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Shop(마샬)
인테리어에서도 열린 소통을 강조하는,
61년 전통을 자랑하는 하종순 회장의 마샬미용실
인테리어는 또 다른 재산이다.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미용실에서 인테리어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 본지에서는 이번호부터 아름다운 미용실을 찾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하종순 회장의 마샬미용실이다.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편집자주>
미용실은 아낌없이 멋을 내주는 장소다. 미용실에서의 멋은, 생각해보면 아주 단순하다. 기본적으로 피부와 머리카락에 방향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방향을 잡아야 피부와 머리카락에 아름다움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피부와 머리카락 세계에도 갈등이 있다. 그래서 헝클어지고 꼬이고 서로 부대낀다. 헝클어지고 꼬인 세계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길을 막는다. 길을 터놓으면 서로가 잘 어울릴 수 있는데, 누군가 길을 막아서 갈등이 일어난다. 길을 터줘야 한다. 길을 터줘야 트러블이 없다. 각각의 머리카락에 서로의 길을 알려주고, 질서를 찾아가는 제 길 위에 올려놓아 주면 피부 세포 하나에도 탄력이 생기고, 한 올의 머리카락도 멋이 난다. 세포 하나와 한 올의 머리카락이 멋있어야 다음 피부와 머리카락도, 그다음 피부와 머리카락도 멋을 낼 수 있으며, 그 전체적인 총합이 인간의 아름다움으로 변한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미용실에서의 멋은 한마디로 단정할 수 없다. 계획된 무질서가 오히려 아름다움이 되기도 한다. 단정해서 좀 더 생기발랄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혼돈으로 빛나는 파마도 하고, 봄날의 꽃밭처럼 염색도 한다. 미용실에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들을 보면 그 변화가 실로 놀랄 정도다. 들어갈 때는 그저 푸른 녹색이었는데, 나올 때는 다들 염색하고 나오는 것 같아서다. 어떻게 머릿결 하나하나가 방향성을 찾아 제 길로 가는 것일까? 어떻게 머릿결이 춤을 추게 되는 된 것일까? 고데기의 힘인가? 그것만은 아니겠지.
아름다운 미용실 첫 번째로 마샬미용실을 찾은 이유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마샬미용실만의 역사 때문이다. 그 역사가 아직도 미용실 인테리어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1962년 3월 명동 중심가 건물 2층에서 미장원은 내고 시작한 마샬미용실은 업력만 61년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때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감사 인사를 사장 많이 받은 자타 공인 미스코리아 산실이다. 미용을 비롯해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1번지 명동을 상징하는 장소로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된 마샬미용실은 국내 최대 미용 브랜드로 성장했다.
명동 거리에 있는 마샬미용실 코발트블루 입구는 작다. 입구는 대리석 계단을 만나면서 곧바로 2층으로 이어진다. 여기까지는 61년 전통의, 14개 지점에 직원이 200명이나 근무하는 미용 브랜드라는 말이 무색하다. 하지만 2층에 올라서면서부터는 규모에 놀란다. 좁은 계단이 확 열린다. 5층까지 미용실, 피부관리실, 미용 아카데미가 이어지면서 층별 넓이가 150평이나 된다.
1998년 마샬미용실에 불이 났다. 어쩔 수 없이 마샬미용실은 인테리어를 완전히 새롭게 해야 했다. 그 이후 부분적으로 손을 보긴 했지만, 지금의 마샬미용실은 1998년 당시의 패션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당시 가장 첨단을 걷는 인테리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중 한 시대의 미용실을 구경할 수 있다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은 체리 톤 빈티지 느낌이다. 벽 대부분이 체리 톤으로 마감되어 있다. 3층 하종순 회장의 사무실도 투명 유리창에 몰딩도 모두 체리 색이다. 체리 색 몰딩 속 투명 유리창으로 하종순 회장이 주홍 불빛에 반짝인다. 빈티지 풍의 체리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준다. 화이트 톤 여타 미용실이 공간과 공간을 나누지 않아서 확 트여 있는 느낌이 들게 한다. 좁은 공간을 넓게 이미지화하기에는 화이트 톤이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마샬미용실은 한 층이 150평이나 되니 그 확장감은 오히려 독일 될 수 있겠다. 마샬의 체리 톤 마감은 각 작업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해준다. 머리를 자르고, 감고, 파마하고, 염색하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내밀하고도 신비로운 순간을 나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기에는 체리만 한 색상이 없을 듯하다.
마샬미용실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자연히 내부 계단으로 각 층을 이동해야 하는데, 하종순 회장은 마샬미용실의 내부 계단이 으뜸이라고 ‘엄지척’을 한다.
“내부 계단은 위아래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에요. 위에 올라간 사람은 반드시 내려와야 하고 아래 있는 사람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지요. 그 공간이 서로 열려 있는 게 중요해요. 엘리베이터는 한 층이 열리면 다른 층은 닫히잖아요. 평상시에는 아예 층간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죠. 마샬미용실에 14개 지점이 있지만 수시로 소통하고, 모두가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어서 국내 최대 미용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마샬미용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테리어 디자인 오브제는 하종순 회장의 사진이다. 어느 여성지 기자가 촬영한 사진이라는데, 그 사진 속 하종순 회장은 그야말로 ‘자신감 뿜뿜’이다. 날카롭지만 웃음을 잃지 않은 눈빛, ‘내가 마샬 하종순이야.’ 하는 자신감이 흑백사진에 가득하다. 이 사진은 계단에도 있고, 하종순 회장 집무실에도 있다. 이런 자부심이 마샬미용실을 만든 원천이었을 것이고, 마샬미용실은 이 자부심으로 오늘날까지 성장했으리라.
마샬미용실에 들어설 때는 몰랐는데 취재를 마치고 1층 현관으로 내려오니 좋은 문구 하나가 눈에 보인다. “당신은 오늘이 제일 예쁘다.” 예쁘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다. 필자가 비록 그리 잘생기지는 못했지만, 기분이 참 좋다.
<뷰티라이프> 2024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