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새로운 부활절을 맞이하면서
1. 로사가 만난 하느님
김경진 베드로 주임신부님으로부터 ‘내면의 샘’이라는 책을 선물을 받고, 가슴 속으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작가인 안셀름 그륀 (Anselm Gruen)은 널리 알려진 작가이지만 ‘내면의 샘’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2018년도 사순절은 좀 색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혼한 지가 42년째가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집 사람인 정현명 로사가 작년 7월 14일에 하느님 곁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선물을 받고 생각한 것은 과연 2018년 사순절을 어떻게 지내야 할까? 독일에 사는 딸, 안젤라와 통화를 하면서 이번에는 단식을 해보겠다는 말을 했더니, 지금 하루 한 끼 먹기 때문에 단식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었습니다. 대신 제가 청소를 더 잘하라는 권고였습니다. 평생 해보지 못한 단식을 해보려고 생각했지만, 그만 두기로 결심했습니다.
대신 ‘내면의 샘’은 신부님의 충고에 따라 2번 읽었습니다. 참으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신부님의 사순절 강의가 40일간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순절은 평생 중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집중된 시간이었습니다. 왜냐면 로사가 저에게 기대하는 사순절이 좀 더 하느님에게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의 임지인 삼도물산 유럽 현지법인에서 일하기 위하여 1979년 2월14일에 독일 Duesseldorf로 갔으며 다른 직장을 합쳐서 총 20년 간을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독일 생활 3년 동안 가톨릭이 된 로사는 Duesseldorf 대학에서 박사 코스를 밟으면서, 2년 간 천주교리를 공부하여, 햇병아리 신자인 로사가 완전히 새로운 하느님의 자식이 된 것입니다. 불문학은 신(神)에 관한 작품이 전부였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항상 학문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허전함이 가톨릭 강의를 통해 해소되는 기적(?)이 이뤄진 것입니다. 로사는 너무나 놀라고 동시에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2. 사순절 성지 순례와 죽림굴 동굴 미사
사순절 기간 중 로사 생각이 매일 기도 속에 계속 되었습니다. 어느 날 순례단 단장인 이시도르 형제님이 한국 천주교 교회사 연구소가 후원하고, 동인회 주최로 부산 대구 지역 성지 순례를 적극 권고하였습니다. 일정은 3월 23일과 24일 (일)이어서, 성당 미사를 빠지는 상황이었으나, 순공위를 생각하여, 교회사를 전공하는 분들과 합류하기도 결정했습니다.
지난 3월 24일 일요일 오전 9시 반경,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간월산 (해발 1.083 미터) 정상 가까이에 위치 한 죽림굴 (대재공소 1840~1868) 순례 시에, 로사 생각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 유일의 천연 석굴 공소로, 폭이 7m 높이 1.2 미터로 입구가 낮고, 눈에 잘 띄지 않아 안전한 곳이었으며, 이 지역은 영남의 알프스라 하여 최고봉인 정상에 오르면 억새풀로 유명해진 간월산 관광지 (1,156 미터)가 있습니다.
1840년부터 1860년까지는 다블뉘 신부와 최양업 신부가 사목을 담당했으며, 1860년 경신박해 때는 이곳에서 최양업 신부님이 3개월 간 은신한 바 있습니다. 2014년 8월 16일 방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시복하신 대재공소 회장 이양등 베드로, 허인백 야고보, 김종륜 루카도 이것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왕복 8km의 산 속이기 때문에 평지로는 16km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입구 쪽이 너무나 경사가 심했습니다. 지난 해 10월 제가 송백회에서 등산에 참여했는데, 상암동 하늘공원의 계단에서 졸도한 경력이 있어서, 겁을 잔뜩 먹었습니다.
맨 마지막 줄에서 걸어가던 저는 주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 제가 이 죽림굴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라면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저는 지난 2년 간 로사를 혼자돌보면서 많이 허약해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로사, 나를 좀 붙들어 주시오. 다시 하늘공원은 원치 않아요“ 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둘째 난제는 신발이었습니다. 목적지에 대하여 전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가죽 구두를 신고 간 것입니다. 남들은 모두 등산화를 착용했습니다.
앞에 가시는 한국교회사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님에게, “구두를 실은 사람은 신부님과 저 뿐입니다. 괜찮으신지요?” “저는 그래도 등산화와 구두를 혼용하는 신발이어서 견딜 만 합니다. 형제님이 힘드시겠어요.” 결국은 저 혼자 구두를 싣고 1,000 미터 정상을 오르게 된 것이죠. 이를 목격한 이시도르 형제님이 커다란 나무를 짤라 만든 지팡이에 의탁하여 산을 올랐습니다.
마지막 행렬을 책임지는 60대 후반인 형제님과 같이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형제님, 산속 편도 4 km가 왜 이렇게 멉니까?” “구두 신고 얼굴이 너무 힘들어 보입니다. 천천히 가시지요.” “형제님, 이 사순절에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시련을 주시려나 봅니다. 저는 졸도한 경험이 있어서 겁을 많이 먹고 있습니다.” 숨을 가파르게 쉬면서, 둘이 같이 길가에 앉았다. “형제님, 저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체력을 다하여 버티고 있습니다.” 사실 집 사람 로사가 작년에 하느님 곁으로 갔습니다. 저는 살면서 어려움이 생기면 항상 찾습니다. 금년 수난절도 로사를 롤 모델로 하여, 죽림굴 동굴 미사에 제가 가고 있지 않을까요?” “형제님, 로사 자매님에 관하여 말씀하시면서 천천히 올라가시죠.” 이 분의 성함은 서울대 출신의 박형무 의대 교수였으며 로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습니다.
3. 2018년 부활절과 송추성당의 아름다운 신앙공동체
그러기에 2018년 부활절은 저에게는 새로운 사순절이요, 또한 부활절이 되는 셈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주임 신부님이 설명해주신 대로 부활절은 ‘하느님과의 일치’라고 믿습니다. 즉 우리가 하느님과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당위가 있다고 믿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받고 이 세상에 나온 우리는 세례를 받고, 결혼을 하고, 고통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이 되어가는데, 이 고비를 잘 넘기면 부활절의 특은(特恩)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행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맨 처음으로 인류를 구속하시기 위하여 이 길을 걸어가셨기 때문에,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가야만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며, 이것이 바로 인간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로사는 저를 만나서 가톨릭이 되었으며, 인생을 알게 되었고, 성인전을 번역하여 사람들에게 알렸으며 동시에 암을 같이 겪으면서 온갖 고통을 겪었고, 드디어는 하느님 곁으로 다가 갔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로사의 하느님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로사는 하느님 곁에 갈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믿습니다.
이어서 저의 기본적인 부활절의 명제는 ‘참여’라는 테마입니다. 특히 제가 처해 있는 송추성당은 아래와 같은 상황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신부님은 시속 100 km로 달리고, 신자들은 50 km로 달리니까 어려운 환경이지만, 제 생각에는 70~80km로는 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환경이 아주 중요합니다. 송추성당에서는 한 사람이 최대 3가지 직책을 맡아야 돌아갑니다. 신부님의 말씀입니다. 저는 코엘 복사, 순공위 그리고 성당 안내 담당입니다.
셋째로 제가 아는 것은 그간 쉴새 없이 지속된 피정입니다. 여기 저기서 신청자들이 쇄도합니다. 송추성당은 피정 하나만으로도 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넷째는 성 남종삼과 황사영 도보 순례입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10시에 전국에서 순례단이 오는데, 황사영 묘와 성 남종삼 묘에서는 신부님의 특별한 배려로 순례 강의 1시간, 순례 미사 한 후에, 신부님께서는 도로 순례를 같이 합니다. 이는 가장 아름다운 송추성당의 꽃입니다. 날이 풀리면 전체 신자들이 신부님과 함께 참여하시길 강력히 추천 드립니다.
다섯째는 순공위의 창립입니다. 저에게는 송추성당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두 분의 성인과 순교자 묘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황사영은 ‘한민족의 갈 길’을 밝히신 분입니다. 20세기의 시대정신을 밝히신 철학자요, 사상가요, 혁명가요, 개혁자요, 전략가였으며, 동시에 성인이고, 또한 순교자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이것이 순교자공경위원회의 장기적인 목적이요 사업이라고 사료됩니다.
여섯째는 성경아카데미 (BA, Bible Academy)입니다. 약 4천년의 이스라엘 역사를 한번에 그것도 몇 개월 만에 끝내기 때문입니다. 덤으로 연극도 합니다. 제 판단에는 가장 성공한 업적 중에 하나가 바로 성경반 입니다. 이것이 교리 실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일곱 번째는 송추라는 특수한 환경입니다. 자신을 잘 알면 하느님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송추는 북한산국립공원과 송추계곡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 아주 편리한 교통망입니다.
- 송추 지역에 황사영과 남종삼의 묘지가 있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두 분의 묘지의 중요성을 지자체와 상의하면 많은 지지와 협력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 일은 주체인 우리들 평신도들이 적극 참여해야 되는 일입니다. 순공위가 4월 29일에 창립되면, 시작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행정적인 협력이 대폭 개선 될 것이며, 그런 교섭을 통하여 친교가 이뤄지고 동시에 전교가 가능할 것입니다.
- 끝으로는 송추성당 신자들이 이제는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신앙심이 깊어지고, 그 만큼 행복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나 아직은 오래된 노후 설비 문제와 사제관 생활 문제, 그리고 피정과 순례에 관한 보강 방안, 그리고 지자체와의 협력이 강화된다면, 신앙공동체의 기본적인 환경이 갖춰지게 됩니다. 즉 공동체 안에서 ‘참여’가 좀 더 확대되면, 송추성당은 2018년 부활절부터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Assisi St. Francis) 성당’으로 거듭 날 것입니다.
4. 안셀름 그륀의 말씀
부활절 묵상은 개인의 영성에 초점이 있지만, 이제는 안셀름 그륀 수사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마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사순절을 교회가 제안한 대로 의식적으로 살았습니다. 곧 재계의 시기, 정화의 시기, 단식과 포기의 시기, 내적 자유를 수련하는 시기, 우리 자신과 이웃을 자비롭게 대하는 시기, 곤경을 겪는 이웃과 연대하는 시기로 보냈습니다. 사순절은 우리 자신의 고통과, 이웃과 사회의 고통에 직면하는 시기입니다. 이제 사순절은 성주간을 지나 부활절로 끝납니다. 부활절에 모든 고통은 변화되고 죽음은 그 힘을 잃고 어둠은 밝혀질 것입니다. 포기는 축제가 되고, 부활하신 분은 우리의 손을 잡고 우리에게 베푸신 생명으로 우리를 이끄십니다. 사순 시기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에 대한 신앙을 더욱 심화하고, 동시에 사회 안에서 존중과 단순성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했기를 기원합니다.” 끝.
첫댓글 베네딕토 형제님은 순수한 사랑꾼♡이셨군요..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베네딕토 형제님~ 나눠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를 송추로 이끌어주신 불가능을 가능케하시는 살아계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착하신 목자 신부님과 아름다운 송추성당 신자분들을 만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붓꽃님 저희 성당엔 다들 꾼이세요...사랑꾼, 믿음꾼, 희망꾼, 나눔꾼, 재롱꾼, 애교꾼들로 넘쳐나죠...ㅋㅋ
바이올렛키스님, 저 역시도 부족한 저를 송추로 보내주신 주님과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사목을 할 수 있어서 1분 1초가 아깝고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