔직히 그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탓에 김기덕 감독의 냄새가 너무나 많이 났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보고 나는 김기덕의 그늘에 덮인 감독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러시안소설>을 보니 그런 우려가 가셔졌다.
담양과 파주, 그리고 한성의 성곽 풍경 등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매력은 은근한 중독성을 가지게 한다.
정말 내 기억에도 언젠가 나는 파주와 문산의 메뚜기 뛰어다니던 들판을 거닐던 기억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붉게 물들어 불타는 느티나무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담양의 대숲을 걷던 기억도 떠오른다.
이런 기억을 건드리며 영화는 과거와 지금을 새로운 방식으로 담아 보여준다.
= 시놉시스 =
이런 이야기… 잘 믿는 편이에요?
올 가을, 한국영화의 새로운 클래식 <러시안 소설>
27년 간의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소설가 신효.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젊은 시절과 달리 현실에서 그는 ‘전설’이 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출판된
소설들이 자신이 쓴 원작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의문을 풀기 위해 ‘우연제’와 단서를 쥐고 있는 27년 전의 인물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 ‘우연제’를 만든 당대 최고 소설가 김기진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을 감추고 있는 성환, 신효의
재능에 헌신했지만 결국 그를 파멸로 몰고 가는 여자 재혜, 여공 출신의 성공한 젊은 소설가지만 문단의 질시로 주저앉고 마는 경미. 과연 신효를
대신해 불멸의 명작을 완성한 이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