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서(情緖)가 녹아있는 아리랑
3. 진도아리랑
진도아리랑은 전라남도 진도(珍島)에서 발생한 아리랑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리랑타령」이라고도 불린다. 호남지역(湖南地域)에서 많이 불리는 아리랑으로, 창법(唱法)은 육자배기 토리와 유사하나 조금 차이가 난다. 사설(辭說)은 기본적으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진도 총각과 경상도 처녀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며, 가사의 내용을 보면 제법 진하고 외설스럽기조차 하다.
장단은 9/8박자의 상당히 빠른 세마치장단이며, 음계(律名)은 태(汰)-임(林)-무(無)-황(黃)-남(南)으로 서양음계로 말하면 미-라-도-레-시와 유사하다.
<진도아리랑 가사>
(후렴)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리라가 났네.
◯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다
◯ 약산 동대 진달래꽃은 한 송이만 피어도 모두 따라 피네
◯ 나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떨떨거리고 내가 돌아간다
◯ 치어다보느냐 만학은 천봉 내려굽어보니 백사지로구나
◯ 만경 창파 둥둥 뜬 저 배야 저기 잠깐 닻 주거라 말 물어보자
◯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의 가슴속엔 수심도 많다
◯ 세월이 흐르기는 강물과 같고 인생이 늙는건 바람결 같누나
◯ 사람이 살면은 몇백 년을 사는가 개똥 같은 세상이지만 둥글둥글 사세
◯ 왜 왔던고 왜 왔던고 울고나 갈길을 왜 갔던고
◯ 서산의 해는 지고싶어 지느냐 날 버리고 가신 님도 가고 싶어 가느냐
◯ 세월아 네월아 가지를 말어라 아까운 내 청춘시절이 다 늙어가는구나
◯ 노다가세 노다나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나 가세
◯ 씨엄씨 잡년아 잠 깊이 들어라 문밖에 섰는 낭군 밤이슬 맞는다.
◯ 서방님 오까매이 깨벗고 잤더니 문풍지 바람에 설사가 났네.
♣구부-굽이 ♣씨엄씨-시어머니 ♣오까매이-올까 싶어 ♣깨벗고-홀딱 벗고
<세마치장단>
♣ 6번째 박의 따가 강박(强拍)이다.
4. 밀양아리랑
밀양아리랑은 영남지방(경상도)의 대표적인 통속민요(通俗民謠)로, 밀양 영남루의 전설인 아랑(阿娘)의 설화(說話)가 기원(起源)이라고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추측일 뿐이다.
장단은 9/8박자 세마치장단으로 상당히 빠른 장단이며 진도아리랑과 느낌이 유사하다.
음계(律名)는 임(林)-무(無)-황(黃)-태(汰 )-중(仲)으로 서양 음계로 말하면 라-도-레-미-솔과 유사하다.
<밀양아리랑 가사>
(후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 정든 임이 오시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
◯ 울 너머 총각의 각 피리 소리 물 긷는 처녀의 한숨 소리
◯ 늬가 잘나 내가 잘나 그 누가 잘나 구리 백통 지전이라야 일색이지
♣각(角) 피리-짐승 뿔로 만든 피리 ♣늬가-너가
<밀양 영남루(嶺南樓)와 아랑(阿娘)의 전설>
아랑(阿娘)의 본명은 윤동옥(尹東玉)으로 밀양(密陽) 부사의 딸이었는데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유모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아랑은 뛰어난 미모(美貌)를 지녔는데 음흉한 유모와 통인(通引:지방 관아의 심부름꾼) 백주기(白朱旗)가 흉계를 꾸며 어느 날 밤 달구경 나온 아랑을 욕보이려 하였다.
아랑은 통인에게 결사적으로 항거하다가 끝내는 칼에 맞아 죽고 대숲에 버려졌다. 부사는 딸 아랑이 외간 남자와 내통하다 함께 달아난 것으로 알고 벼슬을 사직한다.
이때부터 밀양에서는 신임 부사마다 부임하는 첫날 밤에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기 시작하여 모두 밀양부사로 가기를 꺼리게 되었다. 이때 이상사(李上舍)라는 담력이 있는 사람이 밀양부사를 자원하여 왔다. 부임 첫날밤, 나타난 아랑의 원혼(冤魂)에게서 억울한 죽음을 들은 그는 원한을 풀어주기로 약속하였다. 이상사는 곧 백가를 잡아 처형하고 아랑의 시신을 찾아내어 장사지내니 그 뒤로는 원혼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밀양(密陽) 영남루(嶺南樓) 아래에는 아랑의 혼백에게 제사를 지내는 아랑각(阿娘閣)이 있는데 「밀양아리랑」은 이 아랑의 설화(說話)에서 발생하였다는 설(說)도 있다.
그 밖에 아리랑을 꼽아보면 춘천아리랑(의병아리랑), 본조아리랑(경기아리랑), 광복군아리랑(독립군아리랑), 연변아리랑, 고려아리랑(카자흐스탄), 긴남도아리랑(진도아리랑), 여주아리랑, 치르치크(북간도) 아리랑 등이 있고 일종의 캠페인 노래인 종두(천연두) 아리랑, 한글 아리랑도 있다.
그런가 하면, 1926년 일제때 나운규가 제작한 영화 아리랑도 우리 민족의 한을 잘 표현했는데 이 영화의 주제가가 바로 경기 아리랑(일명 서울 아리랑, 본조아리랑)이라고 한다.
또 한국전쟁(6.25) 때 참전했던 미 육군 7사단의 사단가가 ‘아리랑’인데 6.25때 이승만이 공식 승인하여 미 육군 7사단의 공식 사단가(師團歌)가 되었다고 하며, 멜로디는 바로 우리 아리랑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역사와 모든 지역의 토속민요에 아리랑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주제라 할 것이다.